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 김우빈의 기분 좋은 떨림

2017-01-04 17:03 차지수 기자

[맥스무비= 차지수 기자] <친구2>(2013)에선 거칠었고, <기술자들>(2014)에선 스마트했으며, <스물>(2014)에선 원 없이 웃겼다. <마스터>의 박장군은 그 모든 것이 혼합된, 김우빈 매력의 총체다. 거기에 성실함까지 하나 더 얹는다면 ‘사람 김우빈’을 발견하게 된다.

김우빈은 <마스터>에서 타고난 컴퓨터 프로그램 전문가 박 장군을 연기한다. 진 회장(이병헌)과 재명(강동원) 사이를 오가는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이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김우빈은 <마스터>에서 타고난 컴퓨터 프로그램 전문가 박 장군을 연기한다. 진 회장(이병헌)과 재명(강동원) 사이를 오가는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이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마스터>의 세 남자 중 박장군(김우빈)이 가장 입체적이고 개성 있어서 그런지 가장 돋보였다. 한편으로는 <기술자들>(2014)의 지혁이 떠오르기도 했다. 작품을 선택하는 순간에는 계산하지 않는다. 전작과 비슷하다고 피하거나 ‘이제는 이런 거 한번 해줘야지’라는 계산 같은 거. 그저 작품만 보려고 한다. 작품이 재밌고, 거기에 공감할 수 있고, 캐릭터가 궁금하다면 뛰어드는 편이다. <마스터>는 이 세 가지가 다 잘 맞았다. 게다가 이병헌, 강동원 선배들이 한다고 하니 안할 이유가 없었지.

<마스터>의 시나리오를 읽고 영화와 박장군 캐릭터에 대한 첫인상이 어땠나?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재명(강동원)에게 감정 이입돼서 통쾌했다. 대리만족을 느꼈다고 해야 할까. 그래도 가장 욕심이 났던 건 박장군 캐릭터였다. 제일 분량이 많고 만나는 인물도 많아서 부담은 됐지만, 그가 궁금했다. 읽으면서도 ‘이 친구는 무슨 생각이지? 어느 편이지?’라고 계속 물음표를 던지면서 봤거든.

뺀질거리면서도 속을 알 수 없는 박장군이 <마스터>의 재미를 배가시켰다. 캐릭터를 설정할 때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무엇인가?박장군은 많은 인물을 만나는데 마주하는 상대에 따라 호흡, 행동, 억양, 눈빛 등에 차이를 둬야 한다고 생각했다. 각 사람들과 가진 사연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엔 티가 안 난다 해도 일단 내가 캐릭터에 접근하는 데는 도움이 됐다. 그리고 어떤 장면에서는 일부러 애매하게 연기하기도 했다. 관객이 박 장군을 보고 자꾸 헷갈리기를 바랐다.

평소엔 촬영 들어가기 전에 캐릭터의 전사에 대한 백문백답을 쓰곤 했다. 이번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내가 혹시 잘못된 틀을 만들어놓으면 현장 가서 큰일이 날 수도 있겠더라. 드라마의 경우 다행히 지금까지는 작가님들의 의도와 내 분석이 잘 맞아서 좋은 방향으로 흘러갔지만, 이제는 상황에 따라 맞춰가야 할 것 같다. 이번엔 선배들이 어떤 연기를 할지 모르니 경우의 수를 두고 열린 마음으로 현장에 갔다.

<마스터> 촬영현장에서 조의석 감독(가운데)과 의견을 나누고 있는 김우빈. 김우빈은 이병헌, 강동원 등 대선배들과 작업이 배움의 기회가 됐다고 하지만, 김우빈만큼 든든한 후배를 둔 것 또한 두 선배의 복이었을 것이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마스터> 촬영현장에서 조의석 감독(가운데)과 의견을 나누고 있는 김우빈. 김우빈은 이병헌, 강동원 등 대선배들과 작업이 배움의 기회가 됐다고 하지만, 김우빈만큼 든든한 후배를 둔 것 또한 두 선배의 복이었을 것이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이병헌과 강동원은 현장에서 어떻게 다르던가? 관찰을 많이 했을 것 같다.비슷한 점은 두 분 모두 밝다는 거다. 스태프나 다른 배우들이 편하게 연기할 수 있는 현장을 만들어 준다. 후배 입장이라 그 배려를 더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열정도 엄청나다. 컷 소리만 나면 바로 모니터로 뛰어오고, 감독님이 오케이해도 한번 더 가자고 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병헌 선배는 쉴 때조차 진 회장 같았다는 거. 촬영 대기 중 그냥 앉아있는 모습에서도 진 회장이 보였다. 강동원 선배는 편안한 모습으로 있다가 카메라 앞에 서는 순간 딱 재명이 되더라.

이병헌과 강동원이 “김우빈 예의바르다”는 칭찬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한다.뭔가 잘못됐고, 과장됐다.(웃음) 그냥 후배이고, 같은 팀이니까 잘 되라고 더 포장해주시는 거다. 그저 인사 잘 하고 기본만 하려고 했는데 좋게 말씀해줘서 더 감사하고 죄송하기도 하다. 워낙 경력 차이가 많이 나는 선배들이다 보니, 편하게 하라고 해도 어려워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내 입장에서는 선배들이 연기하는데 폐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특히 강동원과 코드가 잘 통했나 보다. 필리핀에서 많이 친해졌다고 들었다.한 달 정도 필리핀에 있었는데 하루 종일 같이 있었다. 비도 많이 오고, 현장 상황도 계속 바뀌니까 대기 시간이 길었거든. 할 게 없으니까 주로 같이 운동을 하면서 밥값 내기를 하곤 했다. 나는 솔직히 운동은 내가 더 잘 할 줄 알았는데, 강동원 선배가 모든 종목에서 뛰어났다. 수영, 농구, 테니스, 족구, 포켓볼까지 다 잘한다. 화가 날 정도였다.(웃음)

조의석 감독과 작업은 어땠나?처음에는 “알아서 잘 할 거잖아”라고 하셔서 부담이 있었는데, 딱 중심이 있는 분이라 뭔가 아닌 것 같으면 잡아주셨다. 일단 기본적으로 배우를 존중했기 때문에 나도 편한 마음으로 연기할 수 있었다. 선배들 역시 내가 애드리브를 하더라도, 물론 미리 상의는 하지만, 나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잘 받아줬다.

모델 시절의 가난함과 배고픔에도 배우로 크겠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건 “돈 못 벌어도 좋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열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모델 시절의 가난함과 배고픔에도 배우로 크겠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건 “돈 못 벌어도 좋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열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박장군은 돈을 억, 조 단위로 가지고 논다. 돈에 대한 개인적인 철학이 있나?박장군은 아마 그 돈이 얼마나 큰지 몰랐을 것이다. “소박하게 500억”이라고 표현할 정도면 그게 얼마나 큰돈인지 와 닿지 않는다는 거다. 개인적으로는 돈에 대해 잘 모르겠다. 나한텐 500만 원도 엄청 큰돈이다.

모델 시절에 비하면 지금은 활짝 피었지. 그때는 하루 세 끼 먹는 게 꿈이라고 했다.(웃음)그렇다. 그때는 정산이 되면 친구와 분식집에서 메뉴 세 개를 시켰다. 두 개 시키는 것도 빠듯했거든. 삼각김밥만 먹은 적도 있었고 휴대폰이 끊긴 적도 있었다. 사우나를 전전하다가 겨우 반 지하 방을 얻었을 때는 너무 신났지. 경제적으로 진짜 심각했다. 그래도 주변에 도와주는 사람이 많았다. 아침에 일어나면 늘 친구와 전화번호를 뒤지면서 오늘 우리에게 첫 끼니를 사줄 사람을 찾곤 했다.(웃음)

일을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나?부모님까지 가난했던 건 아니었지만 혼자 힘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에 크게 손 벌리지 않았다. 그런데 일을 하고 나서도 입금이 안 되고, 일과 관련된 전화를 받아야 하는데 휴대폰이 끊겼다. 그때 가장 스스로에게 많이 물었던 게 ‘너 정말 이걸 계속 해야겠어?’였다. 그랬더니 돈 안 받아도 좋다는 마음이 들더라. 힘든 것보다 일할 때의 즐거움이 더 컸던 것 같다.

일에 대한 열정이 대단해서 그런지 제작진의 요구에 대한 피드백이 굉장히 빠르다고 들었다.하고 싶은 일이고, 그걸 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노력도 안 하고 열심히 했다고 거짓말하기 싫었다. 나 스스로에게. 물론 진 회장처럼 자신을 속여가면서 살 수도 있겠지만, 김우빈이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내가 제일 잘 알지 않겠나. 스스로는 못 속인다는 거다. 내가 정말 100의 노력을 했는지 돌아본다면, 그런 적 없는 것 같다. 그래서 항상 100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인트 컨트롤을 위해 일기를 쓴다고 했는데, 요새도 쓰고 있나?매일은 못 쓴다. 아, 진짜 추천하고 싶은 어플이 있다. 120자씩 자기 생각을 쓸 수 있는 무료 어플이 있는데 비밀번호도 걸 수 있다. (휴대폰을 보여주며) 가장 자주 쓰는 어플 폴더에 넣어서 2, 3일에 한 번은 꼭 쓴다. 그날 하루 감사했던 것 세 가지에 대해 쓰는 거다. 이걸 쓰면 기분이 좋아진다. 꼭 한번 써보길 추천한다.

주로 무엇이 감사하다고 쓰나?주로 일이나 건강에 대한 얘기들이 많다. 예를 들어 진짜 쓸 게 없으면 밥 세 끼를 다 먹은 것 혹은 감사함을 느낄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쓴다. 평소에 내가 감사하다는 말을 자주 하는 편인 줄 알았는데 지난해 출연한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KBS2)에서 시한부 연기를 하면서 생명에 대한 부분을 놓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이 시간에도 건강을 위해 싸우는 분들이 얼마나 많나. 건강하다는 건 큰 복이다.

점차 긴장보다 즐거움에 물들어가고 있다는 김우빈은 언제나 기분 좋은 떨림을 가지고 연기하고 싶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점차 긴장보다 즐거움에 물들어가고 있다는 김우빈은 언제나 기분 좋은 떨림을 가지고 연기하고 싶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2016년엔 드라마 한 편, 영화 한 편씩 하면서 알차게 보낸 것 같다. 새해 계획은 따로 세웠나?늘 거창하게 짓진 않는다. 건강, 일, 즐거움 이 정도다. 기대를 많이 하면 실망도 커지기 때문이다. 2016년에는 1년 내내 촬영했다. 2015년 겨울부터 두 작품 연달아 하면서도 특별히 아프지 않고 즐겁게 임한 것 같다. 특히 드라마는 체력적으로 힘들었는데도 좋았다. 처음으로 맡은 드라마 주인공이기도 했고, 극을 이끌어간다는 생각에 책임감도 느꼈다. 다 같이 화이팅하자고 외치면서 나 역시 힘을 얻었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안주하고 싶지 않다는 말도 자주 했는데, 계획을 잘 실행해나가고 있는 것 같다.작품을 하는 건 굉장히 운명 같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같은 시기에 하나의 작품을 위해 한 공간에서 고민하는 건 운명이 아니고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 아닐까. 처음엔 즐거움보다 긴장이 더 컸는데 점점 익숙해지면서 이제 편해지는 것 같다. 편한 마음으로 해야 준비한 걸 더 잘 할 수 있는 것 같고. 늘 이런 기분 좋은 떨림을 갖고 촬영장에 가고 싶다.

<내부자들>, <베테랑> 등 사회고발성 영화가 요새 많이 나오고 있다. <마스터>도 그런 흐름의 일부라면 관객들이 이 작품을 보고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일단 <마스터>가 기획된 건 3년 전이니 시국이 이렇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마스터>를 보면 일단 뭔가 떠오르긴 할 것 같다. 현실과 비슷한 장면들이 있으니까. 정의로운 재명 캐릭터 같은 인물이 실제 있었으면 하는 마음도 든다. 악을 처단하는 해피엔딩은 우리 모두가 꿈꾸는 일 아닐까. 가슴 아픈 시기인 만큼 <마스터>가 조금의 즐거움이라도 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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