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32년 차 조민수 ‘마녀’에서 처음 해본 8가지

2018-07-03 15:00 채소라 기자

[맥스무비= 채소라 기자] ※ ‘마녀’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녀’를 만난 조민수는 유독 설렛다. ‘마녀’는 조민수가 그동안 연기한 영화 장르나 캐릭터를 잊게 할 만큼 새로운 도전들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조민수가 연기한 뇌 전문 과학자 닥터 백은 시나리오 상 남자 캐릭터였다. 캐스팅 단계에서 박훈정 감독은 조민수의이름을 듣고 여성 캐릭터로 바꿨다. 사진 엔터스테이션
조민수가 연기한 뇌 전문 과학자 닥터 백은 시나리오 상 남자 캐릭터였다. 캐스팅 단계에서 박훈정 감독은 조민수의이름을 듣고 여성 캐릭터로 바꿨다. 사진 엔터스테이션

# 남자에서 여자로 바뀐 캐릭터 닥터 백

“남자 캐릭터가 여자로 바뀐 점이 특별하죠. 박훈정 감독은 시나리오에 닥터 백(조민수)을 남자로 설정했습니다. 캐스팅 단계에서 워너 브러더스 관계자이자 저의 오랜 지인이 ‘닥터 백이 여자라면 어떨까’ 하는 이야기를 했나 봐요. 박훈정 감독은 그 이야기를 듣고 며칠 후에 ‘여자 누구?’ 물었다고 하더군요. 제 이름을 들려주니 감독이 ‘좋다’ 해서 캐스팅 됐습니다.

박훈정 감독은 저를 몰랐어요. 그런데 닥터 백에 저를 대입해서 좋다고 느낀 지점이 뭘까요. 배우로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영화가 다 사람이 하는 일이잖아요.(웃음) 인복이 좋았죠. 저를 추천한 사람, 캐스팅한 감독에게 내가 보여줄 수 있는 연기를 최선을 다해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마녀’에 참여한 시작점입니다. 물론 제게도 기회죠. 더 열심히 해서 조민수의 확장성을 보여줄 수 있으니까요. 제게는 아주 특별했죠.”

# 남자 캐릭터의 화법 그대로

“대개 배우들은 대본을 보고 자기한테 편하게 말투를 바꾸기도 해요. 저는 어미를 안 바꾸려고 노력합니다. 처음에는 제 화법이 아니라서 답답하기도 해요. 하지만 그게 익숙해지면 1퍼센트라도 바뀐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남자의 화법을 하면 조금은 다르지 않을까. 미세하게 다르겠지?’ 그런 생각으로 기존 시나리오에 적힌 남자 캐릭터의 투박함을 가져오는 게 좋겠다고 말했더니, 박훈정 감독님도 바꿀 생각 없다고 하시더군요. 남성과 여성의 화법은 분명히 다르거든요. 그 차이는 작지만 1퍼센트의 도움 받아서 바뀌는 겁니다. 한 번에 저를 어떻게 확 바꾸겠어요. 남자 캐릭터의 말투를 쓴 것도 너무 좋았어요.”

조민수는 이번 영화를 통해 처음으로 총격 액션 신을 찍어봤다. 그는 총 맞는 연기를 했던 현장에서 들뜨고 한편으로는 긴장하기도 했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조민수는 이번 영화를 통해 처음으로 총격 액션 신을 찍어봤다. 그는 총 맞는 연기를 했던 현장에서 들뜨고 한편으로는 긴장하기도 했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두근거리게 만든 색다른 장르

“나는 총격 액션이 신기했는데 남자 배우들은 ‘총 처음 맞아 봐요?’ 하더군요. 그런데 여자 연기자 중에 총 맞는 연기 한 사람을 세어 보면 얼마 없을 겁니다. 전 너무 좋았어요. 몸에 장비를 대고 하는 연기를 처음 해보는 거예요. 남들은 너무 많이 했던 걸 저는 처음 해본 건데, NG가 나면 시간이 30분 지체되더군요. 피 지우고 장비 갈고 그러니 현장 분위기가 어떻겠어요. 기다림의 연속이었습니다. 제 차례가 올 때까지 ‘(NG 내면) 나도 욕 먹겠구나’ 싶어서 두근두근, 두근두근! 긴장되더라고요.(웃음) 다행히 단 번에 갔어요. 그 장면 찍어놓고 나니까 촬영 다 한 것 같더라고요.(웃음) 이 장면이 스포일러가 된다고들 하는데, 저는 이 경험이 너무 귀해서 총격 신 이야기를 자꾸 하게 됩니다.”

# 첫 시도가 반가웠던 마녀

“신선하고 재미있어서 어떻게 만들어질지 기대됐습니다. 대본을 받자마자 ‘와, 좋다. 우리나라의 이런 시도 너무 좋다’라고 말했습니다. 외화들은 능력자 액션 장르가 많고 저도 많이 접해봤지만 우리나라에는 없던 이야기죠. 우리나라의 첫 시도라는 점이 좋았습니다. 감독님도 그간 ‘어벤져스’ 같은 영화와 겹쳐 보일까봐 조심했을 것 같습니다. 휙휙 날라다니는 것도 계속 보면 지겹거든요. 그런데 ‘마녀’에서 제가 좋았던 점은 직접적인 액션입니다. 탁, 탁 부딪히고 타격하는 아날로그 식 액션과 터치법이 너무 신선했습니다. 이번 영화의 무술감독이 ‘아저씨’(2010) 했던 박정률 무술감독인데, 제가 ‘아저씨’ 액션을 너무 좋아했었어요.”

조민수는 염력을 쓸 줄 아는 초능력자들 사이에서 홀로 인간미를 간직한 닥터 백을 표현했다. 사진 엔터스테이션
조민수는 염력을 쓸 줄 아는 초능력자들 사이에서 홀로 인간미를 간직한 닥터 백을 표현했다. 사진 엔터스테이션

# 능력자들 사이에서 사람을 표현하다

“연기를 하려니 걱정이 밀려오더군요. 너무 많은 할리우드 영화를 참고 할 수 있잖아요. 처음에는 게리 올드만? 아니면 ‘인디펜던스 데이’(1999)의 외계인 밖에 모르는 박사?’ 하고 감독에게 물어봤어요. 박훈정 감독이 ‘사람이요’ 하더군요. 다 능력자인데 닥터 백만 사람인 겁니다. 사람의 성향을 표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닥터 백은 사람들 중에도 자기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인간입니다. 자신, 자기가 만든 것은 모두 최고로 생각하고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사람이죠. 대개 그런 사람들은 사랑받지 못하고 표현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살을 맞대고 터치도 잘 못하고 사람을 부를 때 이름을 부르기 보다 ‘어이’ 하거나 손으로 소리를 내죠. 그가 자윤을 살려둔 건 궁금하기 때문입니다. 자기가 최고로 만든 작품이니까요. 닥터 백도 인간이라 상부에서 시키는 대로 하고 ‘걘 죽었을 거야’라고 말하지만 살아 있을 거라 기대한 겁니다. 욕심도 투영돼 있고요.“

# 총을 맞았을 때 어떻게 반응할까

“총이 중요했습니다. 닥터 백은 총을 맞고 어떤 애가 될까 고민됐습니다. 자기 밖에 모르는 사람들, 이기적인 인간들은 자기 아픔은 배로 느껴요. 남의 아픔은 모르죠. 닥터 백은 총에 맞으면 ‘윽. 너!’ 하면서 고통을 삭이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자기 아픔이 극대화해서 표현하는 사람일 겁니다. 매 상황에서 닥터 백을 다 쪼개봤습니다.

그래서 이야기하다 보면 사람들이 닥터 백을 낯설어 하는 것 같습니다. 닥터 백이라는 캐릭터의 이미지가 있을 테니까요. 아마도 ‘낯선 영화의 낯선 닥터 백’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저는 행동이나 몸짓을 쪼개서 표현해본 보니 약간 미치광이인 것 같으면서도 구자윤에 대한 애정도 있는 거죠. 복잡하게 연기했습니다. 자윤에게 손을 가져다 대는 장면조차도 그랬습니다. 자윤을 너무 만지고 싶은데 또 사람을 자주 만져보지는 않았을 테니 손끝을 확 대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요. 그래서 오히려 낯설어 보일 수 있겠다고 깨달았습니다.”

조민수는 자신의 새로운 가능성을 봐준 박훈정 감독과 지인에게 고마워했다. 인복이 좋았고 그래서 ‘마녀’에 출연하는 것이 더 감사하고 특별했다.  사진 엔터스테이션
조민수는 자신의 새로운 가능성을 봐준 박훈정 감독과 지인에게 고마워했다. 인복이 좋았고 그래서 ‘마녀’에 출연하는 것이 더 감사하고 특별했다.  사진 엔터스테이션

# 구자윤과 닥터 백의 관계

“닥터 백에게 구자윤(김다미)은 최상의 결과물입니다. 닥터 백은 대본에서 기본적으로 아이를 못 낳는 여자로 설정돼 있습니다. 여자가 아이를 못 낳는 콤플렉스가 있는 거죠. 그 특징을 베이스로 깔고 연기했습니다. 닥터 백 입장에서는 자윤이 총을 쏠 거란 생각을 못했을 겁니다. 자윤은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아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신경가스를 주입하는 행동은 제게도 힘든 결정이었습니다. 가끔 자식들이 통제될 거라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있잖아요.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인물들을 다 참고해서 감정을 만들었습니다.”

# 한국 영화감독들을 향한 바람

“‘할 수 있는 건 연기 밖에 없는데 죽을 때까지 연기할 수 있을까.’ 배우로서 고민은 그거죠. 감독들이 배우에게 최대한 관심을 갖고 이 배우가 어떤 연기를 할 수 있는지, 역할이 어느 정도인지 많이 들여다 보면 좋겠어요. 그 예가 ‘위플래쉬’(2014)의 플렛처 교수를 연기한 J.K.시몬스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저 배우는 너무 감동 받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그 배우가 지금까지 해왔던 역할은 ‘스파이더맨2’(2004) 신문사 국장 같은 주인공을 뒷받침해주는 역할이었어요. 주로 존재감 약한 역할만 봐서 J.K. 시몬스가 그렇게 매력 있고 섹시한 배우인 줄 몰랐습니다. 데이미언 셔젤 감독은 저 배우의 어떤 점을 봤을까요. 감독한테도 배우가 너무 고마웠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감독들도 같은 배우들만 계속 쓰지 말고, 다양한 배우들을 존중하고 사랑해주면 좋겠습니다. 한 배우만 계속 쓰는 것도 나빠요. 일정 시간이 지나면 그 배우를 사라지게 하는 거예요.”

+ 조민수가 공백기를 보내는 방법

“인상 쓴다고 되는 일이 아니잖아. 그냥 어제의 너 같이 마음 유지하고 있어. 잘 놀아.”
저는 잘 놀아요. 프리랜서들이 끊어진 일에 대해서 다 불안해할 겁니다. 배우든 작가든 마찬가지입니다. 무대에서 멀어질까봐 푹 못 쉬어요. 저도 그랬죠. 하지만 그럴 때마다 해답도 없는 생각을 반복합니다. 괴로워하지만 제가 할 수 없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놀 때 잘 놀아야 합니다. 우울해 하다가 화면에 나오면 얼굴이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바뀌어있어요. 저는 ‘놀 때 잘 놀아서 카메라를 들이댈 때 원래 여기 있던 사람처럼 해야 겠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배우들에게도 많이 해주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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