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 실화 첩보극을 완성하는 8가지 단서

2018-07-04 00:50 유현지 기자

[맥스무비= 유현지 기자] 윤종빈 감독의 실화 첩보극 ‘공작’의 제작보고회가 7월 3일(화) 압구정 CGV에서 열렸다. 1990년대 중반, 북으로 파견된 스파이 암호명 흑금성(황정민)의 실화를 다룬 ‘공작’은 71회 칸 영화제 초청 소식으로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윤종빈 감독과 황정민, 이성민, 조진웅, 주지훈이 흑금성 작전에 숨겨진 단서를 밝혔다.

# 윤종빈 감독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에 대한 질문”

‘공작’은 1993년, 북핵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파견된 스파이 흑금성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영화의 연출을 맡은 윤종빈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쓰기도 했다. 사진 CJ 엔터테인먼트
‘공작’은 1993년, 북핵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파견된 스파이 흑금성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영화의 연출을 맡은 윤종빈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쓰기도 했다. 사진 CJ 엔터테인먼트

윤종빈 감독은 “안기부(이하 국가안전기획부)에 관한 영화를 준비하면서 흑금성의 존재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사건을 접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는 그는 작은 호기심으로 ‘공작’의 기획을 시작했다. 이날 공개된 제작기 영상에서 윤종빈 감독은 “‘공작’은 안타고니스트를 처치하는 액션 위주의 첩보물이 아니다. 스파이라는 사람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영화다”라고 분명히 밝히며 “‘우리는 무엇을 지키기 위해서 싸워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 황정민, “흑금성 실화, ‘설마’라는 생각 가장 먼저 들어”

윤종빈 감독은 흑금성에 역할을 맡을 배우로 황정민을 바로 떠올렸다. 군인의 투박함과 함께 선과 악이 공존하는 얼굴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진 CJ 엔터테인먼트
윤종빈 감독은 흑금성에 역할을 맡을 배우로 황정민을 바로 떠올렸다. 군인의 투박함과 함께 선과 악이 공존하는 얼굴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진 CJ 엔터테인먼트

황정민은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의 스파이, 박석영을 연기했다. 육군 복무 중 대북 사업가로 위장해 북으로 파견되는 인물이다. 영화 속 박석영은 치밀한 스파이와 장사밖에 모르는 사업가, 두 가지 모습으로 철저히 구분된다. “1인 2역 같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 배우로서 큰 기회라 생각했다”는 황정민은 “박석영의 삶과 흑금성이라는 스파이, 대북 사업가로서의 삶을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 디테일하게 연기하려 했다”고 말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황정민은 실제 흑금성 실화를 접하고 ‘설마’라는 생각을 가장 먼저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영화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그 시대를 살면서도 이 일을 모르고 있던 사람이 얼마나 많았을까 생각했다. 이 이야기를 관객들과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 이성민 “나와 다른 리명운, 연기하면서 힘들었다”

그간 푸근하고 따뜻한 이미지를 연기해온 이성민은 냉철하고 강인한 인물 리명운을 소화하기 위해 연기적으로 많은 고민을 하고 외적으로도 큰 변화를 시도했다. 사진 CJ 엔터테인먼트
그간 푸근하고 따뜻한 이미지를 연기해온 이성민은 냉철하고 강인한 인물 리명운을 소화하기 위해 연기적으로 많은 고민을 하고 외적으로도 큰 변화를 시도했다. 사진 CJ 엔터테인먼트

이성민은 북한의 외화 사업을 총괄하는 대외경제위 처장 리명운 역을 맡았다. 등장만으로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발산하는 그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냉철한 인물을 소화하기 위해 머리 스타일부터 표정, 사투리 등 많은 부분에 변화를 줬다. 주로 인간미 있는 인물을 연기해온 이성민은 “평소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로 연기를 하곤 했는데, 리명훈은 나와 많이 달라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매일 숙소에 가서 끙끙 앓았을 정도로 캐릭터에 대해 고민하고 열정을 쏟았다.

또한 리명훈은 북측의 핵심인사다. 다른 실존 인물보다 참고할 수 있는 자료나 조언을 얻을 만한 창구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이성민은 “실존 인물을 연기할 때 그 사람들을 만나보곤 했는데 북한으로 갈 수 없으니 어려웠다(웃음)”고 말하며 “자문해주시는 분들을 통해서 그들의 말투나 생각, 사상과 정서에 대해 많이 들었다”며 인물을 연구한 과정을 밝혔다.

# 조진웅 “실제 사건에 분노, 배우로서 의무감 느꼈다”

안기부 해외실장을 연기한 조진웅은 긴 대사와 전문적인 용어를 소화하며 어려웠던 촬영 후기를 밝혔다. 사진 CJ 엔터테인먼트
안기부 해외실장을 연기한 조진웅은 긴 대사와 전문적인 용어를 소화하며 어려웠던 촬영 후기를 밝혔다. 사진 CJ 엔터테인먼트

흑금성 작전의 총 책임자이자 남측의 안기부 해외실장 최학성을 연기한 조진웅은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2012) ‘군도: 민란의 시대’(2014)에 이어 윤종빈 감독과 세 번째로 호흡을 맞췄다. “윤종빈 감독의 세계관은 언제나 매력적이다”라는 말로 입을 뗀 조진웅은 시나리오를 보며 보고서를 받는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부하직원에게 보고 브리핑을 받는 느낌이 들어 소름이 끼쳤다”고 말하며 탄탄한 시나리오에 감탄했던 기억을 이야기했다.

북측으로 파견된 스파이 흑금성에 대한 진실은 남북 고위층이 은밀한 거래를 벌이면서 세간에 드러나게 된다. 여기에는 당시의 김대중 대통령 후보를 낙선시키려던 공작도 연루되어 있다. 실제 사건에 대해 조진웅은 “국가안전기획부와 대외경제위,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들이 이런 짓을 했다는 것이 화가 나기도 했다. 이 사건을 더 곱씹고, 관객들에게 잘 전달해야겠다는 의무감도 있었다”고 말했다.

# 주지훈 “올여름은 신과 함께 하는 공작이 될 것”

윤종빈 감독은 주지훈의 서늘한 느낌과 익살스러운 면이 색다른 인물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사진 CJ 엔터테인먼트
윤종빈 감독은 주지훈의 서늘한 느낌과 익살스러운 면이 색다른 인물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사진 CJ 엔터테인먼트

주지훈은 북의 국가안전보위부 과장 정무택을 연기했다. 박석영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으며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하는 인물이다. 주지훈 특유의 서늘한 분위기와 익살스러운 미소는 속을 알 수 없는 인물 정무택을 입체적으로 완성한다. 흑금성 사건에 대해 “젊은 세대로서 잘 모르는 이야기였다”고 밝힌 그는 “이 일을 잘 모르는 내가 봐도 대본이 어렵지 않게 술술 넘어갔다. 감독님이 디테일하게 설명해주기 전에도 문맥상으로 이해가 잘 됐다”고 말하며 시나리오의 강점을 드러냈다.

주지훈은 ‘공작’ 외에도 ‘신과 함께: 죄와 벌’(2017)의 속편 ‘신과 함께: 인과 연’으로 관객을 찾는다. 전편이 1,300만 관객을 동원한 만큼 속편에 대한 기대도 높은 상황이다. 더욱이 2편에서는 주지훈의 활약상이 클 것으로 예고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주지훈은 “큰 시즌에 출연작이 연달아 개봉하는 것이 무섭고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궁금한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행히 두 영화의 색깔이 굉장히 달라서 두 편 다 즐겨주시면 좋겠다. 올여름은 신과 함께 하는 공작이 되지 않을까”라고 웃음 섞인 각오를 전했다.

# 첩보물을 완성한 것은 총이 아닌 말

‘공작’의 서사는 액션 중심의 일반적인 첩보물과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된다. 황정민은 ‘대사가 너무 많아 셰익스피어의 연극같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진 CJ 엔터테인먼트
‘공작’의 서사는 액션 중심의 일반적인 첩보물과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된다. 황정민은 ‘대사가 너무 많아 셰익스피어의 연극같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진 CJ 엔터테인먼트

‘공작’은 첩보물을 완성하는 도구로 총이 아닌 말을 택했다. 액션을 기반으로 하는 할리우드 첩보물과는 달리, 인물 간의 심리전이 중심이다. 윤종빈 감독은 “액션이 들어가면 감독으로서 기댈 곳이 있었겠지만, 정공법으로 가려 했다. 실화이기 때문에 액션을 넣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화가 주는 긴장감을 유지하려 했다”고 말했다.

황정민은 ‘구강 액션’이라는 단어로 ‘공작’의 액션을 설명했다. 그는 “속고 속이는 이야기라 말로 긴장감을 유발한다”고 말하며 “말하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 진실을 이야기할 수 없는데 진실인 것처럼 말해야 하고, 관객들에게는 속마음을 전달해야 한다. 중첩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조진웅도 “대화 속에 브리핑 대사가 많다. 호흡이 연결되어야 하는데 툭 끊기는 순간, 하는 사람도 재미가 없다. ‘내가 이거밖에 안 되나?’하는 자괴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장면을 잘 완성하고 난 후에는 큰 산을 넘은 듯한 기분도 들었다”고 말할 정도로 대사의 호흡과 긴장감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 이성민 “칸 첫 방문, 가슴에서 뭉클함 느껴져”

‘공작’은 71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됐다. 해외 매체 스크린 인터내셜은 ‘’공작’의 말은 총보다 더 강력하다’고 평했다. 사진 CJ 엔터테인먼트
‘공작’은 71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됐다. 해외 매체 스크린 인터내셜은 ‘’공작’의 말은 총보다 더 강력하다’고 평했다. 사진 CJ 엔터테인먼트

‘공작’은 지난 71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이때 영화제를 찾은 윤종빈 감독과 배우들은 영화제 참석 뒷이야기도 털어놨다. 집행위원장 티에리 프리모는 윤종빈 감독에게 ‘다음번에는 경쟁부문이다’라고 말하며 영화에 대한 만족감과 함께 윤종빈 감독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이에 대해 윤종빈 감독은 “으레 하는 칭찬인 것을 알면서도 한편으로는 기분이 굉장히 좋았다. 기대감도 있다”고 말했다. ‘공작’으로 생애 처음으로 칸에 방문한 이성민은 “레드카펫 계단에 올라 뒤를 돌아보며 손을 흔드는데 가슴에 뭉클함이 전해져왔다”고 말했다.

배우들은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이야기했다. 이성민은 출국 당일 이른바 ‘공항 패션’을 준비했음에도 공항에 너무 일찍 도착하는 바람에 기자들을 만나지 못했다. 반대로 공항에서 사진을 찍는 줄 몰랐다는 황정민은 슬리퍼 차림으로 공항에 도착해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형들에게 소매치기를 조심하라며 신신당부했다는 막내 주지훈은 프랑스에 도착하자마자 여권을 잃어버리기도 했다며 유쾌한 뒷이야기를 밝혔다.

# 윤종빈 감독 “‘공작’은 지금 시대에 꼭 필요한 이야기”

윤종빈 감독은 ‘공작’을 통해 현재의 한반도와 앞으로의 남북관계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CJ 엔터테인먼트
윤종빈 감독은 ‘공작’을 통해 현재의 한반도와 앞으로의 남북관계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CJ 엔터테인먼트

‘공작’은 남북의 갈등이 극에 달했던 시기의 실화를 다룬다. 영화에서 다룬 무거운 분위기와 달리, 최근 남북의 관계에 부는 온풍에 대해 윤종빈 감독과 배우들은 반가운 마음을 드러냈다. 먼저 황정민은 “영화를 찍을 때 굉장히 조심스러웠다. 그런데 상황이 이렇게 급변해서 정말 안도했다”며 “관객들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기분 좋게 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고 말했다.

윤종빈 감독은 “‘공작’은 지난 20년간의 남북관계를 반추해볼 수 있는 영화”라고 설명했다. 이어 ”첩보물 형식의 영화지만 본질은 사람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며 “공존과 화해를 말하는 영화이기 때문에 지금 시대에 꼭 필요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고 영화에 거는 기대를 전했다.

황정민은 “이 배우들이 만나 이렇게 긴장감 있는 연기를 펼치는 것을 볼 수 있는 기회는 지금 이 시기밖에 없다. 그래서 이 사실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사진 CJ 엔터테인먼트
황정민은 “이 배우들이 만나 이렇게 긴장감 있는 연기를 펼치는 것을 볼 수 있는 기회는 지금 이 시기밖에 없다. 그래서 이 사실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사진 CJ 엔터테인먼트

‘공작’은 8월 8일(수) 한국 여름 시장의 마지막 주자로 관객들을 만난다. ‘인랑’ ‘신과 함께: 인과 연’ 등 막강한 경쟁작 사이에서 정공법을 택한 실화 첩보물 ‘공작’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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