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잭슨의 좀비 | 기괴한 상상력의 제왕

2016-08-17 00:00 디지털콘텐츠팀 기자

[맥스무비= 디지털콘텐츠팀 기자] 피터 잭슨의 상상력은 기괴하고도 엽기적이다. 그를 거장의 반열에 올린 영화 <킹콩> <반지의 제왕> 시리즈도 피터 잭슨표 고어한 좀비 캐릭터의 자장 아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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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 인간의 최후>
<고무 인간의 최후>

<고무 인간의 최후>(1987)피터 잭슨 감독의 첫 장편영화 <고무 인간의 최후>는 원래 10분짜리 단편으로 시작했다. 잭슨이 4년 동안 매 주말마다 떠오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만든 이 영화는 식인 외계인이 일용할 양식을 위해 지구로 내려와 마을 사람들을 죽인다는 설정부터 범상치 않다.

반쯤 갈라진 사람 머리를 아이스크림 먹듯 퍼먹고, 목을 잡아 빼서 몸과 완전히 분리시키거나 뒷머리를 뚜껑처럼 열고 닫아 뇌를 넣고 빼는 피터 잭슨의 인간들을 보고 있노라면 멀쩡한 속이 울렁거릴 정도. 기상천외하고 황당무계한 징그러움은 식인 외계인 캐릭터에서 폭발한다.

피터 잭슨이 집에서 라텍스로 만든 외계인의 분장부터 과한 뽕이 들어간 어깨와 엉덩이가 충격을 선사한다. 모든 시각적 효과들이 조악한 와중에 마지막에 외계인을 죽이는 장면에서 그의 고어력이 폭발한다.

<미트 더 피블스>
<미트 더 피블스>

<미트 더 피블스>(1989)아동 인형극 배우들이 귀여운 인형의 탈만 썼을 뿐이지 에이즈, 약물 중독, 도박, 섹스를 일삼는다. <미트 더 피블스>에서는 <고무 인간의 최후>같은 징그러운 크리처가 등장하지 않는다. 피터 잭슨이 직접 만든 온갖 종류의 동물 인형들뿐이다. 그러나 이들은 대책 없이 잔인하고, 말도 안 되게 지저분하다.

화장실이든 무대 위에서든 연둣빛 토사물을 쏟아내거나, 하이디의 광기 어린 총질에 피가 솟구치는 장면은 B급 호러 영화 감독다운 피터 잭슨만의 인장이다. 말하자면, 고어의 진수를 단지 인형으로 보여준 것뿐. 생명 없는 인형들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B급 스플래터 요소를 덧입히자 다른 의미로 좀비 같은 분위기가 됐다.

더욱 중요한 건, 이 영화가 여러 영화제에서 성공적으로 상영이 되면서 그토록 그가 원했던 좀비 영화를 만들 예산을 마련했다는 사실이다. 그 좀비 영화가 바로 <데드 얼라이브>다.

<데드 얼라이브>
<데드 얼라이브>

<데드 얼라이브>(1992)<데드 얼라이브>는 피터 잭슨이 <고무 인간의 최후> 속 식인 외계인을 본격적으로 좀비로 등장시킨 영화다. 영화에는 해부학 못지않은 모든 내장의 향연이 펼쳐진다. 상상을 초월하는 사지절단도 모자라 오장육부까지 눈으로 확인시켜 준다.

좀비끼리 키스할 때조차 상대의 살을 먹어 치우고, 잔디 깎기로 좀비 무리를 갈아버려 피바다로 만드는 장면들이 기발함과 코믹함, 징그러움을 제대로 버무려 쉴 새 없이 등장한다. 영화의 마지막, 라이놀의 엄마가 기형적이고 육중한 몸으로 등장하는 장면은 흡사 괴생명체의 탄생 같다.

그런데 영화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라이놀이 엄마 뱃속으로 들어가는, 그야말로 입맛 뚝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며 정점에 오른다. 한 남자의 성장 이야기를 이렇게까지 고어적으로 그릴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피터 잭슨의 키치한 연출은 그를 스플래터 영화의 대가의 반열에 올리기에 충분했다.

<킹콩>
<킹콩>

<킹콩>(2005)피터 잭슨 감독이 1933년에 제작된 <킹콩>의 광적인 팬이라는 건 유명한 사실이다. <데드 얼라이브>에서 좀비 원숭이를 훔쳐온 섬 이름도 <킹콩>의 해골섬을 따왔다. <고무 인간의 최후> 속 한 외계인의 유난히 강조된 콧구멍이 킹콩의 콧구멍과 유사한 것도 우연은 아니다.

피터 잭슨은 할리우드 상업영화인 <킹콩>에서도 자신의 색을 잃지 않는다. 침팬지 ‘콩’이 살고 있는 해골섬에는 그의 인장이 뚜렷하다. 해골섬의 기괴하고 소름 끼치는 원주민들, 섬 곳곳에 서식하는 식인 공룡과 이빨 달린 촉수 괴물들 같은 괴생명체에는 피터 잭슨 감독의 B급 좀비 정서가 녹아 있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
<반지의 제왕> 시리즈

<반지의 제왕> <호빗> 시리즈원래 J. R. R. 톨킨의 원작 소설 속 골룸과 달리 피터 잭슨의 영화 속 골룸의 코는 해골 모양이었다. 그러나 제작진들이 비호감스러운 좀비 같은 외형이라며 반대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골룸의 모습이 됐다. 그러고 보니, 피터 잭슨의 골룸은 원래 호빗족이긴 하지만, <데드 얼라이브>의 아기 좀비와 닮은 구석도 보인다.

물론, 미쳐 날뛰며 사람들에게 달려드는 피칠갑 좀비와는 거리가 멀지만, 고블린을 잡아먹는 모습에서는 좀비의 습성이 배어난다. 피터 잭슨의 DNA가 어디 갔겠나 싶다.

글 박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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