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튼튼이의 모험’ 김충길·백승환·신민재 “고봉수 사단의 롱런 비결은 종교와 개그코드”

2018-06-26 18:14 유현지 기자

[맥스무비= 유현지 기자] 6월 21일(목) 개봉한 ‘튼튼이의 모험’의 주연 김충길, 백승환, 신민재는 서른을 훌쩍 넘긴 나이에 고등학생을 연기했다. 그들이 연기한 인물은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레슬링에 매진하는 건강한 청소년들이다. 개봉을 앞두고 연기에 대한 열정과 진한 웃음으로 똘똘 뭉친 이들을 만났다.

# 모든 것이 도전인 영화 ‘튼튼이의 모험’

‘고봉수 사단’으로 불리는 고봉수 감독과 배우 김충길, 백승환, 신민재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에서 영감을 받아 실제 사단 컨셉으로 촬영했다. 사진 SWAVE STUDIO(강민구)
‘고봉수 사단’으로 불리는 고봉수 감독과 배우 김충길, 백승환, 신민재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에서 영감을 받아 실제 사단 컨셉으로 촬영했다. 사진 SWAVE STUDIO(강민구)

작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1년 만에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떨리지는 않나요?

김충길 작년에는 영화제에 오신 분들과 만났는데 이제 일반 관객들을 만나게 됩니다. 영화제 관객들은 반응이 좋았는데 일반 관객들은 어떨지 정말 궁금해요.

영화에서 고등학생을 연기했습니다. 소감이 궁금합니다.

신민재 ‘고봉수 감독님 영화에서는 모든 일이 벌어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다들 조금 있으면 마흔이에요. 고등학생 연기를 시킨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죠.(웃음) 그런데 이 친구들하고 연기할 때는 고등학생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세 사람은 10여 년 전 처음 만났습니다. 배우들끼리 인연이 오래되어서 더 편하게 몰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백승환 다른 분들과 연기를 할 때는 맞출 때 오래 걸리는 부분이 있는데 이렇게 셋(김충길, 백승환, 신민재)이서 하면 더 금방 끝나는 것 같습니다.

신민재 평소에도 자주 만나고 친해서 그런 것 같아요

2,000만 원이라는 저예산으로 10일 만에 촬영했어요. 기간이 짧게 느껴지진 않았나요?

백승환 준비하기 전까지는 아주 힘들었습니다. 돈이 많거나 여건이 갖춰진 것이 아니라서 하기 전까지는 두려웠어요. 막상 촬영에 들어가고 하면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신민재 저희는 무명배우잖아요. 일이 계속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촬영장에 있는게 꿈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촬영장은 판타지예요. 다시 현실로 돌아가야 하니까 촬영이 끝나면 항상 아쉽습니다.

‘튼튼이의 모험’은 레슬링을 소재로 한 스포츠 영화이기도 하고 다양한 가정의 모습도 나옵니다. 촬영을 준비하면서 힘든 점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김충길 운동이 힘들었습니다. 기술도 어렵지만, 처음에는 체력이 안 돼서 힘들었습니다. 중고등학생들이랑 체력훈련을 같이 했는데, 저희가 30대이다 보니 못 따라가겠더라고요.

백승환 운동도 힘들었지만 다문화 가정에 대해서 표현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영화에서 저를 이기는 두 체급 아래의 친구가 이 영화의 실제 주인공입니다. 그 친구의 실제 어머니가 극 중에 제 어머니로 나온 분이에요.

배우들은 촬영장인 함평에 시나리오를 가져가지 않았다고 밝혔다. 고봉수 감독이 정해주는 상황에 맞게 애드리브로 연기했다. 사진 CGV 아트하우스
배우들은 촬영장인 함평에 시나리오를 가져가지 않았다고 밝혔다. 고봉수 감독이 정해주는 상황에 맞게 애드리브로 연기했다. 사진 CGV 아트하우스

대부분의 대사가 애드리브입니다. 자기 자신이 인물에 많이 반영되었을 것 같아요.

김충길 제 모습이 정말 많이 반영되었습니다. 성격이나 말투도 그렇지만 제가 평소에 생각하는 것들이나 할만한 말들이 대사로 나왔어요. 슈퍼에서 한 대사 중에 ‘감동은 촌스러운 데서 오는 거잖아’라는 말은 제 철학 같은 거예요. 평소에 그 생각을 많이 합니다.

백승환 원래 제 말투나 평소 모습으로 연기를 하려고 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많이 자제했습니다. 혁준이(신민재)가 열 받게 하는 신에서 마음 속으로는 끌고 나가서 싸우고 싶었죠. 근데 극 중 진권이는 그렇지 않을 것 같아서 화를 못 냈습니다.(웃음)

신민재 혁준은 솔직한 캐릭터예요. 저는 학창시절에도 혁준만큼 자신감이 있는 사람은 아니었거든요. 저는 좋아하는 여자가 있어도 표현을 못 하는 성격인데 혁준은 정확하게 표현하고 사랑을 위해서 모든 것을 다 합니다. 제가 자신감이 있다면 혁준이가 될 것 같아요.

친구들의 대화에서 현실감이 느껴집니다. 이불에서 싸우는 장면도 애드리브인가요?

신민재 네. 대본은 기억나지 않아요. 대본이 있었지만, 그걸 안 가져갔거든요. 감독님이 한 마디만 하셨어요. ‘도발해라. 열 받게 해라.’ 그래서 ‘어떻게 하면 깐죽거릴 수 있을까’만 생각했어요.(웃음)

백승환 솔직히 저 되게 열 받았거든요.(웃음) 그런데 원래대로 하면 안 되니까 감정을 억눌렀어요. 실제로 이런 친구가 있으면 무서울 것 같았습니다.

신민재 미팅 장면도 애드리브예요. 그 애들이 밖에서 그렇게 말한 줄 몰랐어요. ‘빻았다. 절구인 줄’ 같은 대사를 했는지 영화를 보고 알았습니다. 한 마디를 해야 했는데 그 뒤로 그 애들을 못 만나서 말을 못 했어요.

갯벌에서 싸우는 신도 명장면 중 하나예요.

신민재 원래는 달리는 버스에서 싸우는 설정이었습니다. 찍었다가 문제가 생겨서 바뀌었어요. 대사는 다 애드리브였는데, 중심은 석태(조준희)가 지혜(윤지혜)에게 피부색 같은 다문화 가정과 관련된 비난을 하는 거였어요. 지혜한테 중요한 부분을 건드렸다는 점에서 혁준이 싸울 수밖에 없는, 계기가 되는 문제였다고 생각합니다.

김충길 뺨을 때린 사람은 조준희라는 배우입니다. 저랑 중학교 때부터 친구고 저희랑 같이 입시학원도 다녔던 친구예요.(웃음)

# 쉽지 않았던 연기자의 길

코치 역으로 출연한 배우 고성완은 고봉수 감독의 삼촌이다. 실제로 버스 기사로 일하고 있는 그는 연차를 사용해 영화 촬영에 참여했다. 사진 CGV 아트하우스
코치 역으로 출연한 배우 고성완은 고봉수 감독의 삼촌이다. 실제로 버스 기사로 일하고 있는 그는 연차를 사용해 영화 촬영에 참여했다. 사진 CGV 아트하우스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김충길 원래 꿈은 개그맨이었습니다. 일주일마다 아이디어를 발표하는 게 부담스러워서 포기했어요. 그러다 중학교 3학년 때 학교에서 ‘품행 제로’(2002)를 봤는데 애들이 다 웃고 여자애들이 가장 좋아하더라고요. 영화에 나오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연기자를 꿈꾸게 되었습니다.

백승환 고등학교 때 여자친구가 있었어요. 연극배우를 꿈꾸던 친구라 (연기) 입시학원에 다녔습니다. 하루는 그 친구를 데리러 갔는데 선생님이 연기해보지 않겠냐고 하시더라고요. 학원생을 늘리려는 수작이었던 것 같아요.(웃음) 저는 누구 앞에 서는 것을 싫어해서 망설였는데 그 친구가 해보라고 힘을 줬습니다. 그래서 어렵게 결정을 했죠. 그때 시작해서 지금까지 잘 온 것 같아요.

신민재 교회에서 연극을 했는데 정말 재미있었어요. 주로 마귀나 로마 병사, 악역만 맡았죠.(웃음) 연극을 하면서 참 재미있었고 연기를 직업으로 삼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고등학생 때 진로를 결정하면서 연극영화과를 가고 싶었는데 잘 안됐고요. 군대 다녀와서 이 친구들을 만나고 감사하게도 대학에도 합격해서 지금까지 쭉 연기를 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일을 하면서 배우 생활을 이어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신민재 아르바이트로 연기를 가르치기도 했는데 너무 돈이 없다 보니 ‘이걸로 돈을 벌어볼까?’하고 고민도 했습니다. 끊임없이 다른 길에 대한 제안을 계속 받았어요. 감사하게도 그때마다 작은 결과물들을 얻어서 연기를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김충길 입시를 준비하는데 한 대학교에 연극영화과가 생겨서 미달이 된 거예요. 운 좋게 합격을 해서 연기를 배웠습니다. 졸업하고 오디션을 보고 단역도 했습니다. 다른 일보다도 연기로 수입을 얻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경험이 되잖아요. 그러다 (백)승환이를 만나서 고봉수 감독님을 소개받았고 여기까지 오게 되었죠. 운이 정말 좋았어요.

백승환 저는 좀 운이 없었습니다.(웃음) 대학에 계속 떨어졌고 극단을 소개받았는데 교통사고를 당해서 연극을 못 했어요. 군대 다녀오고 다시 입시를 준비했는데 또 떨어졌죠. 1년 정도 배우 매니저도 했고, 단역을 준다고 해서 단편 영화 연출부도 했어요. 일은 쉬지 않고 계속했던 것 같아요. 지금도 계속 아침에 트럭 운전을 하고 있습니다. 아, 그건 운이 좋네요! 연기를 하면서 계속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웃음)

연기를 계속 해야겠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할 수 있었겠죠?

백승환 제가 확신이 있었다기보다 주변에서 확신을 줬습니다. 여기 있는 김충길과 신민재 두 명이요. 연기를 그만두려고 했는데, 그때마다 권유를 많이 해줬어요. 연기를 시작할 때도 정말 무서웠는데 (김)충길이가 해보라고 계속 응원해줘서 단편 영화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 운명 같은 만남, 고봉수 사단

(왼쪽부터) 김충길, 신민재, 고봉수 감독, 백승환은 안약을 준비해 눈물을 흘리는 등 촬영 내내 아이디어를 내며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네 사람의 끈끈한 호흡이 드러났다. 사진 SWAVE STUDIO(강민구)
(왼쪽부터) 김충길, 신민재, 고봉수 감독, 백승환은 안약을 준비해 눈물을 흘리는 등 촬영 내내 아이디어를 내며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네 사람의 끈끈한 호흡이 드러났다. 사진 SWAVE STUDIO(강민구)

세 분의 첫 만남이 궁금합니다.

김충길 연기학원에서 여러 친구를 알게 되었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다 흩어졌고 저희만 남아서 이렇게 만나고 재미있게 놀게 됐어요.

백승환 셋 다 학교를 졸업하고 저도 매니저 일을 잠깐 했습니다. 그 이후에, 2012년쯤 부터 더 자주 만나게 됐어요.

신민재 프로필 투어를 같이 다녔습니다. (백)승환이 차 타고 프로필을 돌리러 다녔죠. 그러면서 더 자주 만나고 많이 가까워진 것 같아요. 더 친밀해지고, 자주 만나고.

월요일마다 기도 모임으로 만나고 있습니다. 모임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신민재 (고봉수) 감독님이 독실한 크리스천입니다. 모든 것을 기도로 준비하자고 하셨어요. 영화나 연극을 하면서 술 문화가 빠질 수 없는데, 건강하게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어요. 그런 마음가짐이면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죠. 이후에 감독님이 제안을 해주셔서 저희끼리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고봉수 사단으로 불리며 끈끈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어요. 네 사람이 오래가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신민재 일단 종교가 잘 맞고요.(웃음) 개그 코드가 가장 잘 맞습니다. 한 공간에 있으면 많은 것을 발견하면서 수 있어요. 같은 지점에서 같이 웃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김충길 저희(김충길, 신민재, 백승환)는 그전에도 워낙에 친했으니까요. 감독님은 평소에는 항상 자상하신데, 촬영할 때는 재밌기도 하지만 카리스마도 있어요. 소리를 지른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고요.(웃음) 저희가 혼란스럽지 않게 디렉팅도 정확하게 해주세요. 저희에게 신뢰를 많이 주셔서 저희가 믿고 따라갈 수밖에 없어요.

신민재 촬영장에서 진짜 섹시해요. 안경 벗으시고 하면 딱 뭔가 생각하는 지점이 있어요.

백승환 영화를 다 너무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게 엄청나게 크지 않을까요? 영화 취향도 비슷해서 재밌게 보거나 재미없게 본 영화 얘기도 신나게 해요. 영화를 정말 좋아하는 게 가장 큽니다. 그전에는 신앙이 같으니까 잘 맞는 것 같고요.

고봉수 사단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무엇인가요?

신민재 주성치 영화요. 감독님이 가장 좋아하시는 영화예요. 감독님의 영화에는 주성치 영화가 베이스로 깔려있어요.

백승환 다 다르기는 해요. 최근에는 ‘라라랜드’(2016)였던 것 같아요.

앞으로 세 사람의 행보가 궁금합니다.

백승환 ‘델타 보이즈’를 40번 보신 분이 있어요. ‘튼튼이의 모험’도 항상 보시더라고요. ‘영화가 어떤 사람 인생에서는 엄청나게 큰 부분을 차지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의 한 부분을 이루는 연기자로서 좋은 연기를 하고 싶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좀 움직일 수 있는 연기요.

김충길 계획이라기보다는 고봉수 사단의 일원으로서 고봉수 감독님이 불러주시면 함께 하고 싶어요. 감독님 영화가 아니더라도 다른 분의 영화에 출연하게 되면 거기서 열심히 촬영하게 될 것 같습니다.

신민재 사람들에게 즐겁게 건강한 웃음을 많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요즘 자극적인 영화가 많은데, 저희(고봉수 사단)로 인해서 한국 영화계의 흐름이 바뀔 수 있다면 좋겠어요. 다양한 장르의 영화로 웃음을 주고 재미를 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재미있고 즐겁게.

+20대 당시 김충길에게 보내는 한 마디.

김충길은 영화 속 충길 캐릭터에 대해 ‘잘하지 못하는 것도 해봐도 된다고 말하는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사진 SWAVE STUDIO(강민구)
김충길은 영화 속 충길 캐릭터에 대해 ‘잘하지 못하는 것도 해봐도 된다고 말하는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사진 SWAVE STUDIO(강민구)
“연애를 많이 해라.”
연애를 많이 안 한 것 같습니다. 인기가 많이 없었던 것 같고 겁이 많고 소심했던 것 같아요. 연애하면 행복하기도 하지만 인간에 대해서도 많이, 관계에 대해서, 자신에 대해서도 많이 배우는 것 같습니다. ‘내가 이런 모습이 있나?’ 하고요. 너무 많이 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20대 당시 백승환에게 보내는 한 마디.

백승환은 연기를 그만두려던 자신을 응원해준 두 친구(김충길, 신민재)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사진 SWAVE STUDIO(강민구)
백승환은 연기를 그만두려던 자신을 응원해준 두 친구(김충길, 신민재)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사진 SWAVE STUDIO(강민구)
“자신감을 많이 가져라”
지금도 저는 자신감이 많이 없어요. 학교도 잘 안됐고 연기하려고 할 때마다 안됐죠. 하지만 결국은 열심히 하니까 여기까지 왔잖아요. 그때 왜 내가 자신감을 가지지 못했을까 생각했어요. 자신감이 있었다면 더 많은 것들을, 더 낫게 이루지 않았을까 해요.

+20대 당시 신민재에게 보내는 한 마디.

신민재는 극장에서 누군가 자신을 알아보거나 ‘힘이 된다’고 말해줄 때 가장 감사하다고 말했다. 사진 SWAVE STUDIO(강민구)
신민재는 극장에서 누군가 자신을 알아보거나 ‘힘이 된다’고 말해줄 때 가장 감사하다고 말했다. 사진 SWAVE STUDIO(강민구)
“옆에 있는 좋은 사람들과 더 재미있게 놀아라”
아마 돌아가면 더 재미있게 놀 것 같습니다. 요즘 관계의 중요성을 많이 느끼거든요. 지금까지 연기를 한 것도 좋은 친구들과 같이했기 때문에 버텼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연기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주변의 좋은 사람들 덕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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