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 최동훈 감독 ① 멋이 살아있는 감독

2015-07-27 17:13 맥스무비취재팀 기자

[맥스무비= 맥스무비취재팀 기자]

최동훈 감독을 만난 건 <암살>이 개봉한 지난 22일이다. 개봉 소감을 묻자 그는 이제 “이놈의 자식이 나가서 어떻게 사나”를 볼 시간이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암살>은 그의 다섯 번째 자식이다. 11년 전 첫 자식인 <범죄의 재구성>(2004)이 개봉했을 때는 영화관 앞 중국집에서 소주를 마시며 내려다봤지만, 이제는 하루 종일 인터뷰를 해야 한다. 세월은 흘렀고 그 사이에 <도둑들>(2012)로 ‘천만 감독’이라는 타이틀도 얻었지만, 최동훈 감독은 변한 건 없다고 말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영화가 좋고 영화 생각 뿐인, “멋이 살아있는 영화”를 찍고 싶고, 멋이 살아있는 감독이다.

※ 최동훈 감독의 솔직한 문답 속에 스포일러가 다량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 <암살>을 보고 읽으면 감흥이 두 배로 깊어집니다.

개봉일이다. “나 뭐하지 이제?”라는 생각이 든다. 감정을 4분의1로 나누면 즐겁고, 불안하고, 허탈하고. 나머지 하나는 “혼자 남았구나, 외롭다” 이런 감정이다.

영화가 개봉하는 날 ‘혼자 남았다’는 생각이 든다니, 과연 영화감독의 삶은 뭘까? 영화감독은 존재하지 않는 걸 계속 꿈꾸면서 사니까, 남들이 보기에는 미친놈이다. 생활과 전혀 관련 없는 걸 계속 고민하며 살기 때문에 사실 결혼도 못할 줄 알았다. 이걸 이해할 줄 아는 여자를 만나는 건 매우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부모도, 친구도 모른다.

시나리오를 쓴다는 건 사실 겉으로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테니까. 그걸 이해하는 사람을 만나는 건 역시 쉽지 않았을 텐데 제작자인 아내를 만났다. 개인적으로 아내(안수현 케이퍼필름 대표)와 제작자와 감독으로 살아가는 건 굉장히 재미있다. 힘든 걸 같이 겪으니까. 통닭 튀기는 아내와 배달 나가는 남편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시나리오를 쓴다는 건 환희에 찬 비참함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데뷔 전에는 꿈은 꾸는데 이룬 건 아무 것도 없고. 이룰 수 있을 거라는 보장도 없었다. 속에서는 불꽃이 터지지만 밖에서 보면 초라하고.

경제적인 문제가 당연히 따라왔을 텐데. 완전히 최저 생활비로 사는 거다. 정말 상상도 할 수 없게 가난했다. 그런데 영화가 너무 좋아서 영화밖에 할 게 없었다. 영화 보고, 영화에 대해 생각하고, 시나리오 쓰고. 그게 전부였다. 그렇게 2년 반 정도 살고 <범죄의 재구성>이 나왔다. 나는 그래도 긍정적인 사람이다. ‘뭐라도 되긴 되겠지, 굶어 죽겠어?’라고 생각했다. 영화 아카데미에 들어갔을 때도 좋았고, 영화감독이 됐을 때는 믿어지지 않게 좋았다. 신인상을 탔을 때는 사실 상에는 관심이 없고 상금에 관심이 있었지만.(웃음)지금은 그때와 어떻게 다른가. 본질적으로는 그때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다. 영화를 좀 더 찍었고, 좀 더 유명해졌지만 영화감독으로 산다는 건 그냥 하염없이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시나리오가 나오지 않으면 아무 것도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렇게 자기 확신과 자기 의심 사이를 하루에도 몇 번씩 오간다. 예전에는 학생 같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지금은 흰 머리가 나서 그런 말을 듣지 않는다. 흰머리가 난다는 건 머리가 용량 초과가 됐다는 말이다. 근데 그걸 즐겨야 된다. 어쨌든, 희망이 있는 상태에서 하는 거니까.

<암살>이라는 이야기의 씨앗이 어디서 왔는지 궁금하다. 1930년대는 문학의 황금기였다. 근데 다 세태 소설들이다. 그때는 당연히 항일 투쟁하는 소설을 쓸 수 없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10년 전 쯤 일제강점기 시대의 모던한 일상을 보여주는 책들이 많이 출간이 됐는데, 지금은 쓸 수 있는데 왜 항일 투쟁에 대한 흥미로운 소설이나 영화들은 안 나오는 걸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그렇다면 내가 영화로 찍어야겠다. <타짜> 후에 시도했는데 어려웠다. 어떤 시선으로 접근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미뤄뒀다. <도둑들>이 끝나고 나서는 이제 더 묵혀두다가는 못할 것 같았다. 지금 하자. 시간이 얼마나 걸릴 줄은 알 수 없었다. 자료 조사보다는 상상력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여줄까를 끊임없이 고민했다. 그러면서 인물 셋이 떠올랐고, 이야기가 풀리기 시작했다.

<암살>의 소재를 보고, 최동훈이라는 감독은 이 소재로 단순히 애국심에 호소하는 이야기를 만들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애국심에 호소를 한다 해도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알 수 없는 문제다. <암살>의 전략은 최대한 인물을 보여주자는 것이었다. 그 사람들의 삶을 추측하고, 그들의 인생으로 장르 영화를 만든다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내가 기존에 했던 것 보다는 좀 더 ‘사람’이 보여지기를 원했다. 장르 영화이기는 하지만, 이건 삶과 죽음 그리고 명예와 그 명예를 버리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니까. 무엇보다 멋이 살아있는 영화를 찍고 싶었다.

세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영화를 조금 좁혀서 본다면, 캐스팅의 이유가 더욱 궁금해진다. 인물이 먼저 만들어지는 경우가 있고, 배우를 생각하며 인물을 쓰는 경우도 있을 텐데. 인물이 먼저 만들어졌다. 염석진은 화장실에 가서 은밀하게 사람을 만나는 장면이 먼저 떠올랐다. 안옥윤은 흰 옷에 피를 묻힌 채 긴 총을 들고 걸어가는 모습. 하와이 피스톨은 카페에서 차를 마시면서 오늘은 누굴 죽일까 둘러보는 모습. 시나리오를 쓰는 나조차도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를 때 그런 장면이나, 영감의 “조선이 지도에서 사라진 지가 언젠데 아직도 조선 타령이야”같은 대사가 먼저 만들어졌다. 그리고 배우가 떠오르는 것이다.

떠오른 그 배우가 캐스팅 된 것인가. 내 머릿속에 대안은 없었다. 배우들이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면 그 말은 곧 시나리오가 좋지 않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시나리오부터 다시 고민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다들 찍기 어렵겠지만 찍고 나면 재미있을 거라고 말하며 흔쾌히 수락해줬다.

글 윤이나(영화 칼럼니스트) | 사진 김소연 ▶ <암살> 최동훈 감독 ② “영화에서는 배우가 중요하다”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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