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여름영화 3부작에 담아낸 식탁들

2018-07-27 17:09 채소라 기자

[맥스무비= 채소라 기자]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늘 식사를 준비하는 모습이나 인물들이 둘러앉는 식탁을 비춘다. 그의 여름 3부작 ‘아이 엠 러브’(2009)와 ‘비거 스플래쉬’(2016)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속 인물들은 식탁 앞에서 남몰래 감정을 삭이거나 서로를 의식하기에 바쁘다.

# 잠자던 욕망을 자극한 새우요리 아이 엠 러브

맛있는 음식이 고독한 여성의 욕망을 끌어낸다. ‘아이 엠 러브’는 상류층 재벌가의 며느리 엠마(틸다 스윈튼)가 아들의 친구인 요리사 안토니오(에도아도 가브리엘리니)에게 끌리게 되는 이야기다. 격식 있는 재벌가의 현모양처로만 살아왔던 한 여성의 폭발하는 욕망이 뜨거운 여름 햇살 아래에 그려진다.

새우요리 식사 신은 ‘아이 엠 러브’를 대표하는 명장면이다. 엠마의 억눌렸던 본능이 깨어난 순간이 짧은 연극처럼 표현된다. 식탁에 놓인 새우요리를 본 순간 영화는 엠마의 두 눈을 클로즈업하고, 엠마가 새우를 입에 넣을 때 입을 밀착하여 비춘다. 주변이 어두워지고 홀로 핀 조명을 받는 엠마는 황홀한 맛에 푹 빠진 모습이다. 오감이 깨어난 듯한 엠마는 며칠 후 안토니오와 한낮의 섹스를 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게 된다.

# 환영인사와 살인사건 사이의 식탁 비거 스플래쉬

불청객을 맞이한 두 가지 식사 신에 네 남녀의 관계가 훤히 보인다. ‘비거 스플래쉬’는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본인 스타일로 재해석 한 미스터리 드라마 ‘스위밍 풀’(2003) 리메이크작이다. 이탈리아 작은 섬에서 휴양을 즐기던 전설적 록스타 마리안(틸다 스윈튼)과 그의 남편 폴(마티아스 쇼에나에츠)은 생각지 못한 불청객을 맞이한다. 손님은 마리안의 옛 연인 해리(랄프 파인즈)와 그의 딸 페넬로페(다코타 존슨)다.

초반에 마리안과 폴은 언덕 위 식당에서 간단히 환영회를 한다. 네 남녀의 첫 술자리다. 여기서 폴은 아내인 마리안을 다정하게 챙기는 남편이다. 반면 해리는 마리안에게 짓궂은 장난을 서슴지 않으며 막역한 관계를 보여준다. 삼각관계의 단초가 보이지만 오랜만에 만난 이들의 반가움과 흥겨운 분위기가 식탁을 지배한다.

네 남녀가 별장 마당에 모인 저녁식사 장면은 여러 모로 불쾌한 감정이 깔려있다. 극중 그날 낮 동안 벌어진 일들 때문이다. 마리안은 해리의 고백과 스킨십을 거부해야 했고, 해리는 딸과 부적절한 관계를 의심받았다. 폴은 언덕에 함께 간 페넬로페와 자살시도를 했던 과거에 대해 털어놨으며, 페넬로페는 별안간 나체로 폴 앞에 섰다. 결국 폴과 해리는 식사 후 삼각관계로 주먹다짐을 하게 된다. 이어 싸움이 해리의 죽음으로 이어져 당혹감을 선사한다.

# 첫사랑의 열병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짝사랑하는 이와 함께 하는 식사자리는 가시방석과 같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사춘기 소년 엘리오(티모시 샬라메)의 성적 호기심과 가슴 아린 첫사랑을 그린 멜로다. 1983년 이탈리아 가족별장에서 여름휴가를 즐기는 엘리오는 그해 여름손님 올리버(아미 해머)를 만나 사랑의 열병을 앓는다.

식사장면은 자유로운 휴식시간 중 가장 공적인 자리다. 식탁 앞에 앉은 엘리오는 스스로 ‘마음을 들켜선 안 된다’는 미션을 준다. 겉으로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는 엘리오의 선택은 반숙란. 올리버가 서툴게 반숙란을 까려고 하자 엘리오는 용기를 내어 티스푼을 든다. 엘리오는 진심을 감춘 채 올리버를 흉보기도 한다. ‘다음에 봐요’라고 말하며 먼저 식사자리를 떠나는 올리버가 야속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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