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슬럼버’ 강동원 “주는 게 곧 얻는 것”

2018-02-14 17:29 차지수 기자

[맥스무비= 차지수 기자] ‘골든슬럼버’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쫓기는 청년이 친구들의 도움으로 인생의 위기를 극복해나가는 이야기다. 강동원이 8년 전부터 원작의 영화화를 제안했던 건 “신뢰가 인간 최고의 무기”라 말하는 주인공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가 진솔하게 밝힌 몇 가지 이야기들을 전한다.

해볼 만한 가치 있는 이야기

“‘골든슬럼버’ 원작 소설을 접한 건 우연이었어요. 일본에서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기에 책과 영화를 모두 봤는데, 한국에서 조금 더 리듬감 있게 만들면 또 다른 종류의 쾌감을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도 제가 한 번쯤 꼭 해보고 싶었던 이야기였어요. 과거에도 지금도 여전히 권력에 억울하게 당하는 분들 많잖아요. 그런 분들의 이야기라면 한 번 해볼 만한 가치가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억울한 자를 위한 위안

“제작사에 영화화를 제안한 건 8년 전이에요. 서른 살이었죠. 그때는 호기로운 마음이 컸다면 지금은 아는 게 많아진 만큼 사명감도 강해졌어요. 억울한 피해자들은 늘 있죠. 국가에서 내린 배상 판결로 돈을 받았는데, 정작 대법원에서 총 금액의 일부만 산정해서 준다던지, 심지어 고리대금도 아니고 연 이자까지 붙여서 돈을 다시 갚아야 된다던지. 배상 받은 피해자들은 오히려 이자 갚느라 더 힘들어진 거죠. 그런 피해를 당한 분들에게 이 영화가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길 바라요.”

자연스러운 감정의 흐름

“우리 영화의 큰 줄기는 긴박한 추격 과정과 친구들의 우정 신이에요. 두 부분이 감정적으로는 조화롭게 잘 섞였다고 생각해요.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어요. 컷 편집 과정에서 조금 덜컥거리는 느낌도 있는 것 같긴 해요. 이 지점은 관객 분들이 아쉽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캐릭터에 100% 공감

“택배기사 건우(강동원)는 극한상황에서도 한결 같은 캐릭터죠. 저는 건우한테 100% 공감했어요. 저 역시 스트레스가 쌓이고 힘들 때일수록 주변을 더 즐겁게 해주려고 노력하거든요. 제가 자꾸 힘들다는 걸 드러내면 주변에서도 힘들어하니까요. 문제가 생기면 그거에 대해서 오히려 농담도 하고 그래요. 제가 좀 유머러스한 면이 있거든요. 저는 제가 굉장히 웃기다고 자부해요.(웃음)”

평범한 캐릭터, 평범한 일상

“택배기사들은 우리 생활과 굉장히 밀접한 분들이라 연기하기 전에 특별한 준비가 필요하진 않았어요. 그 분들의 애환을 담은 1시간짜리 다큐멘터리가 있는데, 전에 봤지만 촬영 준비하면서 한 번 더 봤어요. 그 분들이 힘들게 일하는 모습을 더 담아내고 싶었어요. 택배기사한테 쓰레기 버려달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그렇게 많다고 하더라고요. 평소에 택배 많이 시키냐고요? 쇼핑 이제 귀찮아서 못 하겠어요. 20대에는 옷에 관심 많았는데 이제는 옷 갈아입는 시간도 아까워요. 내일 뭐 입을지 생각하는 것도 싫고. 한 번 입으면 잘 수도 있고 레스토랑도 갈 수 있는 기본 아이템들만 색깔별로 사요.(웃음)”

매번 달라지는 얼굴

“어떤 분들은 제 이미지가 택배기사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평소의 날카로운 이미지보다 ‘골든슬럼버’에서 더 잘생겨 보인다는 분도 있고요. 반대로 너무 못생기게 나오는 거 아니냐는 분도 있던데, 뭐 그걸 원했던 거니까 상관없어요. 배우들은 어차피 연기할 때 헤어나 몸무게가 다 자기 것이 아니에요. 연기하다보면 많이 쓰는 얼굴 근육에 따라 표정이 조금씩 바뀌거든요. 지금은 ‘인랑’을 찍고 있는데 굉장히 남성적이고 거친 캐릭터라 ‘골든슬럼버’ 찍을 때와 얼굴이 또 바뀐 것 같아요.”

주는 게 곧 얻는 것

“‘골든슬럼버’에서 특히 와 닿았던 대사는 ‘손해보고 살면 어떠냐’는 거예요. 제가 스스로에게 자주 하는 말이거든요. 남들한테 막 퍼주면 주변에서 도대체 왜 그러냐고 물어요. 하지만 인생 길게 봤을 때는 주는 게 곧 얻는 거라고 생각해요.”

경험으로 얻은 융통성

“물론 일 하면서 배신감 느끼는 경우 굉장히 많죠. 사람의 밑바닥을 볼 때 괴로워요. ‘사람이 이렇게까지 바닥을 보일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 인간에 대한 실망감이 들죠. 이 업계가 특히 더 그렇잖아요. 예전엔 그 사실이 슬펐는데, 오래 겪다보니 이제는 누군가 언제든 그럴 수 있다는 예상을 하고 일을 시작해요. 요새는 ‘인간이 원래 그렇구나, 그런 사람도 있구나’ 생각하면서 넘겨요. 그래도 제가 인복이 좋은가 봐요. 주변에 괜찮은 사람들이 많거든요. 남한테 피해 주면서 사는 사람은 못 본 것 같아요.”

영화는 나를 비추는 거울

“전 스스로를 건전하고 바른 청년이라고 생각해요. 아직은 부당한 것들에 부딪혀서 싸워보겠다는 열정이 있어서 그런지 주변 어르신들이 귀엽게 생각해주세요. 너무 자기자랑 같나요? 친구들이랑 있을 때는 더 심하답니다.(웃음) 저도 속 시원하게 하고 싶은 말 사실 많죠. 하지만 그런 말들을 당장 꺼내는 것보다는 영화로 보여드리는 게 나은 것 같아요. 그래야 색안경 없이 저를 보실 수 있을 테니까요.”

의외의 활발함

“학창시절 저는 제가 아웃사이더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친구들은 제가 리더십 있었다고 말해요. 친한 애들을 우르르 끌고 다니는 스타일이긴 했는데, 그 친구들이 다 아웃사이더라 저도 아웃사이더인 줄 알았죠.(웃음) 지금도 그때와 성격이 크게 달라진 건 없는 것 같아요.”

사명감

“‘1987’(2017)의 장준환 감독님과는 원래 친분이 있었어요. 원래 다른 작품을 같이 하자고 준비하고 계셨는데 갑자기 ‘1987’이 하고 싶다고, 시나리오 나오면 보여주겠다고 하셨던 게 기억나요. 미리 얘기를 들었으니 공부는 해놨지만 그때 사회적 분위기로 봐서 과연 이 작품이 만들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긴 했죠. 그래도 감독님한테 도움 드리고 싶었고, 감독님이 가지고 있는 사명감에 저도 동참하고 싶어서 특별 출연하기로 했어요. 역사 공부를 하고 나서 ‘내가 잘 살고 있는 게 아니다’라는 걸 깨달았으니까요.”

안목에 대한 믿음

“작품 선택할 때 저는 제 눈을 믿어요. 시나리오를 잘 읽었고, 신인 감독이더라도 영화 잘 찍을 것 같으면 그냥 해요. 쉬는 날이 거의 없어요. 주 5일 근무는 바라지도 않고 주 6일만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네요.(웃음) 그래서 현장에서 스태프와 술자리를 많이 만들려고 해요. 술 마시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루를 마무리하면 숙소에 돌아가서도 기분이 좋거든요. 일만 하다가 혼자 남겨지면 좀 허무해요.”

좌우명

“신인 때 제가 좌우명이라고 했던 말이 ‘남한테 피해주면서 살지 말자’는 거예요. 실제로도 그렇게 생각하고요. 지금도 똑같아요. 갈수록 누굴 신뢰하기가 어려워지는 세상이긴 하죠. 나이 들수록 다들 얼굴이 두꺼워지면서 자기 실속 차리기 바쁘니까요. 저는 그렇게 사느니, 차라리 혼자 산에 들어가서 살래요.”

있는 그대로의 강동원

“‘강동원’이 어떤 사람이냐고요? 공식석상에 맞는 예절과 태도가 있으니 아무데서나 편하게 있을 수는 없죠. 말도 항상 조심해서 해야 하고요. 그래도 저 여기저기 다른 말 하고 다니는 사람도 아니고, 나쁜 사람도 아니고, 진짜 인간적인 사람이에요.(웃음) 대중이 저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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