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영화 속 옥의 티 – 현역 전투기조종사가 본 <탑건>

2006-02-23 18:00 맥스무비취재팀 기자

[맥스무비= 맥스무비취재팀 기자]

  이제는 20년의 시간이 지나 조금은 고색창연해진 영화 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금주에는 항공영화의 영원한 로망, 특히 톰 크루즈 초창기의 싱그러운 살인미소가 돋보이는 영화 <탑건>을 파헤쳐 보기로 했다.

  톰 크루즈의 살인미소는 미처 갖추지 못했지만 영화 속에서처럼 이제는 전투조종사가 되어 영화를 다시 보니 할말이 참 많다.(세상은 아는 만큼 보인다) 이미 여러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에 영화 <탑건>에 대한 분석 내용이 다수 있지만 다시 한번 이를 곱씹어보며 인터넷 상에 분석되지 않은 새로운 ‘따끈따끈’한 옥의 티를 추가해 보기로 했다. 막연히 ‘멋지다’라고 하기엔 어딘가 부족한 부분들, 이제부터 하나씩 들추어 보기로 하자.

  먼저 영화에 나오는 콜싸인(Call Sign)에 대해 할말이 많다. 콜싸인이란 관제탑과 교신할 때 필요한 일종의 호출부호를 말하는데 대한민국 공군 조종사는 영화에서처럼 개인 콜싸인이 없다. 대대 콜싸인에 편대별로 할당된 자신의 번호를 부여 받는 게 다다. 예를 들어, 대대 콜싸인이 “Pack Man"이라면, 자신의 계급에 따라 ”Pack Man 33"처럼 숫자가 뒤에 붙는다.

  그런데, 미국 조종사들은 비행훈련을 마치고 전투대대에 배속되면 주위 동료들이 그 사람의 성격, 신체적 특징, 이름 등을 기본으로 해서 그 사람만의 개성있는 일종의 별명을 붙여주는데, 그것이 개인 콜싸인이다.

  예를 들어, 이 영화에서 발 킬머의 콜싸인은 “Ice Man"인데, 그가 얼음처럼 실수없이 비행을 잘한다고 해서 붙여졌다는 것을 영화의 내용을 보면 유추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군 조종사들도 이는 개인적으로 부르는 콜싸인일 뿐, 임무 시에는 한국 공군과 마찬가지로 대대 콜싸인에 숫자를 부여 받은 편대 콜싸인을 사용한다. 탐크루즈가 아무리 잘생긴 외모 때문에 ‘꽃미남’이라 불리더라도 실제 임무중에 ”꽃미남은 긴급 출격하라“라고 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영화 속 장면으로 돌아가보자. 영화 초반부에 매버릭(톰 크루즈)과 매버릭의 동료 구즈는 비행 중 적기인 미그-28을 만나게 되는데 여기서 우리는 수많은 옥의 티를 발견할 수 있게 된다.

  첫째, 요격에 들어간 매버릭이 적기를 보자 “미그-28을 이렇게 가까이서 본 건 처음이야”라고 말하는데 그 비행기는 미그-28이 아니고 우리나라에도 현재 사용하고 있는 F-5이다. 아마도 실제 미그기를 구하기는 어려웠던 것 일게다. 뿐만 아니라 정체불명의 이 미그기는 단좌형(조종석이 하나인 형태)으로 출연했다가 잠시후 복좌형(조종석이 두개)으로 변신해 출연한다. 이 정도라면 만화에도 등장할 수준이 아닐까.

  둘째, 매버릭의 동료인 쿠거가 미그기의 사정권에 들어왔을 때 “삐-” 하는 소리가 계속 들리는데 이 소리는 추적을 당하고 있는 항공기가 아닌, 추적을 하고 있는 항공기에서 IR MISSILE(적외선 유도 미사일)을 발사하기 위해 알려주는 신호이다.

  가령 마지막 전투 씬에서 매버릭이 미그기에게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에 “I got a good tone !!"이라고 소리치며 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을 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이런 옥의 티는 거의 대부분의 항공 영화에서 찾아볼 수 있는 내용인데 아마도 방어기동을 하는 항공기의 긴박한 상황을 영화 관객들에게 알리려고 과장한 것이라 생각된다.

  다시 영화 초반부로 돌아가 단좌형에서 다시 복좌형으로 변신해 나타난 미그기의 상방에서 톰 크루즈가 배면비행하며 사진을 찍는 장면을 보자. 이는 불가능하다기 보다 영화에서 보이는 두 항공기 간의 간격이 너무 가까워 많이 과장되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이 정도의 거리면 수직 꼬리날개가 닿을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셋째, 매버릭과 교관과의 첫 훈련 장면에서 위기에 몰린 매버릭이 후미에 따라붙은 교관 제스터를 따돌리기 위해 Air Brake(비행중 속도를 급격히 줄이는 장치)를 사용하며 AB(After Burner : 순간적인 속도를 얻기 위한 후기 연소기)를 넣고 수직 상승했다가 회전을 하면서 제스터의 후미로 들어가는 장면을 볼 수 있는데 실제로 내 앞에 있는 적기가 그런 기동을 하고 있는 동안 제스터처럼 감탄하며 가만히 있을 조종사는 아무도 없다.(대부분의 전투조종사는 바보가 아니므로)   즉, 영화 내용은 매버릭의 본능적이고 천재적인 기동 능력을 과장하기 위해 교관인 제스터를 바보로 만든 것이다. 이 외에도 공중전 기동 중에 전술상 전혀 필요없는 Rolling(회전기동)등이 많이 나오는데,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만들기 위한 ‘쇼’라고 밖에는 보기 힘들다.

  넷째로 톰 크루즈의 Taxi Way(항공기가 활주로로 가는 길)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장면을 보자. 오토바이를 타고 활주로에서 이륙하는 전투기를 따라가며 환호하는 우리의 꽃미남 매버릭. 하지만 미 해군은 어떨지 몰라도 한국 공군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활주로 지역은 인가된 차량만 출입할 수 있다. 더군다나 활주로에서 이륙하고 있는 항공기가 있는데 옆에서 개인적으로 오토바이를 타다니? 아무리 개인의 자유가 우선시 되는 미국이지만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아닐까 생각된다.

  다섯 번째, 비행 중에 항상 산소 Mask와 Visor를 벗는 조종사들. 다들 잘생긴 얼굴이긴 하지만 이것이 가능한 일일까? 수많은 항공 영화의 특징 중 하나인 이 장면은 영화를 위해서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영화배우들도 얼굴을 팔아야 하는데, Sun Visor 내리고 산소 Mask를 쓰면 얼굴이 전혀 안보이기 때문에 공중전 촬영시 배우들을 Cockpit(조종석)에 앉힐 필요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군 조종사들은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곤 Mask와 Visor를 벗지 않는다.

  특히, Mask를 벗으면 비행 중 발생하는 항공기 소음이 그대로 Mask로 흘러 들어와 같이 탑승한 조종사가 시끄럽기 때문에 Mask를 벗을 일이 있으면 양해를 구하고 벗는다. 그리고 Sun Visor를 벗으면 햇빛의 반사 때문에 눈이 부셔서 적기를 찾기가 더 어려워진다. 때문에 밖이 어두워져서 잘 보이지 않는 한 벗지 않는다.

  여섯 번째, Ejection(비상탈출) 중 Canopy(항공기 유리덮개)와 충돌하는 사고장면은 어떨까? 영화에서는 매버릭과 구즈가 탄 F-14가 조종불능 상태에 진입하면서 비상탈출을 하는 도중 Jettison(이탈)된 Canopy에 구즈가 부딪혀 사망하는 것으로 나와있지만 실제 조종석의 Ejection System은 절대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다.

  일단, Canopy는 뒤로 열리면서 이탈되기 때문에 항공기 뒤로 날라가게 되고, 조종석(Ejection Seat)은 일정 시간 간격으로 순차적으로 사출된다. 영화에서는 설득력을 높이고 싶었는지 매버릭이 사출 전 “Watch the canopy(캐노피를 조심해)"라고 소리친다. 그러나 조종석 사출 중에 방향조절 장치가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조심한단 말인가?

  더군다나 영화 속의 사출장면을 보면 매버릭과 구즈는 거의 동시에 사출되는데 구즈만 Canopy에 부딪힌다는 것도 설득력이 없다. 하지만 사고는 예견할 수 없음을 전제하여 이 정도는 너그러이 넘어가기로 하자.

  영화에서는 매버릭이 주인공이고 멋지게 그려지지만, 실제 공군에서는 매버릭처럼 충동적이고 제멋대로인 조종사는 배척 받을 수 밖에 없다. 자신의 실력만 믿고 임무 편대장의 지시도 따르지 않고, 후방석 조종사의 조언도 듣지 않는 조종사와는 아무도 같이 비행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영화 중에서 아이스맨이 매버릭에게 하는 대사는 마음에 와 닿는다.“비행기술이 문제가 아니라 태도가 문제다”

자료제공: 클릭e공군동영상 편집: 공군본부 이원혁 하사

공군 전투기조종사 강영호 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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