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풍이 지나가고> 아베 히로시 | 어른이란 직업

2016-07-27 16:45 디지털콘텐츠팀 기자

[맥스무비= 디지털콘텐츠팀 기자] 어른만큼 어려운 직업이 있을까. 조금은 늦되게 어른이란 직업에 적응해가는 아들의 자리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에서 아베 히로시의 몫으로 자주 돌아온다. <태풍이 지나가고>에서 연기한 료타처럼 실제로도 어른이란 직업에 나날이 익숙해져 가는 아베 히로시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걸어도 걸어도>(2008)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2011)에 이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영화는 세 번째입니다. 그와의 작업은 어떤가요?

고레에다 감독님과는 TV 드라마를 포함하면 4번째 작업입니다. 고향집에 돌아간 것 같은 안도감을 느끼면서 촬영에 참여했습니다. 감독님에게 처음에 제안을 받았을 때 정말로 기뻤습니다. 감독님은 작품 그 자체와 등장 인물에 깊은 애정을 갖고 영화를 만듭니다. 배우의 연기를 매우 정확하게 파악하면서, 연기하기 쉬운 방향으로 이끌어주십니다. 서로 신뢰 관계가 확실하게 쌓여, 그 분위기가 작품의 매력으로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힘을 잔뜩 넣고 단번에 질주해야 할 것 같은 파워가 필요한 현장에서도 감독님은 힘을 빼고 솔직하게, 무리를 하지 않는 연기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듭니다.

 

<태풍이 지나가고><걸어도 걸어도>의 속편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처음 각본을 받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걸어도 걸어도>의 자매편이라고 고레에다 감독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처음에는 탐정 역할이라고 듣고 두근두근했습니다. 설마 이렇게 구제불능인 남자를 연기하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웃음) 하지만 진정한 어른이 되지 못하고 어머니에게 의지하는 남자를 연기하는 건 즐거웠습니다. 남자라면 어느 부분엔가 료타와 비슷할 겁니다. 저 자신도 ‘우리 엄마는 나를 이해할 거야’ 하는, 어리광스런 면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연립단지에서의 (어머니와 함께 등장하는)촬영은 제가 고향집에 갔을 때 느끼는 감각을 떠올리면서 연기했습니다.

 

<걸어도 걸어도>의 료타와 <태풍이 지나가고>의 료타는 어떤 면에서 비슷하고, 또 어떤 면에서 다른 인물인가요?

두 료타 모두 ‘가족’이라는 것에 대한 고레에다 감독의 생각이 짙게 투영된 캐릭터입니다. 두 료타 모두 구제불능인 면은 닮아있지만, 이번의 료타가 더 답이 없는 남자이지요. 또 <걸어도 걸어도> 때에는, 아버지와 관계가 중심이었고 이번에는 어머니와 관계가 중심이 돼 가족이 그려집니다. 두 료타 모두 ‘감독님의 마음을 내 등에 얹어 연기 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영광스럽고 보람찬 일이지요.

 

<태풍이 지나가고>의 료타는 관객들, 특히 여성 관객들이 보기에 저런 남자와 결혼하면 고생할 게 뻔해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듭니다. 본인이 이해한 료타는 어떤 사람인가요?

어릴 때 동네에 낮부터 술을 마시고 취해서 툭하면 싸움을 벌이는 아저씨가 있었는데, 그 아저씨를 참고로 했습니다. 어린 마음에 ‘이 사람 구제불능이구나’ 싶어서 한심함을 느끼면서도, 그 아저씨가 어린이에게는 아주 상냥하고 왠지 애교도 있었던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 있습니다. 료타 역시 구제불능인 면이 있지만 한편으론 속(근본)에 지닌 ‘인간으로서의 사랑스러움’이 표현될 수 있도록 연기하려 했습니다.

그런 료타는 본인과 어떤 면에서 비슷하며, 또 어떤 면에서 다른가요?

‘남자니까 허세를 부리고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부분은 아플 정도로 잘 이해됐습니다. 저도 순풍에 돛을 단 배처럼 배우 일을 해 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허우적거리고 고통스러워한 적도 있었습니다. 료타만큼은 아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 기분은 이해가 된다’고 생각하면서 연기했습니다. 그래서 료타가 아슬아슬한 상태에서 노력하는 모습을 연기하면서 공감할 수 있었고, 즐겁기도 했습니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어딘지 허술하고 코믹한 면모를 지닌 남성을 연기했습니다. 실제 본인의 성격이 반영된 캐릭터들입니까?

캐릭터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감독님이나 각본가이니, 제 성격이 반영되었는지 저는 잘 모릅니다. 다만 인물보다 실제의 제가 조금은 더 철이 든 것 같습니다만.(웃음) 하지만 그런 배역들은 정말로 어디에든 있는 보통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약하고 모자란 면은 누구든 가지고 있고 가장 인간다운 부분이기도 한데, 다른 사람이 보면 코믹스럽게 보이기도 하죠.

 

대중적으로 친숙한 동시에,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를 통해 예술영화에도 어울리는 배우라는 이미지를 가지게 됐습니다. 본인이 추구하는 배우의 상은 무엇인가요?

예술성이 높은 영화이건 오락영화이건, 어떤 것이든지 하고 싶다는 마음은 변함없습니다. 하지만 ‘아는 사람만 알아주면 된다’는 식의 작품보다는 많은 관객들이 공감하는 작품을 중시합니다. 작품 속에서 맡는 책임이 커진 뒤로, 그 점을 강하게 의식하게 됐습니다. 본 사람이 행복한 기분을 느낀다거나 용기를 얻는다거나 일상에 힘이 된다거나 하는, 긍정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을 많이 만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론 그 나이가 되지 않으면 표현할 수 없는 배역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이를 먹는 일도 불안하거나 공포스럽다기보다는, 그 나름대로 아주 즐겁게 기대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일, 어려운 일, 좀 더 힘든 일을 선택하고 싶습니다. 스스로에게 무르지 않게, 집중력이 결여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도 결코 편하게 일을 하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깊이가 있는 배우로 살아갈 수 있도록 숨지 않고 도전하면서 나아가고 싶습니다.

 

영화는 되고 싶은 어른이 되었나’ ‘원하던 삶을 살고 있나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똑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어떻게 답하시겠습니까?

되고 싶은 어른이 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배우의 일을 할 수 있어서 매우 행복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많은 실패와 좌절을 맛보았습니다. 벽에 부딪쳤을 때 ‘기분을 바꿀 수 있는 힘’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인 것 같습니다.

 

 

※7월 25일(월) 발행된 <맥스무비 매거진> 8월호에서 더 자세한 <태풍이 지나가고> 기사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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