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만나러 갑니다 | 신지혜 아나운서 “매일 영화음악이라는 작은 꿈을 꿉니다”

2018-02-26 10:00 채소라 기자

[맥스무비= 채소라 기자] 신지혜 아나운서에게 영화는 황홀한 꿈이다. 영화를 볼 때는 2시간 동안 판타지 세계를 경험하고, 방송을 할 때는 청취자와 꿈같은 시간을 나누며 행복을 느낀다. 우연한 기회에 시작한 영화음악 진행자에서 씨네필 사이에서 저명한 ‘시네마 토커’로 살아가는 신지혜 아나운서를 만났다.

# 20주년 맞이한 신지혜의 영화음악

CBS 라디오 음악FM ‘신지혜의 영화음악’의 신지혜 아나운서는 씨네필 사이에서 저명한 ‘시네마 토커’로 통한다.  사진 시티카메라(니콜라우스)
CBS 라디오 음악FM ‘신지혜의 영화음악’의 신지혜 아나운서는 씨네필 사이에서 저명한 ‘시네마 토커’로 통한다.  사진 시티카메라(니콜라우스)
‘신지혜의 영화음악’은?
‘신지혜의 영화음악’(이하 신영음)은 CBS 라디오 음악FM에서 방송되는 영화음악 방송 프로그램이다. 신지혜 아나운서가 제작, 진행하며 1인 제작 시스템으로 방송된다. 1998년에 시작해 2018년 2월 2일(금)에 방송 20주년을 맞이했다.

신지혜의 영화음악 20주년을 축하드립니다. 20주년을 맞이한 소감이 어떤가요?

많이들 물어보시는데.(웃음) 아주 솔직하게는 너무 담담합니다. 행복한지는 잘 모르겠는데 단 하나 느껴지는 감정이 ‘감사’였어요. 20년을 청취자들과 함께했는데 행복하지 않으면 이상하겠죠.

행복은 라디오를 진행하는 시간에 일상에 반짝반짝 빛난 것 같아요. 우리 청취자들은 신영음을 듣고 감사하다고 사연을 보내지만 저는 그런 사연을 볼 때마다 굉장히 위로받아요. 청취자들의 깊은 속을 다 알진 못해도 뭉클한 느낌이 들어요. 그럴 때 행복한 거고 20년을 딱 채우고 뒤돌아보니까 감사한 마음밖에 없더라고요.

청취자들과 함께한 20주년 기념 이벤트도 열었다고 들었습니다.

2월 3일(토)에는 청취자 40분을 초청해 오픈 스튜디오 이벤트로 생방송 했어요. 12일(월)에는 청취자 150명과 함께 ‘셰이프 오브 워터’를 보는 기념 시사회도 열었습니다. 청취자들과 같이 보려고 일부러 시사회 때 그 영화를 안 봤어요. 첫 감상을 함께 하고 싶어서요. 3월에는 천진란 방송작가와 함께 ‘신지혜의 영화음악’(가제)이라는 에세이도 발간할 계획입니다.

20주년 축하 메시지를 보내온 영화인들도 많았습니다.

방송하면서 조금씩 인연이 깊어진 분들입니다. 이준익 감독님은 신영음을 많이 아껴주셔서 ‘오, 그래. 신지혜는 해주지’ 하고 흔쾌히 축하 메시지를 보내주셨어요. 조성우 음악감독님도 마찬가지고요. 너무 감사한 분들입니다.

엄태화 감독님은 신영음을 들으며 영화의 꿈을 키웠다고 하더군요. 감독님의 친동생인 배우 엄태구 씨도 ‘밀정’(2016) 개봉 때 ‘신영음은 꼭 나가고 싶다’고 해서 출연해주셨고요. 엄태구 씨가 출연한 날 아버지께 인터뷰 잘했다는 칭찬을 들었대요.(웃음) 온가족이 신영음을 들어주셔서 감동이었죠. 맥스무비와는 2004년과 2005년에 열었던 신영음 영화제를 공동 주최한 인연이 있네요.

신지혜 아나운서는 후임 DJ를 급히 찾던 ‘추상미의 영화음악’에 투입됐다. 1998년 2월 2일부터  ‘신지혜의 영화음악’란 타이틀로 지금까지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시티카메라(니콜라우스)
신지혜 아나운서는 후임 DJ를 급히 찾던 ‘추상미의 영화음악’에 투입됐다. 1998년 2월 2일부터  ‘신지혜의 영화음악’란 타이틀로 지금까지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시티카메라(니콜라우스)

신영음은 CBS 음악 FM과 역사를 함께한 간판 프로그램입니다. 신영음의 20년 변천사를 듣고 싶어요.

음악 FM이 1995년 12월에 생겼으니 정말 그렇네요. 저는 ‘시네마천국’이란 심야 프로그램 DJ로 처음 라디오 방송을 맡았고, 당시 영화를 좋아하는 걸 알았던 선배 PD가 당시 “‘FM매거진’에서 새 음악을 소개해 봐라” 하고 2시간짜리 프로그램에 15분을 내주셨어요. 엄청난 파격이거든요. 그때 처음 시사회에 가는 방법도 알게 됐어요. 영화를 보고 원고 쓰고 기획하고 선곡도 하면서 15분을 쓰는데 너무 즐거웠습니다.

그러다 1998년 2월 2일에 후임 DJ를 급히 찾던 ‘추상미의 영화음악’에 투입됐습니다. ‘신지혜의 영화음악’란 타이틀을 달고 임시로 시작했다가, 봄 개편 후인 3월 2일부터 CBS에서 “계속 진행해라” 한 거죠.(웃음) 정신없이 시작해서 20년이 된 거예요.

홀로 15분 동안 코너를 꾸리다가 20년 동안 신영음을 1인 제작 시스템으로 이끌어 나고 있네요?

맡겨진 임무를 수행했을 뿐이에요. 추상미 씨가 진행할 때도 PD가 있었는데 제가 진행하게 되면서 CBS에서 1인 제작을 하라고 한 거죠. 막 떠들고 다니지 않았는데도 사람들이 제가 영화음악을 많이 안다는 걸 알고 계셨던 것 같아요. 지금 돌아보면 CBS에서 대단한 결심을 한 것 같긴 한데, 청취율도 잘 나오고 청취자 반응도 많이 와서 다행입니다.

신영음의 딱 한 명의 스태프죠. 천진란 작가와 몇 년 동안 호흡을 맞췄나요?

올해 봄 개편이 지나면 만 10년이에요. 저희 신영음 역사의 절반이네요. 천진란 작가와 저는 영화를 대하는 태도, 청취자에 대한 생각들이 되게 비슷합니다. 함께 방송하기 전부터 신영음을 무척 좋아한 친구예요. 어느 날은 ‘여기 와서 일하게 된 게 너무 기쁘다’고 하는데 빈말이 아니었어요. 전적으로 신뢰하는 친구입니다.

천진란 작가와 어떻게 일을 분담하나요?

오프닝과 매일 진행하는 코너 원고는 제가 쓰고, 다양하게 진행하는 여러 가지 코너의 원고를 천(진란) 작가가 씁니다. 그 외에 중간 중간 들어오는 사연들, 음악을 듣고 생각나는 감상들 혹은 생각나는 기억, 에피소드들은 같이 나누는 거예요. 한 시간 동안 저 혼자서 오퍼레이팅도 하고 선곡도 하다 보면 막 정신없이 돌아가거든요. 그러면 천 작가가 수백 개씩 되는 사연을 정리해서 전달해줍니다. 저는 그걸 보고 사연도 읽어드리고 실시간으로 선곡을 하죠. 초 단위로 시간 위를 달리는 희열이 있는 것 같습니다.

# 신영음을 만드는 신지혜 아나운서

신지혜 아나운서는 매일 그날의 분위기를 느끼고 오프닝곡 외 첫 곡까지 음악 2곡을 미리 선곡한다. 사진 시티카메라(니콜라우스)
신지혜 아나운서는 매일 그날의 분위기를 느끼고 오프닝곡 외 첫 곡까지 음악 2곡을 미리 선곡한다. 사진 시티카메라(니콜라우스)

신영음은 시대를 아우르는 선곡이 인상적입니다. 선곡 기준이 있나요?

그날 그날의 분위기인 거예요. 그날의 색채라고 해야 할까요? 느낌이나 습도 같은 것들이 있잖아요. 사람은 마음을 갖고 있어서 그런 것들에 영향을 많이 받으니까요. 그날의 분위기를 느끼고 오프닝곡 2곡은 미리 선곡을 해둡니다. ‘오늘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좋겠구나’ 생각하며 출근하면서 오프닝곡을 고르고, 두 번째 곡은 영화 스코어 곡으로 골라요. 영화음악의 본질은 스코어니까요.

신청곡을 보면 신영음과 청취자는 오래된 친구 같아요. 오래되면 마음의 결도 비슷해지잖아요. ‘내가 느낀 분위기도 요 느낌인데’ 싶은 신청곡을 주세요.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 같습니다. 분위기가 점점 고조되기도 하고 들쑥날쑥한 선곡으로 요철처럼 재미있는 모양새가 되기도 해요. 그러면 말씀하신 대로 옛날 영화음악부터 최근 곡까지 나오는 것 같아요.

영화음악 라디오의 차별점은 영화일 겁니다. 영화음악을 트는 것, 영화음악을 함께 공유하는 것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가끔씩 청취자들도 다른 팝 프로그램에서 같은 곡을 들어도 느낌이 되게 다르대요. 음악에 스토리가 실려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영화의 장면, 영화에 대한 이미지, 내용뿐 아니라 그 음악에 내가 같이 있는 거죠. 내가 영화를 봤던 때, 그 시절, 같이 본 사람 같은 추억이 방울방울 결부돼서 영화음악이 조금 색다르게 다가가고요.

요즘에 소통이라는 단어를 되게 자주 쓰는데, 저는 교감이라는 단어를 더 좋아하거든요. 오래전부터 청취자들과 함께 써온 단어가 텔레파시예요.(웃음) 결국 교감인 것 같아요.

영화를 볼 때도 음악을 예민하게 들을 것 같은데, 정말 그런가요?

영화는 일단 그냥 봐요. 대신 보다가 ‘이 곡이 여기 쓰였네?’ 하고 귀에 딱 걸리는 곡들도 있죠. 영화는 마음을 풀고 즐겨요. 영화가 확 끌려야 저도 그 영화의 음악도 생각이 나요. 솔직히 그렇잖아요.(웃음)

신지혜 아나운서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의 ‘석양의 무법자’(1967)를 TV에서 보고 영화에 매료됐다. 사진 ‘석양의 무법자’ 포스터
신지혜 아나운서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의 ‘석양의 무법자’(1967)를 TV에서 보고 영화에 매료됐다. 사진 ‘석양의 무법자’ 포스터

과거 인터뷰 중 영화는 꿈이고 방송은 목표다라는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신지혜 아나운서에게 영화는 왜 꿈이 되었나요?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의 ‘석양의 무법자’(1967)를 TV에서 보고 영화에 순간적으로 매료됐어요. 그 후로 세계명화극장 등 영화 방송을 일주일에 서너 편씩 본 거예요. 정말 전설적인 영화들을 어린 나이에 보니까 스펀지처럼 빨아들여졌죠.

영화는 지금 제가 있는 우주를 살짝 벗어나서 마음껏 꿈꿀 수 있는 판타지예요. 상상의 극대화된 영상으로 거의 두 시간 만에 다른 우주를 즐기고 나온다는 건 엄청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직도 제가 꾸는 꿈이에요. 대학생 때 방송부를 해보니 방송을 평생 하고 싶어져서 목표 삼아 이뤘고 지금은 신영음으로 일종의 작은 꿈들을 매일 꾸고 있습니다.

곧 새 학기가 시작됩니다. 아나운서를 꿈꾸는 청춘들에게 한 마디 해주신다면?

꿈꾸시는 게 있으시다면 그 꿈을 목표로 치환하시고 그 목표로 향하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세요. 그 계획을 반복적인 일상으로 만들어야 해요. 그렇게 한발 한발 가다 보면 당신의 꿈에 언젠가는 가까워져 있을 거예요. 다 이룬다고 말씀드릴 순 없지만 꿈은 마냥 꿀 수 있는 거라면 목표는 닿기 위해 한발씩 가야 하는 거라는 걸 깨달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장수 프로그램 제작자, 진행자로서 어떤 마음으로 청취자와 함께하실 건가요?

올해도 CBS는 4월 말에 봄 개편을 할 텐데 일단 그때까지는 함께 할 겁니다. 그다음은 모르는 거예요.(웃음) 방송사 개편은 모든 걸 제로에서 시작하니까 편성의 방향과 맞지 않으면 언제든 내려갈 수밖에 없는 겁니다. 물론 저는 성실하게 열심히 했다고 감시 말씀드리고 싶지만요. 매일이 소중하고 값지다고 생각하고 이 자리에서 영화음악으로 여러분과 만나겠습니다.

# 20대 당시 신지혜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사진 시티카메라(니콜라우스)
사진 시티카메라(니콜라우스)
“괜찮아. 너 넘어져도 돼.”
20대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힘들었고 달성하고 나면 다 끝난 것 같았는데 전혀 새로운 세계가 또 나를 기다리고 있잖아요. 굉장히 아름답고 빛나는 시간이지만 사실 굉장히 힘겹고, 불투명한 시기이기도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맡겨진 일을 막 해야 하는 정신없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때는 넘어지면 안 되는 줄 알고 아등바등 버텼거든요. 여태까지 살아온 삶과 다른 삶이 펼쳐지니까 감정 소모도 많아지고 육체적인 소모도 많아지는데, 실수하면 안 될 것 같았어요. 지금 20대인 분들도 어찌할 줄 모르고 우는 친구들이 많을 거예요. 어유, 괜히 막 뭉클하네요.(웃음)

http://news.maxmovie.com/366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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