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필름 임승용 대표 “이야기를 찾는 비결? 규모와 넓이를 보라”

2018-01-24 12:08 정유미 기자

[맥스무비= 정유미 기자] “앞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한 이야기에 끌린다.” <올드보이> <아가씨> <방자전> <뷰티 인사이드> <럭키> 등 임승용 대표가 만화, 소설, 영화 등 원안을 초석 삼아 쌓아 올린 이야기는 언제나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올해는 용필름의 특색을 살린 블록버스터를 포함해 오리지널 작품으로 승부수를 던진다. 항상 궁금한 이야기를  찾아내는 임승용 대표의 감식안은 많이 읽고 많이 보고 많은 경험을 통해 얻어진 값진 능력이다.

# 2018년 용필름의 야심작, 범죄 액션 블록버스터 <독전>

ⓒ 맥스무비 임영웅(시티 카메라)
ⓒ 맥스무비 임영웅(시티 카메라)

올해 용필름 라인업 중에 <독전>이 가장 눈에 띕니다. 임승용 대표의 18번째 작품이고 10주년을 맞는 배급사 NEW의 야심작이기도 해서 관객의 기대가 큽니다. <독전>을 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액션 영화가 나름의 색깔과 특징이 있습니다. 남자들의 끈끈한 우정, 브로맨스로 정의되는데 조금 더 스토리텔링이 더 있는 액션 영화를 해보고 싶었어요.  <독전>은 아시아 최대의 마약 조직의 보스 ‘이 선생’을 쫓는 범죄 액션이에요.  아이템을 기획 개발하는데 꽤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작가와 함께 1년 반, 이해영 감독과 함께 1년 반. 3년 동안 시나리오 개발을 했던 작품입니다.

오랜 시간 공을 들여서인지 <독전> 시나리오는 제작 전부터 충무로에서 최고의 시나리오로 관계자들의 입소문이 자자했습니다. 이해영 감독의 전작 <천하장사 마돈나><페스티발>은 코미디,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을 호러 장르였는데 이해영 감독에게 액션 블록버스터를 제안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감독을 선정한 첫 번째 기준은 액션 영화 연출을 안 해 본 감독과 해보고 싶다였습니다. 두 번째는 나름 미장센과 스타일이 있는 감독이 누굴까였고요. 이해영 감독과 작품을 가지고 얘기하기보다는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본인이 그 전에 만든 영화들과 궤가 다른, 다른 영화를 해보고 싶다는 니즈가 서로 잘 맞았습니다. 이해영 감독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색깔과 미장센 그리고 스토리가 가지고 있는 힘 등이 잘 붙을 것 같았고요.

맥스무비 2018 한국 블록버스터 기대작 설문에서 <독전>을 기대하는 이유 로 출연 배우들을 1위로 꼽았습니다. 조진웅, 류준열, 김성령, 박해준, 차승원, 김주혁까지 지금까지 임승용 대표와 작업한 배우들의 총집결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요. 

이야기가 인간과 공간을 따라 움직이는 릴레이 방식의 영화이기 때문에 모든 영화의 캐스팅이 그렇지만 절대 허투루 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고인이 된 김주혁 배우에게 <공조> 출연 전에 약간 ‘또라이’ 악역(중국 마약시장의 거물 하림 역)을 한번 해보자고 제안했어요. 재밌겠다고 하더군요. 차승원 배우에게는 너는 더 ‘또라이’ 악역(브라이언 역)을 한번 해보자. 좋다고 했고요. 그렇게 캐스팅을 하다 보니 김성령 선배와 <침묵>을 같이 했던 박해준 배우도 합류했습니다. 박해준 배우도 악역인데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박해준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약간 불안하고 위험해 보이는 캐릭터죠.

용필름이 올해 여름 선보이는 범죄 액션 블록버스터 <독전>은 고 김주혁 배우의 유작이기도 하다. 임승용 대표는 <방자전> <커플즈>에 이어 김주혁과 세 작품을 함께했다. 사진 NEW
용필름이 올해 여름 선보이는 범죄 액션 블록버스터 <독전>은 고 김주혁 배우의 유작이기도 하다. 임승용 대표는 <방자전> <커플즈>에 이어 김주혁과 세 작품을 함께했다. 사진 NEW

관객들이 <독전>을 기대하는 이유 2위로 김주혁 배우의 유작이라는 점을 꼽았습니다. 

김주혁 배우와 영화를 꽤 많이 했습니다. <방자전>과 <커플즈>도 함께했어요. 정말 성실하고 착한 배우인데 또 한편으로는 굉장히 서늘한 기운과 표정을 가지고 있거든요. 맡은 역할에서 그런 기운을 정말 잘 보여줬는데 약간 좀 무시무시해요. 캐릭터들이. 걱정은 좀 있어요. 굉장히 악역을 하고 간 거여서 히스 레저급의 호응을 받았으면 좋겠는데 관객들이 ‘우리 구탱이 형 저런 역할 시켰네’ 그럴까봐 걱정이기도 해요.(웃음)

75회 촬영 중에서 72회차는 국내 촬영, 3회차는 노르웨이 촬영이었습니다. 노르웨이 장면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요?

영화의 엔딩에 해당합니다. 모든 이야기가 정리된 다음에 두 주인공이 동떨어진 공간에서 만난다는 콘셉트이거든요. 의도하지는 않았는데, 가서 찍으면 <올드보이>를 찍을 때 뉴질랜드에 갔던 느낌이 나고 좋더라고요. 추위 때문에 고생은 엄청 했습니다.

지금 한창 편집 중인 영화를 본 소감은 어떤가요?

굉장히 뜨거운 피를 가지고 있는 배우 조진웅과 그 나이에 갖기 어려운 굉장한 침착함을 가지고 있는 류준열, 보통 본인들이 했던 캐릭터와 정 반대의 캐릭터를 하면서 시너지를 내고 있는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 기저에 스토리에 공을 들여놓은 부분들이 좋은 시너지를 내고 있지 않나 싶어요. 편집본을 보고 있는 제 느낌입니다.

<독전>은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요?

아직 배급사와 구체적인 협의는 안 했어요. 5월에서 8월 정도이지 않을까 싶은데 아무래도 마약 이야기다보니 등급의 제약이 있을 수도 있어서 배급사와 논의를 해봐야죠.

#2018년 용필름 라인업, 히트메이커 & 신인 감독들의 프로젝트 가동  

용필름의 흥행작 중 하나인 이계벽 감독, 유해진 주연의 코미디<럭키>는 2016년 69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이계벽 감독의 신작 <힘을내요 미스터 리>가 촬영에 들어간다. 사진 쇼박스
용필름의 흥행작 중 하나인 이계벽 감독, 유해진 주연의 코미디<럭키>는 2016년 69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이계벽 감독의 신작 <힘을내요 미스터 리>가 촬영에 들어간다. 사진 쇼박스

2016<럭키>69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해 용필름에 흥행을 안긴 이계벽 감독의 차기작 <힘을내요 미스터 리>도 상반기에 촬영을 시작한다고요?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딸이 있는 줄 모르고 지능이 낮아져 버린 아빠(차승원)와 골수 이식을 하지 않으면 죽는 어린 딸의 이야기입니다. 두 사람이 어떤 상황에 따라서 대구로 내려가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서 부녀 관계를 알아가고 아빠가 왜 바보가 되었는지를 뒤에 알게 되는 휴먼 드라마 장르에요. 이계벽 감독과 아이템 얘기를 하면서 가능하면 다음 작품은 코미디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본성은 어쩔 수가 없더라고요. 이계벽 감독도 차승원 배우도 모두다 자식 사랑이 끔찍한 사람들이라서 아이템하고 잘 어울린다고 봅니다. 지금 한창 시나리오 수정하고 프리프로덕션 단계입니다.

하반기에는 용필름 신인감독들이 작품을 준비 중이죠?

용필름의 신인감독들이 2~3년 동안 준비한 영화들이 하반기 촬영 준비 중입니다. 단편 영화 <몸값>(2015) 만들었던 이충현 감독의 호러 스릴러가 있고, 여성 감독인 김희진 감독의 <로기완> 프로젝트가 연말부터 촬영에 들어갑니다.

<로기완>은 용필름의 오래된 프로젝트인데 드디어 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어떤 영화인가요?

조해진 작가의 소설 <로기완을 만났다>에서 출발했고 시나리오가 굉장히 어려워요. 주인공은 탈북자인데 엄마와 함께 탈북했다가 공안한테 잡힐까봐 바깥 생활은 못하고 엄마가 노래방 도우미 아르바이트 하면서 근근이 살아갑니다. 그러다가 엄마가 교통사고를 당해 죽으면서 자기 시신을 팔아서 그 돈으로 유럽에 가서 신분을 얻고 사람답게 살라는 유언을 남기죠. 어미니 시신을 판 돈을 들고 벨기에에 뚝 떨어진 한 탈북자 남자와 사연을 가지고 있는 검은 눈의 외국인인 한국 여자의 이야기에요. 어떻게든 살아가려고 하는 남자와 희망도 없고 미래도 없이 내일 죽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여자가 서로를 부둥켜안으면서 벌어지는 멜로죠.

<뷰티인사이드> 백종열 감독이 연출하고 <명량> <군도: 민란의 시대> <주먹이 운다> 전철홍 작가가 시나리오를 쓴 첩보 액션 블록버스터 <413>도 기대작 중 하나입니다.

<413>은 한반도를 노리는 세계 음모 세력으로부터 남과 북을 지키려는 대한민국 대통령과 그를 돕는 요원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한국 촬영 분은 거의 없고 해외로케이션이 중심인데 유럽 도시 서너 군데에서 벌어지는 액션 영화죠. 올해 연말이라도 촬영에 들어간다면 내년 하반기쯤 개봉을 생각 중입니다.

용필름이 와이랩, 네이버 웹툰과 진행하는 슈퍼스트링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도 큽니다. 웹툰 주인공들을 하나의 세계관으로 통합시켜 스토리를 전개하고 이를 영화, 드라마, 게임으로 확장하는 거대한 프로젝트인데 현재 어느 단계인가요?

<부활남>(글 채용택, 그림 김재한), <테러맨>(글 한동우 그림 고진호)을 한창 준비 중입니다. 굉장한 스토리를 만들고 있는데 아직 연출자와 시나리오가 확정된 상황은 아니에요. 와이랩과  슈퍼스트링을 전담하는 스튜디오 와이 회사의 스토리팀과 계속 회의를 하고 있고, 일단  연출자를 정하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정하는 것이 올해 목표입니다.

# 용필름은 궁금한 이야기에 끌린다 

제작사 용필름의 로고는 임승용 대표와 오랜 친구이자 파트너인 백종열 감독이 디자인했다. 제작사 타이틀 아래 놓인  ‘CRAZY, STORY, IMAGINATION’은 용필름과 함께 작업한 박찬욱, 정지우, 백종열 감독이 각각 제안한 용필름의 모토다. 용필름 제공
제작사 용필름의 로고는 임승용 대표와 오랜 친구이자 파트너인 백종열 감독이 디자인했다. 제작사 타이틀 아래 놓인  ‘CRAZY, STORY, IMAGINATION’은 용필름과 함께 작업한 박찬욱, 정지우, 백종열 감독이 각각 제안한 용필름의 모토다. 용필름 제공

제작사 용필름 로고 아래에 있는 ‘CRAZY, STORY, IMAGINATION’는 어떤 의미를 담았나요?

제작사 로고를 만들 때 같이 일하고 있던 감독님들에게 용필름이 어떤 회사였으면 좋겠냐고 물었습니다. 본인들이 일하고 있고 앞으로도 일할 회사니까요. ‘크레이지’는 박찬욱 감독이 고른 단어인데 작품에 대해서 시끌시끌하고 뭔가에 미쳐 돌아가는 듯한 느낌이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정해주셨죠. ‘스토리’는 정지우 감독이 제안했어요. 용필름은 아이템을 감독에게 의존하지 않고 고르고 어느 정도 개발한 단계에서 감독들과 의논하기 때문에 스토리에 대한 중요성을 생각하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이매지네이션’은 백종열 감독의 아이디어에요. 제가 리얼리티 바탕의 이야기보다는 뭔가를 상상하게 만드는 이야기를 좋아하거든요. 백종열 감독이 오래된 친구이고 제 성향을 알아서 그런지 어울리지 않겠냐고 하더군요. 세 감독이 준 단어의 조합이 용필름의 큰 모토하고 잘 맞닿지 않나 싶었고 앞으로 이런 영화를 만들자는 다짐 같은 문구들인데 너무 작게 써서 다들 잘 모르시더라고요.(웃음)

세 단어가 용필름이 작품을 고르는 기준이기도 한가요? ‘선호하는 스토리와 기준이 없는 게 용필름의 기준’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아무거나 이것저것 재밌으면 합니다. 단순한 재미가 아니라 재미의 영역 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궁금하게 만든다는 거죠. 앞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한 이야기에 관심이 가요. 첫 장, 두 번째 장을 읽으면 뒤가 어떻게 펼쳐질지 뻔히 보이는 이야기가 아니라 영화를 보면 무슨 일이지? 어떤상황이지? 뒤가 어떻게 될까? 궁금한 얘기가 재밌더라고요. 장르에 관계없이 호기심을 유발하는 요소가 있을 때 이야기적으로 끌리는 것 같아요. 용필름의 작품들도 그렇게 만들려고 노력하고요.

<올드보이>는 츠지야 가론의 일본 동명 만화를, <아가씨>는 영국 작가 세라 워터스의 소설 <핑거 스미스>를 바탕으로 한 작품입니다. 원작에서 아이템을 발굴하는 감식안이 남다른 비결이 있을까요? 

책을 읽을 때 세 가지 방식을 가지고 있어요.  아내, 감독 등 주변의 추천으로 읽는 경우가 있는데 비정기적인 방식이고,  정기적인 방식은 어떤 책을 읽고 재밌으면 그 작가의 책을 거의 다 읽는 편이에요. 작가에게 영향을 준 작가라던가 작품을 가지치기 방식으로 읽어나가는 거죠. 그렇게 파고 들어가다보니까 뒤로 가는 경향이 좀 있어요. <핑거 스미스> 작가도  따지고 들어가면 빅토리아 시대 최고의 추리 소설 <흰 옷을 입은 작가> 윌리엄 윌키 콜린스에게 영향을 받은 거니까요. 세 번째 방식은 용필름 기획실이나 회사에서 리스트업한 소설 중에서 재밌겠다고 느껴지는 작품을 골라서 읽어요. 읽다보면 어떤 장르라도 상관없이 1/3쯤 읽으면그 다음이 궁금하냐 안 궁금하냐 결판이 나거든요. 이런 방식으로 아이템을 찾게 되는 거 같아요.

# 오리지널과 원작, 구분을 두지 않는다

임승용 대표는 학창시절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대부>를 편집한 윌리엄 레이놀즈의 영화편집 수업을 듣고 영화 작업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했다.
임승용 대표는 학창시절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대부>를 편집한 윌리엄 레이놀즈의 영화편집 수업을 듣고 영화 작업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했다.

임승용 대표의 석사학위 논문 제목이 소설의 시나리오 각색 연구-<오발탄>을 중심으로입니다. 영화계에 입문하기 전부터 각색이나 원작 발굴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나요?

학교 다닐 때는 전공이 국문학이었고 영화를 좋아해서 관계된 일을 해볼까 고민하는 정도였어요. 부모님이 미국에 계셔서 방학 때마다 USC, UCLA 썸머스쿨에 다녔어요. 어느 날 영화 편집 수업을 들었는데 강사로 오신 분이 <대부>를 편집한 윌리엄 레이놀즈였어요. 저는 그때까지도 <대부>가 소설인 줄 몰랐거든요. 윌리엄 레이놀즈가 마리오 푸조의 소설 <대부>를 빽빽하게 메모해가면서 읽고 코폴라 감독과 마리오 푸조가 함께 쓴 시나리오, 코폴라가 찍은 영화를 비교하고 생각하면서 편집을 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 수업이 저에겐 충격 같은 느낌이었어요.

원작 영화와 오리지널 영화를 구분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영화는 종합 예술이라고 학교에서 배우잖아요. 음악, 미술 등 모든 것이 합쳐져 있다는 종합 예술의 의미도 있지만 영화는 총체적 예술로 관객에게 다가오는 마지막 형태이지 않나 싶어요. 실제로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아주 대부분의 영화들이 원작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오리지널 영화가 나쁘다거나 또는 오리지널과 원작 있는 영화 어느 한 쪽에 무게를 두는 게 아니고요.

제작사 용필름의 특징을 꼽자면 각색입니다

먼저 크레딧 얘기를 해볼게요. 아카데미 시상식에는 오리지널 스크린플레이(각본상)와 각색상이 있어요. 우리는 개념이 다른데 어떤 시나리오를 고치면 각색이라고 하잖아요. 오리지널 아이템으로 시나리오를 쓰면 각본, 원작을 가지고 시나리오를 쓰면 각색이더라고요. 지금 용필름은 할리우드 개념의 각색을 통한 영화를 만드는 거고요. 그렇다고 용필름에 오리지널 시나리오가 없는 건 아니에요. 이계벽, 백종열 감독의 차기작은 오리지널 아이템이거든요. 저 스스로도 각본이냐 각색이냐의 구분을 두지 말자고 생각해요.

각색과 오리지널 작업을 함께하면서 느끼는 차이점이 있다면요?

각색이 더 힘들더라고요. 원안을 어떤 식으로 바꿀 것이냐는 고민이 생기는데 오리지널 작업에서는 안 해도 되는 고민이기 때문이죠. 아이템을 찾고 영화를 만든다는 개념으로 회사의 기조를 잡았기 때문에 어떤 아이템의 원안을 찾게 되는 상황들이 생겨요. 초반에 진행했던 다섯 편의 작품도 모두 개발 기간이 최소 3년이 걸리기도 했고요. 한 편으로는 이렇게 생각해요. 내가 생각하고 직접 끄집어낸 아이템이 아니면 다 외부의 아이템이잖아요. 작가, 감독, 소설가의 아이템이든 다른 영화의 아이템이든 구분을 두지 말자는 생각도 있고요.

# 영화에 대한 산업적 이해도가 높아져야 한다 

ⓒ 맥스무비 임영웅(시티 카메라)
ⓒ 맥스무비 임영웅(시티 카메라)

지난해 연간 극장 관객수가 2억 2,000만 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한 가운데 연말 <강철비> <신과함께-죄와 벌> <1987> 등 한국 영화들의 뒷심 효과가 있었습니다. 올해 영화계는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영화 일을 시작한지 20년이 넘었는데 한 번도 좋았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도 없고, 굉장히 나빴다고 할 때도 관객들이 영화를 안 보는 것도 아니었고요. 영화는 어떤 면에서 경기를 잘 타지 않는데 문제는 이 안에 있는 사람들이 흥분하고 너무 들썩들썩하면 위기가 오고, 침착하게 열심히 집중해서 하면 좋은 결과들이 오기도 해요. 이게 맞는 느낌인지는 모르겠는데 들끓는 느낌이 있는 것 같긴 해요.

그럼에도 아직 영화계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영화를 만드는 직업에 대한 특수성을 산업 전반의 체계 안에서 확실하게 정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스태프 노조와 고용주라고 할 수 있는 투자배급사, 제작사와의 정리죠. 표준근로계약서가 의무화 되고 용필름도 따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과도기의 상태가 아닌가 합니다. 최근에 최저 임금 인상이 있었죠. 분명히 그래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 개개인 모두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영화가 제조업이라고 볼 수는 없잖아요. 시간당 효율을 예측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이 직군의 특성을 영화진흥위원회나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정확하게 개념 규정하고 관계를 만들어야 반목과 질시가 없지 않을까요.  스태프 처우가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좋은 인력들이 계속 들어올 수 있을 환경이 만들어질 것 같습니다.

투자사가 지급하는 영화 기획·개발비가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투자사를 정하는 일번 원칙은 그 아이템을 제일 좋아하는 곳이랑 하는 거거든요.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 좋아하지 않고 관계성으로 하면 어그러지기 마련이에요. 기획·개발비를 받는다는 의미는 이 사람과 같이 뛴다는 의미에요. 돈의 의미는 그 다음의 문제라서 기획·개발비가 줄었는지 늘었는지에 대한 느낌은 모르겠고요. 아이템이 마음에 들면 당연히 돈을 줘야죠.

작품은 시나리오가 좋아야 한다고 하지만, 정작 작가 처우가 나아지지 않는 환경입니다. 용필름에서는 작가들과 어떤 방식으로 계약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기존에는 충무로 방식을 따라보기도 했는데 스터디를 해서 올해부터 작가를 계약하는 방식을  바꿨습니다. 계약금, 중도금, 잔금 형식이고 마지막 잔금은 투자가 돼야 주는 게 통상적인 선례였잖아요. 우리는 이러지 말자. 용필름은 작가와 계약할 때 계약이 중요해요.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인데 기간을 정하고 금액을 정하는 거죠. 예를 들어 계약 기간이 12개월이고 금액이 3,000만 원이라면 투자와 상관없이 1/12을 지급한다. 투자가 되느냐 마느냐는 냉정히 얘기하면 작가의 문제는 아니잖아요. 올해부터는 소위 말하는 월 급여 방식으로 바꾸고 적용을 하고 있어요. 단 최초의 계약금은 유지를 해서 세 달치 급여를 모아 최초 계약을 한다. 작가 입장에서는 보장이라는 게 있어야 하니까요.

# 프로듀서는 현장의 주인이 아니라 작품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 맥스무비 임영웅(시티 카메라)
ⓒ 맥스무비 임영웅(시티 카메라)

영화 일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용필름에 입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용필름에 굳이 입사하려고 할까요?(웃음) 용필름에는 기획실, 제작실, 마케팅실이 있고 역할이 구분되어 있습니다. 영화관련 학과 학생들과 얘기를 하다보면 일반인들처럼 막연히 영화를 하고 싶다고 하는데 전공자들이라면 연출을 하고 싶은지 배우를 하고 싶은지 본인이 어떤 직군으로 일할 것인지 명확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원하는 분야에 대한 자기 색깔도 뚜렷해야 하고요. 용필름은 공개 채용 방식으로 인원을 뽑지만 굉장히 뛰어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수시로 충원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웃음)

용필름은 마케팅 분야가 따로 있는 몇 안 되는 제작사이기도 합니다.

그런 생각을 해요. 제작사는 영화를 기획하고 만드는 곳인데 왜 결과물을 관객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완전히 빠져 있나.  어떻게 만들고 싶었고, 어떻게 만들었다는 것이 반드시 포장의 기준이 될 수는 없겠지만 너무 배신감 느끼게 포장되어서는 안 되잖아요. 제작사에 마케팅실이 많지 않은 것이 조금 안타깝더라고요.

임승용 대표가 생각하는 '좋은 프로듀서'의 자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도 잘 못하는데요. (웃음) 용필름 프로듀서들이나 저랑 같이 일했던 프로듀서들에게 항상 이야기합니다. 프로듀서는 현장의 주인이 아니라 작품의 주인이어야 되지 않겠냐고요. 감독이 깊이 들어가는 사람이라면 프로듀서는 규모와 넓이를 보고 일해야 하는 사람이에요. 어떤 배우와 친하다 또는 어떤 스태프들과 친밀도가 높다는 것도 중요하고 투자배급사와 관계도 중요한 요인인 만큼 시나리오를 보는 눈, 시나리오를 개발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도 프로듀서에게 중요한 덕목 같습니다. 많이 보고 많이 읽고 많이 경험을 해봐야죠. 우리나라 영화관련 교육기관에 아쉬운 점이 있어요.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기획해 보고 그 일정 이상의 퀄리티를 만들어내는 것에 대한 교육이 미비하지 않나. 아주 오랫동안 우리나라 관객들이 영화를 보는 1번 기준은 늘 스토리였거든요. 제작하는 사람들 자체가 이 부분에 관해서 조금 더 주목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영화계에서 술, 만년필 등 남다른 안목을 가진 애호가로도 유명한데 요즘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가 있다면요?

요즘은 특별히 없네요. 의도하는 게 아니라 어느 순간에 뭔가 탁 하고 갑자기 꽂히는 게 있는데 최근에는 책이 재밌는 거 말고는 없어요. 올해 좀 놀자는 생각은 하고 있어요. 논다는 게 뭔가 약간 머리가 비어가고 마음이 비어가는 것 같아요. 뭔가 채워 넣어야 될 거 같은데 너무 파대고만 있는 느낌이라서. 멍을 좀 때리더라도 시간을 여유롭게 보내봐야 하지 않을까. 요즘 배우 류승범이 제일 부러운데 저한테 그러더라고요. “형, 문제는 뭐나면 너무 채워 넣기만 하고 있어. 드러낼 때가 된 거 같은데.”(웃음)

20대의 임승용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더 놀지 그랬냐.”
공부를 해서 얻을 수 있는 게 있잖아요. 지식이 쌓이고 정보가 많아지고. 그런데 공부를 많이 하는 거나 노는 거나 다 똑같은 것 같아요. 결론은 어떤 고민으로 연결되느냐의 문제인 것 같아요. 지식이 머릿속에 들어갔다고 해서 실행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실행은 결국 고민이라는 단계를 거치는 거잖아요. 지식과 정보를 많이 갖고 고민을 많이 해서 실행을 하면  좋은 학자가 되고 좋은 행정가가 될 수 있겠죠. 그런데 영화는, 제 느낌은, 많이 놀고 많이 불안하고 세상이 어땠는지에 대한 많은 감정과 경험을 갖고 고민하는 게 더 영화적인 표현과 느낌이 넓어지는 것 같아요.

20대를 돌이켜보면 갈팡질팡했어요. 공부할 땐 놀고 싶고, 놀 때는 공부해야 할 것 같고. 영어 공부하면 수학 생각나고 수학 공부 하고 있으면 책이나 읽을까 하는 것처럼요. 그때 어느 한 쪽에다가 마음을 기울여서 차라리 이렇게 하자를 못했던 것 같아요. 차라리 그때 더 놀았으면 지금보다 조금 더 폭이 넓어질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임승용 용필름 대표는?

2001년 <휴머니스트>를 시작으로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2003) <올드보이>(2003) 프로듀서를 맡았다. 2005년부터는 <주먹이 운다>(2005) <쏜다>(2007) <방자전>(2010) <커플즈>(2011)를 제작했다. 2012년 용필름 설립 이후 <표적>(2014, 창감독) <뷰티 인사이드>(2015, 백종열 감독) <아가씨>(2016, 박찬욱 감독) <럭키>(2016, 이계벽 감독) <침묵>(2017, 정지우 감독) 등 원작을 바탕으로 신인감독의 재능과 중견 감독들의 특색을 살린 다양한 장르 영화를 선보이고 있는 충무로 대표 제작자다.

맥스무비 신년 특별기획-한국 영화제 제작배급사 대표 인터뷰

BA엔터테인먼트 장원석 대표 “작은 시장서 버티는 韓 영화인들 존경”

광화문시네마 김태곤 · 전고운 공동대표 “광화문시네마 넷플릭스 시리즈 꿈꾼다”

더 램프 박은경 대표 “신인감독 작품들 다 잘됐으면”

리얼라이즈픽쳐스 원동연 대표 “해외로 뻗어갈 섹시한 제작사”

리틀빅픽쳐스 권지원 대표 “수직계열화가 영화계 공생을 가로막아”

메가박스 플러스엠 이정세 영화사업본부장 “솔직하고 적극적인 관객에게 영화 배운다”

명필름 심재명 대표 “자기 목소리를 내는 제작사가 많아져야 한다”

영화사 시선 강지연 대표 “영화는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일”

제이케이 필름 윤제균 대표 “능력만 보여준다면 최고의 대우를”

주피터필름 주필호 대표 "영화일, 밖에선 판타지 현실은 스릴러"

정유미 기자 / youme@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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