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열살에 아빠를 죽였습니다}라는 충격적인 내레이션으로 시작되는 <이브의 시선>은 성장한 모든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섬세하게 전달하고 있는 작품이다. 아름다운 늪지대를 배경으로 아버지의 불륜, 어머니의 고통, 삼촌의 죽음 등 지워버리고 싶었던 어린 시절 기억의 단편들을 성장한 이브의 내레이션과 어린 이브의 시점으로 재해석하며 진실을 찾아간다. 캐시 레몬스 감독이 전하고 싶었던 기억에 대한 메시지는 성장한 이브의 내레이션으로 영화의 시작과 끝에 반복되어 표현되며, 그 유년시절의 아름다운 그림은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영상으로 표현된다. 결국 {열 살에 아빠를 죽였다}는 내레이션은 영화 마지막에 가서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난 열 살이었고…}라고 바뀐다. 캐시 레몬스 감독은 모든 감수성을 유년 시절만의 독특한 리듬, 유머, 호기심에 접근해 마치 문학 작품을 영상으로 옮겨놓은 듯한 섬세한 연출로 도저히 첫 작품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완벽함을 보여준다. 그는 이 작품으로 98년 미국 독립영화제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 스크린 제공 - 늪지대가 있는 평화로운 마을에 이브의 가족들이 살고 있다. 능력있고 인기있는 의사인 아버지 루이스, 그 누구보다 아름다운 엄마 로즈, 언니 시슬리 그리고 남동생과 함께 살고 있는 이브는 열 살된 소녀이다. 집에서 파티가 열리던 날, 아버지가 언니하고만 춤을 추는데 화가 난 이브는 창고로 갔다가 그 곳에서 잠이 든다. 이상한 소리에 잠을 깬 이브는 아버지가 같은 마을의 모로 부인과 섹스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충격을 받은 이브를 달래며 아버지는 앞으로 파티에서 이브하고만 춤출 것이라 말하고 이브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이브는 가장 가까운 언니 시슬리에게 얘길하고 아빠를 유난히 사랑하는 시슬리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며 분노한다. 미래를 예견하는 능력을 가진 고모 모젤은 이브가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하고 이브의 생각을 보려하지만 다른 사람과는 달리 이브의 내면 세계는 보이질 않는다. 이브는 몰랐지만 이미 대부분의 어른들은 아버지가 바람둥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고, 엄마 역시 그것 때문에 힘들어한다. 어느날 시장에 간 엄마와 고모는 싸구려 점쟁이에게 점을 보는데 엄마는 3년간 아이들을 잘 보살펴야 한다는 말을 듣는다. 엄마는 이브 남매들을 집안에만 두려하고 그 일로 인해 아빠와 마찰도 빚는다. 유난히 아빠와 친하던 시슬리는 엄마에게 반항하고, 폭풍우가 몰아치던 그날 밤, 아빠와 엄마는 심하게 싸운다. 다음 날, 시슬리는 이브에게 아빠가 자기에게 키스하고 만졌다며 집을 떠나겠다고 한다. 이브는 시슬리에게 언니를 위해 아빠를 죽이겠다고 다짐한다. 시슬리가 떠나고 점쟁이를 찾은 이브는 아빠가 죽게 주문을 걸어 달라고 한다. 인형에 바늘을 꽂아 보기도 하지만 아빠에겐 아무런 일도 생기지 않는다. 이브는 아빠와 섹스를 하던 모로 부인의 남편을 찾아가 운을 띄우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아빠가 진짜 죽을 것 같다고 생각한 이브는 술집으로 아빠를 찾아간다. 모로 부인과 술을 마시던 아빠는 웃기만 하고 그 때 총을 든 모로씨가 나타난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아빠를 향해 모로씨의 총이 발사된다. 아빠가 돌아가신 후 고모를 향해 씌어진 편지에는 폭풍이 치던 밤, 시슬리와 아빠 사이에 일어났던 일이 시슬리가 말했던 것과는 반대였음이 적혀있다. 이 글을 읽은 이브는 자신이 아빠를 죽였다며 오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