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빅픽쳐스 권지원 대표 “수직계열화가 영화계 공생을 가로막아”

2018-01-24 12:04 차지수 기자

[맥스무비= 차지수 기자] 대기업 위주의 영화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고자 7개 제작사가 2013년 공동 설립한 투자배급사 리틀빅픽쳐스. 회사를 이끌며 상업영화부터 저예산, 독립영화까지 다양한 작품을 배급해온 권지원 대표는 지난해 <아이 캔 스피크>(2017)의 성공으로 그간 부진했던 흥행 성적에 새로운 전화점을 꽂았다. 위기도 결국 영화로 돌파해야 한다는 우직한 뚝심의 결과다.

# 설 자리 없는 영화들의 버팀목 되어 준 리틀빅픽쳐스 

권지원 대표는 사임한 엄용훈 대표를 이어 2015년부터 리틀빅픽쳐스를 이끌고 있다. ⓒ맥스무비 니콜라우스 (시티 카메라)
권지원 대표는 사임한 엄용훈 대표를 이어 2015년부터 리틀빅픽쳐스를 이끌고 있다. ⓒ맥스무비 니콜라우스 (시티 카메라)

축하드립니다. 지난해 <아이 캔 스피크>300만 관객을 넘기면서 그간 리틀빅픽쳐스의 배급작 중 가장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배급을 결정한 게 2016년 11월쯤이었을 겁니다. 사실 그때 회사 상황이 굉장히 힘들었어요. 기대했던 영화들이 잘 안됐고, <1급기밀>이 소재 문제 때문에 투자를 잘 못 받고 있었거든요. 외부에서 회사를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도 많았고요. 저 역시 <아이 캔 스피크>를 잘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탄탄한 모회사가 있는 것도 아닌데 지금까지 해왔던 작품들 중 가장 예산이 높은 작품이었으니까요. 그런데 명필름에서 참여해주고, 김현석 감독님까지 붙어주면서 다행히 힘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아이 캔 스피크>를 배급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무엇이었습니까?

이 험난한 현실도 결국에는 ‘영화로 돌파를 해야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아이 캔 스피크>라면, 쉽진 않겠지만 지금의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스크린 독과점에 맞서 다양한 영화를 배급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지만 그간 흥행 실적은 부진했습니다. <아이 캔 스피크> 덕분에 사내 분위기도 고무적이었을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저희가 3년 정도 저예산영화, 다큐멘터리, 독립영화 등등 흔히 말하는 중·저예산 영화들을 배급해왔는데, 나름 의미 있다고 생각했던 작품들이지만 흥행을 못했죠. 펀딩 상황도 안 좋으니까 직원들도 지쳐있었어요. 그런데 <아이 캔 스피크>가 잘 되면서 분위기가 확 전환된 것 같습니다. 배급사가 자리 잡기까지 시간이 꽤 걸리는데, 그래도 어려운 시기를 잘 버틴 것 같아서 스스로도 자부심을 느낍니다.

투자배급사로서 투자를 유치하는데 어느 정도의 어려움이 있었습니까? 

모태펀드 자체에서 투자를 못 받는 상황이었습니다. 심지어 어떤 영화는 투자심의가 다 끝난 상황에서 갑자기 엎어지는 경우도 있었고요. 어쨌든 저희는 투자배급사니 투자가 제일 중요한데, 그런 제반사항이 조달이 안 되니까 좀 힘들었죠. 극장도 저희 회사를 껄끄러워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영화의 명분은 좋은데 상업적인 가치는 떨어진다는 거죠. 전반적으로 투자며 배급이며 쉽지 않았어요.

리틀빅픽쳐스를 직접 이끌어온지 딱 3년이 지난 시점입니다. 그간 리틀빅픽쳐스의 성과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흔히들 스타트 업 회사가 3년 안에 자리를 못 잡으면 좌초될 수 있다고 합니다. 저 역시 3년 만이라도 버텨보자는 각오로 일했습니다. 그 사이 리틀빅픽쳐스가 한국영화계에 필요한 영화들을 끊임없이 배급해오면서 나름의 위치를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신인 감독, 저예산 등등 어렵게 만들어진 영화들은 사실 배급사가 없어서 배급 못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저희 나름의 영역에서 그런 영화들의 버팀목 역할을 잘 해온 것 같고, 3년 지나는 시점에서 <아이 캔 스피크>가 흥행해 탄력도 받았으니 앞으로의 3년도 잘 버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다양성 영화부터 100억 대작까지, 저변 넓히는 2018년

<1급기밀>은 한국영화 최초로 방산비리에 대해 다룬 작품으로 고 홍기선 감독의 유작이다. 사진 리틀빅픽쳐스
<1급기밀>은 한국영화 최초로 방산비리에 대해 다룬 작품으로 고 홍기선 감독의 유작이다. 사진 리틀빅픽쳐스

2018년 리틀빅픽쳐스의 첫 작품인 <1급기밀>은 개봉까지 무려 8년이 걸렸다고요?

홍기선 감독님과 제작진이 3년 반 정도 시나리오를 개발했고 2015년 초에 리틀빅픽쳐스와 계약한 작품입니다. 그 시점부터 함께 지속적으로 시나리오 개발하면서 어느 정도 완성됐다 싶을 때 캐스팅 들어갔어요. 촬영에 들어간 건 2016년이었죠. 방산비리라는 소재 때문에 투자 받는데 어려움이 상당히 많았어요.

만약 정권이 바뀌지 않았으면 개봉하지 못했을까요? <1급기밀>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어떻게든 개봉은 했을 겁니다. 홍기선 감독님이 계셨으면 후반 작업이 더 일찍 끝나서 작년 하반기 정도에 개봉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결국 감독님의 의지 덕분이 아닐까요. 그 동안 홍기선 감독님이 연출해온 영화들이 다 하기 쉬운 작품은 아니었는데, 꾸준히 한 길을 걸어오시면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셨잖아요. 저 역시 <1급기밀>을 배급하기로 결정할 때 감독님의 대한 신뢰와 영화의 취지에 동감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영화 촬영 마친 후 홍기선 감독이 별세했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후반 작업에 대한 우려가 꽤 많았을 것 같은데요.

그렇죠. 그런데 제작진에서 한 번 해보자고 하더군요. 감독님의 소스들이 남아있고, 영화의 취지에 대한 소통도 잘 이뤄졌으니까요. 또 김상범 편집 기사님이 워낙 베테랑이시고 감독님과의 교감도 많았으니 편집감독 중심으로 잘 마무리 해보자고 했어요. 그래도 구심점이 없으니까 주요 순간에 결정 내리기가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장산곶매 동료이자 감독 경험도 있는 명필름 이은 대표님을 찾아가서 그 역할을 부탁드렸죠. 바쁜 상황에서도 거절하지 않으시고 흔쾌히 해주셨어요. 후반작업에만 10개월 정도 걸린 것 같네요.

현재 100억 대작 <사냥의 시간>을 준비 중입니다. 중소 배급사 입장에서 이 정도 규모의 대작은 부담스러울 텐데,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요?

<사냥의 시간>은 제작사 싸이더스픽쳐스의 이한대 대표가 야심차게 준비하다가 캐스팅 문제가 생기면서 투자자들이 빠지고, 메이저 배급사들도 빠져나가서 절반은 좌초된 상황이었어요. 마침 저희가 <아이 캔 스피크>를 촬영 중이었는데, 이제훈 배우가 <사냥의 시간> 주연도 맡게 되면서 그 작품에 대한 애정을 종종 드러내더라고요. <아이 캔 스피크>에 참여하는 과정을 보면서 참 좋은 배우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배우가 주연을 맡는다니 저도 <사냥의 시간>에 관심이 생겼죠. 유니온투자파트너스에서 자금 50% 투자하기로 하면서 힘이 확 실렸어요. <아이 캔 스피크>를 기점으로 리틀빅픽쳐스에서도 한 번 규모 있는 영화를 해볼 수 있겠다는 신뢰감이 투자자들 사이에 생긴 것 같아요.

올해 리틀빅쳐스에서 개봉시키는 한국영화만 10편 이상입니다. 그중 텐트폴을 꼽아보신다면?

당장은 <1급기밀>이고, 상반기 다양한 작품들 중에는 다양성 영화도 꽤 있어서 관객층에 맞게 준비해야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예산이 큰 <사냥의 시간>에 많이 집중해야할 것 같습니다. 5월 초에 크랭크업하고 개봉은 빠르면 가을 정도? 윤성현 감독은 <파수꾼>으로 주목 받았던 감독인데다가 콘티 준비도 굉장히 오래 했고, 배우들과의 소통도 깊어서 저 역시 많이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제훈을 비롯해서 박정민, 최우식, 안재홍, 박해수 등등 좋은 배우들이 많이 나옵니다. 암울한 시대를 사는 청춘들의 이야기예요.

# 수직계열화로 인한 불공정 경쟁, 정책 조정 필수적 

권지원 대표는 극장과 배급, 제작사의 부율이 공정하지 못한 수익 구조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맥스무비 니콜라우스 (시티 카메라)
권지원 대표는 극장과 배급, 제작사의 부율이 공정하지 못한 수익 구조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맥스무비 니콜라우스 (시티 카메라)

지난해에는 연간 관객수가 연말이 되어서야 2억 명을 넘겼습니다. 올해는 어떨 거라고 예상하세요?

올해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주요 메인 타켓의 고령화도 있겠고, 혼자 보는 사람이 늘어나는 등 관람 패턴 변화의 영향도 있겠죠. 또 이제는 영화를 대체할 수 있는 콘텐츠가 워낙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지출 패턴도 변했어요. 보통 극장 티켓 값이 8,000원에서 10,000원 정도 하는데 요새 그 돈이면 한 달 무제한으로 넷플릭스, IPTV 등을 즐길 수 있잖아요. 같은 돈을 주고 극장에 올 것이냐 아니면 다른 콘텐츠를 볼 것이냐 고민하게 되죠.

한국영화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오래 전부터 수직계열화를 지적해오셨습니다. 문제에 맞서 리틀빅픽쳐스가 출범한지 4년 정도 지난 지금, 문제 해결에 진척이 있었다고 느끼십니까?

아니요. 배급사가 극장을 하면서 나오는 불합리, 불공정한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반드시 조정되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현실적으로 계열 분리를 하는 것이 어렵다면 부율이라도 개선이 되어야죠. 지금 대략 5:5 혹은 4:5의 비율로 극장과 배급사가 입장료를 배분하고 있는데, 최저 임금이나 표준근로계약서 등으로 제작비 단가가 많이 올랐습니다. 그런데도 부율은 고정적이라 극장은 계속 돈을 벌고, 배급사는 수익을 거두지 못하는 구조예요.

한쪽만 불공정하게 돈을 벌고 있다는 의미입니까?

극장도 어차피 영화가 계속 만들어져야 돈을 법니다. 그렇다면 둘은 공생관계인데 극장만 계속 수익을 내면서 멀티플렉스만 늘어가고 있어요. 그러면서 P&A 비용 부담은 계속 늘어나고 있죠. 극장 광고판이 엄청 많아졌고 티켓 발매기 등등 비용을 들여야 하는 플랫폼이 계속 늘어나니 안 할 수도 없고 부담이 상당해요. 영화 때문에 극장이 성장하는 것인데, 한 쪽은 재무적으로 수익을 못 내니 균형이 깨지죠. 부율이라도 좀 바꿔줘야 하는데, 근본적으로 수직계열화 때문에 조정이 안 되는 것 같아요. 리틀빅픽쳐스에서 부율 조정해달라고 해봤자, 극장은 꼼짝도 안 하죠.

극장에서 자사 영화를 더 많이 밀어준다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무작정 많이는 못 틀어줍니다. 매출이 중요한데 관객이 안 드는 영화를 밀어붙일 수는 없으니까요. 출발선 상의 문제죠. 출발 자체를 유리하게 해서 관객이 더 많이 들도록 하는 겁니다. 관객이 비슷하게 드는 영화들이 있다면 자사 영화를 더 끌어줄 수도 있고요.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 않느냐고 하는데, 아주 일상적인 일이에요. 대대적으로 좋은 자리에서 밀어주니 인지도 면에서 훨씬 유리한 거죠.

자사 영화는 경쟁작보다 예매도 일찍 열어줍니다. 극장 논리에 따르면 작게 시작한 영화도 점유율이 높을 경우 관을 늘려준다는데, 그럼 똑같이 작게 시작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물론 작게 시작했는데 커지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은 매우 소수의 경우라 일반화시키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관객은 당연히 접근하기 쉬운 영화를 많이 보기 마련이잖아요. 마케팅은 초반 성적이 매우 중요한데, 시작할 때부터 이러면 게임이 안 됩니다.

자본주의 시장질서와 다양한 영화의 상생 가능성이 어느 정도나 된다고 보십니까?

글쎄요, 가능하게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왜 돈 안 되는 영화만 하느냐는 우려의 시선을 많이 받는데, 그런 영화가 없으면 <택시운전사>(2017) 같은 영화도 만들어지지지 못할 거예요. 작은 영화들이 많이 나와야 그 감독들이 또 다른 영화를 할 수 있죠. 5, 6, 7등이 있으니까 1, 2, 3등도 있는 것이고, 야구도 2군이 탄탄해야 1군이 좋은 성과를 내는 것 아니겠어요?

그런 면에서 메이저 영화사들이 역할 분담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렇지 않으면 매번 하는 배우, 하는 감독, 하는 패턴으로 영화가 나올 텐데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그들 손해죠. 말씀드린 대로 수직계열화가 근본적인 원인이에요. 수익 배분이 달라져서 수익률이 좀 올라가야 다양한 영화에 투자를 할 수 있는데, 자사에 대해서는 부율이나 P&A 비용을 다 방어해주니 공정한 게임이 불가능하잖아요. 업계 내에서의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봐요.

정책적인 측면에서는 어떤 규제가 필요할까요?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정책적인 아이디어를 많이 내줬으면 해요. 예를 들어 지금 영화발전기금을 3%씩 걷고 있는데, 잘된 영화는 더 걷고 안 된 영화는 덜 걷는다던지, 더 걷은 돈으로 다양성 영화를 지원해준다던지, 극장에 다양성 영화를 많이 상영하는 만큼 지원금을 준다던지 등의 정책으로요. 요금의 경우에도 <신과 함께-죄와 벌>처럼 몇 백억 규모의 영화와 리틀빅펵쳐스에서 배급한 <유리정원> 같은 작은 영화의 관람료는 다르게 책정할 수도 있겠죠. 이런 정책이 시행되면 신규 자본도 많이 들어올 거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극장이 장악된 상태에서 어느 신규 자본이 영화 투자배급에 뛰어들려고 하겠어요.

리틀빅픽쳐스가 이러한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나름의 방법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메이저 배급사들과 제작사들의 관계에서 제작사들이 불합리하게 느끼는 부분들을 해소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좋은 시나리오들은 다 극장을 낀 배급사에 먼저 갈 텐데, 우리가 중심을 잡고 창작자들의 권리를 지켜주면 양질의 콘텐츠를 먼저 확보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아질 겁니다. <아이 캔 스피크>를 롯데와 공동 배급한 것처럼 이런 좋은 콘텐츠를 메이저 회사와 같이 배급하는 형태도 괜찮을 것 같고요.

끊임없이 영화계에 필요한 영화들 그리고 새로운 제작자나 감독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영화들은 계속 가지고 가려고 합니다. 물론 수익도 내야하기 때문에 상업영화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상업적인 기준만 따라가서는 미래가 없습니다. 한 영화로 돈을 벌면 리스크가 있더라도 벤처정신을 가지고 다른 영화에 과감하게 투자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야 시장의 선순환이 이뤄질 겁니다.

20대의 권지원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한 길만 보지 말고 다양한 경험을 해보길. 막다른 골목에 이르더라도 또 다른 길이 나온다.”
리틀빅픽쳐스 권지원 대표는? 

2013년 리틀빅픽쳐스가 설립된 후 2015년부터 대표직을 맡아 회사를 이끌고 있다. <카트>(2014)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2014) <대배우>(2016) <순정>(2016) <아이 캔 스피크> 등 작품성과 상업성을 함께 겸비한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관객과 만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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