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호빗: 뜻밖의 여정> 마틴 프리먼 “내가 아니었다면 만들어질 수 없었을 영화”

2012-12-14 15:07 맥스무비취재팀 기자

[맥스무비= 맥스무비취재팀 기자]

<반지의 제왕> 시리즈로 판타지 영화의 역사를 다시 쓴 피터 잭슨 감독의 캐스팅 요청에 고민을 했던 용감한 배우(?)가 있다. 그의 이름은 마틴 프리먼. 피터 잭슨 감독은 해외 드라마를 챙겨보지 않는 사람이라면 낯설게 다가올 수 있는 이 배우를 빌보 배긴스 역에 캐스팅하기 위해 촬영까지 연기했다. 그가 찍고 있는 작품의 촬영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준 것이다. 신인 감독도 아닌 피터 잭슨 같이 지명도 있는 감독이 배우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마틴 프리먼 말고는 빌보 역을 할 적임자가 없었기 때문에 피터 잭슨 감독은 유례없이 촬영을 중지했다. 6주 동안 촬영을 접고 그를 기다렸다. 사람들은 모두 다 반대했지만 피터 잭슨은 마틴 프리먼보다 빌보 역을 더 잘 소화해낼 배우는 없다는 자신의 믿음을 굳히지 않았다. 마틴 프리먼에게 도대체 어떤 매력이 있기에 피터 잭슨 감독은 그의 스케줄까지 고려하면서 <호빗> 시리즈를 만든 것일까. 그 이유가 궁금한 사람들을 위해 준비했다. 마틴 프리먼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한동안 빌보 배긴스 역을 맡을 배우로 언급이 됐었다. 그런 얘길 들었을 때 기분은 어땠나?= 그런 얘기가 돌았던 건 사실이다. 그 소식을 처음 접했을 내 외모가 별나다는 평가를 돌려서 말한 거라 생각하고 소문의 진실여부에 대해 더 이상 알려고 하지 않았다. 사실 호빗과 닮았단 얘기는 외모적으로 결코 칭찬은 아니다.(웃음) 몇 년 전 소호에서 앤디 서키스를 우연히 만난 적이 있었다. 그때 빌보 역을 제안 받았냐고 물어서 그런 적 없다고 했더니 아마도 아니 그들은 꼭 내게 캐스팅을 제안해야만 할 거라고 얘기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내 기억으로 2010년 2월까지 확실히 결정된 건 없었다. 이후 제작진은 빌보 역으로 나 이외에 다른 배우는 고려해본 적이 없다는 얘기와 함께 내게 배역을 제안했다. 심사 숙고 끝에 배역을 맡기로 했고 준비를 시작했다.

- 드라마 <셜록>과 <호빗>의 촬영 일정이 겹쳐 많이 난감해 했던 것으로 안다.= 정말 난감했다. 두 작품 모두 놓치고 싶지 않았다. 막 <셜록>의 첫 번째 시즌을 마치고 난 뒤였고, 그 작품에 참여한다는 게 정말 좋았다. 영국에서 큰 사랑을 받았고 그렇게 큰 호응을 받은 작품에 등을 돌리고 싶지 않았다. 매니저와 장시간 회의 끝에 빌보 역을 포기하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는데 피터 잭슨 감독이 촬영 스케줄을 재조정해 다시 제안을 해줬다. 정말 대단한 일이었다. 누군가가 나를 위해 그렇게까지 하다니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나에게 큰 기회였던 거 같다.

- 빌보 역을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무슨 일을 했나? 촬영에 들어가기 전 원작은 챙겨보았는지 궁금하다.= 원작은 촬영을 준비하는 기간을 이용해 읽었다. 그때가 처음이었다. 사실 뉴질랜드에 도착하기 전까진 캐릭터 준비 작업이 제대로 되지 않은 듯한 기분이었다. 그래서 가장 먼저 호빗의 몸에 익숙해지는 작업을 했다. 머리와 어깨의 움직임은 물론 무언가를 바라볼 때 어떤 자세를 취하는 지 등을 연구했다. 빌보는 이야기의 중심축이기 때문에 빌보 캐릭터에 많은 것들이 영향을 받을 거라고 생각했다. 관객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매력을 강요하기 보다는 친숙하고 진실된 모습을 통해 믿음이 가는 캐릭터라는 인상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 이안 홈의 연기한 빌보를 참고모델로 삼았나?= 다시 챙겨 보긴 했지만 매 촬영마다 참고로 본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그의 어투는 참고를 했다. 비슷한 톤을 유지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호빗 역의 내 연기를 보면서 관객에게 내가 충분히 공부하고 카피해 이안 홈의 연기를 잘 재현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싶진 않았다.

- 골룸을 연기한 앤디 서키스와 한 첫 촬영은 남다른 경험이었을 것 같다. 빌보와 골룸이 서로에게 수수께기를 내는 장면을 찍을 때 기분이 어땠나?= 그 촬영 정말 즐거웠다. 근사한 시작이었다. 혹자는 좀 무난한 장면으로 시작하는 게 좋지 않았겠냐고 말했지만 오히려 그 장면으로 시작해서 난 더 좋았다. 때로는 정면돌파가 문제를 파악하는 데는 더 도움이 된다. 개인적으로 그 장면을 찍으면서 빌보라는 캐릭터를 더 많이 이해하게 됐다. 실제 부딪혀보기 전에는 감이 잘 안 오지 않나. 그렇다고 내가 닥쳐서 벼락치기하듯 준비했다는 건 아니다. 골룸과 함께하는 첫 촬영을 통해 더 확실하게 감을 잡을 수 있었단 뜻이다. 앤디는 배우이면서 동시에 연출도 했기 때문에 더 많은 부분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 골룸의 존재는 상징적이고, 그걸 만들어낸 앤디 서키스의 능력도 대단했다. 그런 배우와 함께 작업할 수 있다는 건 내겐 좋은 기회였다.

- 앤디 서키스가 피터 잭슨 감독은 다양한 옵션으로 여러 번 촬영하며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시도하는 연출자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직접 부딪혀 보니 어땠나?= 그의 말은 사실이다. 하지만 항상 그런 건 아니고, 필요에 따라서다. 몇 번인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그런 방식으로 촬영했다. 10분 정도 분량의 장면을 촬영할 때 사전에 좀 짧게 몇 번 리허설을 해보곤 했다. 그 후엔 분량 전부를 여러 번 촬영했다. 대게 사람들은 이런 촬영방식이 연극 배경이 있는 사람에게 유리할 거라고 생각한다. 대사도 길고 긴 호흡이 필요하니까. 대사가 많긴 했다. 물론 액션도 동반됐고. 하지만 연극과 똑같지는 않았다. 영화 기준으로 봤을 때 대사가 많은 편이었지만 연극 기준으로 봤을 때는 그리 많은 편은 아니었다. 그런 점에선 드라마 스쿨에서 배운 게 도움이 되긴 했다.

- 빌보를 연기하면서 주안점을 둔 부분이 있나? = 매 장면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노력했다. 같은 장면 안에서도 매번 테이크를 갈 때마다 조금씩 변화를 주고자 했다. 단지 다름을 위한 변화라기보다는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데 의미를 두고 노력했다. “이번 테이크 정말 좋았다. 하지만 관객들이 이걸 정말 좋아할까. 이거 보다 더 좋은 건 없을까?” 이런 마음으로 늘 연기했다. 한 번에 갈 수도 있지만 다른 방법들도 존재하니까 다양한 시도는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피터 잭슨 감독도 같은 생각이었고 배우들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격려하며 더 좋은 것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 난쟁이 역을 연기한 배우들과 함께 한 촬영은 어땠나? = 어려움은 분명 있었다. 난쟁이들은 전사라서 전투적이고 거칠다. 그리고 빌보 기준에 따르면 더럽고 무식하기도 하다. 물론 난쟁이 전부가 그런 건 아니다. 난쟁이들 각자 성격과 개성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난쟁이가 부담스러운 건 아니다. 그리고 하나 하나 놓고 봤을 때 난쟁이들은 귀여운 구석이 있기도 하다. 빌보는 난쟁이들의 방문을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큰 덩치의 다소 인상이 험악한 드왈린과 만났을 땐 피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중간계와 세상에 대한 관심이 많기 때문에 관련 책도 많이 읽어 호비튼의 다른 이들보단 많이 알고 있다고 자부했지만 실제로 만나게 될 거라곤 생각 못한 거다. 개인적인 생각일지 모르지만 빌보는 난쟁이들을 처음 만났을 땐 마치 1960년대 인디언을 만난 것 같은 기분이었을 거다.- 액션신 촬영은 어땠나? 분장에다가 3D 카메라를 고려하면 쉽지 않았을 거 같다. 물론 난쟁이들보단 수월했겠지만.= 달리는 장면이 무척 많았는데, 강한 체력이 요구 됐다. 3D 카메라에 관해선 촬영하면서 거의 인지하지 못했다. 영화를 찍으면서 3D 영화를 찍는 다는 인식을 특별하게 하진 않았다. 단지 우린 긴 호흡의 영화를 만든다는 생각은 했다.

- 영화의 주제가 뭐라고 생각하나?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경우 선과 악의 대결이라는 광범위한 주제를 다뤘지만 <호빗>의 경우엔 빌보라는 인물에 대해 집중하고 있는 듯 하다.= <호빗>이 빌보라는 인물에 집중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빌보는 온전히 자신의 결정에 의해 그들의 여정에 참여하게 된다. 그간 안락하고 평온하게 살았던 빌보의 삶의 환경을 고려해봤을 때 오버한 것인지도 모르지만 그가 내린 결정이었다. 사실 모든 것들을 자신의 통제하에 둔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결과만 있는 것도 아니라는 것 우린 모두 알고 있다. 빌보는 이 여정이 몸도 고되고 힘들 거란 걸 알지만 그 과정을 통해 배운 것이 자신의 삶을 풍성하게 할 걸 알았기에 기꺼이 동참한 거다. 먹을 것도 마실 것도 입을 것도 아니고 그에겐 지도나 책들이 소중한 물건이었다. 하지만 결코 어디에도 떠나진 않았었다. 그래서 간달프가 그를 여정으로 끌어드린 거다. 집 밖, 저 세상으로. 관객들은 빌보의 여정을 보면서 신나는 모험과 따뜻한 교훈이 함께하는 즐거운 경험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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