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萬世 | <택시운전사> 장훈 감독 “역사도 시대도 결국 사람 이야기”

2017-08-21 11:40 정유미 기자

[맥스무비= 정유미 기자] <택시운전사>와 함께 5.18 광주로 떠난 승객이 천만 명을 넘어섰다. 영화를 만든 장훈 감독도, 영화를 본 많은 관객도 그날 거기에 없었던 사람들이지만 자신의 본분에 충실했던 독일 기자와 택시운전사, 광주 사람들의 이야기는 자연스레 지금 우리가 내딛고 있는 길을 돌아보게 만든다. 장훈 감독이 <택시운전사>를 만들면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신중하게 선택한 부분들이 과거와 현재를 잇는 디딤돌이 되었다. 이제 그 디딤돌을 두드려볼 차례다.

장훈 감독은 <고지전> 이후 6년 동안 300여 편의 영화와 책을 보면서 영화를 해야 하는 이유를 찾았다. 영화를 만들기 위한 연료를 채우고 준비한 첫 작품이 <택시운전사>다.  ©맥스무비 김소연(에이전시 테오)
장훈 감독은 <고지전> 이후 6년 동안 300여 편의 영화와 책을 보면서 영화를 해야 하는 이유를 찾았다. 영화를 만들기 위한 연료를 채우고 준비한 첫 작품이 <택시운전사>다.  ©맥스무비 김소연(에이전시 테오)

# <택시운전사>의 운전대를 잡기까지

<고지전> 이후 6년 동안 영화를 계속 만들어야 하는 이유를 찾으셨다고요.

<고지전> 끝나고 나서 너무 지쳐서 영화를 왜 하고 있는지 기억이 잘 안 나더라고요. <고지전>에서 류승룡 선배의 대사 “그땐 알았는데 기억이 안 난다”처럼요. 그래서 영화를 계속 하기 위해서 다시 이유가 필요했던 거 같아요.

이유를 찾으셨어요? 

한동안 영화 몇 편 만들 수 있을 정도의 이유를 찾은 것 같아요. 이유는 여쭤보셔도 대답 안 할 겁니다.(웃음) 어쨌든 감독은 작품으로 보여줘야 하니까요. 만들지 않은 작품에 관해서 얘기하는 건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그 이유는 저한테 영화를 만드는데 필요한 연료인 거죠.

연료를 채우고 바로 준비한 작품이 <택시운전사>였나요?

영화를 계속해야 하는 이유를 찾고 나서 시나리오를 썼습니다. 2고까지 썼는데 수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어떻게 고칠지 고민하던 차에 <택시운전사> 연출 제안을 받았어요. 쓰던 시나리오는 일단 묵혀두고 시간을 갖고 고치는 게 낫겠다 싶었습니다. <택시운전사> 시나리오도 너무 좋게 봤고요. 딱 1주일 고민하다가 <택시운전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택시운전사> 연출을 고민한 이유는요?

광주민주화운동 배경이기 때문이었어요. 1980년 당시 여섯 살인 저에게 아무도 얘기를 안 해줬었고, TV 라디오도 없었어요. 대학 때 광주 관련 사진들로 사실을 접하고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광주민주화운동을 직접 겪은 세대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마음의 빚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것 같고요. 제가 지금 누리고 있는 것들이 다 저의 노력으로 얻어진 것들이 아니잖아요. 많은 분의 희생과 노력으로 지금 사는 거니까요. 그래서 연출 제안이 들어왔을 때 더 부담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만섭(송강호)에 끌렸다고 하셨어요.

만섭이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잘난 구석이 많은 사람도 아니고 인품이 훌륭한 것도 아니죠. 인정이 좀 있고 인간적이고 가족 먼저 생각하는, 평범한 보통 사람이잖아요. 저도 평범한 사람으로서 동일시되는 부분이 많았고 만섭이 심리적으로 감정적인 변화를 겪을 때 바보 같은 나 자신 같기도 해서 감정이입하면서 시나리오를 읽었던 것 같아요. 마음에 여운도 많이 남았고요. 그래서 내가 할 수 있을까 다시 읽어보고 결정한 거죠.

# 실화와 캐릭터 

<택시운전사>에서 힌츠페터 기자와 택시운전사 만섭이 만나는 광주시민들은  5.18을 겪은 실제 광주시민의 증언과 기록을 토대로 설정했다. 사진 쇼박스
<택시운전사>에서 힌츠페터 기자와 택시운전사 만섭이 만나는 광주시민들은  5.18을 겪은 실제 광주시민의 증언과 기록을 토대로 설정했다. 사진 쇼박스

5.18을 겪은 분들을 만나 취재를 하셨다고요.

그분들을 뵈었을 때 심적인 부담감이 엄청 컸어요. 저는 5.18을 겪지 않았으니까 겪은 분들에게 어떻게 영화를 만들어야 할지 아무 얘기도 못하겠어서 여쭤보고 듣기만 했습니다. 그분들 말씀하시는 건 생각보다 담담해요. “그때 내가 가서 주먹밥 날랐어” ”우리 다 나갔지”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악몽 같은 얘기를 겪었던 일로 고통스럽게 얘기하시지, 무거운 역사로 얘기하시지는 않으셨어요.

5.18을 겪은 분들은 <택시운전사>를 어떻게 보셨다고 하셨는지요.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20일과 21일 1박 2일을 다루다 보니 18일부터 27일까지 열흘간의 기록이 다 담겨 있지는 않잖아요. 현실은 훨씬 더 처참했고 많은 일이 있었고, 그분들이 겪은 현실보다는 한 부분일 수밖에 없죠. 영화적으로 보여지는 부분은 있을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기억을 떠올리면서 보신 것 같아요. 실제로 택시운전사들이 시위에도 많이 참여하고 부상자들도 돕고 희생당하기도 하셨거든요. 택시운전사들이 극중 인물들로 나오고 그분들의 이야기가 다뤄진 부분들이 좋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영화여서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영화적인 구성인지 궁금해하는 관객이 많습니다.

기록으로 남아 있고 직접 여쭤보고 들을 수 있었던 힌츠페터 기자의 이야기는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소수의 정보로 만들어진 만섭과  당시 광주에 있었던 여러 인물의 입장을 대변하는 캐릭터가 영화적인 구성으로 섞여 있어요. 이것이 실화를 영화적으로 재구성하는 데 있어서 기준이었습니다.

<택시운전사>의 주인공 만섭은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가 기억하는 실존 인물 김사복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캐릭터다. 사진 쇼박스
<택시운전사>의 주인공 만섭은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가 기억하는 실존 인물 김사복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캐릭터다. 사진 쇼박스

힌츠페터 기자가 기억하는 김사복 씨는 어떤 인물이었나요?

힌츠페터 기자가 기억하는 김사복 씨에 대한 정보는 몇 가지 안 됐어요. 자신보다 10살 정도 많았던 것 같다, 사람이 되게 좋았던 것 같다, 검문소에서 첫 번째 문이 막혔을 때 샛길을 찾을 정도로 기지가 있었던 것 같다. 그 정도였습니다. 힌츠페터 기자도 그 분(김사복 씨)에 대해서 잘 모르세요. 두 분이 같이 다니면서 목격한 상황들은 사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의 상황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고,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고, 사람들이 쓰러져 나가고. 그래도 마지막에 만나고 싶다는 얘기를 하셨던 건 어떻게 보면 신기하죠. 서로에 대해 잘 모르지만 인간적으로 느껴졌던 부분이 있는 것 같고요.

힌츠페터 기자가 준 정보를 토대로 만섭 캐릭터를 어떻게 발전시켰나요. 

힌츠페터 기자님이 준 정보 외에 만섭의 인물 라인은 다 영화적으로 만든 거예요. 아내가 없고 딸이 하나 있고 사우디에 갔다 왔고. 그 시대에 광주가 아닌 다른 지역에 살았고 광주에서 일어나는 일을 몰랐던 보편성을 가진 외지인, 한국 국민을 캐릭터로 만든 거죠.

광주시민 캐릭터들은 어떻게 설정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힌츠페터와 만섭이 광주에서 만나는 운전사들의 경우는 실제로 택시운전을 하셨던 광주시민들의 증언이나 기록을 토대로 광주의 모습을 대표하는 시민의 모습들로 만들었습니다. 최 기자(박혁권) 같은 경우는 5.18 당시 신문을 발행하려다 제지당하고 쓸 수 없으면 붓을 놓겠다면서 이튿날 20일에 사표를 낸 전남매일신문 기자들을 대변하는 캐릭터고요.

만섭과 힌츠페터가 서울로 돌아오는 장면에서 광주 택시운전사들이 활약하는 카체이싱 장면은 실화가 아니고 영화적인 부분이어서 관객들이 많이 얘기하는 장면입니다. 연출하면서 가장 고심한 장면일 텐데요.

카체이싱은 시나리오 초고부터 있었습니다. 전체적인 톤으로 봤을 때 유일하게 결이 다른 부분이기도 했어요.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웃음) 카체이싱이 어울리는 영화가 있고 안 어울리는 영화가 있는데, <택시운전사> 톤에서는 다르게 보일 수 있어서 제일 고민이었어요. 그럼에도 당시 똑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광주에서 택시운전사들이 목숨 걸고 사람들을 구하는 상황들이 있었기 때문에 두 사람이 광주를 빠져나가는 장면을 목숨을 걸고 도와주고 희생하는 느낌의 감정 신으로 생각하고 찍었습니다.

#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

2003년 '제2회 송건호 언론상'을 받을 당시 위르겐 힌츠페터. <택시운전사> 제작에 힘을 보탰던 그는 2016년 1월 별세했다. 사진 맥스무비 DB
2003년 '제2회 송건호 언론상'을 받을 당시 위르겐 힌츠페터. <택시운전사> 제작에 힘을 보탰던 그는 2016년 1월 별세했다. 사진 맥스무비 DB

<택시운전사>의 흥행으로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가 다시 조명받고 있습니다. 힌츠페터 기자는 영화화에 대해 어떤 반응이었나요?

2015년 말에 힌츠페터 기자를 만나러 독일에 갔을 때 통역하시는 분이 영화의 구체적인 줄거리를 쭉 읽어드렸어요. 힌츠페터 기자의 행적으로만 초점을 맞추는 이야기가 아니라 만섭을 따라가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어떻게 들으실까 궁금했는데 영화적인 부분에 대해서 좋아하시면서, 잘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다행스럽게 영화적으로 재구성한 부분이 당시를 직접 겪으셨던 분의 허용범위 안에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힌츠페터 기자를 만나 가장 묻고 싶었던 질문은 무엇이었는지요.

영화를 본 분들이 만섭은 변화가 큰데 독일 기자는 상대적으로 평면적으로 보이느냐고 많이 얘기하세요. 저도 시나리오를 보고 힌츠페터 캐릭터를 발전시키고자 했고, 그러려면 그가 왜 한국에 왔는지, 왜 기자가 됐는지가 궁금했어요. 어떤 사연이 있거나 사명의식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죠.

두 가지 궁금증에 대한 힌츠페터의 답변은요?

두 질문에 대한 답변이 너무 당연하고 상식적인 것이어서 시나리오 고치기가 어렵겠다 싶었죠. 하지만 굉장히 감명 깊었어요. 한국에 왜 오셨냐고 물었더니 “기자니까 가야지, 그게 기자가 할 일이니까.” 그 얘기를 힘주어서도 아니고 당연하다는 듯이 말씀하셨어요.

독일에 갔을 때 힌츠페터와 독일 제1공영방송 ARD 특파원 동료였던 위르겐 베르트람 씨도 만나 뵙고 왔어요. 베르트람 씨는 자기 자리을 걸고 힌츠페터가 광주에서 찍었던 필름을 다큐멘터리로 내보내야 한다고 하셨던 분이에요. “한국에서 일어난 일인데 그렇게까지 한다는 게 쉽지 않느냐”고 했더니 저를 이상하게 보시더라고요. 너무 상식적이고 당연한 걸 물어보냐는 듯이 대답하셔서 더 대단해 보였고요.

최종적으로 힌츠페터 캐릭터를 어떻게 그리기로 하셨나요?

힌츠페터는 한결같고 점잖고 매너 있고 상대방을 배려하고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서 할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이어서 드라마틱한 설정을 주기가 어려웠죠. 그나마 찾은 건 베트남에서 종군 기자로 오래 활약했고 한국에 오기 전까지 8년 동안 일본에서 특파원 생활을 했다는 거였습니다. 당시 1980년 일본이면 안정적인 곳에서 특파원 생활을 한 거잖아요. 그렇다면 예전에 위험한 상황에서 취재했을 때 느낌을 잊어버렸을 텐데 뭔가가 다시 힌츠페터를 끓어오르게 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한국에 오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인물을 왜곡하기는 힘들어서 그가 광주의 상황들을 보면서 옛날에 종군기자였을 때의 감정이 살아나는 정도로 세팅했습니다.

<택시운전사> 촬영장에서 모니터링 중인 장훈 감독과 배우들. 사진 쇼박스
<택시운전사> 촬영장에서 모니터링 중인 장훈 감독과 배우들. 사진 쇼박스

힌츠페터가 자신을 연기할 독일 배우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면서요.

떠오르는 배우가 있는지 여쭤봤더니 여러 배우를 얘기하셨고 나중에 이메일로도 추천을 하셨어요. <노킹 온 헤븐 스 도어>(1997)로 유명한 독일 배우 틸 슈바이거도 얘기하셨고요. 틸 슈바이거는 독일에서 워낙 활동을 많이 해서 영화인이나 배우 하면 대표적으로 떠올리는 이름이더라고요. 토마스 크레취만은 다양한 국가에서 활동하고 작품성 있는 영화에 출연하는 멋있는 배우, 국민 배우고요. 틸 슈바이거보다는 토마스 크레취만이 더 힌츠페터 이미지에 맞는 거 같아서 최종 캐스팅 한 거죠.

토마스 크레취만 캐스팅 과정과 작업은 어땠나요.

시나리오를 보고 작품에 대해 동의를 하셨고, 참여하고 싶어 하셨어요. 처음 봤을 때부터 친절하고 우호적으로 환대해주셨고, 출연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변하셨고요. 토마스 크레취만은 다양한 국가에서 영화 촬영을 경험해서 모험심이 강하고 낯선 곳에 가는 걸 두려워하지 않으세요. 촬영을 준비하면서 원하는 부분을 물어봤는데 한국도 처음이고 한국 음식도 처음 접할 텐데 배우들 숙소에 같이 묵고, 밥도 같이 먹으면 된다고 하셨어요. 독립심이 강한 분이세요.

# 5.18 현장의 공기를 그대로 

광주시민들이 들고 있는 언론은 진실 보도하라는 현수막도 언론을 향한 메시지처럼 읽히기도 했습니다.

<택시운전사>는 두 외부인, 독일 기자와 서울 택시운전사의 시선으로 보이는 광주 이야기이기도 하고, 한 평범한 개인이 시대의 위엄 앞에서 용기를 내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언론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언론에 대한 얘기가 원래 의도했던 것보다 조금 줄어든 부분이 있어요.

계엄군에 희생되는 광주시민들이나 금남로 시위 장면은 최대한 감정이 과잉되지 않도록 절제하는 연출이 느껴졌습니다.

일상적인 공간에서 평범한 느낌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가 갑자기 밖으로 나갔는데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몰려 있고 어떤 상황이 벌어진다고 하면 그 상황 자체가 굉장히 충격적이잖아요. 일상적으로 보이지도 않고, 무슨 일인가 싶고 무서울 수도 있고요. 그때 벌어진 상황이 마찬가지 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관객들한테 당시 현장에 있는 느낌이 그대로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고, 당시 찍혔던 사진들을 비슷하게 재현한 부분도 있고요.

광주 MBC 화재 장면에서 시민들이 계엄군의 트럭에 실리는 장면은 꽤 충격적입니다.

만나 뵙고 이야기를 들었던 광주 분 중 한 분이 목격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을 얘기해주셨어요. 우연히 고개를 돌려서 봤는데 트럭에 뻘건 뭔가가 있어서, 그분 표현을 빌리자면 ‘돼지를 실은 트럭인가보다’ 하고 봤더니 꿈틀꿈틀하는데 사람이었대요. 그 이미지가 너무 충격적이고 공포스러웠다는 얘기를 하셨는데 영화에서는 만섭이 도망치는 과정에서 목격하는 장면으로 들어간 거죠.

# 결국은 사람 이야기

자신의 마음을 움직이는 작품을 선택하고, 시대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장훈 감독의 태도는 그의 영화가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가장 큰 동력이다.  ©맥스무비 김소연(에이전시 테오)
자신의 마음을 움직이는 작품을 선택하고, 시대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장훈 감독의 태도는 그의 영화가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가장 큰 동력이다.  ©맥스무비 김소연(에이전시 테오)

남북 북단의 현실을 다룬 <의형제>(2010),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고지전>(2011)에 이어 <택시운전사>5·18광주민주화운동이라는 한국 근현대사의 비극을 다뤘습니다. 차기작 <궁리> 역시 사극이고요. 시대를 중요하게 다루는 이유가 분명 있을 텐데요. 

일부러 하려고 했던 건 아니고요. 결국에는 사람들 이야기잖아요? 어떤 시대를 사는 사람들 이야기이고 그 사람들을 통해서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하고, 어떤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고. 결국 마음이 움직여지면 작품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우연히 하게 되는 거 같아요.

우연이라기에는 너무도 굵직한 역사의 이슈를 다뤄오셨는데요.(웃음)

부담이 돼요. 시대의 비극을 다룬다거나, 역사적인 상황을 시대 배경으로 다뤄야 한다는 건 부담이고요. 오히려 조심스럽고 창작자로서 잘할 수 있을지, 누가 되지 않게 할 수 있을지가 걱정돼서 작품 선택할 때 고민을 많이 하게 됩니다.

차기작 <궁리>는 조선시대의 과학자 장영실이 역사에서 사라진 과정을 다룬 극작가 이윤택의 장편 소설이 원작입니다. 어떤 영화가 될까요?

원작은 현대적이고 모던한 느낌의 이야기에요. 이야기가 좀 간략해요. 영화적으로 어떻게 풀어낼지, 영화라는 매체에 맞게 시나리오 작업을 할지를 좀 고민해야 할 거 같은데요, 본격적인 작업은 <택시운전사>가 끝나고 시작될 것 같습니다.

장훈 감독의 데뷔작 <영화는 영화다> 제목을 빌려 묻고 싶습니다. 지금 장훈 감독에게 영화란 무엇인지요?

여러 가지의 답이 있죠. 여러 가지로 답할 수 있고요. 하지만 지금 딱 질문 들었을 때 생각난 대답은 영화란 사랑하는 일입니다. 한 동안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필요했는데 다시 그 이유를 찾았고, 더 사랑하게 된 것 같습니다.

※ 감독만세(萬世)는 맥스무비의 감독 전문 인터뷰 코너입니다. 감독의 만 가지 세상, 만 명의 감독을 만날 때까지 이어집니다.

정유미 기자 / youme@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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