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선언’ 배우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대표작 5

2017-06-21 23:05 디지털콘텐츠팀 기자

[맥스무비= 디지털콘텐츠팀 기자] 할리우드 최고 배우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은퇴를 선언했다. 1957년생인 그의 나이는 올해 60세. 배우로 한창 활동할 나이지만, 그는 6월 20일(현지시각) 대변인을 통해 “더이상 연기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올해 크리스마스에 북미 개봉 예정인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팬텀 스레드>가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될 듯.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다시 카메라 앞에 서길 바라며 그의 대표작 5편을 돌아본다.

배우들이 인정한 <나의 왼발>

평범한 사람이 뇌성마비에 걸린 사람처럼 연기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온몸의 근육을 사용해야 하는 만큼 체력에 무리가 간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나의 왼발>에서 혼신의 힘을 다한 연기로 모든 이의 박수를 이끌어냈다. 사진 미라맥스
평범한 사람이 뇌성마비에 걸린 사람처럼 연기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온몸의 근육을 사용해야 하는 만큼 체력에 무리가 간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나의 왼발>에서 혼신의 힘을 다한 연기로 모든 이의 박수를 이끌어냈다. 사진 미라맥스

스티븐 프리어스 감독의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1985)와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전망 좋은 방>(1985)을 거치며 할리우드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다니엘 데이 루이스. 그는 장애를 극복한 화가 크리스티 브라운의 생을 다룬 <나의 왼발>(1989)로 평단과 관객에게 큰 찬사를 받았다. 아일랜드 출신의 뇌성마비 화가 크리스티 브라운은 왼발 하나로 그림을 움직여 육체적 장애를 극복해 내면의 아름다움을 그림으로 표현한 인물이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1981년 사망한 크리스티 브라운을 직접 만나진 않았지만, 뇌성마비에 대한 연구를 철저히 했고 촬영 기간 내내 휠체어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스태프가 그의 식사를 도와야 했고, 크리스티 브라운이란 인물을 알기 위해 그의 모교가 있는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생활도 했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일그러진 얼굴, 부자연스러운 몸동작은 하루 이틀 연습해 나온 게 아닌 것. <나의 왼발>로 오스카 첫 남우주연상을 받았을 때, 함께 후보에 오른 배우들은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노고에 자신들이 상을 받은 것처럼 축하했고, 시상식에 온 모든 사람이 기립 박수를 보냈다.

청년의 억울한 감옥살이, <아버지의 이름으로>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아버지 세실 데이 루이스는 영국의 유명한 시인이자 비평가였다. 1972년,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15세일 때, 세실 데이 루이스는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의 이름으로>를 촬영하면서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세상을 일찍 떠난 실제 아버지를 떠올렸다고 한다. 사진 유니버셜 픽쳐스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아버지 세실 데이 루이스는 영국의 유명한 시인이자 비평가였다. 1972년,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15세일 때, 세실 데이 루이스는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의 이름으로>를 촬영하면서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세상을 일찍 떠난 실제 아버지를 떠올렸다고 한다. 사진 유니버셜 픽쳐스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짐 쉐리던 감독의 <아버지의 이름으로>(1993)로 두 번째 오스카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아버지의 이름으로>는 1970년 영국군 저격병으로 오해받고 폭동을 주도한 인물로 감옥 생활을 한 아일랜드 청년 제리 콘론의 실화를 다뤘다. 이 영화에서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매력은 시간이 흐를수록 캐릭터의 성격과 겉모습을 자연스럽게 바꾼다는 것이다.

영화 초반에 아버지 조세프 콘론(피트 포스틀스웨이트)에게 투덜대며 반항적인 모습을 보이다가 아버지가 같이 수감된 순간부터 자신의 지난날을 되돌아보며 한껏 진지해진다. 아버지에 대한 미안함과 사랑, 자신이 무죄라는 것을 밝히려는 열정이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얼굴을 통해 진하게 드러난다.

이보다 더 악할 순 없다, <갱스 오브 뉴욕>

<갱스 오브 뉴욕>으로 다시 카메라 앞에 서기까지,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잠정 은퇴 시기 동안 구두 수선공으로 살았다. 그는 또한 한때 목수 일을 하기도 했다. 사진 미라맥스
<갱스 오브 뉴욕>으로 다시 카메라 앞에 서기까지,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잠정 은퇴 시기 동안 구두 수선공으로 살았다. 그는 또한 한때 목수 일을 하기도 했다. 사진 미라맥스

1997년 <더 복서>를 끝으로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잠정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구두 수선공을 하면서 나날을 보내다 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부름을 받고 다시 카메라 앞에 섰다. 그의 복귀작 <갱스 오브 뉴욕>(2002)은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건재함을 세상에 알린 작품이다. 그동안 선한 역할을 주로 연기한 다니엘 데이 루이스에게 <갱스 오브 뉴욕>의 ‘원주민파’ 우두머리 빌 ‘더 버처’ 커팅을 맡아 악랄한 권력자로 분했다.

1840년대 초반, 뉴욕 슬럼가인 ‘파이브 포인츠’를 접수한 빌을 연기하기 위해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직접 도살자 견습생 교육을 받으며 칼과 다양한 무기를 손에 익혔다. 추운 겨울에 촬영해 폐렴에 걸려도 영화 분위기와 캐릭터를 위해 코트 한 벌 입지 않았고 에미넴 노래를 들으며 분노를 유지했다. 상대 배우였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다니엘 데이 루이스 때문에 정신적인 압박을 크게 느꼈다는 것도 유명한 이야기다. 그만큼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카메라가 앞에 서면 배우가 아닌 캐릭터 그 자체였다. 살기 넘치고 잔인한 빌은 그의 손을 거쳐 영화 최고의 악당 캐릭터 중 한 명이 됐다.

광기의 폭발, <데어 윌 비 블러드>

폴 토마스 앤더슨은 <데어 윌 비 블러드>에 다니엘 데이 루이스를 캐스팅 하기 위해 삼고초려했다. 이 영화를 인연으로 올해 개봉하는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마지막 영화 <팬텀 스레드>를 같이 하게 됐다. 사진 소니 픽쳐스
폴 토마스 앤더슨은 <데어 윌 비 블러드>에 다니엘 데이 루이스를 캐스팅 하기 위해 삼고초려했다. 이 영화를 인연으로 올해 개봉하는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마지막 영화 <팬텀 스레드>를 같이 하게 됐다. 사진 소니 픽쳐스

<갱스 오브 뉴욕>과 아내 레베카 밀러의 <발라드 오브 잭 앤 로즈>(2005)를 거쳐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을 만난다. 1898년 미국을 배경으로 한 <데어 윌 비 블러드>(2007)는 석유 시추 사업으로 부를 꿈꾸는 한 인간의 탐욕을 그린 영화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돈 앞에서 명예와 신념은 중요하지 않고, 오직 성공만을 바라보는 석유 시추 사업가 다니엘 플레인뷰를 연기했다.

탐욕에 사로잡힌 한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온몸으로 광기를 드러냈다. 뻔뻔한 표정은 물론, 모든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려는 광기 어린 눈빛은 차갑게 느껴질 정도다. 가끔은 삶의 회한이 느껴지는 얼굴로 다니엘 플레인뷰의 복잡한 인생을 보여주기도 했다. 석유 시추 사업을 위해 선데이(폴 다노)에게 세례를 받고 마을 주민들의 마음을 얻는 장면과 영화 마지막에 선데이에게 “내가 너의 밀크 셰이크를 빨아 먹었다”고 말하며 춤을 추는 장면에서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상대가 압도당할 정도로 파괴력 있는 연기를 선보였다. 이 작품으로 그는 생애 두 번째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오스카 역사를 새로 쓴 <링컨>

메릴 스트립이 준 오스카 트로피를 받은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농담으로 “스티븐 스필버그가 링컨 역으로 처음 선택한 배우는 메릴 스트립이었다. 나는 메릴이 연기한 <철의 여인> 마가렛 대처 역의 1순위였다”며 농담을 던졌다. 두 배우 모두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명배우라는 건 확실하다. 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메릴 스트립이 준 오스카 트로피를 받은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농담으로 “스티븐 스필버그가 링컨 역으로 처음 선택한 배우는 메릴 스트립이었다. 나는 메릴이 연기한 <철의 여인> 마가렛 대처 역의 1순위였다”며 농담을 던졌다. 두 배우 모두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명배우라는 건 확실하다. 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상이든 평단과 관객의 평가든 어느 하나 부족하지 않은 배우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링컨>(2012)은 그가 할리우드 최고 배우라는 걸 확실히 증명한 영화였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링컨>에 캐스팅 된 후, 에이브러햄 링컨과 관련된 책 100여 권을 읽으며 캐릭터에 몰두했다. 실제로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위대한 링컨을 연기하는 건 도전이자 부담이었다”고 밝히며 평생 한 번 만나기 힘든 역할을 제대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위엄 있으면서 나이든 사람처럼 목소리를 냈고, 링컨 관련 책과 그림, 사진을 통해 턱을 쭉 빼는 링컨 특유의 표정을 몸에 익혔다. 무엇보다 남북전쟁 시기에 노예제도 때문에 의원들과 한바탕 설전을 벌이는 장면에서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연기는 압권이다. 온몸을 떨며 자기주장을 펼치고, 강단 있는 리더의 모습을 보이면서도 노예제도로 고뇌하는 미국 대통령의 심경을 담아냈다. <링컨>으로 세 번째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받은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시상자로 나선 메릴 스트립에게 트로피를 건네받으며 눈물을 흘렸다. 오스카 역사상 남우주연상을 세 번 받은 배우는 다니엘 데이 루이스뿐이다.

올해 개봉하는 <팬텀 스레드>로 오스카 무대를 밟지 못한다면, <링컨>이 그에게 마지막 오스카 트로피를 준 작품이 될 것이다. <갱스 오브 뉴욕> 때처럼 어느 날 갑자기 은퇴를 번복하고, 그의 연기를 다시 스크린에서 볼 수 있는 날을 기다려본다.

글 박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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