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그 ‘님’ 찾기(44) 이수경 | 티가 나잖아

2017-06-17 13:30 정유미 기자
<용순>에서 이수경은 비 온 뒤 무지개 같은 다채로운 용순의 감정을 자신만의 팔레트를 통해 스크린에 가득 채워낸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용순>에서 이수경은 비 온 뒤 무지개 같은 다채로운 용순의 감정을 자신만의 팔레트를 통해 스크린에 가득 채워낸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맥스무비= 정유미 기자] <용순>은 열여덟 여름, 첫사랑에 빠진 용순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다. 싱그러운 초록의 여름이 화면에 가득하고 시냇물처럼 흐르는 음악이 귓가를 스치는 매력적인 여름 영화다. 풋과일의 향처럼 설렘의 정서로 충만하지만 익어가는 계절의 뜨거움 또한 그에 못지 않은 작품이기도 하다. 생기 넘치는 십대 소년소녀들의 뜀박질과 싸움박질이 소나기처럼 쏟아져 내리고 혀를 내두를 만큼 거침없는 캐릭터가 와글와글하기도 하다.

신준 감독의 장편 데뷔작 <용순>에서 주인공 용순을 연기한 이수경은 영화의 90% 이상의 분량에 출연하며 극을 이끌어간다. 문자 그대로 타이틀 롤이다. 다양한 단편과 장편, 드라마에서 얼굴을 비쳐온 배우 이수경이 그 쉽지 않은 용순 역할을 맡았다.

어린 시절 떠나버린 엄마에 대한 미움과 그리움, 새엄마를 데리고 나타난 아빠에 대한 실망과 분노, 늘 곁에 있는 친구들에 대한 고마움과 애틋함 그리고 여름날 소나기처럼 나타난 첫사랑에 대한 복잡함까지. 이수경은 비 온 뒤 무지개 같은 다채로운 용순의 감정을 자신만의 팔레트를 통해 스크린에 가득 채워낸다.

<차이나타운>에서 쏭을 연기한 이수경은 분량은 많지 않았지만 화면에 등장할 때마다 보는 이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었다. 사진 CGV아트하우스
<차이나타운>에서 쏭을 연기한 이수경은 분량은 많지 않았지만 화면에 등장할 때마다 보는 이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었다. 사진 CGV아트하우스

<차이나타운>(2015)의 빨간 머리 소녀 쏭을 연기한 이수경은 어둡고 거친 거리의 아이 쏭을 놀라운 표현력으로 완성해낸 바 있다. 분량은 많지 않았지만 화면에 등장할 때마다 보는 이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든 이수경은 이후 드라마 <호구의 사랑>(tvN,2015)과 <응답하라 1988>(tvN,2015)을 통해 시청자에게도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호구의 사랑>에서 강호경 역할을 맡은 이수경은 특유의 리듬으로 코미디 장르에도 일가견이 있음을 입증했고, <응답하라 1988>에서는 노을(최성원)의 여자 친구로 특별 출연했음에도 불구하고 풍성한 감정을 보여주며 짙은 잔상을 남긴 바 있다. 올해 개봉한 <특별시민>에서는 변종구(최민식)의 딸 변아름 역할을 맡아 또 다른 매력과 안정된 연기력을 보여줬다.

이수경은 전작들을 통해 상처 입은 사람이 가질 법한 웅크린 감정들을 많이 만나왔다. 불우하거나 혹은 불안했던 누군가의 십대는 마치 배우 이수경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았다. 예측하지 못한 순간 거침없이 스스로의 응어리를 표출하던 어린 맹수 같았던 이수경에게 <용순>은 보다 넓은 폭의 감정을 만나게 한 작품이다.

웅크렸던 몸을 쭉 펴고 운동장을 내달리듯 이수경은 용순을 온전히 받아들인다. 미워하고 좋아하는 순간들을 지나 비로소 고개를 든 용순. 그와 눈을 마주치고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무언가 들킨 듯한 느낌을 받았다.

글 진명현(독립영화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 영화의 순간을 채색하는 천변만화의 파레트, 배우들을 소개합니다.

정유미 기자 / youme@maxmovie.com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 maxpress@maxmovie.com
<저작권자(c) 맥스무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0
0/ 500
      사업자등록번호 211-88-91225 l 통신판매업 신고번호 제2016-서울강남-02630호 l 대표이사 정이은
      ㈜아시아트리뷴 l 06054 서울특별시 강남구 언주로 732, 세종빌딩 3층
      인터넷신문등록번호 서울 아 02730 | 등록일자 2013년 7월 11일 | 제호 맥스무비 닷컴 | 발행인 : 정이은ㅣ편집인 : 이은지

      Copyright ⓒ Asiatribune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