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가족’부터 ‘인랑’까지, 김지운 감독의 하이브리드 장르영화 세계

2018-07-30 16:10 채소라 기자

[맥스무비= 채소라 기자] 장르와 장르의 결합에 탐닉하는 김지운 감독. 그의 영화는 서로 다른 장르가 만나 생기는 균열에서 매력이 만들어진다.

# 코미디가 깔린 영화들

조용한 가족’ ‘반칙왕

‘조용한 가족’(1998)은 코미디를 바탕으로 귀곡산장 공포과 범죄극을 더한 김지운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사진 명필름
‘조용한 가족’(1998)은 코미디를 바탕으로 귀곡산장 공포과 범죄극을 더한 김지운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사진 명필름

김지운 감독의 초기작은 코미디가 기본 바탕이다. 장편 데뷔작 ‘조용한 가족’은 코미디를 바탕으로 귀곡산장 공포과 범죄극을 더한 복합장르다. 귀신이 나올 법한 스산한 산장에서 얼떨결에 살인과 시체유기를 일삼게 된 가족들의 모습은 블랙코미디 그 자체다. 가족으로 모인 박인환, 나문희, 최민식, 송강호, 이윤성, 고호경은 많은 사람들이 그리워하는 조합이기도 하다.

‘반칙왕’(2000)은 헤드락 걸기로 괴롭힘을 당하던 평범한 은행원 임대호의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다. 사진 시네마서비스
‘반칙왕’(2000)은 헤드락 걸기로 괴롭힘을 당하던 평범한 은행원 임대호의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다. 사진 시네마서비스

‘반칙왕’에서도 주인공은 또 ‘얼떨결’에 일을 벌인다. 헤드락 걸기로 부지점장(송여창)에게 괴롭힘 당하던 은행원 임대호(송강호)는 레슬링을 배우겠다고 선언해버린다. 부지점장의 횡포가 나날이 심해질수록 임대호는 피눈물 나는 레슬링 훈련에 매진하게 된다. 홧김에 생계를 포기할 수 없는 직장인의 설움을 웃음으로 승화한 김지운 감독의 명불허전 대표작.

# 소름끼치도록 극단으로 몰고 가는 공포영화들

쓰리’ ‘장화, 홍련’ ‘악마를 보았다

김혜수, 정보석 주연의 단편 ‘메모리즈’는 옴니버스 영화 ‘쓰리’(2001)에 수록된 공포영화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김혜수, 정보석 주연의 단편 ‘메모리즈’는 옴니버스 영화 ‘쓰리’(2001)에 수록된 공포영화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김지운 감독의 공포영화는 한 마디로 ‘끝까지 간다’. 늘 제대로 무서운 공포장르를 만들어 낸다. 김지운 감독은 홍콩의 진가신 감독, 태국의 논지 니미부트르 감독과 함께 옴니버스 영화 ‘쓰리’를 만들었다. 김지운 감독은 ‘쓰리’에 수록된 단편 ‘메모리즈’를 통해 일상적 공간이 주는 공포를 선사했다. 단란한 가정을 꿈꿨던 세 식구 중 아내가 사라지면서 희망찬 공간이었던 신도시 아파트가 공포의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김지운 감독은 ‘조용한 가족’ 이후 다시 꺼낸 가족 이야기 ‘장화, 홍련’(2003)으로 공포영화의 진수를 보여줬다. 사진 청어람
김지운 감독은 ‘조용한 가족’ 이후 다시 꺼낸 가족 이야기 ‘장화, 홍련’(2003)으로 공포영화의 진수를 보여줬다. 사진 청어람

‘장화, 홍련’은 관객, 평단의 호평이 이어졌던 명작이자 한국 공포영화 관객수 1위에 빛나는 흥행작이다. ‘조용한 가족’이 가족 범죄극이라면, 동명 구전을 현대극으로 재해석한 ‘장화, 홍련’은 환영에 시달리는 가족 괴담이다. 유달리 친밀한 자매와 신경질적인 엄마, 모녀의 불화를 방치하는 아빠 등 가족들 간 긴장감이 맴도는데 여기에 귀신의 존재를 더해 호러장르를 완성했다. 영화가 끝난 후에는 자매의 슬픔이 여운을 남긴다.

김지운 감독은 ‘악마를 보았다’(2010)를 통해 연쇄살인마와 평범해 보이는 인간의 악마성을 그렸다. 사진 쇼박스
김지운 감독은 ‘악마를 보았다’(2010)를 통해 연쇄살인마와 평범해 보이는 인간의 악마성을 그렸다. 사진 쇼박스

악의 끝은 어디인가. ‘악마를 보았다’는 악마 같은 연쇄살인마를 잡으려다 악마가 된 한 남자의 모습을 비춘다. 김지운 감독은 인간의 끝 모를 잔혹성을 눈 뜨고 볼 수 없이 끔찍하게 피 튀기는 살인 시퀀스로 시각화했다.

# 김지운 색채로 물들인 단편·프로젝트 영화들

사랑의 힘’ ‘커밍아웃’ ‘선물’ ‘인류멸망보고서’ ‘사랑의 가위바위보’ ‘더 엑스

김지운 감독은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해 단편영화를 선보였다. 사진 ‘선물’ ‘인류멸망보고서’ ‘사랑의 가위바위보’ ‘더 엑스’ 포스터
김지운 감독은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해 단편영화를 선보였다. 사진 ‘선물’ ‘인류멸망보고서’ ‘사랑의 가위바위보’ ‘더 엑스’ 포스터

김지운 감독은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다양한 단편영화도 선보였다. ‘사랑의 힘’(1998)은 2000년에 ‘반칙왕’을 함께 했던 송강호와 문소리가 출연한 코미디 드라마다. 휠체어를 탄 여인이 애인을 만나러 서울로 향하는 여정을 그린 20분 길이의 짧은 이야기로 3회 미장센 단편영화제에서 상영했다.

장편 데뷔 후 충무로 감독들과 단편 프로젝트를 이어가기도 했다. 김지운 감독은 류승완, 장진 감독과 함께 한 디지털 단편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그 프로젝트로 만든 ‘커밍아웃’(2000)은 홈비디오 콘셉트의 재연 장면과 목격자 인터뷰 등 형식이 독특했던 공포영화다. 임필성 감독과는 ‘인류멸망보고서’라는 옴니버스 SF로 함께 했다. 김지운 감독은 두 번째 이야기 ‘천상의 피조물’에서 스스로 존재를 증명해내려는 로봇 이야기를 연출했다.

김지운 감독은 ‘인랑’ 이전에 SCREEN X 영화 ‘더 엑스’로 강동원과 처음 만났다. 사진 CJ CGCV
김지운 감독은 ‘인랑’ 이전에 SCREEN X 영화 ‘더 엑스’로 강동원과 처음 만났다. 사진 CJ CGCV

김지운 감독의 색채를 탐낸 브랜드 협업 영화도 있다. 채널 CGV, 패션 매거진 W와 협업한 패션무비 ‘선물’(2010)과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 40주년 기념 프로젝트로 만든 ‘사랑의 가위바위보’다. 두 영화 모두 스타배우와 함께 해 더욱 눈길을 끌었다. ‘선물’에 김아중과 정우성, ‘사랑의 가위바위보’에 윤계상과 박신혜가 출연해 멜로연기를 펼쳤다. CGV와 협업해 SCREEN X 기술 개발 초기에 만든 ‘더 엑스’(2013)도 있다. ‘더 엑스’는 ‘인랑’ 이전에 강동원과 처음 만난 작품이다. 강동원이 임무수행 중 위기에 빠진 요원 X 역으로 총격, 와이어, 격투 액션을 선보였다.

# 가장 다채롭게 변주된 액션영화들

달콤한 인생’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라스트 스탠드’ ‘밀정’ ‘인랑

김지운 감독 필모그래피에 가장 많은 영화가 액션 장르로 분류돼 있다. 하지만 액션장르의 요소는 거들뿐 김지운 감독의 상상력이 빛을 발한 영화들이 포진해있다.

‘달콤한 인생’(2005)은 김지운 감독이 감성적으로 그려낸 누아르 액션이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달콤한 인생’(2005)은 김지운 감독이 감성적으로 그려낸 누아르 액션이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조직 간 암투와 배신에 초점을 맞춘 누아르와 달리 ‘달콤한 인생’은 한 폭력조직 안의 조직원과 보스의 감정적 대립에 대해 이야기 한다. 조직원 선우(이병헌)가 보스의 애인을 향한 묘한 감정을 스스로 정리하기도 전에 조직의 적이 되고, 그의 고뇌와 감정적 대립이 극단으로 치달아 서사의 절정을 맞는다. 섬세한 감정 묘사도 일품이지만 휴대폰 배터리부터 불 각목까지 액션과 무기까지 다채로운 액션영화다.

김지운 감독은 1930년대 만주 벌판을 배경으로 미국 대표장르인 서부극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에 그려냈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김지운 감독은 1930년대 만주 벌판을 배경으로 미국 대표장르인 서부극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에 그려냈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한국형 서부극의 탄생을 알린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1930년대 만주벌판을 배경으로 했다. 그곳의 무법자들이 펼치는 코미디와 활극의 쾌감까지 상당했던 명작이다.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은 화려한 캐스팅으로 주목 받았다가 강도 높은 액션 신을 직접 소화해 감탄을 자아냈다.

김지운 감독은 할리우드 진출작 ‘라스트 스탠드’(2013)으로 액션배우의 대명사 아놀드 슈왈제네거와 협업했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김지운 감독은 할리우드 진출작 ‘라스트 스탠드’(2013)으로 액션배우의 대명사 아놀드 슈왈제네거와 협업했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이후 할리우드로 간 김지운은 다시 한번 국경 지역의 보안관 이야기를 펼쳤다. 할리우드 진출작 ‘라스트 스탠드’는 멕시코 국경을 향해 질주하는 마약왕과 아무도 막지 못한 그를 막아내야 하는 보안관 레이 오웬스(아놀드 슈왈제네거)의 사투를 그린다. 헬기, 슈퍼카 등 스케일 큰 액션 쾌감이 짜릿하다. 그 가운데 술집에서 굴러 넘어진 아놀드 슈왈제네거에게 “늙었어”라는 코미디 대사까지 맡기는 여유도 느껴진다.

김지운 감독은 ‘밀정’(2016)에서 일제강점기 역사를 담담한 스파이 장르로 구현했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김지운 감독은 ‘밀정’(2016)에서 일제강점기 역사를 담담한 스파이 장르로 구현했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밀정’은 역사적 비극을 장르적 쾌감으로 승화한 시대극이다. 조선인 일본경찰과 의열단이 대립하는 팽팽한 암투극은 한 민족이 서로 대립했던 슬픈 역사를 보여주면서 동시에 김지운 감독 특유의 담담한 감정 묘사가 돋보였다. 또한 상해와 경성 거리, 기차 안 세트 등 대규모 세트로 구현한 화려한 미장센이 보는 재미를 더했다.

신작 ‘인랑’은 오시이 마모루 감독이 원안을 쓴 일본 SF 애니메이션을 실사화 한 영화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신작 ‘인랑’은 오시이 마모루 감독이 원안을 쓴 일본 SF 애니메이션을 실사화 한 영화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김지운 감독은 신작 ‘인랑’으로 다시 한 번 새로운 도전을 했다. 오시이 마모루 감독이 원안을 쓴 일본 SF 애니메이션을 한국적으로 재해석 했다. 허무주의가 만연했던 1960년대 일본의 이야기를 통일을 선포한 근미래 한반도로 옮겼다. 원작의 트레이드 마크인 빨간 눈의 강화복, 지하수로는 원작 그대로 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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