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회 Bifan | 전도연 메가토크 <밀양> 이제는 말할 수 있다

2017-07-19 11:51 채소라 기자

[맥스무비= 채소라 기자] 2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영화 데뷔 20주년을 맞이한 전도연 특별전을 열었다. 특별전과 관련해 처음 열린 프로그램 이벤트는 메가토크 ‘접속하라 전도연’이다. <밀양>(2007) 상영 후 열린 메가토크에 배우 전도연과 이창동 감독이 참석했다.

관객과 함께 10년 만에 <밀양>을 관람한 전도연과 이창동 감독이 촬영 당시 함께한 시간을 각자의 시선으로 같거나 다르게 더듬었다. 전도연은 이창동 감독을 만나기 전 기대감에 부풀었고, 함께 촬영하며 고운 정과 미운 정을 함께 나눴으며 촬영하고 난 후 정답을 만들어 나가는 연기 방식을 배웠다. 배우와 감독이 당시에는 말할 수 없었던 속내를 터놓은 메가토크에서 연신 웃으며 환호와 박수를 보낸 관객들도 전도연, 이창동 감독과 함께 10년 전으로 소환된 듯했다.

전도연은 <밀양>을 10년만에 본 소감을 진솔하게 털어놨다. “촬영 당시에는 힘들어서 몰랐는데 10년 만에 다시 본 <밀양>이 너무 재미있어서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 맥스무비 김유찬(에이전시 테오)
전도연은 <밀양>을 10년만에 본 소감을 진솔하게 털어놨다. “촬영 당시에는 힘들어서 몰랐는데 10년 만에 다시 본 <밀양>이 너무 재미있어서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 맥스무비 김유찬(에이전시 테오)

<밀양> 10년 만에 보니 재미있다

“10년 만에 <밀양>을 봤다. 영화를 보고 기억을 더듬어서 이야기 나눠야 할 것 같아서 영화를 봤는데, 깜짝 놀랐다. 영화가 재밌어서.(웃음) 오늘은 객관적으로 재미있게 본 것 같다. <밀양> 촬영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개봉 당시에는 재밌는지 몰랐다. 칸국제영화제에 초청작이기 때문에 작품성만 있는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객관적으로 재미있게 본 것 같다.” 전도연

감독도 정답을 함께 찾아나간다는 걸 알았다

“연기 생활 초반에는 인물에 대해 다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나에게 정답이 없을 때는 감독님한테 정답이 있으니 감독님한테 정답을 달라고 했다. 이전까지 신인 감독과 함께 답을 찾아 나가는 작업을 했었는데, <밀양>을 찍는 동안 이창동 감독님이 답을 쥐여주지 않아서 너무 괴로웠다. 감독님을 미워했다. 감독님은 고통스럽게 내버려 두고 팔짱만 끼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웃음) 하지만 이창동 감독님 작품을 통해서 배웠다. 감독도, 배우도 정답을 같이 찾아간다는 것을 .” 전도연

(왼쪽부터) 메가토크를 진행한 김혜리 기자, <밀양>의 배우 전도연, 이창동 감독. ⓒ 맥스무비 김유찬(에이전시 테오)
(왼쪽부터) 메가토크를 진행한 김혜리 기자, <밀양>의 배우 전도연, 이창동 감독. ⓒ 맥스무비 김유찬(에이전시 테오)

<밀양>을 계기로 처음 전도연과 이창동 감독이 만났을 때

“10년 전과 오늘 본 <밀양>에서 달리 보이는 건 없고, 그냥 처음 보는 것 같다. 전도연 씨가 영화 찍을 때 굉장히 힘들어했는데, 영화를 보면서 이상하게도 이 영화를 위해 전도연 씨와 같이 시간을 보냈던 처음이 자꾸 생각이 난다.

당시 전도연 씨가 살던 행신역 앞을 찾아가서 둘이서 등산로를 따라 한 시간 정도 데이트하듯 시간을 보내다가 돌아오곤 했다. 작품에 관해 얘기하는 시간이라기보다 서로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웬일인지 힘들어하고, 싸우고, 운 격렬한 기억들도 많은데 그건 생각이 안 나고 같이 등산로에 올라가서 되게 말도 없이 거기에 앉아서 시간을 보낸 게 생각이 나더라.” 이창동 감독

엄마가 되기 전의 전도연에게서 모성을 떠올린 이유

“캐스팅 첫 번째 이유는 전도연이라는 배우 자체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를 작품과 연결해 말하자면, 전도연 씨가 겉으로 강단 있고 강한 여자의 이미지가 있어도 내면이 여린 여자라는 느낌을 받았다. 아주 강해 보이는 부분과 굉장히 연약한 부분을 전도연 씨 만큼 동시에 가진 여성 배우를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아마 이런 여자가 아이를 가지면 모성애도 강하겠지.’ 그렇게 생각했다.” 이창동 감독

집 안의 온 방안에 형광등을 다 켜고 앉은 신애(전도연)는 사과를 깎다 말고 위를 올려다 보며 과도로 자신의 손목을 긋는다. 최초 시나리오에 쓰인 저수지 자살 시도 장면 대신 새로 쓰인 장면이다. <밀양>(2007) 캡쳐
집 안의 온 방안에 형광등을 다 켜고 앉은 신애(전도연)는 사과를 깎다 말고 위를 올려다 보며 과도로 자신의 손목을 긋는다. 최초 시나리오에 쓰인 저수지 자살 시도 장면 대신 새로 쓰인 장면이다. <밀양>(2007) 캡쳐

신애의 저수지 자살 장면, 넣지 못한 이유

“<밀양>에 신애가 자살 시도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부분에 넣으려고 했던 저수지 신이 있었다. 신애가 광기, 발작의 정점에서 감정적으로 극한에 있는 영화의 클라이맥스에 해당한다. 신애가 잠옷 바람으로 핸드백을 메고 아이의 시신을 발견한 그 저수지까지 맨발로 걸어간다. 물에 들어가서 신과 싸우는 장면이다. <밀양>의 이야기가 사실 그 장면을 위해서 몰아가는 것이었다. 회심의 장면이었다.

이 장면을 촬영한 시기가 10월 말이라 심장이 멎을 정도로 물이 차가웠다. 그렇게 고생해서 장면을 다 찍었는데 영상에 문제가 생겼다. 두 대의 카메라 중 하나는 24프레임, 다른 하나는 25프레임으로 녹화돼 화면과 사운드가 맞지 않아 편집할 수 없었다. 한 장면을 다른 각도에서 촬영한 것인데 붙일 수가 없어서 절망했다. 결국 15일간 촬영을 중단하고, 날씨가 추워 다시 찍을 수가 없으니 시나리오를 수정했다. 사과를 깎아 먹다가 손목을 긋고 밖으로 뛰쳐나가 “살려달라”고 하는 내용이 수정된 내용이다.

저수지 신을 대체해 새로 찍겠다고 했더니, 전도연 씨는 거의 그 증오가 표현이 안 될 정도였다. 누군가의 책임 문제 같기도 해서 내가 마음에 안 들어서 새로 찍는 것처럼 둘러댔다. 개인적으로 지금 완성된 장면에서 신애의 절망이 훨씬 더 강하게 느껴진다. 그것 또한 누군가의 숨어있는 뜻이 아니었을까?” 이창동 감독

자해한 손목에 흐르는 피를 내려다 본 신애가 집 밖으로 달려나가 “살려달라”며 울부 짖는다. 이창동 감독은 결과적으로 이 장면을 만족해했다. <밀양>(2007) 스틸
자해한 손목에 흐르는 피를 내려다 본 신애가 집 밖으로 달려나가 “살려달라”며 울부 짖는다. 이창동 감독은 결과적으로 이 장면을 만족해했다. <밀양>(2007) 스틸

지금의 내용으로 대체된 이유, 10년 만에 처음 알았다

“전말을 지금 이 무대 위에서 처음 알았다.(웃음) 더 좋은 장면을 찾아가다가 더 좋은 걸 찾았다고 했고, 영화를 보니까 동의가 됐기 때문에 촬영했다. 저수지 신을 촬영하기 무서웠다. 클라이맥스로 신애의 감정이 치닫는 부분이고 계속 오래 찍을 수도 없는 장면이기 때문에 고민과 걱정을 많이 했다. 현장에 앰뷸런스가 대기하고 있는데 심적으로 무섭더라.

‘신애처럼 미쳐보자.’ 한 번에 잘 해야지 생각하고 정신 놓고 촬영한 것 같다. 촬영 감독님과 나 둘이서만 물로 들어가 촬영했는데, 점점 물이 차서 조금만 깊이 들어가면 완전히 빠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최대한 연기했고 숨이 안 쉬어져서 ‘오케이’ 소리가 절실했다. 나중에 내가 숨을 못 쉬니까 카메라 감독님이 카메라를 옆의 스태프에게 넘기고 나를 안고 나왔다. 대단한 훈장을 얻은 것 같았다.

‘할 만큼 다 했어요’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그 장면을 쓰지 않는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불같이 화를 내고 ‘영화만 안 좋아봐라’ 생각하면서 지금의 버전을 촬영했다. 물에 빠지는 장면이 <밀양> DVD 메이킹 필름에 들어가 있는데, 나는 못 보겠더라. 이게 내 버전의 기억이다.(웃음)” 전도연

이창동 감독은 현장에서 ‘오케이’ 사인을 외치지 않아 전도연이 매우 서운해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창동 감독은 배우가 극 중 인물로서 진짜 연기를 하도록 하려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 맥스무비 김유찬(에이전시 테오)
이창동 감독은 현장에서 ‘오케이’ 사인을 외치지 않아 전도연이 매우 서운해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창동 감독은 배우가 극 중 인물로서 진짜 연기를 하도록 하려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 맥스무비 김유찬(에이전시 테오)

오케이’ 외치지 않은 이유

“나에 대한 전도연 씨의 가장 큰 불만이 ‘왜 잘한다는 소리를 안 하냐’였다. 나의 나쁜 버릇이기도 한데, 좋은 연기가 끝나고 난 뒤에 잘했다는 말을 못 한다. 심지어 ‘오케이’도 안 외친다. <시>(2010) 촬영 때 처음 해봤다. 원로배우 윤정희 선생님을 모시고 하니까 일부러 더 크게 ‘오케이’ 외쳤다. (웃음) <시> 촬영장에 전도연 씨가 와서 내가 오케이 하는 걸 보고 굉장히 의아해하더라. 하지만 내 생각은 이렇다. 배우가 인물로서 자기감정으로, 진짜로 연기해야 하는데 ‘잘한다’라고 하면 그다음부터 잘한 연기를 반복하려고 한다. 심지어 ‘세상에 오케이가 어디 있나’라는 생각으로 외치지 않았다.” 이창동 감독

+메가토크 ‘접속하라 전도연’ 다시 보기
메가토크 ‘접속하라 전도연’을 7월 31일(월)까지 TV로 다시 볼 수 있다. 케이블TV VOD가 메가토크 ‘접속하라 전도연’, 스페셜 토크 ‘감독, 전도연을 만나다’, 전도연 다큐멘터리 영상 등 전도연 스페셜 영상 3편을 7월 20일(목)부터 31일(월)까지 ‘부천영화제 전도연 특별전’ VOD 카테고리에서 무료로 독점 서비스한다.

스페셜 토크 ‘감독, 전도연을 만나다’는 전도연과 <무뢰한>(2015) 오승욱 감독, <해피엔드>(1999) 정지우 감독이 각 영화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눈 토크 행사다. 전도연 다큐멘터리 영상은 전도연의 출연작 전작의 한 장면을 재편집한 6분 분량의 영상 필모그래피다. 이번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는 부천시청 어울마당 상영관 옆에 마련된 전도연 특별전 전시 공간에서 감상할 수 있다.

+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특별전 ‘전도연에 접속하다’ 섹션 상영작을 보고 싶다면

<너는 내 운명>(2005) | 7월 20일(목) 11:00 | CGV부천 4관

<카운트다운>(2011) |  7월 20일(목) 11:00 | CGV부천 3관

<협녀>(2015) | 7월 20일 14:00 | CGV부천 4관

<무뢰한>(2015) | 7월 20일(목) 17:00 | 오정어울마당 오정아트홀

<남과여>(2016) |  7월 20일(목) 20:00 | 오정어울마당 오정아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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