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찾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어느 가족’에 관한 이야기 7

2018-08-01 17:34 유현지 기자

[맥스무비= 유현지 기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어느 가족’ 개봉을 맞아 한국을 찾았다. 국내에도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그는 신작을 선보일 때마다 한국을 방문하며 한국 관객들을 만난 바 있다. 그중에서도 이번 내한은 ‘어느 가족’이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직후라 더욱 뜻깊다.

# 많은 관객에게 영화를 선보일 수 있어 감사한 마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TV 다큐멘터리를 연출하던 중, 영화감독으로 데뷔했다. 그의 초기작에는 인물을 관조하는 다큐멘터리의 형식도 가미되어 있다. 사진 티캐스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TV 다큐멘터리를 연출하던 중, 영화감독으로 데뷔했다. 그의 초기작에는 인물을 관조하는 다큐멘터리의 형식도 가미되어 있다. 사진 티캐스트

다큐멘터리로 연출을 시작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환상의 빛’(1995)으로 영화감독에 데뷔했다. 이후 ‘아무도 모른다’(2005) ‘걸어도 걸어도’(2009)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등 가족과 사회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긴 작품을 내놓으며 세계적인 거장 반열에 올라섰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한국에서 ‘어느 가족’을 소개하는 소감에 대해 “영화를 시작하고 15년 정도 독립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에 큰 규모의 개봉을 경험한 적이 없다. 영화를 만드는 태도나 자세는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상황이 변하면서 제작진과 스태프의 도움을 받아 영화를 만들 수 있게 됐다. 덕분에 국내외에서 믿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분이 영화를 보실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 황금종려상 수상과 일본의 온도 차

이미 네 차례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어느 가족’으로 황금종려상을 거머쥐었다. 2013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로 칸의 심사위원상을 받기도 했다. 사진 티캐스트
이미 네 차례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어느 가족’으로 황금종려상을 거머쥐었다. 2013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로 칸의 심사위원상을 받기도 했다. 사진 티캐스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어느 가족’을 포함해 칸 경쟁 부문에 다섯 번 초청되며 칸과 깊은 인연을 이어왔다. 그는 도둑질과 할머니의 연금으로 생활을 이어가는 유사가족의 이야기 ‘어느 가족’으로 황금종려상을 거머쥐었다. 수상 소감으로 “뜻하지 않게 칸에서 큰 상을 받게 됐다. 이 결과에 힘입어 많은 분의 주목을 받고 있어 예상치 못했지만 아주 기쁘다”는 감격스러운 마음을 전했다.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시상식에서 최고상을 받았음에도 불구, 그간 문화계에 축하를 아끼지 않았던 아베 총리가 축하 전화를 하지 않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일본 사회의 어두운 면을 그려냈다는 것이 그 이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 상황에 대해 “정부의 축하는 영화의 본질과 상관이 없다. 국회가 해결할 문제가 많은데 영화가 정쟁의 소재가 된다는 것도 편하지는 않다”고 입장을 밝혔다. 여기에 “일본에서는 오리지널 작품을 대규모로 개봉하고 상영하는 것이 수월한 상황은 아니다”고 덧붙이며 “그렇지만 오랜 노력이 보답받는 기분이 든다.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한결같은 마음으로 영화를 하고 싶다”라는 말로 소감을 마무리했다.

# 혈연이 아닌 가족 공동체의 가능성에 주목

‘어느 가족’의 주인공 가족은 혈연 관계가 아닌 유사 가족이다. 사진 티캐스트
‘어느 가족’의 주인공 가족은 혈연 관계가 아닌 유사 가족이다. 사진 티캐스트

꾸준히 가족에 주목해온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그간 여러 형태의 가족을 카메라에 담아냈다. 그중 ‘어느 가족’에는 유사 가족이 등장한다. 그는  “가족에 대해서 어떤 규정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여러 형태의 가족이 있고 이 생각에서 ‘어느 가족’을 만들었다. ‘어느 가족’의 가족은 범죄를 일으키고 심판을 받기도 한다. 이 가족은 혈연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공동체를 구성한 사람들이다. 이들이 가진 가능성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 전작에 비해 어두운 엔딩, 인물의 달라진 모습이 희망

극중 쇼타(죠 카이리)와 린(사사키 미유)은 부모로부터 버려지거나 학대를 당한 아이들이다. 사진 티캐스트
극중 쇼타(죠 카이리)와 린(사사키 미유)은 부모로부터 버려지거나 학대를 당한 아이들이다. 사진 티캐스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전작들은 각박한 현실 안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희망을 담아냈다. 가족들이 법의 심판을 받고 뿔뿔이 흩어지게 되는 ‘어느 가족’의 결말은 감독의 전작들과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쇼타가 느끼고 경험한 것들이 앞으로 그가 살아갈 인생에서 어떤 형태로든 양식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폭력적인 친엄마에게 돌아간 린에 대해서도 “불행의 연쇄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돌아간 린은 친엄마의 말에 명백한 거부 의사를 보인다. 이것은 굉장한 변화다”라고 밝혔다. 이어 “처음의 린은 난간 틈새로 밖을 쳐다보지만 마지막 장면에서는 뭔가를 딛고 바깥세상을 바라본다. 세상을 내려다보는 린의 시야는 훨씬 넓어졌다”고 말하며 등장인물들의 달라진 모습에 희망이 있음을 강조했다.

# 왜소화되는 일본 영화계, 확장하고 도전하고 싶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일본 영화계가 국제 사회와 해외에 시야를 두지 않고 점점 가늘고 좁아지며 내향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 티캐스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일본 영화계가 국제 사회와 해외에 시야를 두지 않고 점점 가늘고 좁아지며 내향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 티캐스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일본 영화 산업은 내향적인 경향을 띠고 있다. 세계에 소개하기보다는 더 가늘어지고 좁아지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하며 일본 영화계의 왜소화 경향을 언급했다. 이어 “일본은 과거의 구로사와 아키라, 오즈 야스지로, 나루세 미키오 같은 명감독의 작품으로 세계적으로 호평받은 경험이 있다. 지금의 일본 영화계는 과거의 기억으로 후광을 입은 부분도 없지 않다”는 일본 영화계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덧붙여 “나는 다행히 여러 곳에서 영화를 개봉할 기회를 얻게 되었지만, 일본 영화계가 지금의 경향을 이어간다면 재능 있는 인재가 널리 소개되는 기회를 얻지 못하거나, 창작자가 재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좁은 시야를 가지게 될 우려가 있다. 그런 상황이 오지 않도록 일본 영화계를 확장하고 싶고, 계속 도전하고 싶다”고 소신 있는 의견을 전했다.

# 대체 불가능한 배우, 키키 키린과 릴리 프랭키

‘어느 가족’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릴리 프랭키와 네 번째, 키키 키린과 다섯 번째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사진 티캐스트
‘어느 가족’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릴리 프랭키와 네 번째, 키키 키린과 다섯 번째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사진 티캐스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페르소나로 불리는 키키 키린과 릴리 프랭키는 ‘어느 가족’에서 모자 관계로 출연한다. 감독은 두 배우에 대해 자신의 페르소나나 분신은 아니라고 분명히 밝혔다. 언뜻 서운할 수도 있는 이 말은 배우들에 대한 극찬이기도 하다. 영화를 구상하며 “혈연관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같이 살 수 있는 부모 자식 관계를 생각했을 때 키키 키린과 릴리 프랭키 외에는 떠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들을 대체할 수 있는 배우가 없었다는 것.

이어 배우들과 관련된 일화도 전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촬영 전 릴리 프랭키와 오사무 역에 대해 편지를 주고받았다. 오사무라는 사람은 러닝타임 내내 인간적으로 성장하지 않는 역할이다. 오사무(릴리 프랭키)가 성장하지 않음으로서 쇼타가 아버지를 앞질러 성장하기도 한다. 쇼타 자신도 그것을 알고 있고, 죄의식을 느끼기도 한다. 굉장히 어려운 역할이어서 여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역할을 맡아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키키 키린에 대해 “누가 봐도 정말 좋은, 훌륭한 배우”라고 표현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키키 키린의 즉흥 연기가 만든 명장면의 비하인드를 밝혔다. 하츠에는 가족을 바라보며 입 모양으로만 ‘고맙습니다’라고 말한다. 이는 키키 키린의 즉흥적인 연기로 탄생한 장면이다. 감독은 “촬영 첫 날에 나온 장면이다. 그 연기를 보고 이 장면이 하츠에의 마지막이 될 수 있도록 줄거리와 대본을 수정했다”고 비하인드를 밝혔다. 이어 “주고받는 과정이 가능한 배우가 현장에 있다는 것은 연출자로서 감사한 일이고 큰 행운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 차기작은 프랑스 영화 진실’, 한국 배우와 협업도 기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차기작 ‘진실’을 통해 타문화권 작품 연출에 도전한다. 사진 찬란, 오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차기작 ‘진실’을 통해 타문화권 작품 연출에 도전한다. 사진 찬란, 오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차기작 ‘진실’에서 줄리엣 비노쉬와 에단 호크와 함께한다. ‘진실’은 미국에 거주하던 딸이 프랑스에 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문화를 뛰어넘어 전 세계의 사랑을 받아온 그지만 다른 언어로 다른 문화권의 영화를 연출하는 것은 처음이다. 감독은 “좋은 결과를 얻게 된다면 다른 언어로의 작업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한국에서도 협업하고 싶은 매력적인 배우가 많다. 머지 않은 미래에 만나고 싶다”고 말하며 한국 배우와의 작업도 기대하게 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영화를 선보일 때마다 관객과 질문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은 귀중한 경험이다. 곧 다시 만나면 좋겠다”는 말로 기자 간담회를 마무리했다. 가족에 대한 일관된 탐구와 변주, 영화적 도전을 멈추지 않는 거장의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그가 차기작으로 다시 한 번 한국을 찾을 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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