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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범죄와의 전쟁> 최민식 “아버지에 대한 연민 전달하고 싶었다”

2012.01.31 09:50
| 김규한 기자
asura78@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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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무비=김규한 기자] 관객을 몰입하게 만드는 연기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파이란> <취화선> <올드보이> <주먹이 운다> <친절한 금자씨> <악마를 보았다> 등 그가 출연한 영화를 한 편 이상 본 관객이라면 최민식이 과연 소화하지 못할 역할이 무엇일지 궁금증을 가질 것이다. 전작 <악마를 보았다>의 이미지를 완전히 지우고 입으로 모든 걸 해결하는 로비의 신 익현으로 분한 최민식은 이번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코미디와 누아르를 오가며 폭넓은 연기를 다채롭게 구사한다. <범죄와의 전쟁>은 캐릭터 속으로 완전히 들어가 시나리오에 나와있는 캐릭터만 보이는 최민식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포만감이 느껴지는 영화다. 최민식은 익현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진정성까지 연기로 표현해내 보는 이들을 진정으로 울리고 웃긴다.

그 동안 최민식이 연기한 캐릭터가 증명해주지만 그의 얼굴은 무시무시한 분위기와 인자하고 편안한 느낌을 동시에 품고 있다. 표정 짓기에 따라 그는 연쇄살인마(악마를 보았다, 친절한 금자씨)가 될 수 있고, 처절한 아버지(주먹이 운다, 범죄와의 전쟁)가 되기도 한다. 결국, 최민식의 진정한 매력은 이러한 변화무쌍함이다.

최민식은 이번 영화에서 따뜻한 부정과 강인한 카리스마를 동시에 드러내면서 기억에서 지울 수 없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준다.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익현, 그가 연기한 익현을 보고 마음을 가만히 두기란 힘들다. “최민식의 영화”라는 단언이 과하지 않을 만큼 그는 <범죄와의 전쟁>에서도 그만의 개성을 뿜어낸다. 배우라는 타이틀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최민식에게 몇 가지 물었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멋있어지는 최민식을 보노라면 늙어가는 것도 배우들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는 것 같아 부럽다.


작품을 선택하는 나름의 기준이 있나?
다른 배우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 같은 경우 대중들에게 어떻게 보여질 지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는다. 내 입맛에 맞는 것을 택할 뿐이다. 그런 것을 고려했다면 <악마를 보았다> 같은 작품은 출연하지 못했을 것이다. 시나리오 안에 그려진 세상이 흥미롭게 다가올 경우 선택하는 경향이 있기는 하다.



<악마를 보았다>를 상업영화 복귀작으로 선택했을 때 의외라는 반응이 당시 많았다.
난 <악마를 보았다>가 폭력의 전염에 대해서 말하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잔인 무도하게 사람을 죽이는 것만이 폭력이 아니다. 우린 폭력의 홍수 속에서 중독되어 간 채 살아가고 있고, 무감각해지고 있다. <악마를 보았다>는 그런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영화였다. <악마를 보았다>와 <범죄와의 전쟁>에 등장하는 유머코드는 사실 조소일 수 있다. <악마를 보았다>에서 이병헌이 연기한 수현은 인간이 가장 분노를 느낄만한 일을 당했는데 상식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다. 살인범을 잡았다가 놓아주는 데 그런 행동에서 이미 알 수 있지만 수현은 정상이 아니다. 폭력에 중독되어 있는 우리 자신을 환기해 보자는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서 아쉬운 면이 조금 있다.

<범죄와의 전쟁>에서 맡은 익현 같은 경우 <악마를 보았다>의 장경철 보다는 심리적인 어려움은 덜 했을 것 같다.
물론 캐릭터 자체가 주는 정서적 압박은 없었다. <악마를 보았다>의 장경철을 연기하면서는 현장에 놓여있는 피가 가짜 피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진짜 피 냄새처럼 느껴져 구역질을 했다. 캐릭터 자체에 대한 압박 상황에 대한 압박, 설정에 대한 압박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보통 스트레스가 아니었다. 익현 역을 연기하면서는 그런 고통을 받지 않아도 됐다. 같이 출연한 다른 배우들 같은 경우 자기 촬영 분량 끝났다고 쉬거나 서울로 올라갔는데 난 주야장천 부산에 머물러야 하는 불편함은 있었다.(웃음) 익현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이다 보니 조금이라도 긴장의 끈을 놓쳐서는 안 됐다. 시간 순으로 찍지 않았기 때문에 집중해야 했고 그러다 보니 신경이 면도칼처럼 됐다.‘애드리브인가?’, ‘저건 좀 설렁설렁 하다’ 싶은 것도 모두 치밀하게 계산하면서 연기한 것이다.

<취화선> 이후 한 사람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출연은 처음이다.
<아마데우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같은 주로 고전영화들이 가지고 있는 서사극 형태를 좋아한다. 스케일도 크고 긴 러닝타임을 가진 영화들에 도전해 보고 싶은 욕망이 치고 올라오는데 그런 영화들이 자주 제작되지 않아 조금 답답하다. 익현을 연기하면서 그런 건 있었다. 내가 여기서 휘청거리면 이 영화는 산으로 간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내가 잘 표현해 내면 문제될 게 없었다. 오직 그 부분에 대한 고민만 했다.

익현이라는 인물을 연기하면서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배우가 캐릭터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적극적인 경험을 습득하는 건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나 같은 경우 가랑비에 옷 젓듯이 촉을 세우면서 인물을 내 것으로 만들어나가는 편이다. 이번 익현 역을 연기하면서는 부산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전형적인 특성 예를 들면 직설적이고 톤이 높은 것을 염두에 두었다. 물론 모든 부산 사람들이 그러는 건 아니지만 시나리오에 최대한 충실했다. 시나리오에 지정되어 있는 인물의 성격을 자연스럽게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범죄와의 전쟁>은 배우들의 연기만 봐도 포만감이 느껴지는 영화였다.
모든 배우들이 자기 위치에서 단단히 한몫을 했다. 마동석도 그렇고 영화는 처음인 김성균도 자기 몫을 해줬다. 30대 중반 배우 중 톱 클래스를 달리고 있는 하정우와 검사로 나온 곽도원도 자기 위치에서 최선의 연기를 보여줬다. 특히 하정우는 돋보이고 싶은 욕심 없이 최고의 앙상블을 보여줬고 자신이 빠져야 할 때는 빠졌다. 그런 모습이 너무 고마웠다.

선배이기 때문에 현장 분위기를 어느 정도 이끌어 나가야 했을 것 같다.
영화는 그룹이 하는 예술이고 창작이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서 하나의 목표를 위해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을 거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실력을 최대한 발휘해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받기도 한다. 개성 강한 사람들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달리는 건 보기보다 힘든 일이다. 우리나라 정치판만 봐도 알 수 있다. 서너 명만 모이면 치고 받고 싸운다.(웃음) 어떤 한 사람으로 인해 모두가 전투력을 잃어버리면 촬영장 분위기가 엉망이 되기 때문에 나서야 할 때만 나섰다. 선배라고 해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나서지는 않았다.

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라서 힘든 점은 없었나?
영화가 다루고 있는 80년대 중반은 정치적으로 불안한 시기였다. 연일 시위가 벌어졌다. 내가 학교 다닐 때도 그랬다. 학교에서 수업 받은 날 보다 휴교하는 날이 더 많았다. 학생들은 백골단과 연일 치고 박았고, 최루가스 속에서 살았다. 시대적 상황은 변했지만 80년대 사람과 90년대 사람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성향, 유행 같은 것은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 가족을 지켜야 하는 마음만큼은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런 건 있다. 과거에는 정말 가부장적인 아버지가 많았다. 그때는 남자가 집안에서 설거지를 하면 아버지에게 바로 혼이 났고, 아버지가 밤 늦게 들어가서 술상 내오라고 하면 어머니는 군말 없이 내오던 시기였다. 요즘 같으면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다.(웃음) 시대적 고증 문제는 미술팀, 의상팀이 잘 해주었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는 없었다.

익현이 빈 총을 들고 다니는 장면은 그의 허세를 드러내는 장면인 동시에 짠한 구석도 있었다.
익현은 총알이 장전되어 있어도 쏘지 못하는 나약한 존재다. 파국의 순간에도 그는 총으로 쏘는 게 아니라 때리는 도구로 활용한다. 어떻게 보면 정말 못난 놈이다. 남자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총 싸움, 칼 싸움을 하면서 노는데 수컷들에게는 힘과 권력에 대한 동경이 있는 것 같다. 익현을 연기하면서 우리 아버지도 바깥에서 저렇게 사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소와 풍자 등 비판의식은 잊지 않되 주인공에 대한 연민을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하는 일이다 보니 생각이 늘 일치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 감독과 의견이 대립했을 경우 어떻게 대처하나?
나 같은 경우도 현장에서 감독이 낸 해석이 맞는 건지 의문을 가질 때가 많다. 그런 일이 벌어지면 잠시 시간을 달라고 말한다. 조율과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찍다 보면 배우만 연기를 망치는 것이 아니라 작품 전체에 해를 가지고 오기 때문이다. 후배들이 그럴 경우 선배라도 기다려주고 같이 고민해주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 것이 아닌 배우들끼리 신경전 때문에 현장이 이상하게 돌 경우 내 나름의 방식으로 응징을 가한다.(웃음)

선배이지만 아직도 현장에 미리 나와서 대기한다고 들었다.
배우라면 현장에 미리 와 있어야 한다. 그런 것을 자존심 상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의외로 많다. 그런 못 된 생각이 어디서부터 나왔는지 모르겠다. 시나리오에서 본 장소가 현장 분위기와 일치하는지 배우라면 미리 나와서 체크를 해야 한다. 동선도 한 번 파악해 봐야 한다. 그건 자존심 상해 할 일이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그런 후배들을 볼 경우 혼내는 편이다. 벤에 가서 대기하고 있다고 촬영할 때만 나오는 친구들을 보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

선배로서 배우가 반드시 갖추어야 할 것을 조언해 준다면?
직업 배우라면 상을 당해도 현장을 지켜야 한다는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취미로 하는 아마추어라면 즐기면서 해도 된다. 하지만 배우가 직업인 사람이 그러면 안 된다. 직업배우가 무대 위에서 대사를 까먹는 건 말이 안 된다. 실수를 해서는 안 되고 자기 자신에게 철저해야 한다. 남들이 인정해 주었을 때 비로소 얻어지는 프로라는 단어는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배우라면 자신의 연기를 보러 와준 사람들이 돈과 시간을 아깝지 않게 해주어야 한다. 그건 의무가 아니라 배우가 가져야 할 책임이다. 연기를 잘 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배우로서의 자질을 갖추어야 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배우라는 직업을 단순히 돈벌이로 생각하고 안 되면 다른 일을 해야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은 치열하지가 못하다. 옆에서 지켜보면 무언가 비어있다. 반면 목숨 걸고 하는 친구들은 농도 자체가 다르다. 그런 친구들은 나이를 떠나 경험을 떠나 무엇을 해도 진하게 다가온다.

이런 비유가 적절할지 모르겠지만 축구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상대방보다 골을 많이 넣어야 한다. 골을 넣기 위해서는 같은 팀 선수들끼리 사인이 맞아야 하고 공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뛰기만 해서는 이길 수가 없다. 연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상대방의 대사를 받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상대방의 대사를 듣지 않고 하고 자기 연기만 하는 배우들이 태반인 게 문제다. 상대방의 대사가 들리면 어느 정도 되는 거다. 카메라를 의식하고 자기 멋에 빠진 배우들은 그 쉬운 것 조차 하지 못한다. 경험이 없는 배우들은 그럴 수도 있다. 처음부터 잘 하는 배우는 없기 때문이다. 아는 데도 그런 행동을 하는 배우들은 맞아야 한다. 나도 연극할 때 많이 맞고 살았다.(웃음)



배우로서 갖고 있는 고민이 있다면? 육체적 나이를 무시할 수 없는 시기가 왔는데.
나이가 있기 때문에 이젠 액션연기는 힘들 것 같다.(웃음) 계속 이런 영화만 할 수 없다. 내가 경계하고 있는 것은 타성에 젖는 거다. 습관처럼 연기하고 습관처럼 생각하는 것을 경계한다. 어떤 사람에 대해 빨리 정의를 내리는 것만큼 위험한 행동은 없다. 몸이야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쇠퇴해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정신 자체는 끊임없이 진화해야 한다. 배우라는 직업 자체가 인간의 삶을 들여다 보는 일이기 때문에 정신 자체를 멈춤 상태로 두어서는 안 된다. 내 자신도 알게 모르게 매너리즘에 빠질 때가 있는데 그런 순간이 오면 소녀시대 같은 걸그룹을 보면서 내 소원을 말한다.(웃음)

앞으로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나?
폼 잡는 이야기 말고 우리네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솔직한 멜로 영화를 하고 싶다. (웃음)

사진: istudio 이정훈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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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한 기자 asura78@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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