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당한 사람들> 리뷰 | 아름답고 위험한 욕망의 두 얼굴

2017-09-09 00:55 차지수 기자

[맥스무비= 차지수 기자] 소피아 코폴라 감독이 연출한 <매혹당한 사람들>은 여성들이 직접 쌓아올렸다가 직접 무너뜨리는 기이한 세계를 보여준다. 욕망의 주체로 기능하는 여성들은 이 세계에서 아름답고, 또 위험하다.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매혹당한 사람들>은 토마스 J. 칼리넌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1971년 돈 시겔 감독 연출,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으로 한 차례 영화화된 적 있다. 사진 UPI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매혹당한 사람들>은 토마스 J. 칼리넌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1971년 돈 시겔 감독 연출,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으로 한 차례 영화화된 적 있다. 사진 UPI

남북전쟁 중인 1864년 미국 남부의 인적 드문 마을, 부상당한 군인 존(콜린 파렐)이 7명의 여자들만 살고 있는 대저택에 들어온다. 여자들은 이 낯선 남자를 경계하면서도 그의 매력적인 모습에 호기심을 감추지 못한다. ‘크리스천의 자비’를 베푼다는 명목 하에 존의 마음을 차지하기 위한 미묘한 신경전이 이어지고, 평화롭다 못해 지루하기 짝이 없던 대저택의 공기는 노골적인 애정 신 하나 없이, 서로 은밀히 주고받는 눈빛만으로도 점차 뜨거워진다.

소피아 코폴라 감독은 이들의 비밀스러운 마음이 가열되는 과정을 섬세하게, 때로는 코믹하게 그려낸다. 나이 어린 소녀들부터 대저택을 책임지는 미스 마사(니콜 키드먼)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여자들이 한 남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번갈아가며 대화의 구실을 만들거나, 화려한 드레스를 차려입고 모여 앉은 모양새가 코미디에 가깝다. 그 앞에 놓인 저녁 식사 테이블 위에서 유혹과 질투의 눈빛이 소리 없는 전쟁을 벌인다. 우아한 얼굴 뒤에 숨어 날뛰는 욕망, 그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감각을 만끽할 수 있다.

7명의 여자들 중 사각관계의 주요 인물인 니콜 키드먼과 커스틴 던스트, 엘르 패닝의 연기 대결을 지켜보는 재미도 있다. 저택의 생활을 책임지는 의연한 미스 마사를 비롯해 상냥하고 조심스러운 에드위나(커스틴 던스트), 가장 노골적으로 존을 유혹하는 대담한 알리시아(엘르 패닝)까지, 그 중 한 명을 선택하는 것은 존에게도, 관객에게도 가혹한 일이다.

비밀이 드러나고, 애써 모른 척 하던 갈등이 폭발하는 극 후반부엔 긴장감이 극에 달한다.  태세 전환에 능한 여자들과 궁지에 몰린 존으로 인해 저택은 진짜 전쟁터가 된다. 공포는 이때부터 시작이다. 그리고 빠르고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언제 애가 닳았냐는 듯 저택에 평화가 찾아오지만, 아름답기만 했던 욕망의 추악한 얼굴은 그제서야 고개를 치켜든다.

+우아하고 클래식한 드레스의 매혹 

콜린 파렐은 “<매혹당한 사람들>은 내가 참여한 영화 중 예술적으로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고 극찬했다. 사진 UPI
콜린 파렐은 “<매혹당한 사람들>은 내가 참여한 영화 중 예술적으로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고 극찬했다. 사진 UPI

아름다운 미장센은 <매혹당한 사람들>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특히 의상이 돋보인다. 스테이시 배탯 의상감독은 당시의 스타일을 재현하기 위해 역사적 고증을 거쳐 클래식하고 빈티지한 의상들을 만들어냈다. 각 캐릭터의 성격과 의상 분위기를 매치시킨 것은 물론이다. 니콜 키드먼은 무채색을 기반으로 고혹적인 선을 살린 드레스를, 커스틴 던스트는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진주 귀걸이, 레이스 등으로 강조한 의상을 입었다. 엘르 패닝의 드레스는 리본과 모자, 풍성한 치맛자락 등을 이용해 사랑스러운 매력을 강조했다.

차지수 기자 / snowy@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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