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라디오 스타> 안성기&박중훈 - 여운 길게 남을 우리 영화

2006-09-27 09:04 맥스무비취재팀 기자

[맥스무비= 맥스무비취재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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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에서 누구나 인정하는 명콤비, 어찌 보면 커플이라는 말도 잘 어울릴 만큼 배역에서만큼은 서로가 서로에게 제 짝인 안성기와 박중훈이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이후 7년 만에 이준익 감독의 휴먼드라마 <라디오 스타>에서 만났다. 반짝 스타 최곤과 그 곁을 20년이나 지키면서 자기 앞에서만큼은 전성기 때처럼 최고의 스타로 살도록 돌봐준, 무능하지만 사람 좋은 매니저 박민수. 배역에 몰입해 연기하듯, 혹은 하지 않는 듯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사람 냄새 가득한 따뜻한 이야기를 전달해줄 두 주인공을 만나보았다.

Q. 영화 <라디오 스타>는 어떤 영화인지 설명해주세요.

박: 우선 간단하게 줄거리를 말씀 드리면 제가 맡은 인물이 최곤이고 안 선배님이 맡으신 인물이 박민수입니다. 최곤은 88년도에 아주 잘나가는 최고의 가수였어요. 가수왕도 하고. 그런데 지금은 사생활 관리도, 또 인기관리도 못해서 거의 찾아주는 사람이 없는 몰락한 가수입니다. 박민수는 그런 최곤의 곁을 20년 동안 헌신적으로 지켜온 매니저입니다. 그런데 이 매니저가 사람은 좋지만 무능하고 능력은 떨어져요. 한 때 영화를 누렸던 이 두 사람이 갈 데가 없으니까-영월이 매우 훌륭한 곳입니다만-, 영월로 내려가서 그곳 지역 방송국에서 라디오 DJ를 하며 겪게 되는 휴먼드라마입니다.

Q. 영화에서 역할을 맡으신 인물에 대한 설명을 해주세요.

박: 저는 88년도 가수왕이고 지금은 전혀 인기가 없는 몰락한 가수, 그러나 아직도 본인은 88년도에 생각이 머물러 있는, 아직도 자신이 최고의 가수라고 생각하고 있는 철없는 록가수 최곤을 맡았습니다.

안: 제가 맡은 박민수는 최곤의 매니저에요. 88년에는 잘 나갔을 지도 모르죠. 언더그라운드에서 밴드활동 잘 하고 있는 락가수를 조용필처럼 만들어주겠다면서 대중가요 쪽으로 오게 해서 그 해에 가수왕 자리에까지 올렸거든요.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그냥 계속 내리막길을 걷게 되는, 그렇지만 비즈니스적인 마인드보다는 형과 동생 사이의 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물이에요. 아마 그래서 최곤 입장에서도 실력으로 보면 다른 매니저로 바꿔서 일해야 하는데 서로 정 때문에 능력은 좀 떨어져도 사람이 좋아서 지금까지 떨어지지 않고 있는 거겠죠. 한 마디로 박민수는 사람은 좋지만 능력은 좀 떨어지는, 그런 인물이죠.

Q. 현장에서 바뀐 대사가 있나요?

안: 현장에서 대표적으로 만들어진 대사가 방송국에서 회의하는 장면에서 나왔어요. 저희 둘과 지국장, 강피디, 엔지니어가 다같이 앉아서 회의를 하는데 제가 무슨 얘기를 하면 지국장이 화를 내거든요? 그러면 제가 “아, 왜 화를 내고 그러세요?”라고 하는데, 그 대사는 박중훈 씨가 보통 때 많이 쓰는 말을 그대로 갖다 쓴 거에요. 마지막에 또 회의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 장면에서도 제가 지국장 대신 사람들한테 지시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때도 지국장이 “당신이 지국장이야?”라면서 화를 내거든요. 그 때 “왜 그렇게 민감하세요?” 하는데 그것도 박중훈 씨가 현장에서 낸 아이디어를 바로 반영한 거죠.

박: 사실 저는 현장에서 나오는 대사가 비중이 많았던 작품을 다수 한 편이에요. 그런데 이 영화는 비교적 현장에서 만들어진 대사가 많지 않았어요. 워낙 시나리오 대사가 좋기 때문에 기본적인 중심이 바뀐 건 없었어요. 첨삭이 있었을 뿐이죠. 예를 들어 저 같은 경우는 “형, 담배”, “형, 불” 할 때 원래는 앞에 ‘형’이 안 들어갔거든요? 그런데 형을 집어넣었다던가 뭐 이런 정도의 변죽이 있었어요. 그런데 배우 입장에서 보면-저 같은 경우는- 현장에서 정말 바뀌어서 좋은 것, 이구동성으로 바뀐 것이 좋다, 이런 것이 아니면 바뀌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바뀌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은 그만큼 탄탄한 시나리오여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거에요. 반대의 경우, 즉 현장에서 그 때 그 때 바뀌어야 하는 경우에는 상당히 곤혹스럽습니다.

Q. (박중훈에게) 영화 속에서 로커로 나오시는데 록을 부르기 위해 따로 발성법을 배우셨나요? 또 모델로 삼은 가수가 있는지?

발성법을 따로 배운 것은 아니지만 배우 일을 하다 보면 자연히 대사할 때의 발성법을 익히게 되거든요. 그런 것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는데 노래라는 게 대사하고는 다르잖아요. 그래서 몇 달 동안 따로 노래연습을 했어요. 모델은 수많은 가수들, 저 같은 경우는 전영록 씨가 제가 20대 때 인기가수였거든요. 그런 느낌이 좀 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최곤이라는 역할에 대한 실제 모델은 한두 분 있기는 하지만 말씀 드리기가 죄송한 게, 그분들이 반짝 스타였던 분들이라 결례가 될 것 같아서 그 말씀은 안 드리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Q. (안성기에게) 매니저 역할을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특별하게 준비한 건 없고 시나리오에 그 캐릭터가 잘 설명되어 있어서 덕을 봤죠. 예전에 보면 실제로 비즈니스 마인드는 없지만 정으로, 또 열심히 하겠다는, 몸으로 때우겠다는 그런 분들은 좀 있었거든요. 그런 모델들은 좀 있었죠.

박: 어제 방송 때문에 전영록 씨를 만났는데-그분도 영화를 보셨어요- 팬클럽 간부하고 매니저가 결혼한 커플이 주변에 4커플이나 있대요. 실제로 안성기 씨가 연기한 그런 역할은 주변에 무수히 많아요. 80년대에는 거의 대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죠.

Q. 두 분이 꼽는 <라디오 스타>의 명장면은 어떤 게 있을까요?

박: 꼭 제 장면이 아니어도 되죠? 저는 최정윤 씨의 무수한 반응들, 그 반응연기가 참 명장면이라 생각해요. 영화에서 액션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리액션이거든요. 최정윤 씨가 굉장히 제한되어 있는 본인의 액션과 동선을 가지고 그렇게 다양하고 섬세하게 표현한 것이 높이 사줄 만하고 명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안: 그렇다면 저도 남의 얘기를 안 할 수 없네요. 사실 남의 얘기가 아니죠, 우리 가족 얘긴데. 지국장으로 나온 정규수 씨. 시나리오 상에서 제가 제일 걱정되었던 인물이 지국장이었어요. 좀 죽어 있었던 인물이에요. 재미도 없고 화만 좀 내고…. 그 부분이 걱정이었는데 정규수 씨가 그 인물로 들어와서 서로 긴장감이 생기고 막 간지러워지면서 재미있어졌죠. 그런 정규수 씨의 반응. 그리고 내가 제일 재미있어 하는 게 뭔지 알아요? 바둑돌 던지는 장면. 난 그 장면이 제일 재미있어. (웃음)

Q. 두 분 지금까지 연기하면서 정신적 지주가 된 존재가 있다면 누구인가요?

박: 전 아무래도 제가 자라왔던 가정이죠. 가정과 아버님이 근본적으로 많이 지탱이 되어 주었고, 영화계에 들어와서는 안성기 선배님을 비롯한 성실한 선배 연기자 분들이 큰 힘이 되었죠.

안: 나도 비슷한데? (웃음)

Q. 어떤 스타든 매번 젊은 스타들에게 열광하는 팬들로 인해 인기의 무상함을 느끼게 될 텐데, 그 점에 대해 선배 입장에서 후배들에게 현명한 조언 한마디 하신다면?

안: 저는 길게 보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육상으로 치면 마라톤이 되는 것이죠. 그래서 자신의 정점을 좀 늦게 잡았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빨리 정점에 올라가고 싶어해요. 무척 서두르고. 그런데 올라섰다는 건 뭘까요? 결국 남은 건 내려가는 일밖에 없잖아요. 또 다시 올라가는 건 힘들고. 그러니까 오르막길을 완만하게 해서 정점까지 천천히 자연스럽게 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굉장히 필요한 작전 같아요. 너무 서두르지 말고, 빨리 뭔가를 이루려고 하지 말고, 일 자체를 즐기면서 해나가다 보면 아마 여러 가지 것이 아귀가 잘 들어맞을 것입니다.박: 정점과 전성기라는 말은 인생이 끝나기 전에는 쓸 수 있는 단어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서 우리가 클린트 이스트우드에게 <더티 해리> 때가 전성기였다고 말했고 클린트 이스트우드도 그렇게 믿었다면 <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나오지 않았을 거에요. 그러니까 회고하고 인생을 반추하는 순간에 ‘아, 내 전성기는 저기였구나’ 하는 것이 바람직하죠. 지금 젊은 배우들에게 조언하라고 하셨는데, 저나 안성기 선배님도 상당히 젊다고 생각합니다. 단 어린 배우가 아니라는 거지요. 이게 “우리는 젊다”고 절규하는 게 아니에요. 전 심지어 아직도 약간 어리지 않나, 하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질문에 답할 처지는 아닌 것 같아요. 그런데 안 선배님의 말씀처럼 호흡이 짧고 배우 생활을 하는 목적이 인기인 경우에는 인기가 없어지면 배우 생활 하는 게 상당히 허망해요. 근데 진짜 목표가 좋은 배우이고 인기는 수반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인기에 대해서는 자유스러워질 수가 있어요.

Q. 이번 영화 홍보에 발벗고 나서서 열심히 하시는데, 항상 그러셨나요? 아니면 이번 경우에 특히 더 그런 건가요?

안: 늘 발은 벗는데? (웃음) 둘이 같이 있어서 그래요. 영화도 그렇고, 둘이 같이 해서 생기는 콤비라는, 그런 시너지 효과인 거죠. 둘 다 각자 다른 영화 할 때도 홍보활동 열심히 했거든요. 다만 몇 년 만에 둘이 같이 한다니까 눈에 띄어서 그래요.

박: 심지어 저는 이번에 인터뷰 잡힌 매체 수가 <강적> 때보다 1/3 수준이에요. 그런데 지금 듣고 싶은 답은 영화가 잘 나와서 신나서 홍보 더 하고 있다, 이런 답인 것 같은데…. 그건 아니에요. (웃음) 그런데 배우 입장에서 곤혹스러운 때는 이런 경우예요. 영화를 만들고 나서 내부 시사회 때 보면 분위기를 대충은 알거든요. 그런데 일정 수준이 안 되는 영화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속마음을 숨기고 그걸 세상에 내놔야 하는 때죠. 인터뷰 하기도 싫고 관객들에게 “이 영화는 찍었는데 잘 안 나왔습니다. 보지 마십시오” 이러고 싶은데 그건 또 배우로서 책임이 아니니까 그런 마음을 숨기고 홍보하려면 곤혹스러워요. 이번처럼 관객들이 지지해주면 인터뷰 하면서도 힘이 나는데 그렇지 않을 때는 내심 상당히 곤혹스럽습니다. 그런데 보시는 분들도 배우들이 나와서 영화 홍보할 때 신나서 언론을 대하는 것과 마지 못해서 하는 걸 금방 아시나 봐요.

Q. (박중훈에게) 감독님의 전작 <왕의 남자>가 워낙 크게 성공해서 부담을 느꼈을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어떠셨나요?

저는 부담 없죠. 그건 이준익 감독님이 느끼셨겠죠. 제가 무슨 부담이 있겠어요. 전작이 대히트 한 것도 아닌데. (웃음) 저는 황산벌 이후에 한 3년 동안 관객들에게 신뢰를 받은 히트작이 없었죠. 그러니까 오히려 더 편해요. 왜냐면 사랑을 못 받았으니까.그래서 또 못 받아도 그만이다, 이런 건 아니지만 ‘그것보다는 더 받겠지’ 하는 생각에 오히려 편안했어요. 이준익 감독님은 좀 불편하고 부담이 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홈런 치고 나서 다음 타석에 들어섰을 때, 그 전 홈런을 의식하면 볼을 맞추기 힘들지 않겠어요? 그건 그거고, 지나간 것이고.

Q. (안성기에게) 이준익 감독님과 처음 일한 건데, 어떠셨나요?

정말 좋았고, 이준익 감독의 좋은 점은 전부 좋다는 거야. 그냥, 무조건 오케이라는 거야. 진짜 오케이래요. “아닌데?” 그러면 진짜 좋다는 거예요. 왜냐면 -이준익 감독이 늘 하는 얘긴데- 자기가 배우들과 촬영 팀이 벗어나지 않았으면 하고 쳐놓은 울타리가 있단 말이에요. 그러면 그 울타리 안에서만 벗어나지 않으면 어떻게 하건 다 오케이래요. 다른 방법도 있을 수 있는데 다 좋대요. 어떤 때는 우리(배우들)가 한 번 더 해야 한다고도 하고…. 그렇게 배우 한 명 한 명이 적재적소에 들어가 붙은 것은 감독이 그렇게 ‘놀게끔’ 잘 해줬기 때문 아닌가, 그리고 그건 연출가로서 굉장한 능력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을 하죠.

Q. 추석 개봉이라 <라디오 스타>의 경쟁작들이 많습니다. 티켓박스 앞에서 갈팡질팡할 수 많은 관객들을 위해 <라디오 스타>만의 매력을 꼽아주세요.

안: 일단 한가위니까 행복해야 할 것 같아요. 오래간만에 가족들이 다 모이고, 연휴기간도 길고. 연휴가 열흘 정도 되죠? 그 열흘을 채워줄 여운을 가진 영화는 아마 <라디오 스타> 뿐일 겁니다. 너무 촐랑거리나? (웃음) 그런데 정말 행복해지는 영화, 그리고 카타르시스가 되는 이런 느낌의 영화를 보는 것이 따뜻하고 좋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박: 역시 비슷합니다. 너무 자화자찬 같습니다만, 젊은 신세대 관객들에게는 결코 감각이 뒤지지 않는 우리 감각의 영화가, 또 기성세대에게는 유치하지 않은 우리 영화가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번 추석 때는 만든 사람 각각의 입장에서는 자기 영화를 더 봐줬으면 하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영화들이 많으니까 풍성할 것 같아요. 다만 질이 떨어지는 영화는 보지 마시고, 혹시 보셨다면 주변에 보지 말라고 말씀해주시고요, 괜찮은 영화는 몇 편이라도-‘추석 때 영화 한 편만 봐야지’ 하는 분은 없잖아요-, 좋은 영화 다섯 편이면 다섯 편, 세 개면 세 개 다 보시고요. 그런데 좋은 영화는 관객들이 만든다는 게 맞거든요. 제 영화까지 포함해서 좋지 않은 영화는 관객들이 외면해야 해요. 그래야 영화 만드는 사람들이 정신이 나서 그런 영화를 또 만드는 악순환이 없거든요. 반대로 좋은 영화는 격려해시고요. 이번 추석 때도, 그리고 평소에도 그래 주셨으면 하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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