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정원> 문근영 “너무 맑고 푸르러서 오히려 진득하고 잔혹하다”

2017-10-27 16:04 차지수 기자

[맥스무비= 차지수 기자] 급성구획증후군으로 약 1년 간의 투병생활을 마치고 건강히 돌아온 문근영. 신작 <유리정원>에서 푸른 녹음과 어우러져 생명력을 선사한다.

문근영이 <사도>(2015) 이후 2년 만의 복귀작 <유리정원>으로 돌아왔다. 사진 리틀빅픽처스
문근영이 <사도>(2015) 이후 2년 만의 복귀작 <유리정원>으로 돌아왔다. 사진 리틀빅픽처스

문근영의 눈은 다방면으로 명징하다. 맑고 순수한데, 단호함까지 서린다. 열네 살 시절 드라마 <가을동화>(KBS2, 2000)에서 가슴 미어지게 하는 눈으로 눈물을 떨궜을 때부터 <어린 신부>(2004) <댄서의 순정>(2005) 등을 거치는 동안, 심지어 성인이 된 후에도 워낙 사랑스러운 이미지 때문에 한동안 ‘국민 여동생’이라 불렸던 그다. 하지만 사실 문근영은 <장화, 홍련>(2003) <사랑 따윈 필요 없어>(2006) <신데렐라 언니>(KBS2, 2010) <마을-아치아라의 비밀>(SBS, 2015) 등의 스릴러, 복수극 장르에서도 투명한 눈으로 공기를 얼리는데 독보적이었다. 장르 불문 문근영만의 독특한 아우라를 빚어온 건, 바로 그 신비한 눈이다.

그리고 지금 <유리정원>의 판타지 세계는 문근영의 눈이 보여줄 수 있는 순수와 욕망의 양극을 데칼코마니처럼 펼쳐놓고 어느 쪽이 진실인지 수수께끼를 던진다. 극중 세상에 상처받고 숲으로 내려와 사는 과학도 재연(문근영)은 이상할 정도로 고요하다. 하지만 내면에는 아픔을 애써 가린 신념, ‘가해하지 않는 존재’로서의 새로운 인간상을 향한 욕망이 들끓는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재연의 기이한 과학실험은 순수한 이상주의이자 집착이고, 또 광기다. 그 가운데 문근영의 미스터리한 얼굴이 재연의 정체에 대한 관객의 방황을 더욱 부추긴다. “순수와 광기는 구분되지 않고 맞물려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게 너무 맑고 푸르러서 오히려 더 진득진득하고 잔혹하게 느껴졌다.”

문근영은 <유리정원>에서 동료와 연인에게 상처받고 숲으로 내려온 과학도 재연을 연기한다. 사진 리틀빅픽처스
문근영은 <유리정원>에서 동료와 연인에게 상처받고 숲으로 내려온 과학도 재연을 연기한다. 사진 리틀빅픽처스

문근영은 남몰래 가슴에 불을 품은 재연이 자신과 닮았다고 말한다. “화를 내는 게 나에겐 오히려 불편한 일이다. 겉으로 표현은 하지 못해도 나는 내 방식대로 화를 내고 있는 것이라 재연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 재연이 극중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는 것 역시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에겐 속상한 일. “다수에 의해 소수가 당연하게 묵살당한다면 공존이 불가능하다. 작은 하나, 하나를 보고, 이해하려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리정원>이 말하는 공존의 가치는 그런 자세에서부터 정립되는 게 아닐까.”

영화와 드라마는 물론 최근 연극까지 발을 넓힌 문근영은 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이다. 사진 리틀빅픽처스
영화와 드라마는 물론 최근 연극까지 발을 넓힌 문근영은 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이다. 사진 리틀빅픽처스

어느덧 연기 경력이 20년이 다 되어 간다. 대중 앞에 서는 배우로서 불특정 ‘다수’를 상대하는 일은 이제 제법 편한 일상이 되지 않았을까. “편하진 않다.(웃음) 대중이 나를 보는 시선과 스스로 생각하는 나의 모습엔 분명 차이가 있다. 지금까지 내가 ‘인간 문근영’에 대해서는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일 거다. 배우 문근영과 인간 문근영에 구분을 두고 싶었다. 다 보여주기엔 뭔가 무서웠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저 연기하는 나를 보여주고 싶다.”

어린 시절부터 배우가 된 건 하고 싶은 일이 많아서였다. “같은 얼굴의 배우가 이 작품에서는 이 역할, 저 작품에서는 저 역할로 나오는 걸 보고 배우를 꿈꾸기 시작했다. 어린 마음에, 연기를 하면 그 안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다 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한 거다.” 지금 그 시절의 작품들을 다시 보면 꽤 낯설다는 고백이다. “분명 나인데, 나 같지 않은 느낌. 참 아무 생각 없이, 아무 고민 없이 그냥 연기했던 것 같다.”

<신데렐라 언니>를 찍었던 20대 중반부터 더 이상 “직감만으로는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는 문근영은 “다른 배우들이 고민을 왜 하는지 이해가 갔다. 대본을 분석한다는 게 무엇인지 인지하기 시작한 시점이다. 연기를 잘 하고 싶다는 부담감도 함께 생기기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연기에 대한 애정은 늘 한결같다. 급성구획증후군으로 약 1년 간 투병 생활을 했지만, 아직까지 단 한 번도 연기를 그만둬야겠다 생각해본 적 없다. 최근에는 영화와 드라마는 물론 연극까지 발을 넓혔다.

“모든 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마음에 와 닿는 연기를 하고 싶다. 그런 연기는 순수했던 아역 시절에 더 쉬웠던 것 같지만,(웃음) 여전히 그 방법을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어쩌면 평생 모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알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늘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이다. 고민을 계속 하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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