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철한 인물에 뜨거움을 담아낸 ‘공작’ 이성민의 치열함 16

2018-08-08 18:24 유현지 기자

[맥스무비= 유현지 기자] ‘공작’의 이성민은 북측의 핵심 인사 리명운을 연기했다. 긴장을 놓지 않기 위해 촬영 내내 뒷짐도 지지 않고 차렷 자세를 유지했다는 그는 냉철한 겉모습 속 뜨거운 내면을 가진 리명운으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공작’에는 여태껏 보지 못한 이성민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 고통스럽고 영광스러운 작품 공작

이성민은 북측의 대외경제위 처장 리명운을 연기한다. 북측의 외화 벌이를 담당하는 핵심 인사다. 사진 CJ 엔터테인먼트
이성민은 북측의 대외경제위 처장 리명운을 연기한다. 북측의 외화 벌이를 담당하는 핵심 인사다. 사진 CJ 엔터테인먼트

“촬영 전 윤종빈 감독님, 황정민 씨와 많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감독님이 ‘공작’이 가야 할 방향과 목표는 ‘구강액션’이라고 말했어요. 그때 대사와 말의 중요성을 인지했죠. 그런데 막상 촬영을 시작하고 연기를 하니까 시나리오대로 표현이 잘 안 돼서 생각보다 정말 힘들었습니다. 내용을 전달해야 하지만 말 속에 긴장감과 리듬, 밀도가 있어야 했으니까요.

촬영본을 보고 나니 윤종빈 감독님이 잘 요리를 하신 것 같습니다. 촬영 때 고통받았던 것보다 좋게 나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웃음)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에 참여하게 된 것이 영광스럽습니다. 이런 큰 작품을 했다는 것이 스스로도 놀랍고요.”

# 윤종빈이기 때문에 출연

“2015년에 대본을 받았습니다. 그때만 해도 남북관계가 굉장히 좋지 않았죠. 윤종빈 감독님이 영화에 대해서 설명을 해줬는데 말 그대로 ‘헐’ 했습니다. 제 역할에 대해서는 전혀 부담감이 없었습니다. 다만 이 영화가 제작될 수 있을까 걱정이 됐죠. 우여곡절 끝에 이렇게 만들어졌습니다.

윤종빈 감독님은 ‘군도: 민란의 시대’(2014)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제게 대호의 우두머리, 노 사장이라는 근사한 캐릭터를 줬죠. 아무도 저를 근사한 이미지로 생각하지 않을 때 그 캐릭터를 줘서 늘 고마웠습니다. ‘공작’ 역시 대본이나 캐릭터를 보기 전에 출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윤종빈이었기 때문입니다.”

# 모든 장면이 힘듦의 연속

‘구강 액션’을 표방하는 ‘공작’은 인물들의 밀도 있는 대화로 가득하다. 연기파 배우들은 대사 만으로 엄청난 긴장감을 형성했다. 사진 CJ 엔터테인먼트
‘구강 액션’을 표방하는 ‘공작’은 인물들의 밀도 있는 대화로 가득하다. 연기파 배우들은 대사 만으로 엄청난 긴장감을 형성했다. 사진 CJ 엔터테인먼트

“촬영할 때는 모든 장면이 어려웠어요. 그중에서도 흑금성(황정민)을 처음 만나는 장면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촬영 순서도 정말 초반이었죠. 이 긴장감에 적응이 안 될 때라서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이틀을 찍었는데 죽다 살아났어요.(웃음)

찰나의 눈빛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어려웠어요. 작은 디테일들이요. 연기할 때는 힘들었지만 그 순간을 담아낸 스태프들에게 고마워요. 배우의 연기도 중요하겠지만 짧은 순간을 재구성해준 윤종빈 감독님과 편집자들에게 정말 고맙습니다.”

# 생애 첫 칸 방문, 선보이지 못한 공항패션

“‘공작’은 71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됐습니다. 칸에 갈 때 공항패션을 준비하라고 하길래 ‘그래. 알았어’하고 공항에 옷을 잘 입고 갔습니다. 아내가 포켓 와이파이를 빌리자고 해서 조금 도착했어요. 근데 아무도 없었어요. 일단 들어갔습니다. 근데 황정민 씨가 슬리퍼를 신고 왔어요. 사진이 엄청나게 찍혔는데 걔는 찍는지 몰랐던 거죠. 저는 준비했는데 안 찍혔고요.(웃음) 뭘 입었는지도 기억이 안 나요. 그냥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비행기를 탔습니다.”

# 빗어넘긴 머리와 커다란 안경, 북한 사투리

그간 푸근하고 따뜻한 이미지를 연기해온 이성민은 냉철하고 강인한 인물 리명운을 소화하기 위해 연기적으로 많은 고민을 하고 외적으로도 큰 변화를 시도했다. 사진 CJ 엔터테인먼트
그간 푸근하고 따뜻한 이미지를 연기해온 이성민은 냉철하고 강인한 인물 리명운을 소화하기 위해 연기적으로 많은 고민을 하고 외적으로도 큰 변화를 시도했다. 사진 CJ 엔터테인먼트

“극 중 헤어 스타일은 그냥 제 머리에요. 민 것도 아니고요.(웃음) 변신이 부담스럽지는 않았습니다. 윤종빈 감독과는 두 번째 작업입니다. ‘군도: 민란의 시대’에서도 제게 근사한 역할을 만들어주셨어요. ‘공작’에서도 좋은 캐릭터를 선물 받은 것 같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대사가 많은 영화라서 전달에 신경을 쓰려고 했습니다. 북한 사투리도 그대로 묘사하기보다는 전달에 집중하려고 했죠. 사투리를 신경 쓰다가 기운을 뺏기면 안 되잖아요. 리얼리티는 떨어졌을지 몰라도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김정일의 전면적인 등장

“이 영화에 김정일이 실제로 등장할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웃음) 관객들에게 놀라움을 줄 거라고 생각돼요. 역할을 맡으신 분이 분장하시고 세트장에 들어온 순간 눈조차 마주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완전히 압도됐어요. 김정일이 등장하는 장면은 유독 대사도 많고 템포가 빨랐어요. 김정일을 연기한 기주봉 선배님도 굉장히 힘들었을 겁니다.”

# 촬영장을 뒤집어 놓은 이효리의 출연

“촬영장에 이효리 씨가 왔어요.(웃음) 윤종빈 감독님이 정말 기다렸던 분이 실제로 와주신 거죠. 이효리 씨는 이 영화의 실존 인물 중에 유일하게 실제로 출연한 분이에요. 흑금성도 실존 인물이지만, 이효리는 진짜 이효리잖아요. 이효리 씨가 와서 굉장히 기분이 좋았고 분위기도 좋았습니다. 정말 고마운데 표현을 못 하겠더라고요.”

# 리명운은 냉철하면서도 뜨거운 인물

냉철하고 속을 알 수 없는 인물 리명운은 시간이 지나며 가장 극적인 변화를 보이는 인물이다. 이성민의 섬세한 연기는 리명운의 변화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사진 CJ 엔터테인먼트
냉철하고 속을 알 수 없는 인물 리명운은 시간이 지나며 가장 극적인 변화를 보이는 인물이다. 이성민의 섬세한 연기는 리명운의 변화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사진 CJ 엔터테인먼트

“영화 초반 흑금성과 최학성(조진웅)이 ‘속내를 알 수 없는 사람’이라고 리명운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윤종빈 감독님의 첫 번째 디렉션도 그거였어요. 속내를 알 수 없는 것이 가장 중요했어요. 흑금성에게 긴장감을 줘야 했고 후반부에 리명운의 변화를 보여줘야 했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굉장히 조심스럽고 신중하며 예민한 사람이라는 것도 표현해야 했습니다.

영화로 보니 리명운 캐릭터가 명확해졌더라고요. 냉철하지만 때로는 뜨거운 사람이다 싶었습니다. 리명운은 자기 일만 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자신의 동포들을 사랑하는 사람이죠. 기존에 그려진 북한 캐릭터에 비해 휴머니즘을 가진 사람, 남쪽 사람에 가까운 일반적인 인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 모두가 끙끙대며 만든 영화

“배우들과 스태프들은 처음부터 호흡이 잘 맞았습니다. 문제는 각자 자기 분량을 촬영할 때 생각한 것들이 잘 구현이 안 된 거예요.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어디 말도 못 하고 끙끙 앓았어요. 근데 알고 보니 많은 배우가 비슷한 상황에서 고통을 호소하고 있더라고요.(웃음) 배우들은 물론이고 윤종빈 감독님까지 다들 숙소에서 땀을 빼고 있던 거죠. 아마 그래서 조금은 다른 영화가 나오지 않았나 싶어요.”

# 김정일 별장에서 벌어지는 4인의 언쟁

“김정일 별장에서 무력 도발을 두고 언쟁을 벌이죠. 그 장면을 촬영할 때 죽는 줄 알았습니다. 눈을 못 보고 허공을 봐야 해요. 다른 배우를 찍을 때는 옆에서 대사가 잘 나오는데 저를 찍으면 NG가 나는 거예요. 말이 꼬이죠. 그런데 다른 배우들도 다 그런 상황을 이해했습니다. 어려우니까요.

그 장면을 촬영할 때 에피소드도 있어요. 황정민 씨와 저는 허공을 보고 있는데 주지훈 씨가 김정일을 보면서 ‘장군님!’ 이러는 겁니다. 그래서 저희가 ‘미친거 아니야? 눈 마주치면 안돼!’라고 했어요. 그때부터 주지훈 씨가 NG를 내기 시작하더라고요. 그 장면을 촬영하면서 사람 눈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느꼈습니다.(웃음)”

# 이성민이 기억하는 90년대

연극 배우 출신인 이성민은 대본을 검열 받았던 젊은 시절을 회상했다. 당시에는 줄거리는 물론 시나리오 전체를 검열받아야 했다. 사진 CJ 엔터테인먼트
연극 배우 출신인 이성민은 대본을 검열 받았던 젊은 시절을 회상했다. 당시에는 줄거리는 물론 시나리오 전체를 검열받아야 했다. 사진 CJ 엔터테인먼트

“당시에 신창원 사건이 뜨거웠습니다. 온 나라가 신창원을 잡겠다고 들썩일 때였죠. 지금이야 인터넷이나 SNS로 여러 사건을 볼 수 있지만 그때는 뉴스와 TV가 전부였어요. 다양한 뉴스를 접할 수가 없었죠. 그 시절 북풍 사건, 흑금성 사건은 뉴스 보도로 접하고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은 민주주의가 성숙하면서 국민들도 다양한 뉴스를 보고 다양한 각도로 뉴스를 해석할 수 있게 됐죠. 이제 와 돌이켜보면 이런 터무니없고 말도 안 되는 사건이 벌어졌다는 사실이 씁쓸하기도 합니다.”

# 정치적 영화라는 우려의 시선

“저는 ‘공작’이 정치적인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역사의 일부분이고, 픽션으로 재구성한 것뿐이죠. 영화는 영화잖아요. 영화를 만들 때도 정치적 성향이 같은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것도 아닙니다. 캐스팅도 마찬가지고요.(웃음) 그래서 영화의 정치색에 대해 우려는 하지 않아요.

물론 30년 전이었다면 위협을 느꼈겠죠. 예전에 제가 연극을 할 때는 구청에 가서 대본을 검열을 받아야 했어요. 검열 도장을 받아야 공연할 수 있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으니까요. 칸에 갔을 때도 오히려 외국 기자분들이 걱정하시더라고요. ‘이런 영화를 만들어도 괜찮냐’고 계속 물어보셨어요. ‘우리나라가 그 정도는 아니다’라고 계속 말했어요.(웃음)”

# 뚜렷한 신념을 가진 캐릭터들

각기 다른 국가와 이념을 가진 인물들은 시간이 지나며 각자의 신념에 따라 행동한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각기 다른 국가와 이념을 가진 인물들은 시간이 지나며 각자의 신념에 따라 행동한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영화 속 인물들에게는 각자의 국가가 있고 이념이 있습니다. 국가의 이념과 개인의 신념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진 두 인물이 있죠. 흑금성과 리명운은 혼란을 느끼는 인물이에요. 그 가운데서 자신의 신념을 한 가닥이라도 잡고 끝까지 버티죠. 이런 인물이 있어서 지금의 남북 관계가 조성된 게 아닐까요?”

# 남북한이 함께 보고 싶은 영화

“감독, 배우들끼리 북한에서 상영되면 어떨까 상상을 하기도 했습니다. 꿈같은 이야기지만 남북이 판문점에서 함께 영화를 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무대인사라도 간다면 지구가 들썩거리지 않을까요?(웃음)

어쩌면 ‘공작’은 지금 남북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비슷한 맥락의 희망을 품고 있어요. 이념이 다른 각자의 국가가 있지만, 개인들의 작은 신념이 불씨를 일으키잖아요. 지금의 남북 관계와 비슷한 지점이 많습니다.

얼마 전 남북 정상이 만났을 때 뉴스를 보면서 놀라웠어요. ‘공작’과 비슷한 그림이 많더라고요. ‘공작’이 이런 상황을 예상한 듯이 만들어진 것 같아서 굉장히 뿌듯했습니다.”

# 연달아 개봉하는 두 편의 영화

이성민은 실화 첩보물 ‘공작’과 스릴러 ‘목격자’로 관객을 만난다. 사진 CJ 엔터테인먼트, NEW
이성민은 실화 첩보물 ‘공작’과 스릴러 ‘목격자’로 관객을 만난다. 사진 CJ 엔터테인먼트, NEW

“작년 여름에 ‘공작’ 촬영을 마쳤고 ‘목격자’는 늦가을에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같이 개봉할 줄은 상상도 못 했죠. 두 영화의 장르나 톤, 캐릭터가 완전히 달라서 그나마 다행입니다. 비슷했다면 저는 외국에 가 있어야 할 것 같아요.(웃음)

두 작품 다 저에게는 피 같은 작품이고 잘 되어야하는 작품입니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공작’은 많은 시간과 많은 공과 많은 인력이이 투입되었다 보니 겁이 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안되면 손해가 크죠. 그래서 잘 됐으면 좋겠고, ‘목격자’는 어떻게든 잘 버텨서 잘 살아남았으면 좋겠습니다.(웃음)

아, ‘신과함께-인과 연’은 빨리 천만이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주)지훈이를 어서 보내주기 바랍니다.”

# ‘공작을 기다리는 관객들에게

이성민은 ‘공작’이 기존에 보지 못했던 웰메이드 영화가 될 것이라 자부했다. CJ 엔터테인먼트
이성민은 ‘공작’이 기존에 보지 못했던 웰메이드 영화가 될 것이라 자부했다. CJ 엔터테인먼트

“기존 남북 영화와는 완전히 다르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리얼리티로는 극강, 최강이죠. 영화에 나오는 영상들만 봐도 볼 만 하실겁니다.

황정민 씨는 ‘공작’이 셰익스피어 연극같다고 하더라고요. 셰익스피어의 연극은 대본을 굉장히 존중해야하고, 그 의미를 잘 전달해야하는 작품입니다. 그렇게 표현할 만큼 ‘공작’의 대본에는 품격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깊이 있고 품위 있는 작품이 나온 것 같습니다. 윤종빈 감독이 연출하고 황정민이 주인공입니다. 이렇게 말할 수 있겠네요.(웃음)”

관련 기사

http://news.maxmovie.com/382065

http://news.maxmovie.com/381993

http://news.maxmovie.com/382184

http://news.maxmovie.com/381887

http://news.maxmovie.com/381871

유현지 기자 / jinn8y@naver.com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 maxpress@maxmovie.com
<저작권자(c) 맥스무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0
0/ 500
      사업자등록번호 211-88-91225 l 통신판매업 신고번호 제2016-서울강남-02630호 l 대표이사 정이은
      ㈜아시아트리뷴 l 06054 서울특별시 강남구 언주로 732, 세종빌딩 3층
      인터넷신문등록번호 서울 아 02730 | 등록일자 2013년 7월 11일 | 제호 맥스무비 닷컴 | 발행인 : 정이은ㅣ편집인 : 이은지

      Copyright ⓒ Asiatribune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