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이아이피> 리뷰 | 장르에 갇힌 브이아이피들

2017-08-24 22:09 차지수 기자

[맥스무비= 차지수 기자] <부당거래>(2010) 각본, <신세계>(2013) 연출을 맡았던 박훈정 감독의 신작 <브이아이피>. 그가 가장 잘하는 긴장감 넘치는 범죄 드라마에 장동건, 김명민 등 걸출한 배우들이 모였지만, 커다란 스케일을 알차게 채우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북한에서 온 VIP가 연쇄살인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언제나 당당한 이 용의자를 둘러싸고 집단 간의 갈등이 대립한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북한에서 온 VIP가 연쇄살인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언제나 당당한 이 용의자를 둘러싸고 집단 간의 갈등이 대립한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잔혹한 연쇄살인의 진범이 국가의 은밀한 보호를 받는 VIP라면? <브이아이피>는 국정원과 미국 CIA의 합작으로 ‘기획 귀순’한 김광일(이종석)을 중심으로 각 권력 집단을 충돌시킨다. 진범을 잡으려는 열혈 경찰 채이도(김명민), 진범의 존재를 숨기려는 국정원 직원 박재혁(장동건), 국정원과 거래해 김광일을 대한민국에 들여온 CIA 요원 폴 그레이(피터 스토메어) 그리고 김광일에 복수를 꿈꾸는 공작원 리대범(박휘순)까지. 각 집단의 얽히고설킨 이해관계에 따라 김광일의 운명이 롤러코스터를 탄다.

집단을 맞붙여 긴장감을 일으키는 연출이 박훈정 감독의 특기라지만, 국가 대 국가라는 거대한 스케일에 비해 전개가 촘촘하지 못하다. 영화는 5개의 챕터로 나뉘어서 진행되는데, 캐릭터가 행동하는 동기를 장르적 특성에만 의존한 탓인지 이야기의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소재의 참신함도 느낄 수 없다. 김광일이라는 중요한 캐릭터를 굳이 북한 출신 아닌 ‘안하무인 금수저 출신’ 정도로 설정했더라도 별반 다르지 않을 만큼 소재의 개성이 이야기에 제대로 녹아들지 못한다.

폭력성의 수위는 높은 편이다. 장르영화의 특성이라고 치부하기엔 여성 피해자를 과도하고 적나라하게 묘사한 이미지는 꽤 충격적이다. 프롤로그에서 피가 난무하는 나체의 여성 피해자, 이를 즐기는 나체의 남성 가해자들을 마주해야 하는데, 잔상이 짙다.

가장 돋보이는 건 배우들의 연기다. 장동건과 김명민이 대립된 위치에서 기둥을 잡고, 그 사이에서 이종석이 뛰어논다. 특히 김명민은 욕설과 흡연을 입에 달고 사는 전형적 캐릭터임에도 폭발적인 에너지로 극을 잡고 흔든다. 최근 몇 년 간 본 스크린 속 김명민의 얼굴 중 가장 생동감이 넘친다. 생애 첫 악역에 도전한 이종석은 서늘하고 차분한 미소로 개성 있는 사이코패스 연기를 펼친다. 억지로 만들어내지 않은 얼굴이 자연스러우면서도 진부하지 않아 인상적이다. 진정한 신세계는 이종석의 비릿한 미소에서 시작된다.

+ 조연도 브이아이피급

검사 역의 조우진, 국정원 직원 역의 박성웅, 북한 보안성 간부 역의 유재명. 사진 워너브러더스코리아
검사 역의 조우진, 국정원 직원 역의 박성웅, 북한 보안성 간부 역의 유재명. 사진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브이아이피>에는 잠깐의 등장에도 시선을 빼앗는 조연 배우들이 다수 포진했다. 사건의 도화선이 되는 국정원 간부 역의 박성웅, 채이도를 돕는 검찰청 검사 역의 조우진, 북한 보안성 간부 역의 유재명은 짧은 대사만으로도 각자의 개성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예상치 못한 순간 마주하게 되는 이들의 진한 매력을 기대해도 좋다.

차지수 기자 / snowy@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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