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엑스파일: 나는 믿고 싶다> 포기하는 순간 희망은 사라진다

2008-08-05 19:44 맥스무비취재팀 기자

[맥스무비= 맥스무비취재팀 기자]

<엑스파일: 나는 믿고 싶다>의 주제는 부제인 'I Want To Believe'에 드러나 있다. 크리스 카터 감독은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삶은 계속되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직접 보지 않으면 그 충격을 느낄 수 없는 영화, 보여지는 것만이 진실이 아님을 이보다 더 간절하게 말할 수 있을까?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차곡차곡 쌓이는 에피소드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각 인물들의 사연에 공감하게 된다.

이 영화를 보면서, 드라마 <엑스파일>의 창시자 크리스 카터가 새 모습을 보였는지, 아니면 예전의 모습을 고수했는지 따지는 것은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다. 그보다는 <엑스파일: 나는 믿고 싶다>를 하나의 독립된 작품을 놓고 봤을 때 얼마나 재미가 있고 훌륭한지가 중요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엑스파일: 나는 믿고 싶다>는 성공한 드라마를 영화화한 작품으로서 자신의 본분을 다한다. 소재 자체가 지닌 분위기가 만들어내는 두려움은 관객에게 금방이라도 전염될 듯하다.

<엑스파일: 나는 믿고 싶다>는 연쇄실종사건의 배후를 찾아가는 스릴러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범인들의 정체는 그다지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는다. 그보다 영화가 더 관심을 보이고 있는 건 각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신념이다. 신념은 어떻게 사용되느냐에 따라서 선이 될 수도 있고 악이 될 수도 있다. 멀더와 스컬리 그리고 그 범인들의 선택은 옳았는가. 신념과 집착은 어떻게 구별되어야 하는가. 멀더와 스컬리가 신념대로 행동하고 움직였다면 범인들은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희생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신념이 지나치면 얼마나 무서워질 수 있는지 영화는 이들을 통해 말없이 보여준다.

크리스 카터의 재능을 엿볼 수 있는 심상치 않은 장면들을 이 영화에선 여러 번 만날 수 있다. 상반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멀더와 스컬리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크리스 카터 감독은 시종일관 적절한 균형감각을 보여준다. 드라마 종영 후 6년 만에 호흡을 맞추게 된 두 주연배우의 연기도 합격 점을 받을 만 하다. 데이빗 듀코비니는 멀더라는 인물에 진한 페이소스를 담아내고, 스컬리를 연기한 질리언 앤더슨은 나이를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매력적이다.

<엑스파일: 나는 믿고 싶다>는 궁극적으로 믿음과 희망에 대한 영화다. 어떤 상황이 닥쳐와도 포기해서는 안 된다. 멀더와 스컬리는 이 사건을 게기로 자신들의 인생에 있어서 진정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엑스파일: 나는 믿고 싶다>가 힘을 빼고 전해주는 이야기는 우리 마음 속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믿음에 대한 불씨를 서서히 지핀다.

실패는 인간의 영혼을 불안하고 고통스럽게 한다. 극중에서 스컬리가 처한 상황이 그렇다.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병원의 한 아이를 구하고 싶다는 스컬리의 믿음은 반복되는 실패 앞에서 이미 흔들린 지 오래다. 나약해진 그녀의 마음에 포기 대신 용기를 심어준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서른 여섯 명의 아이를 성추행한 전과를 가지고 있는 신부다. 처음엔 신부의 능력을 믿지 않고 의심했던 스컬리도 그에게 연민인지 모를 감정을 갖게 된다.

믿음처럼 깨지기 쉬운 것은 없다. 겉만 놓고 봤을 때 한없이 단단해 보이지만 약간의 충격에 부서지는 것이 믿음이다. 영화 중반 스컬리는 멀더에게 자신의 삶에 드리워진 어둠의 그림자를 지우고 싶다고 말한다. 자신 앞에 놓인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녀는 도와달라는 멀더의 부탁을 들어주지 못한다. 세상과 담을 쌓고 지낸 멀더를 찾아 도와달라고 먼저 부탁한 건 스컬리지만, 현재 그녀는 자신 앞에 벌어지고 있는 일들조차 감당하기 버거운 상태다. 스컬리의 극중 상황처럼 현실이라는 벽 앞에서 우리들은 모두 여리고 약한 존재다. 그렇지만 절망과 고통은 딱 견딜 수 있을 만큼만 주어지기에 포기하지 않고 서로를 의지하면서 살아간다.

희망은 누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믿음의 힘만으로 살아가기 힘든 현실에서 그래도 희망을 가지라는 주문은 자칫 공허하게 들릴 수도 있다. 정부의 음모나 외계인에 대한 이야기가 일체 등장하지 않는 <엑스파일: 나는 믿고 싶다>는 그런 면 때문에 팬들에게 드라마랑 가장 다르면서도 가장 닮은꼴의 영화로 비쳐질 가능성이 크다. (엔딩 크레딧 장면을 끝까지 볼 것, 멀더와 스컬리의 색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김규한 기자 asura78@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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