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하이힐> 장진 감독 “초고는 여자가 되고 싶은 유부남 얘기였다”

2014-06-18 20:46 맥스무비취재팀 기자

[맥스무비= 맥스무비취재팀 기자]

장진 감독, 차승원 주연의 퀴어 느와르 <하이힐>이 내일인 6월 19일(목) 확장판을 전국 4개관(롯데시네마 건대입구, 노원, 홍대입구, 합정, 부산본점)에서 개봉한다. 4일(수) 오리지널 버전 개봉 후 2주차 극과 극의 리뷰가 뒤엉켜 쏟아지는 가운데 <하이힐(디렉터스컷)>을 공개하는 건 장진 감독의 어떤 결심이다.

장진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쓴 <하이힐>은 장르적으로 매우 독특한 지점에 있다. 강력반 형사와 조폭의 대결이라는 익히 봐온 ‘조폭 액션’을 퀴어로 해석했다. 겉으로는 거친 누아르를 표방하나, 감성적으로는 멜로드라마에 가깝다. 이질적인 장르들이 빚어내는 낯선 ‘결’은 여자가 되고 싶은 마초 형사 지욱(차승원)의 절박한 처지와 절묘하게 연결된다.

영화의 형식, 이야기의 흐름, 심지어 액션마저도 지욱의 마음과 긴밀하게 이어져 있다. 그렇기에 그에게 얼마나 이입이 됐느냐에 따라 <하이힐>이란 영화는 전혀 다른 풍경으로 보인다. 분명한 건 그 풍경이 지금껏 다른 영화에선 본 적 없는 독보적인 무언가라는 사실이다.

(tvN) 이후 첫 작품으로 <하이힐>을 선택한 이유는?< SNL >은 어릴 적부터 정말 재밌게 봤고 또 해보고 싶은 프로그램이었다. 시대를 예능 안에서, 그것도 ‘라이브’로 요리할 기회는 흔치 않다. 하지만, 작가와 연출을 총괄하다보니 2년 가까이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영화를 하려면 나오는 수밖에. 여러 구상들 중에서도 <하이힐>은 오히려 상업적인 궤도 안에서 시작된 영화다. 강력계 형사고, 마초인데 그 안에 여자가 있어서 힘들어하는 남자 얘기다. 주위에서 들으면 “에? 그 사람이?” 할 만한 상황. 더 마초적으로 보인 다음에 반대 지점으로 가기 위해 누아르 장르를 가미하게 됐다. 충분히 상업적으로 풀어볼 만한 소재였다.하드보일드 액션으로 보이지만, 들여다보면 퀴어 코드가 강하다. 상업영화로는 쉽지 않은 선택인데?원체 터부시되던 소재이긴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별로 파격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주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친구들이 있고, 그 친구들에 대해 나는 한 번도 내가 사는 세상의 열외라고 느낀 적이 없거든.

지욱이 여자가 되는 과정이 상세하게 그리는데, 취재는 어떻게 했나?치밀하게 자료 조사하는 타입은 아니다. 시나리오는 잘 모르면서 쓰는 거더라. 그래야 습관적인 익숙함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정서적인 이해는 당연히 있지. 거기에 상상을 보태서 만들어갔다. 근데 잘 모르면서 자꾸 쓰니까, 진정성에 접근하는 게 녹록치는 않다. 수박 겉핥기 같아서 짜증도 나고. <하이힐>의 트랜스젠더 클럽이나 ‘야메 시술소’는 존재하거나 했던 공간이다. 실제 공간들과 상당히 흡사하게 그렸다.

처음 시나리오 보고 차승원의 반응은 어땠나?제일 먼저 떠오른 배우가 차승원이어서 초고를 보여줬다. 근데 초고는 내가 너무도 이해할 만큼 차승원이 ‘노(No)’ 할 상황이었다. 초고에서 지욱은 유부남이었거든.

유부남?!아내와 딸이 있는 유부남이었다. 차승원이 자긴 도저히 모르겠다고 그러더라. 아무리 여자가 되고 싶어도 어떻게 처자식을 버리고 그렇게 가? 그건 아닌 거 같다고. 가끔 내 스타일로 코미디를 찍을 땐 배우들이 이게 재밌냐고 의문을 표해도 찍고 보여줄게, 한 번 해 봅시다. 그러고 갈 때가 있지만, <하이힐>은 원톱 주인공의 믿음이 절대적인 영화다. 무턱대고 쫓아오라고 그냥 갈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나도 고민해보니 차승원 말에 공감이 갔다.

유부남이란 설정이 외려 주제의식을 더 뾰족하게 드러낼 수도 있었을 듯한데?초고 때도 이미 지욱은 여자가 되기로 선택한 상태다. 고민하는 게 아니라 이미 난 결정했어, 갈게. 지욱 와이프가 그런다. 너 힘들고 고통 받는 거 알겠는데, 이번 세상 이렇게 그냥 살면 안 되니? 그 말을 듣고도 안 돌아서는 놈은 관객이 안아주고 싶지 않을 거 같았다. 그의 고민과 고통을 관객이 지지해주지 않겠구나. 오락적으로 봐도, 여자 관객한테 유부남이 매력이 좀 떨어지기도 하고.(웃음)

초고대로 갔다면 완전히 다른 영화가 됐겠다.초고에선 엔딩에 몇 년이 흐르고 지욱이 여자가 돼서 돌아온다. 자기 딸이 길을 건너려고 하는데, 차가 오니까 딱 잡으면서 조심하라고 하곤 유유히 사라진다. 그녀가 선글라스를 딱 벗으면 지욱이구나, 싶은 느낌이지.

“리허설한다고 나오는 연기가 아니었다. 그런데 차승원이 ‘신기(神技)’ 받듯이 해내더라. 액스터시의 감정까지 갔다.” 차승원이라는 잘 알려진 배우가 여장을 한다는 게 자칫 코믹하게 보일 수도 있다. 수위 조절은 어떻게 했나?영화 안에서 처음으로 보여주는 지욱의 여성적인 모습들은 차승원도 처음 해보는 거다. 우스꽝스럽고 어색한 게 당연하다. 거기서부터 많이 편해질 수 있었다. 웃어도 됩니다, 일부러 풀어주는 거지. 만약 지욱이 여성성에 완벽히 익숙해있는 상태로 영화가 시작됐다면 관객들이 적응을 더 못하지 않았을까?

액션 장면들은 캐릭터부터 도구까지 매우 친숙한 소재를 신선하게 풀어낸 반면, 지욱이 여성성을 펼치는 장면들은 엘리베이터 신을 제외하면 조금 비일상적으로만 느껴지기도 했다.지욱의 여성성을 형사로서의 일상 속에 풀어낸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아쉽게도 편집했다. 윤손하, 오지호가 부부로 나오는데, 아내(윤손하)가 자살해서 지욱이 진상을 파헤치게 된다. 근데 결정적인 단서를 잡는 계기가 바로 그 여성스러움과 긴밀한 연관이 있다. 확장판에는 안길강 액션신과 같이 추가돼 있다.

진지한 와중에 코믹한 대사들을 끼어 넣은 건 ‘장진 영화’라는 일종의 인장일까?꼭 그런 건 아닌데, 요즘 들어 관객들이 코미디 외의 장르에서 웃는 걸 좋아하지 않나? 코미디 장르가 웃기긴 더 힘들다. 절대적인 치열함으로 치닫는 순간 살짝만 웃음을 가미해도 균형이 더 맞기도 한다.

반대로 학창시절 회상신은 다른 장면들과 다르게 톤이 굉장히 화사하다.소년시절에 대한 동의가 얻어져야만 관객이 지욱을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플래시백이 굉장히 중요했다. 짧은 호흡이어서 더 과장된 톤을 시도할 수 있었다. VIP 시사회 때 아역 배우들이 왔는데, 그날 최고의 스타였다. 청소년 관람불가여서 정작 아역 배우들은 영화를 못 봤지만.

하드보일드한 액션부터 진한 멜로까지 차승원이란 배우를 재발견하게 만드는 영화다. 감독으로서 가장 가슴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나?우리는 총, 폭탄 이런 게 아니라. 다 몸 쓰는 액션이잖아. 현장 편집만으로 됐다 싶을 만큼 합이 딱 떨어지는 순간은 진짜 희열이 느껴졌다. 드라마적으로는 지욱과 장미(이솜)의 키스신. 바로 플래시백으로 넘어가는 정말 중요한 장면인데, 리허설한다고 나오는 연기가 아니었다. 그런데 차승원이 ‘신기(神技)’ 받듯이 해내더라. 액스터시의 감정까지 갔다. <박수칠 때 떠나라>(2005)부터 봤는데, 언어도 좋고, 감정 처리도 좋고 다 잘하는 배우가 됐잖아. 무슨 장르든 작품 안에 있을 때는 캐릭터에 빠져서 무지 공격적이야. 무지 열심히 한다. 매번 촬영 끝내고 둘이서 힘들어서 다신 안 한다고 했다가 다음 작품 할 때 되면 대본 딱 보면 차승원이 생각날 만큼.

<하이힐> 제작사 이름이 ‘장차’라고 돼있어서, 차승원과 꾸린 회산줄 알았다.다들 그러더라.(웃음) 아내 성이 차씨여서. 아내랑 만든 회사다.<하이힐> 공개 후 인상적이었던 반응이 있다면?영화를 보고 난 다음에는 여성들의 반응이 더 좋다. 남자들 반응 중엔 재밌는 게, 다들 첫 마디가 똑같다. “여자들이 너무 힘들어하지 않을까?” 남자들 기억에는 잔인한 장면만 남는 거다. 여자들은 오히려 그런 장면은 아휴, 하면서 흘려버리고 지욱한테 공감을 하는데. 남녀가 서로 시그니처 비주얼이 다르다. 잔인한 장면들은 내가 봐도 좀 세긴 했다. 편집실 작은 모니터로 볼 때는 그 정도가 아니었는데, 대형 화면에서 보니까 조금 불편하더라고. 액션을 좀 더 해봤으면 조절했을 텐데.

9월에 열리는 인천 아시안게임 개폐막 연출을 맡았다고?지금 차기작도 편집 중이다. 김성균, 조진웅이 주연한 <우리는 형제입니다>라는 로드무비인데, 보육원에서 헤어진 형제가 30년 만에 방송 프로그램으로 만나는 거다. 근데 형은 한인교회 목사고, 동생은 신 받아서 무당이 돼있다. 그 둘이 방송에서 만나는 날 엄마가 행방불명 돼서 찾으러 다니는 거야. 형제들 빼곤 거의 다 단역인데 <하이힐>에 오정세 오른팔로 나오는 조복래가 진짜 잘한다. 서울예전 과, 동아리, 대학로 연극판 직속 후배다. 이것도 올해 안에는 개봉할 텐데, 아시안게임과 겹치면 정말 살인적인 스케줄이 된다. 내년까지 영화가 꽉 차있다.

사진 권혁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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