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보자마자 리뷰 | 괴상하고 이상한 나라의 김수현

2017-06-26 22:06 디지털콘텐츠팀 기자

[맥스무비= 디지털콘텐츠팀 기자] 6월 28일(수) 개봉하는 <리얼>은 부와 권력을 거머쥐려는 남자들의 세계를 그린 액션 느와르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확실히 아니다. 대신 두 인격의 대결을 그린 심리 실험극이라고 본다면 이해의 여지는 있다.

<리얼>의 90% 이상은 1인 2역을 맡은 김수현이 끌어간다. 그가 같은 얼굴로 다른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상당히 고심했던 흔적이 보인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리얼>의 90% 이상은 1인 2역을 맡은 김수현이 끌어간다. 그가 같은 얼굴로 다른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상당히 고심했던 흔적이 보인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과한 상차림, 소화제는 김수현

마약, 살인, 카지노, 베드 신 등등 청소년 관람 불가 누아르 장르에서 쓸 법한 소재를 다 가져온 <리얼>은 해리성 장애를 앓는 남자 장태영(김수현)의 시선을 통해 그를 둘러싼 범죄세계와 주인공의 기묘한 정신세계를 색다른 방식으로 담아내고자 노력했다. 조명을 활용한 화려한 미장센과 환각인지 현실인지 분간하기 힘든 스토리 전개가 특징이다.

확실히 새롭고, 다르고, 지금껏 본 적 없는 누아르가 맞긴 하다. 하지만 새롭고 다른 요소들이 설득력도, 짜임새도 없이 ‘과잉’을 줄줄이 나열하는 데 그쳐 <리얼>이 무엇을 전하려 하는 지 이해하기 어렵다. 주인공의 사연을 따라가며 그의 심리에 공감해야 하는데, 그럴 짬이 없다. 한 상에 차려진 온갖 낯선 음식들을 한꺼번에 먹느라 체할 수도 있겠다는 의미다.

<리얼>의 90% 이상은 1인 2역을 맡은 김수현이 끌어간다. 그가 같은 얼굴로 다른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상당히 고심했던 흔적이 보인다. 두 캐릭터 모두 극단적인 인물이라 김수현의 표현 수위가 센 편이지만, 동시에 섬세히 날을 세운 덕분에 <리얼>을 따라가기 한결 수월해진다. 만약 김수현이 아니었다면 <리얼>의 세계는 더욱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을 것이다. 과감한 도전에 뛰어든 김수현의 용기가 작품의 완성도로 빛을 발하지 못해 아쉽다.  

<리얼>의 목적이 인격 장애로 혼란을 겪는 장태영처럼, 영화를 보는 이를 혼란에 빠뜨리려는 것이었다면, 성공했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리얼>의 목적이 인격 장애로 혼란을 겪는 장태영처럼, 영화를 보는 이를 혼란에 빠뜨리려는 것이었다면, 성공했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분열과 혼란을 고스란히 체험

<리얼>은 해리성 인격 장애를 겪는 장태영(김수현)이 두 개의 인격 중 하나를 없앤 후, 자신과 똑같이 생긴 사람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 초반부터 스크린을 가득 메운 적·녹·청 계열의 조명은 장태영의 복잡한 정신세계를 반영하는 듯 몽환적이다.

<리얼>은 김수현의, 김수현에 의한, 김수현을 위한 영화로 제 몫은 다했다. 수많은 적을 상처 하나 없이 제압하는 김수현의 액션은 볼만 하지만, 액션 누아르가 아닌 SF 영화처럼 느껴질 정도로 만화적인 요소가 잔뜩 들어가 있다.

김수현의 1인 2역 연기는 만족스럽다. 생김새부터 행동 하나까지 똑 닮아서 단번에 두 사람을 구분하긴 힘들 수도 있지만, 목소리 톤만으로 캐릭터의 성격을 구분 짓는 연기력을 보여줬다. 사람을 죽일 때도 무표정한 암흑가 대부 조원근을 연기한 성동일은 감정이 메마른 잔인한 악마처럼 보인다. 최진리(설리), 이성민, 조우진의 연기도 무난하다.

<리얼>의 목적이 인격 장애로 혼란을 겪는 장태영처럼, 영화를 보는 이를 혼란에 빠뜨리려는 것이었다면, 성공했다. ‘탄생’, ‘vs.’, ‘REAL’로 이야기가 구분되는데, 영화가 진행될 수록 진짜 장태성의 인격은 누구인지, 이 이야기가 장태영의 현실인지, 장태성의 분열적 상상인지 끝까지 의문을 갖게 만든다. 보는 이의 해석에 맡기기엔 영화의 설명이 한참 부족하다. 드라마, 로맨스, 액션, 19금 요소까지 다양한 장르를 비빔밥처럼 섞었지만, 재료들이 제맛을 못 내고 고추장 맛만 난다. 박경희

장태영(김수현)의 여자친구 송유화 역으로 최진리(설리)가 출연해 과감한 노출 연기를 펼쳤지만, 캐릭터에 개연성이 없고 그저 말초적 볼거리의 도구처럼 보인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장태영(김수현)의 여자친구 송유화 역으로 최진리(설리)가 출연해 과감한 노출 연기를 펼쳤지만, 캐릭터에 개연성이 없고 그저 말초적 볼거리의 도구처럼 보인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난해를 넘어선 이해 불가

이야기의 흐름을 따질 수가 없다. 현실인지 상상인지 경계조차 없고, 등장 인물은 누가 누군지도 모를만큼 아무런 가닥도 잡히지 않는 가운데 화려한 미장센이 쉼없이 쏟아진다. 물론 시간의 흐름도 종잡을 수 없다. 전체 구성을 챕터로 나눈 의미도, 장르 구분도 무색하다. 누군가의 머릿 속에 갖혀 있는 이야기는 잔뜩 약에 취한 듯 몽롱하고 산만하다. 난해를 넘어선 이해 불가다.

때때로 나체에 가까운 여성들과 정사 신이 등장하는데 이야기의 흐름에 스며들지 않는다. 장태영(김수현)의 여자친구 송유화 역으로 최진리(설리)가 출연해 과감한 노출 연기를 펼쳤지만, 캐릭터에 개연성이 없고 그저 말초적 볼거리의 도구처럼 보인다. 예술적 표현이라고 이해해주기에는 연출 의도가 드러나지 않아 불쾌감에 눈살이 찌뿌려진다.

김수현, 최진리를 비롯한 배우들은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영화 전체가 배우들의 열연을 무색케 한다. 과연 <리얼>이 그리고자 한 세계가 무엇이었는지, 진짜 궁금하다. 이인국

두 개의 인격을 가진 조직 보스 장태영(김수현)의 시선으로 본다면, 두 개의 자아를 가진 장태영의 내면을 그린 심리극이 <리얼>의 진짜 알맹이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두 개의 인격을 가진 조직 보스 장태영(김수현)의 시선으로 본다면, 두 개의 자아를 가진 장태영의 내면을 그린 심리극이 <리얼>의 진짜 알맹이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액션 누아르의 외피를 두른 실험 영화

일반적인 액션 누아르를 기대했다면, 그 예상은 완벽히 깨질 것이다. <리얼>의 껍데기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카지노 ‘시에스타’를 배경으로 부와 권력을 탐하는 남자들의 대결처럼 보인다. 하지만 해리성 장애, 즉 두 개의 인격을 가진 조직 보스 장태영(김수현)의 시선으로 본다면, 두 개의 자아를 가진 장태영의 내면을 그린 심리극이 <리얼>의 진짜 알맹이다.

왜 김수현이 얼굴도 똑같이 생긴 1인 2역이어야만 했는가, 그 이유가 여기 있다. <리얼>은 한 인간 속 두 인격을 조직 보스 장태영과 이름과 얼굴이 똑같은 의문의 투자자로 형상화하고, 두 인격의 서사를 각각 (또 다른 인격의) 탄생, (두 인격의 대결) vs., (두 인격 중의 주격) REAL의 3장으로 구분해 이야기를 전개한다.

장태영의 내면은 화려하고 신비스러운 미쟝센으로 시각화했다. 눈여겨 볼 장치는 물과 카지노 ‘시에스타’의 이미지다. 물은 두 인격의 매개체로 쓰인다. 장태영이 최면 치료를 받을 때 깊은 수면 아래에서 또 다른 인격이 떠오르고,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 장식이 돋보이는 목욕탕도 두 인격이 공유하는 공간으로 등장한다. 한편 영화의 주 무대이자 ‘낮잠’이란 뜻을 가진, 화려하고 몽환적인 분위기의 카지노 ‘시에스타’는 약에 취한 장태영의 머릿 속을 시각화한 공간으로 보인다. <리얼>이 익숙한 화법의 장르 영화가 아니라서 당혹스러울지언정, 황당무계하다고 볼 순 없다.

김수현은 상반되는 두 가지 인격, 액션과 안무까지 흐트러짐 없는 연기를 보여줬다. 냉혈한 캐릭터를 편안하게 연기한 성동일과 수위 높은 노출을 감행하면서 안정적인 연기를 펼친 최진리(설리)도 영화에 에너지를 더한다.

기여도로 따지면 ‘1인 4역’이라고 해도 무방한 김수현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기대했던 어떤 것에도 답을 주지 못한 채 영화는 끝이 난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기여도로 따지면 ‘1인 4역’이라고 해도 무방한 김수현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기대했던 어떤 것에도 답을 주지 못한 채 영화는 끝이 난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괴상하고 이상한 나라의 김수현

<은밀하게 위대하게>(2013)이후 4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김수현의 복귀작 <리얼>은 독특한 설정, 김수현과 최진리의 파격적인 베드 신 등 개봉 전부터 많은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초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해리성 인격장애에 관한 설정은 의문만을 남긴 채 끝나고, 작은 그릇에 흘러넘치듯 채워넣은 스토리, 미술, 액션은 마지막까지 과잉을 향해 달려가며 혼을 빼놓는다.

인물들의 감정과 상태 등을 미장센으로 표현하는 영화는 많다. 관객들은 시각적인 효과로 인물의 심리 상태를 좀더 직관적으로 느끼기도 하고, 열린 해석의 재미를 얻기도 한다. 하지만 <리얼>에 가득한 화려하기만한 미장센은 필요한 이유를 알 수 없다. 느렸다가 빨라지길 반복하는 액션, 약과 환락에 취한 듯한 장면들은 맥락에 녹아들지 않아 피로감을 가중시킨다.

기여도로 따지면 ‘1인 4역’이라고 해도 무방한 김수현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기대했던 어떤 것에도 답을 주지 못한 채 영화는 끝이 난다.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환상인가’ ‘누가 진짜 장태영인가’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다. 답은 감독만이 알 것이다. 최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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