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레루> 감독과 주연배우들의 3人 3色 생생토크

2006-08-11 10:50 맥스무비취재팀 기자

[맥스무비= 맥스무비취재팀 기자]

제59회 칸 영화제 감독주간 초청되어 평단의 찬사를 받은 <유레루>는 32살의 여류 감독 니시카와의 장편으로는 <산딸기>에 이어 두 번째 작품이다. 니시카와 감독은 형과 동생이라는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인연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오다기리 죠는 이 영화에서 소유욕이 강한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동생 디케루 역을 맡았다. 화려한 겉모습과는 달리 갈등하는 인간 내면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해낸다.

누군가와 다투는 것이 싫어 사람들 사이의 화목을 우선시하는 형 미노루는 영화, TV, 연극 모든 장르를 넘나들며 활약 중인 연기파 배우 카가와 테루유키가 연기했다. 친절하고 온화한 그의 이면에 감춰져 있는 깊은 내면의 상처를 섬세한 움직임으로 표현해냄으로써 관객을 압도한다.

<유레루>를 연출한 니시카와 감독과 극중에서 각각 동생과 형으로 분한 오다기리 죠와 카가와 테루유키의 인터뷰를 전한다. 인터뷰라기 보다는 마치 DVD 코멘터리 현장을 보는 듯한 감독과 주연배우의 생생한 토크 현장을 공개한다.(이 글은 일본의 유력 영화잡지 키네마 준보에 실린 인터뷰를 번역해서 실은 내용임을 밝힙니다.)

진행자: 두 배우 캐스팅은 감독님이 오래 전부터 생각했던 것 인가요?

니시카와 미와 감독: 신경이 조금 쓰였던 것이 시나리오 설정보다 카가와씨와 오다기리씨의 나이차가 좀 나는 게 걱정됐었죠. 처음 생각했던 건 나이차가 덜 나는 설정으로 그에 따라 일어나는 형제간에 질투나 비교 같은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두 분을 만난 순간에 그 걱정이 사라졌어요. 현장에서도 그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는 일도 없었고요.

두 사람은 형제라고 하더라도 서로 상반된 설정의 형제였으니 꼭 닮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두 사람은 전혀 다른 타입의 배우라고 느꼈기 때문에 여러 부분에서 부딪치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죠.

연기에 질이나 연기방식이라고 할까, 영화의 주제는 두 사람이니까 어쩌면 위험할 수도 있었지만 두 사람의 충돌이 있어도 좋았습니다. 현장에서 날이 가면 갈수록 두 사람은 정말 감동받을 정도로 형제 같았어요. 물론 영화 속에서는 서로 다투기도 하지만 어느 부분에서는 두 사람의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죠. 그러한 안도감이 있기 때문에 이 이야기를 찍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단지 시나리오를 그대로 필름에 옮기는 작업이 아닌, 새로운 주인공들과 만날 수 있는 날들이었어요. 이번 현장은 정말 즐거웠고 영화를 만든다는 것이 재미있다고 느껴졌죠.

진행자: 첫 작품 <산딸기>때는 못 느꼈나요?

니시카와 미와 감독: 그 때는 여유가 없어서 그냥 열심히 자기가 만든 것에 책임을 진다는 식으로만 생각했었죠. 발견이 있더라도 그것을 즐기질 못했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두 배우 덕분에 즐겁게 지낼 수 있었어요.

오다기리 죠: 전 사람을 이끌어가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어쩌면 흘러가는 대로 따라가는 타입이죠. 특별히 먼저 친해지려고 노력도 안하고. 이번 영화에서 카가와씨와 형제라는 설정이었지만, 말 걸기가 쉽지 않았죠. 제 성격상. 그걸 카가와씨가 느끼셨는지 처음부터 너무 잘 대해주셔서 안심이 됐어요.

카가와 테루유키: 참 좋은 시간이었어요… 감독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우리는 이 분한테서 다시 태어난 형제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감독님이 부모님 같은거죠. 나이차가 난다거나, 연기방식이 다르거나 하는 그런 것도 전부 포함해서 말이죠.

태어나서 처음으로 감독님이 부모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지금까지 남자감독을 부모라고 느껴본 적은 없어요. 이 감독을 위해서 잘해보자 라는 생각을 가진 적은 있었지만, 이 분한테서 태어났다는 느낌을 가진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지금 우리 두 사람은 감독님한테서 태어났다는 것이 충분할 정도지요…

카가와 테루유키: 시나리오를 본 후, 꼭 내 자신과 같다고 느꼈고 이건 역할을 만들어낼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죠. 평상시 나는 이런 사람이니까. 혹시 감독이 현장에서 고민하게 되도 “전부 그걸 넘을 자신이 있으니까 괜찮아요. 나에게 맡기면 되요” 라고 까지 말했었어요. 오다기리씨 하고 이야기할 때도 이 역할은 내 자신이니까, 현장의 배우에게 대하는 식 말고 내 자신으로 대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사람인척 할 필요도 없었고 과도하게 밝은 척 해야 하는 일도 없었죠. 바로 내 자신이었으니까요. 그렇게 생각을 하면 쉽게 들어갈 수 있었어요. 오다기리씨의 출연작이나 출연한 티비 프로를 보면서 이 사람은 나하고 비슷한 부분이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막연히 가지게 됐어요. 감독님은 현장에서 전혀 망설이지 않았고 위풍당당하셨죠.

니시카와 미와 감독: 아니, 제 자신의 불안전성이나 망설임에 두 분이 관용으로 대해주셨어요. 나를 부모라고 하셨지만, 역으로 전 오빠들을 안고 있는듯한, 두 분의 보살핌을 받는듯한 느낌이었어요.

오다기리 죠: 촬영 중에는 비슷한 연령대라는 것 때문에 복잡한 감정들이 많이 생겼어요. 내가 감독이라면, 여기서 니시카와 감독 입장이었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을 하더라도 부럽거나 질투가 느껴지는 것과 동시에 앞으로도 잘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고, 전 아직 부모라고는 못 느꼈고, 형제하고도 다르고, 뭐랄까. 피를 나누진 않았지만 자기 자신 같은 신경 쓰이게 만드는… 다른 감독이면 절대로 못 느꼈던 감정들이 많이 나타났어요.

카가와 테루유키: 금방도 느꼈지만, 뭔가 우리 감독을 가지고 서로 경쟁하는 질투심 같은 게 있었잖아요?

진행자: ‘날 봐죠’ 랄까?

카가와 테루유키: 네, 그런 것. 첫째와 둘째 같은, 엄마한테 “어느 쪽?” 이라고 물어보는 것 같은, 혹은 오다기리씨 말처럼 피를 나누진 않았지만 자신의 분신인 이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느냐 하는 감정이거나. 그런걸 짜내야 하는 영화인 것 같아요. 영화소재가 달랐으면 이런 감정을 못 느꼈을 테지만, 유레루의 색깔로 잘 염색이 된 결과로 우리가 가지게 된 감정인 것 같아요.

카가와 테루유키: 무엇보다 ‘형제’라는 설정을 했다는 것이 놀라워요. 감독님은 쉽게 설정한 거죠?

니시카와 미와 감독: 그렇죠.

카가와 테루유키: 여성감독이 남자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것이 매우 뛰어나다고 생각돼요. 부자관계도 좋지만 이러한 것이 이 나이에 여성감독에서 나왔다는 것에 역사적 의의까지 느껴질 정도로.

카가와 테루유키: 무엇보다 대사 같은 것도 하나도 어색함이 없죠.

니시카와 미와 감독: 그래요?

카가와 테루유키: 쉽게 들어갔는데 뭐. 말투 같은 것도 남자가 쓴 것 같아요.

니시카와 미와 감독: 제 안에 남자가 있나? (웃음)

카가와 테루유키: 이 대사를 이런 순서로 이야기하지 라는 식으로 딱 맞아 떨어진다니까.

니시카와 미와 감독: 시나리오를 다듬다 보면, 신체에 칼을 대고 본래 이어지질 않던 관계를 억지로 연결하게 되니까 처음에 활기차게 흐르던 피 흐름이 끊어져요. 그것을 자기자신이 못 느끼게 되는 경우가 있지요…

카가와 테루유키: 아무튼 좋은 경험이 됐어요.

오다기리 죠: 감독님이 여자를 그리기가 부담스럽다고 하시던데, 제가 시나리오를 읽고 느꼈던 것은 (극중에서 치에코가) 담배냄새를 맡아보는 묘사, 이 부분은 여자밖에 못한다고 느꼈어요. 아마 남자라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거에요. 저였으면 못했을걸요.

니시카와 미와 감독: 아니, 음습한 여자밖에 못 그려요. 카가와씨 말씀처럼 최근엔 여성들이 얼마나 훌륭하고 강하고 우수한가를 그리는 경향이 있지요. 전 제 자신에 대해 그러한 감흥이 없기 때문에 정말로 힘이 없고 힘없는 남자보다도 일도 못하고 어쩔 수 없는 것으로밖에 여자를 보지 못하고 있으니 공감을 느낄 수가 없어요. 그것보다도 단순하게 남자들의 이야기를 많이 봤으니까, 그쪽에 더더욱 관객입장으로써 끌린다는 거죠.

오다기리 죠: 대사의 말투라고 하기보다 그 사람이 왜 상대방이 한말에 이런 식으로 말을 돌리나? 라는 상황이거나 그 심리적인 것이라던지… 그 부분에 뭐라고 말을 하고 싶어지는 시나리오도 가끔씩 있는데, 이번엔 그런 것을 전혀 못 느꼈어요.

카가와 테루유키: 오다기리 죠한테서 이런 말이 나온 걸로 얘기 다 한 것 같은데. 예를 들면 아버지하고 삼촌이라는 등장인물이라든지, 유일하게 나오는 여자를 일찍 죽음으로 퇴장시키며, 그리고 엄마가 전혀 나타나지 않고 남자만 나오는 설정 등은 신선하고 무리가 없어요. 배경도 그렇고. 저는 형제가 없지만 형제의 마음 깊은 곳에 있는 배신감이라던지 제 자신이 생각하고 있었던 것들이 하나도 다른 것이 없었어요. 그대로 말하고 싶은 대사들이 많았어요.

니시카와 미와 감독: “이 대사에 담긴 감독의 의도는 제가 책임치고 전달 할께요” 라고 말해주셨어요.

카가와 테루유키: 네, 그렇게 말했죠. 이런 악의는 (이 감독의)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건지 궁금했어요.물론 타케루의 악의도 그렇고.

니시카와 미와 감독: 긴장감 있는 즐거운 현장이었어요. 1라운드, 2라운드 복싱시합을 보는듯한. 스포츠맨십이 있다고 할까. 너무 좋았고, 떨렸죠.

카가와 테루유키: 오랜만에 배우가 무섭다고 느껴졌어요. 상대배우들이 저를 무서워하는 일은 많았지만, 이번엔 제가 무섭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눈앞에 있었죠. 열심히 안 하면 이 사람한테 죽는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었어요. 무서웠죠. 그리고 그것이 너무 반가웠어요. 지금 이 나이가 돼서 10살도 아래인 배우한테 생명의 위험을 느꼈다는 점이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니시카와 미와 감독: 하지만 뭐야 이사람? 이라고 느꼈죠. 그 때.

카가와 테루유키: 느꼈죠. 그 마지막 면회장면에서 타케루가 의자를 던지는데, 대본에는 그렇게 안 써있었거든요.

니시카와 미와 감독: 그런 건 대본에 안쓰죠. 대본에는 ‘자신이 앉았던 의자를 발로 차고 나간다’ 라고 돼있었죠. 오다기리씨가 저에게 묻더군요. “실제 구치소는 이 판이 유리인가요?” “아뇨, 유리가 아니라 아크릴판이에요.””

카가와 테루유키: 그때 확인한거네요.

니시카와 미와 감독: 뭘 확인 하는 걸까? 궁금했지만.

카가와 테루유키: 갇힌 곰처럼 일어섰더니 바로 휭~하고 던지니까 앗 깨진다! 그러나 그 의자가 아크릴판에 부딪치는 순간, 이게 만약 깨진다면 오늘 촬영은 중단될텐데. 이제 찍는 날이 얼마 안 남았는데 어쩌지? 라고. 다행히 아크릴판이 버텨줬어요. 그때 스탭들 주변에 공기가 바뀐 걸 느꼈다니까.

오다기리 죠: 저는 솔직하게 이 판이 깨지면 어쩌나라는 생각은 못했어요. 거기까지 머리가 돌아가질 못했죠.

카가와 테루유키: 그게 무서웠다니까 나는.

오다기리 죠: 잘 못하면 그 판이 깨져서 의자가 카가와씨한테 날아가는 거니까, 지금 생각하면 좀. 근데 그 장면에서는 의자를 던지는 것 만으로는 참을 수가 없더군요.

카가와 테루유키: 그 직전에 했던 대사를 하기 위해서 <유레루>에 출연 했던 것 같아요. 너무 마음에 드는 대사니까 특별했죠. 그러니까 그 대사를 진심으로 받아줬다는 뜻이라고, 그 열정을.

니시카와 미와 감독: 그렇게 해주셔서 좋았어요.

카가와 테루유키: 온 힘을 다해서 정말 좋았어요. 같은 링에 설 수 있어서.

오다기리 죠: 신뢰관계 같은 것이 있죠. 힘 빼도 된다는 것은 관계가 얇은 거죠. 신뢰가 높아지면 맥락은 상관없이 아무거나 다 하는 게 배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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