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은경을 즐겁게 한 ‘염력’ 현장의 11가지 에너지

2018-01-30 14:08 채소라 기자

[맥스무비= 채소라 기자] 심은경은 ‘염력’에서 전에 볼 수 없던 표정과 연기 스타일을 발견했다. 심은경에게 연상호 감독이 믿음을 줬고 또 심은경이 배우들과 시너지를 나눈 덕이다.

심은경은 ‘부산행’(2016)에 이어 연상호 감독의 첫 코미디인 ‘염력’에 출연했다. 평상시 유머러스한 연상호 감독의 성격 덕에 자연스럽게 코미디 장르를 받아들였다.  사진 제공 매니지먼트AND
심은경은 ‘부산행’(2016)에 이어 연상호 감독의 첫 코미디인 ‘염력’에 출연했다. 평상시 유머러스한 연상호 감독의 성격 덕에 자연스럽게 코미디 장르를 받아들였다.  사진 제공 매니지먼트AND

# 연상호 감독의 코미디 에너지

‘부산행’(2016)에 이어 연상호 감독님과 연달아 작품을 하게 돼 영광입니다. 감사한 기회라고 생각해요. 감독님 특유의 스타일 좋아해서 이번 ‘염력’ 시나리오 처음 읽었을 때도 ‘연상호 감독님스럽다’고 느껴져 흔쾌히 출연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감독님의 첫 코미디 영화이기는 한데, 놀라진 않았어요. 굉장히 유머러스한 분이어서 코미디를 한다는 거에 대한 의외성을 많이 못 느꼈습니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것 같습니다.

# 루미가 초능력을 쓴다는 상상

‘부산행’ 촬영 때 감독님께 다음 작품도 꼭 하고 싶다고 했는데, 감독님이 “심(은경) 배우님이 주인공인 영화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초능력을 쓰는 줄 알았는데.(웃음)

루미가 초능력을 쓴다면 일단 철거된 건물을 재건축했겠죠? 석헌이 힘을 발휘한 것처럼 좀 정의롭게 힘을 쓰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석헌처럼 혀와 다리를 꼬면서 염력을 쓰지는 않았을 것으로 생각합니다.(웃음) 루미는 손이나 머리? 장례식장에서 머리로 상대방을 들이박기도 했으니까요. 혀와 다리는 석헌의 전매특허 포즈 같습니다.

# 애드리브 부르는 현장 에너지

애드리브 연기를 많이 한 영화는 ‘염력’이 처음입니다. 대사를 추가하거나 빼면서 현장에서 감독님과 같이 만들어 나간 게 많았던 영화입니다. 애드리브가 어색하면 배우 스스로도 위화감이 들어요. 그래서 많이 안 했었는데 이번 현장에서는 배우들 간 호흡이 좋아서 그런지 유도된 분위기였습니다.

애드리브가 많았던 대표 장면은 장례식 신과 파출소 신입니다. 싸우는 두 장면 다 시나리오에 이야기 뼈대만 굵직하게 나와 있던 상황어서 무언가 추가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제게 편한 어떤 말투로 바꿔서 연기했고, 자연스럽게 감정이 우러나오더라고요. 그런 장면들을 감독님이 순간순간 잘 캐치해서 써주셨습니다.

# 참고 자료로 루미에게 불어넣은 현실감

루미(심은경)는 이 세상 어딘가에서 살고 있을 법한 인물로 느껴졌고 관객도 그렇게 느끼길 바란 캐릭터입니다. 사실감 있는 연기 하고 싶다는 갈증도 있었습니다. 평범함을 연기하는 게 미묘하고 안이하게 들릴 수도 있을 텐데 루미의 처한 상황, 성격 등등을 밀착해서 ‘살아가고 있다’라는 느낌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심은경이 결정적인 레퍼런스로 꼽은 ‘더 레슬러’는 20년 전 최고의 스타 레슬러 시절을 보냈다가 현재는 식료품 상점 일을 시작한 랜디 더 램 로빈슨(미키 루크)의 이야기다. 평생 꿈과 열정을 쏟아부은 링을 떠나, 유일한 혈육인 딸 스테파니(에반 레이첼 우드)와 행복한 일상을 찾으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사진 NEW
심은경이 결정적인 레퍼런스로 꼽은 ‘더 레슬러’는 20년 전 최고의 스타 레슬러 시절을 보냈다가 현재는 식료품 상점 일을 시작한 랜디 더 램 로빈슨(미키 루크)의 이야기다. 평생 꿈과 열정을 쏟아부은 링을 떠나, 유일한 혈육인 딸 스테파니(에반 레이첼 우드)와 행복한 일상을 찾으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사진 NEW

감독님이 레퍼런스를 많이 준비해주셨어요.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더 레슬러’(2009)가 가장 결정적인 작품입니다. 랜디 더 램 로빈슨(미키 루크)과 그의 딸 스테파니(에반 레이첼 우드)의 관계를 딸의 입장으로 바라봤어요. 억하심정이 들지만 동시에 아버지를 사랑하는 마음, 아버지와 함께 지내는 마음, (미움이) 녹는 과정이 확 와 닿았습니다.

마크 러팔로가 주연한 ‘스포트라이트’(2016)를 참고해서 생활감이 강하게 느껴지는 연기들, 개별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습관, 말투를 설정하는 데에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또 ‘생생정보통’(KBS) ‘서민갑부’(채널A) ‘다큐멘터리 3일’ 같은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보면서 사람의 모습을 많이 풍길 수 있게 염두에 두고 연기했어요.

# 첫 촬영에 박정민과 나눈 만족감

삼계탕 집에서 검사님 만나는 장면이 박(정민) 배우님과 저의 첫 촬영이었습니다. 첫 촬영 때는 무척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라 그날도 긴장하고 현장에 갔어요. 박 배우님과 처음 호흡을 맞춰봤는데, 잘 이끌어주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부터 팬이기도 했지만 같이 호흡을 맞춰보니 이끌어 가는 힘이 있는 배우라고 느꼈어요. 그 느낌이 편해서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날 박 배우님과 평범한 사람 연기하는 게 어렵지 않느냐고 질문도 하면서 이야기도 나눴습니다. 첫 촬영에 만족감을 가지기 쉽지 않은데 만족스럽게 끝냈고, 그 장면도 자연스럽게 스토리 라인에 잘 스며들어 나온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심은경과 류승룡의 첫 부녀연기는 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 ‘서울역’(2016)이지만, ‘염력’에서 처음 아버지와 딸로 호흡 맞추게 됐다. 심은경은 류승룡에게 따뜻한 사람이란 인상을 받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사진 NEW
심은경과 류승룡의 첫 부녀연기는 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 ‘서울역’(2016)이지만, ‘염력’에서 처음 아버지와 딸로 호흡 맞추게 됐다. 심은경은 류승룡에게 따뜻한 사람이란 인상을 받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사진 NEW

# 엔딩은 그래도 살아간다라는 느낌

엔딩이 참 좋았습니다. ‘그래도 살아간다’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모든 풍파들이 다 지나가고 석헌(류승룡)과 루미 관계도 훈훈하고 모처럼 보기 힘들었던 뭉클한 엔딩인 것 같아요. 10년간 부재했던 아버지에게 아버지 노릇하지 말라고 모진말도 했었고 많은 일이 있었지만 재회했잖아요. 장례식장, 파출소장은 애착이 많이 가는 장면입니다. 연기적 쾌감을 느낀 장면이라 제 입장에서 애착이 많이 갑니다.

# 류승룡에게 느낀 따뜻함, 연륜과 포용력

(류)승룡 선배님은 ‘불신지옥’(2009)과 연상호 감독 애니메이션 ‘서울역’(2016)에 함께 출연한 인연은 있었습니다. 전작에서는 직접 만나는 배역이 아니었다가 부녀로 만나서 관객들에게 ‘염력’이 신선한 점을 안겨줄 것 같습니다.

선배님과 연기하면서 ‘따뜻하신 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연륜과 포용력을 많이 느꼈습니다. 악세서리 가게에서 싸우는 장면이 중요한 감정 신이어서 걱정이 많았는데 감정을 잡는 시간도 기다려주셨습니다. 연기를 어떻게 하자고 이야기를 자주 하지 않았는데도 슛만 들어가면 그런 호흡들이 탁탁 나왔었어요. 자세하게 이야기 나눈 건 아닌데 호흡이 잘 맞았던 건 선배님의 연륜 덕분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 연상호 월드를 향한 믿음과 즐거움

감독님을 믿고 따르게 된 순간이 있었습니다. 촬영 중 모니터를 하는데 제가 기존에 짓지 않았던 표정들이 보였어요. 스스로 많이 놀랐습니다. 디렉션 너무 명확했고 좋았어요. 연상호 월드에 풍덩 빠지고 싶어서 많이 따르고, 추가적으로 아이디어가 생기면 그 부분은 상의했습니다. 제 이야기도 적극적으로 수용해주셔서 고민이 별로 없었던 촬영장이었습니다.

프리 프로덕션 단계나 첫 촬영 때 가장 긴장하는 편인데, 첫 촬영이 지나고 언제 긴장했나 싶을 정도 다 내려놓고 촬영했습니다. 현장에서 ‘재밌게 즐겨볼까’ 하고 원 없이 즐겼습니다.

심은경은 자신이 몰랐던 표정을 발견했다. 명확한 디렉션을 준 연상호 감독에 대한 무한 신뢰가 생긴 순간이었다. 사진 제공 매니지먼트AND
심은경은 자신이 몰랐던 표정을 발견했다. 명확한 디렉션을 준 연상호 감독에 대한 무한 신뢰가 생긴 순간이었다. 사진 제공 매니지먼트AND

# 철거민 연기한 배우들에게 받은 열정

(‘철거민들’ 배역의) 연기자 선배님들은 베테랑 배우이셨습니다. 연극을 오래하신 분들이고 연기 애정이 엄청났었어요. 선배님들 덕분에 ‘으쌰으쌰’ 하는 분위기와 협동심도 많이 느끼게 됐습니다. 호흡도 잘 맞았고 연기 열정이 뛰어나서 그 기운을 받았죠. 루미를 포함해 서로 고민하는 장면들도 자연스럽게 녹아 나올 수 있었습니다.

# 본받고 싶은 의 밝은 에너지

제 분량은 촬영이 끝난 후에 ()언니가 후반부에 촬영해서 현장에 자주 놀러갔었습니다. 언니 촬영 스케줄에 맞춰 놀러 가서 응원했어요. (의) 밝은 에너지가 너무 좋습니다. 저도 언니처럼 밝은 에너지를 가진 연기를 하고 싶어요. 자극이 됐습니다. 이번 영화에서 아쉽게 마주치지 않았는데, 나중에 꼭 연기로 호흡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나고 싶어요.

# 매력적인 악역 해보고픈 소망

홍 상무() 캐릭터는 최근 본 악역 중 가장 매력적이었습니다. ‘나도 이런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어요. 어릴 때부터 악역에 대한 갈망 컸었거든요. (정)유미 언니가 연기한 홍 상무는 시나리오 보면서도 누구나 탐이 날 겁니다. 많이 나오건 적게 나오건 상관없이 극을 잘 살려주는 멋진 악역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어요.

한 번도 악역 제의가 들어오지는 않았었어요. 개인적으로는 성격이 못된 부분도 있다고 생각하는데.(웃음) 이미지에 맞는 배역을 제안해주시는 건 늘 감사하지만 항상 다양한 장르,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어요. 기회 된다면 꼭 악역을 해보고 싶다는 소망입니다.

11살이던 2003년에 드라마 ‘대장금’(MBC, 2003) 생각시라는 단역으로 데뷔한 심은경. 10대 당시 심은경에게 편하게 지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사진 제공 매니지먼트AND
11살이던 2003년에 드라마 ‘대장금’(MBC, 2003) 생각시라는 단역으로 데뷔한 심은경. 10대 당시 심은경에게 편하게 지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사진 제공 매니지먼트AND

10대의 심은경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그냥 놀아. 그냥 놀고 하고 싶은 거 하면서 편하게 지내.”
(류)승룡 선배님에게 따뜻한 조언을 많이 들었습니다. 어느 날 저를 부르셔서 본인의 경험담, 고민했던 점들을 찬찬히 얘기를 해주셨어요. 그러면서 이야기 말미에 “은경이가 그냥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좀 즐기면서 이 일을 했으면 좋겠어” 라고 얘기해주시더라고요. 지금도 잘 하고 있으니까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쉴 수도 있는 거라고. 그 말이 이전의 조급했던 생각을 바꾸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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