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칼럼(5)] 영화평론가 전찬일 - 내가 영화를 사랑하는 방법

2006-08-31 10:06 맥스무비취재팀 기자

[맥스무비= 맥스무비취재팀 기자]

<400번의 구타> <쥴 앤 짐>등으로 유명한, 프랑스 누벨 바그 출신 명장 프랑소와 트뤼포는 “영화를 사랑하는 첫 번째 방법은 같은 영화를 두 번 보는 것이며, 두 번째 방법은 영화평을 쓰는 것이고, 결국 세 번째 방법은 영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을 실천에 옮긴 트뤼포처럼 할 수만 있다면, 영화를 사랑하는 더 이상의 방법은 존재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세상이 하도 편리해지고 간편해져, 결단하고 그 결단을 실행에 옮기려고 노력한다면 뭐, 그처럼 못할 것도 없겠지만 말이다.

트뤼포와는 달리 “영화는 결코 삶보다 더 중요할 수 없다”는 신념을 지니고 있는 나 같은 보통 사람에겐 그러나, 그의 영화사랑이 도저히 도달 불가능한 어떤 경지로 다가서는 게 사실이다. 지금껏 내세울만한 영화평은 단 한편도 쓰지 못했다고 판단되기에 하는 말이다. 앞으로도 그럴 테고. 그런 마당에 간혹 영화 만들기에 대한 욕망을 불태워봤자 과욕이기 십상이다. 심지어 비교적 손쉬울 수 있을, 같은 영화 두 번 보기도 그다지 만만한 작업은 아니다. 한번조차 볼 수 없는 경우가 수두룩하다.관건은 따라서 나만의 영화사랑 방법이다. 그 최우선적 방법은 (수준 여부를 떠나) 영화에 대해 일말의 존경심ㆍ경외감을 갖는 것이다. 사람이든 아니든 어떤 대상을 사랑한다는 건 그 대상을 그 자체로서 인정ㆍ존중한다는 걸 함축할진대 영화 또한 예외가 아닌 탓이다. 그래서일까, 영화에 대해 함부로 말하거나 쓰는 행위에 대해 나는 적지 않은 거부감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어떤 인물, 어떤 현상, 어떤 사물 등에 대해 너무 많이는 고사하고 충분히 알기도 불가능하다. 평론 13년에 영화를 본격적으로 공부한 세월이 25년여, 영화를 보기 시작한 지 삼십 수년에 달하지만, “대체 당신이 영화에 대해 뭘 아느냐?”고 묻는다면 도저히 자신 있게 답하질 못하겠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일체의 책임감이 수반되지 않는 일반관객들이야, 그러려니 치고 넘어가자. 이렇다 할 식견도 전문성도 갖추지 못한 이들이 이런저런 타이틀을 내걸고 마구 말하고 마구 써대지 않는가. 마치 (어떤) 영화에 대해 다 알고, 자신이 최종심급이라도 되는 것 마냥. 그래선 안 되는 거 아닐까. 그렇다고 영화 앞에서 한없이 고개를 숙여야 한다거나 기가 죽어야 한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자기 자신만의 방식으로 영화를 즐기되, 영화에 대해 말하고 쓸 때는 좀 더 겸손하고 신중하며 조심스러워 하자는 것이다. 그런 자세를 지니고, 영화를 보다 온전하고 풍성히 사랑하기 위해 내디뎌야 할 다음 발걸음은 영화를 일종의 ‘매혹(들)’(Attraction/s)로써 수용ㆍ감상ㆍ음미ㆍ분석ㆍ평가하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영화는 시각 매체요 청각 매체며 이야기 매체다. 우리는 영화를 동시에 보고 들으며 읽는다. 그 과정을 통해 우리네 관객은 감각적 재미나 정서적 감흥, 지적 자극 등을 찾고 얻는다. 이렇듯 영화를 구성하는 수많은 매혹들은 영화 도처에 자리하고 있다. 드러나 있든 숨겨져 있든. 시ㆍ청각적이건 내러티브적이건 간에 그 어떤 요소로서든.

현실에서는 그러나 이 간단한 이치가 왕왕 잊혀지곤 한다. 지나치게 정서적ㆍ감각적 층위에 집착하느라 지적 층위를 무시하기 일쑤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다반사로 일어난다. 텍스트로서 영화 읽기, 다시 말해 내러티브 분석에 급급해 보고 듣는 매체로써의 영화 고유의 특성을 간과하곤 한다. 당장, 김지운 감독의 :A:이나 이명세의이 역시 그 역도 성립된다. 오로지 스타일만 중시하며 내러티브 요인을 완전히 무시한다고 할까.

내 요점은 다름 아닌 이것이다. 가능한 겸손한 자세를 지닌 채, 영화의 각 층위에 산재되어 있는 다양한 매혹들을 두루 찾아 맛보고 즐기자는 것! 그것이 내가 제안하고픈 으뜸 영화사랑 방법인 것이다.

전찬일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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