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윤가은 감독 | 우리,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

2016-06-02 14:52 디지털콘텐츠팀 기자

[맥스무비= 디지털콘텐츠팀 기자]

“어떻게 생각하세요?” 윤가은 감독은 질문을 받으면 역질문을 자주 던졌다. 형식적인 인터뷰, 그럴 듯한 답변보다는 ‘눈앞의 사람과 대화’를 즐기는 듯했다. <우리들> 역시 사람 사이의 그 어려운 ‘관계 맺기’에 대해 감독의 말버릇처럼 답 대신 질문을 내놓으며, 관객과 대화를 시도하는 영화다. 타인에게 말 걸기, 궁금증과 질문에서 우정도 사랑도 영화도 비롯된다.

유년기 친구 관계에 대한 영화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초등학교 6학년 때 단짝 친구와 갑자기 멀어진 뒤 ‘잔혹한 1년’을 보냈다. 그때 일의 원인은 아직도 풀리지 않은 숙제다. <우리들>은 그런 사적인 경험과 닿아 있는 영화다. 소녀 시절의 강렬한 ‘우정과 사랑과 전쟁’을 첫 장편 영화로 풀고 싶었다. 어른이 된 지금도 인간 관계는 내게 어려운 미스터리다. 초등학교 4학년 ‘우리들’뿐 아니라, 모든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친구들 사이에서 소외 받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아역 배우들의 실제 감정을 두고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그 부분이 제일 걱정거리였다. 어린이 배우들과 작업할 때 윤리적인 부분을 특히 고민한다. 날것의 감정을 드러내는 연기를 하다가 그로 인해 상처를 받으면 절대 안 된다는 원칙이 있다. 아이들이 ‘연기하고 있다’는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고 이해하게끔 하자는 게 목표였다.

뭉치거나 소외되는 아이들의 관계 묘사에서 계급성이 부각된다.요즘은 어린이 사이에서도 계급적 ‘구별짓기’가 전면에 부각된다. 학원에서 초등학생을 가르칠 때 아이들 스스로가 자신의 계급을 뼈저리게 느끼고 또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는 걸 봤다. 너는 무슨 아파트에 살고, 너는 다세대주택에 살고 하는 류의 구분이었다. 잘 사는 동네의 아이들일수록 더 나누더라. 초등학교 3학년이, ‘누구는 타워팰리스가 아니라 아크로팰리스에 산대. 거기는 뭐가 없대’ 하며 구분하더라. 계급에 따라 친구가 나뉘고 공유하는 경험도 갈라진다. 계급이 아이의 개성과 취향을 완전히 다르게 만들어버리고 그걸 통해 따돌림도 생기더라. 선이의 소외에 계급 문제가 중요한 원인일 수도 있겠다고 짐작했다.

일종의 열린 결말이다. 선이와 지아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이전에 한 번도 믿지 않았던, 다시 처음부터 시작할 수 있는 가능성을 믿고 싶다. 꼭 베스트 프렌드가 아니어도 말이다. 누군가와 무너진 관계는 다시 회복될 수 없을 거라고 여기지 않나. 하지만 그런 관계도 ‘한 단계’ 더 올라갈 수 있다고, 누군가 한 스텝만 더 밟아주면 어떻게 될 지 모른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언제부터 영화를 만들고 싶었나? 학부는 사학과를 졸업했다.중학교 때부터 영화를 찍고 싶었다. 영화잡지 <키노>를 열심히 읽었는데, 영화를 하려면 인문학을 공부해야 한다고 해서 인문대에 진학했다.(웃음) 정말 좋아하는 이정향 감독이 학교 연극회 출신인 걸 알고 덜컥 가입해 배우, 무대 미술 등을 맡았다. 졸업 무렵부터 2년 넘게 대학로 연극 <아트>의 조연출로 일하면서 권해효, 조희봉, 이대연, 정보석, 오달수, 이성민 선배 등을 만났다.

연극을 계속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어떻게 영화를 하게 됐나?연극도 재밌지만 한 번 하고 나면 날아가는 게 아쉬웠다. 그만두고 학원 강사도 하고, 미술도 하며 방황하다 2009년 미디액트에서 부지영 감독에게 영화를 처음 배웠고 이듬해 그곳에서 만든 포트폴리오를 제출해 한예종 전문사 과정에 입학했다.

한예종 재학 시절 이창동 감독이 교수였다. <우리들>도 이 감독이 시나리오 개발 단계부터 참여했다. 이창동 감독은 어떤 선생님인가?인생을 통틀어 ‘인생의 스승님’이다. 물론 어렵고 무섭다. 야단치는 스타일이 전혀 아니지만, ‘꿰뚫어 보는’ 시선을 가졌다. 말수도 적은 편인데(웃음) 정확한 말을 정확한 상대에게 맞춰서 한다. 수업도 명강의다. ‘이야기’에 대해 아리스토텔레스의 원형부터, 그 역사와 구조를 체계적이고 학문적으로 충실하게 가르쳐 준다. 신성한 느낌이다. 선생님 수업을 들으러 갈 때 학생들끼리는 “예배드리러 간다, 은혜 받고 오자”라고 한다.(웃음)시나리오 개발 단계에서 이창동 감독에게 어떤 조언을 들었나?한 번은 단편 시나리오를 써 갔을 때 “너는 이 이야기를 믿니?”라고 나지막하게 한마디 하더라. 이후 엎고 다시 쓴 게 <콩나물>이다. 내가 믿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본질적인 깨달음을 얻었다. <우리들>도 트리트먼트 때는 지금과 달리 스릴러 성격이 짙었다가 선생님의 이거, 진짜니? 진짜라고 생각하니?”란 물음을 오래 붙잡고 있다 방향을 바꾸었다. 아이들과 함께 작업하고 감정을 다룰 때도 나 자신이 ‘진짜’여야겠다라는 가르침을 받았다.

어떤 감독들을 좋아하며, 누구에게 영향을 받았나?많은 감독에게 늘 영향을 받는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나 같은 사람도 영화를 만들 수 있겠구나’란 용기를 줬다. ‘나에게는 영화의 재능이 없다’고 낙담하던 무렵에 <아무도 모른다>(2005)를 봤다. 그렇게 훌륭한 영화를 만들 순 없겠지만, 왠지 ‘나 같은 사람도 영화를 만들어도 된다’고 응원하는 듯한 느낌을 ‘나 혼자’ 받았다.(웃음) 그의 영화를 보면, 영화를 만들고 싶어진다. 이창동 감독, 정지우 감독, 이정향 감독, 다르덴 형제, 스필버그, 조지 밀러, 안드레아 아놀드……. 정말 많다. 참, 지난해 베를린국제영화제 때는 <보이후드>(2014)를 연출한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과 닿을 듯한 거리에서 봤다. 인생의 순간이었다.(웃음)

결국 영화로 뭘 하고 싶나?행복해지고 싶다. 창작의 모든 과정에서 살아 있고, 기쁨을 느끼고 싶다. ‘금방 사라지는 작품이 아니라 10년 뒤에 봐도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누군가의 마음속에 들어갈 수 있는 작품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가 요즘 최대 고민이다.

본인에게 그런 영화가 있나?지금 떠오르는 건 (1982), 그리고 오즈 야스지로의 <안녕하세요>(1959)다. <안녕하세요>는 새해마다 꼭 본다. 컬러 영화인데 역시나 가족 이야기다. 볼 때마다 웃기고, 재미있다. 쉽고 단순하지만 깊이 있는 작품이다.

글 박보미 | 사진 정상화

※<맥스무비 매거진> 6월호에서 <우리들>의 더 자세한 이야기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디지털콘텐츠팀 기자 / maxmedia@maxmovie.com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 maxpress@maxmovie.com
<저작권자(c) 맥스무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0
0/ 500
      사업자등록번호 211-88-91225 l 통신판매업 신고번호 제2016-서울강남-02630호 l 대표이사 정이은
      ㈜아시아트리뷴 l 06054 서울특별시 강남구 언주로 732, 세종빌딩 3층
      인터넷신문등록번호 서울 아 02730 | 등록일자 2013년 7월 11일 | 제호 맥스무비 닷컴 | 발행인 : 정이은ㅣ편집인 : 이은지

      Copyright ⓒ Asiatribune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