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흐르면 잊혀지는 것들이 많지만 잊으려해도 지워지지 않는 기억들이 있다. 그건 사건일수도 있고 어떤 느낌 혹은 이미지일수도 있다. 난 지금 무척이나 조심스럽게 그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다섯 살 쯤 되었을까? 아프리카 케냐의 광활한 초원을 유일한 놀이터로 삼고 지내던 시절, 수풀 사이 낯선 오두막 집의 작은 창문을 통해 본 풍경은 나의 모든 감각을 마비시켜 버렸다. 열 다섯 살 정도의 앳된 얼굴, 검은 피부, 울고 있었던건지 촉촉히 젖어있던 눈가, 그리고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은 채 늙은 영감 앞에서 성경을 읽고 있던 소녀. 어느새 호기심은 그녀의 곱슬거리던 머리카락 한 올부터 유난히 하얗던 발톱까지 나의 작은 머리 속에 새겨 넣기 시작했다.
열여섯살이 되던 해, ''수잔''이란 여자친구를 만났다. 내 눈길을 사로잡은 두 번째 여자 ''수잔''. 키스의 감미로움과 순간 순간 뜨거워지는 나를 느끼게 해 준 나의 사랑. 하지만 수잔은 늘 그런 나를 차갑게 식혀버린채 밀어내기만 했다. 어느날, 수잔의 아버지가 돌아셨다는 소식에 한걸음으로 달려간 내 눈 앞에서 수잔은 만취 상태로 낯선 남자와 침대에 누워있었다. 나를 밀어내던 그녀의 손이 움켜쥐고 있던 그것을 보았을 때, 내 몸을 타고 흐르던 느낌은 아직 너무도 생생하다.
세월이 흘러, 난 다큐멘터리 감독이 되었고 한 여자의 남편이자 한 아이의 아빠가 되어 있다. 무료한 일상의 반복. 어느새 그 생활이 편안해져버린 어느날, ''투니시아''라는 낯선 촬영지에서 난 한 여자와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그것도 함께 일하는 동료 ''루카''의 여자친구와 말이다. 하지만 ''운명''이라고 생각하려는 나의 선택은 실수일까?
시간이 흐르면 잊혀지는 것들이 많지만 잊으려해도 지워지지 않는 기억들이 있다. 그건 사건일수도 있고 어떤 느낌 혹은 이미지일수도 있다. 난 지금 무척이나 조심스럽게 그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다섯 살 쯤 되었을까? 아프리카 케냐의 광활한 초원을 유일한 놀이터로 삼고 지내던 시절, 수풀 사이 낯선 오두막 집의 작은 창문을 통해 본 풍경은 나의 모든 감각을 마비시켜 버렸다. 열 다섯 살 정도의 앳된 얼굴, 검은 피부, 울고 있었던건지 촉촉히 젖어있던 눈가, 그리고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은 채 늙은 영감 앞에서 성경을 읽고 있던 소녀. 어느새 호기심은 그녀의 곱슬거리던 머리카락 한 올부터 유난히 하얗던 발톱까지 나의 작은 머리 속에 새겨 넣기 시작했다.
열여섯살이 되던 해, ''수잔''이란 여자친구를 만났다. 내 눈길을 사로잡은 두 번째 여자 ''수잔''. 키스의 감미로움과 순간 순간 뜨거워지는 나를 느끼게 해 준 나의 사랑. 하지만 수잔은 늘 그런 나를 차갑게 식혀버린채 밀어내기만 했다. 어느날, 수잔의 아버지가 돌아셨다는 소식에 한걸음으로 달려간 내 눈 앞에서 수잔은 만취 상태로 낯선 남자와 침대에 누워있었다. 나를 밀어내던 그녀의 손이 움켜쥐고 있던 그것을 보았을 때, 내 몸을 타고 흐르던 느낌은 아직 너무도 생생하다.
세월이 흘러, 난 다큐멘터리 감독이 되었고 한 여자의 남편이자 한 아이의 아빠가 되어 있다. 무료한 일상의 반복. 어느새 그 생활이 편안해져버린 어느날, ''투니시아''라는 낯선 촬영지에서 난 한 여자와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그것도 함께 일하는 동료 ''루카''의 여자친구와 말이다. 하지만 ''운명''이라고 생각하려는 나의 선택은 실수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