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에 담긴 김고은의 다짐 11

2018-07-02 16:27 유현지 기자

[맥스무비= 유현지 기자] ‘은교’(2012)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스크린에 데뷔한 김고은은 어느덧 데뷔 6년 차에 접어들었다. ‘도깨비’(tvN, 2016) 이후 잠깐의 휴식을 가진 김고은은 자신과 꼭 어울리는 ‘변산’의 선미로 돌아왔다. 좋은 프로이자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그에게서 6년 차 배우가 가진 책임감이 느껴진다.

# ‘변산’으로 돌아온 김고은

김고은이 연기한 선미는 과거 학수(박정민)를 짝사랑했던 인물로 학수가 변산으로 향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사진 메가박스 플러스엠
김고은이 연기한 선미는 과거 학수(박정민)를 짝사랑했던 인물로 학수가 변산으로 향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사진 메가박스 플러스엠

“‘변산’은 시나리오 자체가 기분 좋고 즐겁게 다가왔습니다. 박정민 씨가 캐스팅되어 있었는데 학수 역에 대입해서 읽었을 때 굉장히 와 닿았어요. 또 이준익 감독님의 작품이라서 함께 해보고 싶은 조합이었습니다. 영화는 아직 못 봤습니다. 언론 시사회 때 보다가 중간에 나왔거든요. 울면 눈이 엄청나게 붓는 편인데 몇 번 울컥해서 안 되겠다 싶었어요. 학수 아버지(장항선)가 미안하다고 하는데 학수가 화를 내고 나가다가 선미(김고은)와 눈이 마주쳐요. 그때 너무 짠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 어른스럽고 사랑스러운 선미 캐릭터

김고은은 선미에 대해 주변에 있을 법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노래방에서 스트레스를 푸는 선미와 비슷한 성격을 가졌다는 김고은의 애창곡은 윤미래의 ‘검은 행복’이다. 사진 메가박스 플러스엠
김고은은 선미에 대해 주변에 있을 법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노래방에서 스트레스를 푸는 선미와 비슷한 성격을 가졌다는 김고은의 애창곡은 윤미래의 ‘검은 행복’이다. 사진 메가박스 플러스엠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선미가 굉장히 매력적인 여성이라고 느꼈어요. 말이나 행동이 굉장히 현명하고 어른스럽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것을 잘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선미는 표현하는 것보다 참고 생각하는 게 더 쉬운 사람이에요. 그런 선미가 학수에게 싫은 소리를 하기까지는 많은 고민과 노력이 있었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미가 하는 말들이 굉장히 신중하게 보이고 선미라는 인물이 어른스럽게 보일 수 있던 것 같았습니다.”

# 촬영장에서의 이준익 감독

“현장에서 이준익 감독님이 기분 나빠 보였던 순간이 단 한 번도 없었어요. 현장을 아우르는 긍정의 에너지가 감독님의 힘인 것 같습니다. 이준익 감독님을 보면서 청춘 같다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끊임없이 도전하고 일에 대해서 재미있어하세요. 천진난만한 면도 있으시죠. 좋아하는 일도 막상 일이 되면 마냥 즐겁고 행복하지만은 않잖아요. 그런데 감독님은 현장에서 계속 즐거워하시고 열정이 넘치세요. 부럽기도 하고 ‘나도 그러고 싶다. 나도 계속해서 그런 마음을 간직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 동료 배우로서 박정민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선후배 사이인 김고은과 박정민은 학생 때부터 서로를 응원하며 우정을 이어왔다. 사진 메가박스 플러스엠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선후배 사이인 김고은과 박정민은 학생 때부터 서로를 응원하며 우정을 이어왔다. 사진 메가박스 플러스엠

“촬영하기 전부터 기대가 컸어요. 대학교 선후배로 친하기도 했지만, 배우로서 존중하는 마음도 컸기 때문이에요. ‘파수꾼’(2011)을 보고 정말 대단한 배우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다작하는 (박)정민 선배에게 존경심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연기를 정말 잘하는 배우니까 함께 하고 싶다고 생각은 했는데, 그럴 수 있는 확률은 정말 낮잖아요. 그런데 ‘변산’에서 함께 한다고 했을 때 너무너무 기뻤죠. 저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박정민 선배는 재능도 있지만, 그 재능에 절대 안주하지 않는 사람이에요. 책임감도 정말 강하고, 옆에서 보면 ‘무슨 일이 나는 것 아닐까?’ 싶을 정도로 몰입하고 열심히 하는 배우죠. 제가 저 자신에게 노력한다고 말하지 말라고 하고 싶을 정도로 노력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배우입니다.”

# 청춘과 나이의 상관관계

“청춘에 대한 이야기인 만큼 인물들이 처한 상황에 충분히 공감하면서 촬영했던 것 같습니다. 꼭 어려야 청춘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했고요. 신체적으로 늙음이 왔다고 해서 청춘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저는 할머니랑 오래 살았거든요. 어렸을 때는 나이가 들면 정신도 똑같이 나이가 든다고 생각했는데, 할머니는 지금도 자신이 청춘이라고 생각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걸 보고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 실제로도 유쾌하고 재미있는 성격

김고은은 선미 역을 자연스럽게 소화하기 위해 8kg을 증량했다. 선미를 떠올렸을 때 마른 이미지가 아닌 것 같아 살을 찌웠다는 그는 살을 찌우는 동안 어느 때 보다 행복했다고 밝혔다. 사진 메가박스 플러스엠
김고은은 선미 역을 자연스럽게 소화하기 위해 8kg을 증량했다. 선미를 떠올렸을 때 마른 이미지가 아닌 것 같아 살을 찌웠다는 그는 살을 찌우는 동안 어느 때 보다 행복했다고 밝혔다. 사진 메가박스 플러스엠

“실제 성격은 재미있는 편이에요. 사석에서 만나면 다들 배꼽 잡느라고 난리가 나요.(웃음) 애드리브가 많은 편은 아닌데, 누군가 애드리브를 쳤을 때 아무렇지 않게 받아치면 희열을 느껴요. 극 중 아빠 기저귀를 갈아드리는 장면이 있어요. 원래는 제가 ‘하루 세 번만 싸쇼’라고 끝나는 건데 극중 아버지로 나오신 정규수 선생님이 ‘내가 싸고 싶어서 싸냐. 내가 죽어야지’라고 애드리브를 치셨어요. 거기다가 제가 아무렇지 않게 ‘두쇼!’라고 하는 장면이 있어요.”

# 김고은이 기억하는 흑역사

“고등학교 입시 때 비보이처럼 입고 노래를 부르다가 운 적이 있어요.(웃음) 특기로 ‘주몽’(MBC, 2006) OST 중에 인순이 선배님의 '하늘이여 제발'이라는 노래를 준비했습니다. 가장 아끼는 옷도  입었어요. 형광색의 집업에 하얀색 비니를 쓰고 아끼는 청바지를 입었죠. 면접장에 도착했는데 다른 친구들은 발레 토슈즈를 신고 캉캉 치마를 입고 있는 거예요. 다들 전문적으로 준비를 해온 거죠. 그 친구들도 저를 보고 '비보잉을 하는구나'라고 생각을 했나 봐요. 근데 아니었어요. 게다가 질의응답 시간에는 떨려서 갑자기 울었어요. 그게 제 유명한 흑역사예요.”

# 각자가 가진 아름다움

“제 외모에 대해서 안 좋은 말씀을 하시면 상처 받기보다는 ‘그렇게 생각하시는구나’ 정도로 받아들여요. 다 똑같은 예쁨을 가져야 아름다운 건 아니잖아요. 각자만의 아름다움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저는 SNS에도 글을 잘 안 쓰고 제 의견을 피력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아요. 어떤 발언을 했을 때 기사가 날 수도 있고 많은 분이 보실 수 있잖아요. 제 발언이 강요가 될 수 있죠. 이런 생각들을 조심스럽게 혼자만 가지고 있는 편인데 화보는 말이 아니라 보이는 거니까요. 그래서 제 가치관을 표현해보면 어떨까 생각해봤어요. 그런 취지에서 노메이크업 노헤어 노스타일리스트 화보에 도전해봤습니다.”

# 데뷔 6년 차 배우의 책임감

김고은은 차기작을 묻는 질문에 “시켜주시면 다 열심히 할거예요. 시켜만 주세요”라고 씩씩하게 답했다. 사진 메가박스 플러스엠
김고은은 차기작을 묻는 질문에 “시켜주시면 다 열심히 할거예요. 시켜만 주세요”라고 씩씩하게 답했다. 사진 메가박스 플러스엠

“‘제2의 김고은’이라는 수식어는 데뷔 2년 차부터 들었던 말이에요. 볼 때마다 너무 힘들죠. 다 같은 입장인걸요.(웃음) 감사하게도 ‘도깨비’라는 작품으로 인지도를 얻었습니다. 제가 잘해서라기보다는 김은숙 작가님, 이응복 PD님, 공유 선배와 함께했기 때문에 생긴 신드롬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냥 잘 따르려고 했습니다. ‘도깨비’ 이후로 인지도 있는 배우가 됐기 때문에 그에 대한 책임감도 느끼고 있어요. 저한테 차기작을 주시는 분들도 기대치가 있으실 테니까요.”

# 좋은 프로, 좋은 배우가 되는 것

“따로 세워놓은 목표는 없어요. 성장하고 싶고 발전하고 싶은 마음은 계속 있습니다. 요새는 ‘프로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해요. 작품을 할 때는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그 인물로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감독님이 원하시는 것이나 이 역할이 해야 하는 것들, 그걸 해내는 게 배우의 역할이겠죠. 공식석상에 나왔을 때는 그에 맞는 모습도 갖춰야 하고요. 좋은 프로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배우로서는 제가 나온 작품이나 제가 연기한 인물이 누군가에게 공감이 갔으면 해요. 그게 제일 좋은 거 아닐까요?”

# ‘변산’은 사는 이야기

“‘변산’은 사는 이야기예요. 강압적으로 무언가를 보여주거나 감정을 강요하는 영화도 아니고요. 엄청 슬프고 웃기기보다는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영화예요. 편안하게 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 10대 당시 김고은에게 보내는 한 마디.

모든 작품에서 촬영 현장이 즐겁길 바란다는 김고은은 매번 즐거운 현장이 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끈끈한 호흡을 자랑하는 ‘변산’ 출연진은 촬영이 끝난 후에는 항상 저녁을 먹고 시간을 함께 보냈다. 사진 메가박스 플러스엠
모든 작품에서 촬영 현장이 즐겁길 바란다는 김고은은 매번 즐거운 현장이 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끈끈한 호흡을 자랑하는 ‘변산’ 출연진은 촬영이 끝난 후에는 항상 저녁을 먹고 시간을 함께 보냈다. 사진 메가박스 플러스엠
참 고맙다. 기특하다.”
2008년부터 쓴 다이어리가 있는데, 한 번도 안 보다가 얼마 전에 우연히 봤어요. 근데 정말 고민도 많았고 치열하게 살았더라고요. 제가 생각했던 고2 때의 제 모습보다 훨씬 더 괜찮은 고민을 했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그래서 참 고마웠어요. ‘그 시기에 고민했던 것들이 헛되지 않았구나. 참 열심히 노력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게 되게 기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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