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김성훈 감독 | "거두절미하고 5분 만에 터널을 무너뜨리기로 했다"

2016-08-11 00:00 디지털콘텐츠팀 기자

[맥스무비= 디지털콘텐츠팀 기자] 김성훈 감독의 <끝까지 간다>(2014)는 제목 그대로 에두르지 않는 재미와 쾌감을 동시에 선사했다. 그의 차기작 <터널>은 그 재미를 다르게 운용한 영화다. “진심을 재미있게 전달하고 싶다”는 그의 마음이 오롯이 담긴.

20160811_psy_p_1000002

“<터널>을 찍기 전, <마션>이 개봉했다. 이런 농담을 했다. 할리우드에서는 한 명을 구하러 화성을 가는데 우리는 땅으로 기어들어간다고.”
소재원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끝까지 간다>는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귀향>(2006) 속 에피소드에서 씨앗 같은 영감을 받았다. 반면, <터널>은 아예 원작 소설에서 시작했다.

원작과 몇 할이 비슷하고 몇 할이 다른지는 수학적으로 구분할 수 없지만, 상당 부분이 영화적으로 재창조됐다. 또 다른 장르로 요리하면서 많이 새로워지지 않았나 싶다. 터널에 갇힌 게 정수 혼자가 아니라는 점은 원작에 나오지 않고, 결말도 다르다.

전체적인 이야기가 단순하기 때문에 과정의 생생함을 보여주는 것이 관건이었을 것 같다.일반적인 재난영화는 비슷한 형식을 취하지만 <터널>은 다르다.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면서 차별화하려 했던 부분은 거두절미하고 영화 시작하자마자 5분 만에 터널을 무너뜨리면서 이야기를 이끌자는 거였다.

그 후, 터널에 갇힌 남자의 생존기가 펼쳐지는 거다. 긴장과 유머가 섞여 있어 웃기면서도 슬픈 드라마가 큰 축이다. 그리고 다른 한 축으로 외부에서 그를 지켜보며 기다리거나 구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발 딛고 살고 있는 세상을 그렸다.

영화의 대부분은 밀폐된 터널이 배경이다. 어둡고 갇힌 공간에서의 사투를 촬영한다는 것이 쉽진 않았을 것 같다.영화의 60~70% 정도는 정수(하정우)가 터널 안에 갇힌 모습이 그려진다. 최소한의 공간과 최소한의 불빛으로만 버텨야 하기 때문에 사실적인 묘사가 가장 중요했다. 그런데 그렇게 찍으면 초반에 협소하고 어두운 공간이 극 중 인물에게 두려움을 주는 장치로는 유리하게 작용한다.

문제는 그 두려움이 객석에도 이전돼 관객이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이 단점을 극복하는 것이 숙제였다. 초반에는 주변이 인물을 옥죄고 있다는 느낌으로 찍고, 인물이 공간에 적응하면서부터는 주변의 공간이 안 느껴지게끔 동선, 미술 그리고 조명을 설정했다.

<터널>
<터널>
“보통 재난영화에서 가장 상투적인 인물이 ‘구하는 사람’이다. 그런 전형성은 배우 오달수를 통해서 많이 극복했다.”
언론사들이 드론으로 터널 안을 촬영하려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실제로 언론사에서 사용하는지는 모르겠다. 혹시 그러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넣었다. 특종 거리에 취재 차량이나 사생팬들이 따라 붙는 모습을 은유한 거다.

예고편과 캐스팅만으로는 <더 테러 라이브>(2013)가 떠올랐다.일단 <더 테러 라이브>를 좋아한다. 당시 반향을 일으킨 작품 아닌가. 그러나 <터널>을 만들면서 최소한 나는 그런 의심을 단 한번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하정우는 처음에 ‘협소한 공간에 갇힌다’는 소재만 들었을 때, <더 테러 라이브>와 유사한 건 아닌지 걱정했다고 하더라.

그러다가 시나리오를 열 장 정도 읽으면서 완전히 궤를 달리하는 영화라는 걸 느끼고 출연을 결정했다고 한다. 배우 입장에서는 충분히 걱정할 수 있지만 쓰는 사람 입장에서는 전혀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마션>(2015)과도 비슷한 지점이 있다.<터널>을 찍기 전, <마션>이 개봉했다. 이런 농담을 했다. 할리우드에서는 한 명을 구하러 화성을 가는데 우리는 땅으로 기어들어간다고. 그런데 ‘구해야 한다’는 대명제는 같지만 말하려고 하는 메시지나 정서는 분명 다르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안 되는 재난 매뉴얼, 광고를 노리는 통신사, 과도한 취재 경쟁을 벌이는 언론사, 피해액만 추산하고 있는 건설업자 등 터널 밖의 현실 묘사가 직접적이다.영화에서 불편한 현실을 목도한다는 것이 기쁜 일만은 아닐 것 같다. 사실 그 모든 것들이 우리 사회의 전면은 아니지만 단면은 맞지 않나.

그러나 <터널>은 비판적인 다큐멘터리도, 조롱도 아니다. 그걸 영화로 가져왔을 때 해학적 요소와 풍자적 요소로 유머러스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희망하며 찍었다.

그 속에서 김대경(오달수)이라는 인물은 그래도 희망을 놓지 않는다. 그의 캐릭터를 어떻게 구축했나?보통 재난영화에서 보면 가장 상투적으로 묘사되기 쉬운 사람이 구하는 사람이다. 일단 그 정의로운 구조자의 전형을 피하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하려는 의지가 발동되면서 앞서 우려한 상투성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았다.

<터널>은 갇힌 사람이 중심인 영화라, 구조자의 일면만 보여주게 되니까 더욱 그 흐름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런 전형성은 김대경 역의 배우 오달수를 통해서 많이 극복했다. 약간 어설퍼 보이나 상당히 정의로운 부분들이 배우 오달수 안에서 충돌하면서 새로운 인물로 창조됐다.

글 박소연 | 사진 김소연

디지털콘텐츠팀 기자 / maxmedia@maxmovie.com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 maxpress@maxmovie.com
<저작권자(c) 맥스무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0
0/ 500
      사업자등록번호 211-88-91225 l 통신판매업 신고번호 제2016-서울강남-02630호 l 대표이사 정이은
      ㈜맥스무비 l 06099 서울시 강남구 선릉로 125길 8, 301호(논현동, 유진빌딩)
      인터넷신문등록번호 서울 아 02730 | 등록일자 2013년 7월 11일 | 제호 맥스무비 닷컴 | 발행인 : 정이은ㅣ편집인 : 이은지

      Copyright ⓒ Asiatribune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