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피터필름 주필호 대표 "영화일, 밖에선 판타지 현실은 스릴러"

2018-01-24 12:10 성선해 기자

[맥스무비= 성선해 기자] 주필호 대표에게 2018년은 12년 간 공을 들인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자리다. <관상>의 뒤를 이을 역학 3부작 <궁합>과 <명당>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를 관객과의 싸움이라 표현한 그는 “모든 경기에서 이길 수는 없다”면서도 승리를 바라는 낙관론자다. 한국 영화계의 현상황을 바라보는 시각 역시 긍정적이었다.

# 베일 벗는 12년 프로젝트 <궁합> <명당>

주필호 대표는 영화 홍보사 ‘영화방’을 거쳐 2000년 영화제작사 주피터필름을 설립했다. <아내가 결혼했다> <관상> <궁합> 등은 모두 그의 손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맥스무비 김미애 (에이전시 테오)
주필호 대표는 영화 홍보사 ‘영화방’을 거쳐 2000년 영화제작사 주피터필름을 설립했다. <아내가 결혼했다> <관상> <궁합> 등은 모두 그의 손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맥스무비 김미애 (에이전시 테오)

2015년 12월 촬영을 마친 <궁합>이 드디어 공개됩니다. 2018년 2월을 개봉 시기로 잡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승기 배우를 기다렸습니다. 영화의 후반 작업이 진행되던 2016년 3월 입대한 뒤 지난해 10월 제대했잖아요. 주인공의 영화 홍보 활동 참여 여부가 흥행 분위기에도 영향을 크게 미치니까요. <궁합>은 유행을 타는 트렌디한 영화가 아니라, 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드라마틱한 이야기이기에 주연배우를 기다리는 것에 큰 불안함이 없었습니다. 더 좋은 때에 관객과 만나기 위해 기다린 거죠. 그 사이 후반 작업에 남다른 공을 들일 수 있었습니다.

<관상>(2013) <궁합> <명당> 등 역학 3부작의 출발점이 궁금합니다.

현대인들은 모두 불안하고 불확실성의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미래와 운명을 궁금해하고 무언가에 의지하고 싶어합니다. 점이나 관상, 궁합, 사주나 명당 같은 것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동서양 고금을 막론하고 공통되는 거 같습니다. 서양에서도 점성술, 타로카드 같은 게 있지 않나요. 일종의 심리 상담, 카운슬링 같은 역할을 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미신이라고 여기면서도 의지하고 싶어 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인간이라면 자신의 운명에 관심을 가지는 게 당연하니 저 또한 역학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게 됐죠.

지난해 8월 22일 제작에 돌입한 <명당>이 최근 촬영을 마쳤습니다. 기획부터 시나리오 완성까지 총 12년 이상의 시간을 공들인 작품인데요. 상세한 제작 과정이 궁금합니다.

지난 1월 5일 촬영을 마친 <명당>은 100억원대 예산이 투입된 사극 블록버스터다. <관상>과 <궁합>을 잇는 역학 3부작의 마지막 타자이기도 하다. 사진 메가박스플러스엠
지난 1월 5일 촬영을 마친 <명당>은 100억원대 예산이 투입된 사극 블록버스터다. <관상>과 <궁합>을 잇는 역학 3부작의 마지막 타자이기도 하다. 사진 메가박스플러스엠

<명당>이 역학 3부작 중 가장 먼저 기획한 작품입니다. <명당>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관상>과 <궁합>을 만난 거죠. 12년 동안 준비한 뒤 선보이는 작품입니다. <명당>은 묏자리를 둘러싼 인간의 욕망과 암투를 그린 이야기입니다. 흥선대원군이 지관의 조언을 받아 2대에 걸쳐 천자가 나오는 묏자리로 아버지의 묘를 이장한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합니다. 역학 3부작의 최초 기획이지만 마지막 작품이 될 예정입니다.

<명당>은 예산이 100억 가까이 투입된 블록버스터이기도 합니다. 조승우와 지성, 백윤식 등 멀티캐스팅으로 기대감이 높습니다. 언제쯤 만나볼 수 있을까요?

역학 3부작의 마지막 <명당>은 2명의 왕을 배출할 천하 길지 명당을 차지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살아생전 머무는 집을 백년 집이라 한다면, 죽어서 머무는 집을 천년 집이라고도 합니다. 거기서 출발한 이야기입니다. 묏자리 쟁탈전에서 출발했지만 액션도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지난 1월 5일 아침에 촬영을 마쳤어요. 매주 촬영 현장 편집본을 모니터링을 했었는데 배우들의 연기 끝장 대결을 보는 것도 큰 선물입니다. 장대한 스케일의 볼거리도 많아서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개봉 시기는 올해 추석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명당>에 이어 최근에는 <도문대작: 맛>을 준비 중입니다. 음식이 중심이 되는 영화는 국내에서 드문 편인데요.

<도문대작: 맛>은 허균이 집필한 음식 비평서 <도문대작>에서 출발한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무척 사랑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워낙에 맛있는 음식도 좋아하고 맛집도 좋아하다 보니 꼭 한번 만들고 싶었던 아이템입니다.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작품인데요. 조선시대의 맛 칼럼니스트 허균이 주인공인데 음식이 또 다른 주인공으로 등장하면서 이야기 자체도 너무 재미있습니다. 최근 <혈의 누>(2005) <후궁: 제왕의 첩>(2012)을 연출한 김대승 감독님이 합류해 마지막 시나리오 수정 작업 중입니다. 새해 1월까지 시나리오 작업을 마치고 캐스팅에 돌입할 예정입니다. 관심을 받는 프로젝트다 보니, 좋은 캐스팅을 위해서도 재밌고 완성도 있는 시나리오를 탈고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 독특한 소재와 매력적인 이야기 꿈꾼다

주피터필름은 주필호 대표가 그의 성 주 씨와 카톨릭 세례명 베드로(영어로는 피터)를 합쳐서 지은 사명이다. 영화 조명의 데이라잇(Day Light)의 또 다른 명칭인 주피터 조명기란 뜻도 담겨있으며, 그리스 로마신화의 제우스 신, 목성의 또 다른 이름인 주피터 등 복합적인 의미를 담았다. ⓒ 주피터필름
주피터필름은 주필호 대표가 그의 성 주 씨와 카톨릭 세례명 베드로(영어로는 피터)를 합쳐서 지은 사명이다. 영화 조명의 데이라잇(Day Light)의 또 다른 명칭인 주피터 조명기란 뜻도 담겨있으며, 그리스 로마신화의 제우스 신, 목성의 또 다른 이름인 주피터 등 복합적인 의미를 담았다. ⓒ 주피터필름

<아내가 결혼했다>(2008)는 로맨스, <두 개의 달>(2012)과 <소녀 괴담>(2014)은 로맨스가 가미된 호러, 역학 3부작은 사극, <내 심장을 쏴라>와 <순정>은 소설이 원작인 드라마였습니다. 다양한 장르를 제작해 오신 점에 눈에 들어옵니다. 영화 제작 여부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가 궁금합니다.

기존 영화와의 변별점을 찾고 소재와 시대를 관통하는 기획이라고 말하겠습니다. 관객이 좋아할 만큼 매력적인 이야기인지 여부도 중요하죠. 제작자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관객들의 눈높이에서 이야기를 바라봐야 하니까요. 물론 ”이 길이 아닌 가벼“ 싶을 때도 있죠.(웃음) 영화가 다 잘 될 수는 없으니까요. 제작자들은 누구나 독특한 소재와 매력적인 이야기를 꿈꿉니다. 하지만 그게 다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죠. 좋은 시나리오, 스타성 있는 배우, 재능 있는 감독이 잘 어우러져야 합니다. 관객과의 싸움도 잘 해야죠. 산 넘어 산이랄까요.

주피터필름만의 영화 제작 철학이나 원칙은 무엇입니까?

공정한 영화 산업 생태계 조성에 관심이 많습니다. 같이 일하는 스태프가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힘이 되고 싶어요. 요즘 표준 근로 계약서를 다들 실천하잖아요. 촬영 시간이 늘어나면 시간당 추가 급여를 당연하게 다 지불해야 합니다. 그걸 철저히 지키려고 합니다. 그게 곧 좋은 영화를 만드는 원천이라고 봅니다.

그간 제작하신 작품들 중에 유독 우여곡절이 많아서 애착이 가는 작품을 꼽는다면요?

손예진과 故 김주혁 주연의 <아내가 결혼했다>는 주피터필름의 창립작이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손예진과 故 김주혁 주연의 <아내가 결혼했다>는 주피터필름의 창립작이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제작자로서 데뷔작인 <아내가 결혼했다>입니다. 우여곡절이라기보다는 좋은 추억이 있는 영화라 말하고 싶네요. 도발적인 소재와 가치 전복적인 이야기, 한 번도 본 적 없는 여성 캐릭터가 좋았습니다. 남자가 아닌 여자가 첩을 두고 사는 상황인 거잖아요. 한국 사회의 제도와 관습을 뒤집어버린 거죠. 보수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한국 사회에 똥침을 날리는 작품이었습니다. 상영 당시 극장에 20번은 가서 봤던 것 같아요. 스크린이 아닌 객석의 반응을 봤죠. 여성 관객들은 박수를 치면서 너무 신나게 보더라고요. 반면 아내 혹은 여자친구와 같이 온 남성 관객들은 찌질한 남자 주인공의 모습에 스크린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욕을 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아내가 결혼했다>만 생각하면 신명이 납니다.

주피터필름의 작품에서는 젊은 스타들의 적극적인 기용이 눈에 띕니다. 박한별, 강하늘, 김소은, 여진구, 도경수, 김소현 등이 대표적입니다. <궁합>은 이승기와 심은경이 주연이기도 하고요. 청춘스타들이 주인공인 작품을 적극적으로 제작하시는 이유가 있습니까?

가능성 있는 신인 연기자들에 대한 기대감 때문입니다. 배우군이 좁은데 발굴을 해야죠. 그때그때 작품 방향과 트렌드를 참조해서, 좀 더 핫한 캐스팅 조합을 만들어 내려 애씁니다. 오디션을 통해 캐릭터에 맞는 배우들을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주피터필름은 캐스팅에서도 공정성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관상> <궁합> <명당>에 등장하는 조단역 배우들조차도 오디션으로 선발했습니다. 주피터필름의 영화와 함께 새로운 배우들이 스타로 탄생하길 기대합니다.

# 나눔을 실천하는 영화 제작자 주필호

주필호 대표는 영화 마케터 출신이기도 하다. 마케터 시절의 경험은 그에게 소재를 보는 안목을 길러줬다. ⓒ맥스무비 김미애 (에이전시 테오)
주필호 대표는 영화 마케터 출신이기도 하다. 마케터 시절의 경험은 그에게 소재를 보는 안목을 길러줬다. ⓒ맥스무비 김미애 (에이전시 테오)

<관상> 이후 모든 영화의 순수익의 50%를 나누고 있으며 세월호 참사 때는 1억 원을 기부했습니다. 꾸준히 나눔을 실천하시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5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의 영향이 크죠. 자식 뒷바라지로 고생하신 어머니께 효도하고 싶었으나 고생만 하고 가시니, 가슴에 한으로 쌓였습니다. 그것을 풀기 위해 사회로 눈을 돌렸습니다. 다 마찬가지겠으나, 영화도 혼자 잘해서 흥행하는 게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의 땀의 결실인 것이고, 궁극적으로 관객이 없으면 영화는 없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나눔을 실천하고 싶었어요. 절반을 비우면 다시 채워진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습니다. 나눔을 통해서 좋은 사람들과 교류도 하고, 인생의 가치와 행복을 그렇게 느끼는 거죠.

12년간 영화 홍보사 영화방을 운영한 뒤 2000년부터 제작자로 활동했습니다. 마케터로 활동한 경험이 영화 제작에 가장 도움이 될 때는 언제입니까?

마케터로 활동하면서 관객과의 소통과 소재 감별력의 중요성을 체감했습니다. 홍보를 맡은 영화를 어떻게 하면 관객이 재미있게 볼 수 있을지를 생각해야 했으니까요. 흥행에 실패하면 ‘이렇게 하면 안 되는구나’를 남의 돈 써가며 배웠어요. 당시 제게 일을 맡긴 제작자들에게는 죄송한 이야기이지만요.(웃음) 한국 영화가 조금 더 새로워지려면 영화 마케터 출신 제작자가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제작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와 힘이 들 때는 언제입니까?

영화가 잘 되면 보람을 느끼고, 망하면 힘이 들죠. 성격이 명쾌하고 단순한 편이라 좋지 않은 일은 빨리 털어버리려고 애씁니다. 그게 영화 제작자의 운명이니까요. 제가 축구를 좋아하는데 최근 호날두의 레알 마드리드가 리그에서 계속 죽을 쑤고 있죠. 경기에서 또 패배한 뒤 많은 팬들이 질타를 하자 마르셀루 선수가 “레알이라고 모든 경기에서 다 이길 수는 없다”라고 말을 하더군요. 그에게서 프로 선수로서 여유가 느껴졌습니다. 저도 공감합니다. 실패를 이겨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삶에 큰 영향을 끼친 영화를 꼽아 주신다면 어떤 작품이 있을까요?

어려울 때마다 돌려본다는 <대부> 시리즈는 주필호 대표의 ‘인생 영화’다. 사진 <대부> 스틸
어려울 때마다 돌려본다는 <대부> 시리즈는 주필호 대표의 ‘인생 영화’다. 사진 <대부> 스틸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대부> 1,2를 꼽고 싶습니다. 학창시절부터 좋아했던 작품입니다. 일하다가 창의력이 필요할 때, 혹은 개인적으로 어려움에 처했을 때 반복해서 보는 편입니다. 말론 브란도가 세상을 떠났을 때 <대부1>을 다시 보면서 울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브란도와 동시대에 살고 있던 영화팬으로서 더 이상 말론 브란도의 연기를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대부2>에서는 비토 콜리오네(말론 브란도)의 젊은 시절을 로버트 드 니로가 연기했었지요. <대부1>에 버금가는 작품입니다. 그렇게나 뛰어난 속편은 아마 앞으로도 없을 것입니다.

영화업계와 제작에 관심이 많은 지원자들을 위해서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제작자의 입장에서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은 무엇입니까?

영화 한편이 만들어지기까지는 그 과정이 지난합니다. 영화 작업에서 중요도를 꼽으라면 단연 시나리오입니다. 그 이후로도 투자와 캐스팅의 높은 장벽을 넘어서야 합니다. 그런 식으로 한 달이 두 달 되고, 1년이 2년이 되고 시간이 화살처럼 휘리릭 지나갑니다. 준비만 하다 엎어지는 일이 허다하기에 웬만한 의지로는 견디기조차 힘든 업종이 바로 영화입니다.

이처럼 영화 한 편 제작한다는 것은 많은 산을 넘어야 합니다. 운 좋게 제작을 했더라도 관객과 소통에 성공해서 흥행하기란 더더욱 어렵습니다. 영화는 종합예술인 만큼, 이런 많은 관문을 넘어서는 인문학적 소양과 경험이 받쳐줘야 가능한 분야입니다. 딱히 덕목을 꼽으라면 영화를 많이 보고 그 영화의 시나리오를 찾아서 어떻게 이미지화했는지 보라는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우리 시대의 사람들과 사건들에 끊임없는 관심을 가지길 바랍니다.

영화제에서 턱시도를 입고 나비넥타이를 맨 배우들로 상징되는 게 영화의 전체적 톤 앤 무드입니다. 하지만 실상은 3D 업종이에요. 겉은 판타지이지만 현실은 스릴러라고나 할까요. 한살이라도 젊었을 때 생각을 바꾸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상담하러 오는 사람들에게 늘 비관적인 얘기를 해 줄 수밖에 없습니다.

영화가 아닌 다른 분야에 대한 관심사가 궁금합니다. 평소 어떤 취미생활을 즐기십니까?

10년 전부터 등산을 즐기는 편입니다. 대한민국 100대 명산은 다 가봤어요. 요즘은 바빠서 많이 가지 못합니다. 평소에도 웬만한 거리는 다 걸어 다녀요. 약속 시간보다 30분 일찍 나서는 거죠. 최근에는 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명상도 시작했습니다. 6개월 정도 됐어요. 취미라기보다는 저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 관리를 위해서 필요하더군요.

# 주필호 대표의 2018년 한국 영화계 전망과 제작 현장

올해는 <메이즈 러너> <쥬라기 월드> <미션 임파서블> <신비한 동물사전> 등 전작이 흥행한 외화 프랜차이즈가 대거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국내 영화 제작자로서 올해 한국 영화시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으십니까?

주피터필름의 제작 영화인 <두 개의 달>과 <관상> 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한 주필호 대표. ⓒ맥스무비 김미애 (에이전시 테오)
주피터필름의 제작 영화인 <두 개의 달>과 <관상> 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한 주필호 대표. ⓒ맥스무비 김미애 (에이전시 테오)

매력적인 콘텐츠면 그것이 외화든 한국영화든 관객들의 선택을 받으리라 생각됩니다. 결국은 콘텐츠의 문제인 거니까요. 할리우드만 해도 선댄스 영화제와 제 3세계 영화계에서 두루 재능을 발견하죠. 매너리즘을 늘 경계하며 새 피를 수혈해 왔습니다. 한국 영화시장의 위기는 늘 있어왔습니다.

영화관을 관람하는 관객 수는 2013년 누적 2억 1천만 명을 돌파한 뒤 4년째 제자리걸음입니다. 왜 관객들이 극장에서 영화를 보지 않는다고 생각하십니까?

인구가 감소하고 있으니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닐까요. 극장의 주고객층인 20대와 30대가 점점 줄어들고 있으니까요. 플랫폼의 변화도 영향을 미쳤겠죠. 20대는 극장을 가지 않아도 즐길거리가 많습니다. 영화는 스마트폰으로 보는 경우도 많아요. 극장이 아닌 다른 플랫폼으로 영화를 소비하고 있는 거죠. 반면 40대부터는 극장 세대다 보니 기존 관람 방식을 바꾸지 않는 겁니다. 인구 감소와 플랫폼 변화에도 2억 명이 넘게 영화를 보고 있는 상황인 겁니다. 오히려 대단한 게 아닐까요? 극장을 사수하려는 영화인들의 노력이 현상 유지로 이어지고 있다고 봅니다. 사실 현상유지 이상인 거죠. 이런 추세라면, 제가 보기에는 극장이 사라지는 시간이 생각보다 빠를 수 있어요.

극장 위주 배급이 아닌 다른 대안이 있다고 보시는 건가요?

이미 넷플릭스와 아마존 등이 극장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플랫폼의 변화가 긍정적이지만은 않습니다. 넷플릭스의 제작 방식은 제작비를 투자하되 창작자의 저작권을 몽땅 가져가는 쪽에 가깝습니다. 제작비의 몇 퍼센트를 수익으로 받고 모든 권리를 포기하는 방식이죠. 창작자뿐만이 아닙니다. 극장이 사라지면 관련 직종들도 함께 사라질 수밖에 없어요.

300만 이상의 관객이 드는 영화의 수가 점차 감소 추세입니다. 한꺼번에 많은 영화들이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기 때문입니다. 제작자로서 현 시장의 상황에 대한 의견이 궁금합니다.

연간 개봉하는 주류 한국영화는 70~80편 정도입니다. 한국 영화 전성기에는 100편 정도였으니 오히려 좀 들어든 겁니다. 영화의 흥행 여부는 총제작비와 비교해서 따져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작비 35억이 중예산 영화인데 300만이 들면 성공한 거죠. 손익분기점이 160만 정도이니까요. 반면 100억이 투입됐는데 300만 명이 든 거면 흥행이 실패한 겁니다. 총제작비와 비교하지 않고 300만 이상이라는 절대 스코어로 흥행 여부를 가늠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제작자의 입장에서 2018년 한국 영화계에 변화했으면 하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영화산업의 합리화, 불공정 거래 환경 등 영화 생태계가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또한 한국 영화가 스타 캐스팅에 기대기보다는 독특한 소재와 매력적인 이야기로 승부했으면 합니다. 식상한 틀에서 벗어난 과감한 제작과 투자가 필요한 타이밍입니다.

20대의 주필호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어서 와, 영화판은 처음이지? 환영한다! 근데, 필호야... 이 길밖에 없니?”

 

주피터필름 주필호 대표는?

영화홍보사 ‘영화방’의 마케터로 시작해 2000년 주피터필름을 설립했다. 창립작 <아내가 결혼했다> 이후 <두 개의 달> <소녀 괴담> <내 심장을 쏴라> <순정> 등을 제작했다. 900만 관객을 동원한 <관상>(2013)을 탄생시킨 주역이기도 하다. 올해는 역학 3부작의 후속인 <궁합>과 <명당>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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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피터필름 주필호 대표 "영화일, 밖에선 판타지 현실은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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