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격자’ 타이틀롤, 이성민이 짚은 아찔 포인트 13

2018-08-11 12:09 채소라 기자

[맥스무비= 채소라 기자] 2017년 7월에 ‘공작’ 촬영을 마친 이성민은 그해 가을에 타이틀롤을 만났다. 아파트 단지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다룬 스릴러 ‘목격자’ 상훈 역이다. 이성민은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에 섬뜩했지만 주연으로서 부담감 또한 엄청났다.

이성민은 로케이션으로 정해진 평범한 아파트에 갔다가 놀랐다. 극적인 분위기가 전혀 없어서 더욱 현실감 있었기 때문이다.  사진 NEW
이성민은 로케이션으로 정해진 평범한 아파트에 갔다가 놀랐다. 극적인 분위기가 전혀 없어서 더욱 현실감 있었기 때문이다.  사진 NEW

# 지극히 평범한 아파트

“아파트라는 익숙한 공간이 현실감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촬영한 아파트가 상상 이상으로 너무나 현실적인 공간이어서 당황스러웠습니다. 리허설을 하러 촬영할 아파트에 갔는데 극적인 공간이 아니라 너무나 평범한 아파트였습니다. 그것이 ‘목격자’의 특징이기도 하죠. 뭔가 사건이 일어날 것 같은 공간이 아니라, 지은 지 얼마 안 된 듯 한 너무 평범한 아파트. 오히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조규장 감독님이 생각을 잘한 거구나 싶습니다.”

# 무사히 마친 아파트 촬영

“아파트는 두 군데였습니다. 파주랑 성남 쪽에서 촬영했는데 큰 문제 없이 찍었습니다. 제작부가 준비를 잘했나봅니다. 우리가 소리 지르고 다니고 한 쪽 엘리베이터를 잡아두고 촬영하기도 해서, 주민들이 불편하셨을 텐데 한 번도 문제가 없었습니다.”

# 자극적으로 만들어 달라고 부탁

“장르적으로 뒷부분을 스피디하게 전개해서 통쾌하게 하려는 의도가 있었습니다. 잔인한 장면은 제가 촬영할 때 부탁을 했었어요. 좀 더 자극적으로 만들어달라고요. 왜냐면 살인마가 무섭고 잔인할수록 상훈이라는 캐릭터에 정당성 생길 것 같았습니다. 다행히 15세 관람가 등급이 나왔네요. 나이 좀 있으신 분들도 영화 재밌게 잘 보는 것 같습니다. 의외로 연세 많으신 분들이 재밌게 보시는 것 같더라고요.”

이성민은 ‘목격자’ 촬영 전에 동선을 체크하기 위해 조규장 감독과 현장을 다녀왔다. 사진 NEW
이성민은 ‘목격자’ 촬영 전에 동선을 체크하기 위해 조규장 감독과 현장을 다녀왔다. 사진 NEW

# 계산 없이 감정에 따라갔던 연기

“‘목격자’는 그렇게 계산하고 연기를 하지 않았어요. ‘공작’은 촬영에 앞서 계산을 좀 하고 들어갔지만요. ‘목격자’는 매 상황에 잘 몰입해 가는 게 중요했습니다. 뭐랄까요. 큰 계산 없이도 제게 오는 진동, 진폭이 컸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맞닥뜨린 상황이 명확해서 복잡한 거나 여러 가지 생각할 것이 없었습니다. 표현을 했다기보다 느껴지는 대로 감정을 표현하고 감독님이 그걸 캐치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연기하는 거에 대해서도 감독님 디렉션은 많지 않았어요.”

# 방관자에게 정당성 부여하기

“감독님과는 상훈이 처한 상황을 서로 이해하기 위해 이야기를 많이 나눴습니다. 예상 가능한 동선과 상훈의 행동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했어요. 신고하지 않는 것. 이 지점에 대해 계속 이야기해야 했습니다. 어쨌든 신고해버리면 영화가 끝나니까요. 신고하지 않는 이유에 설득력을 실었습니다.

아내한테 말하지 않은 건 충분히 이해합니다. 가족들이 신경 쓰게 하고 싶지 않았겠죠. 저라도 살인마와 눈이 마주친 상황이면 굳이 가족들한테 얘기해서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을 겁니다. 우리 가족이 피해자가 아니고 우리 집도 아파트에 사는 많은 가정 중 한 집일뿐이잖아요. 우리 집만 불켜져 있을 거 아니라고 생각했을 테고요. 상훈은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 신고했을 거야’라고 믿었을 겁니다.”

# 목격자에서 방관자로, 비호감 되지 않을까

“두 번째 살인사건이 일어났을 때 상훈은 자기가 잘못 판단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후에 노력을 해야 관객들의 미움을 덜 받겠다 싶었습니다. ‘너무 비호감으로 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그렇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많은 분들이 상훈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쉽게 ‘신고하면 되지’라는 생각을 못할 걸요.

‘목격자’를 한다고 했을 때 지인들이 물었습니다. ‘얘는 왜 신고를 안 해?’ ‘신고하면 끝나잖아.’ 저는 상황을 설명해주죠. ‘가족이 있고 그 위에 살인마가 있어. 그러면 신고하겠냐?’ 물으면 아무 대답 못합니다. 그래서 우리 영화는 나이 많은 분들이 잘 몰입하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입장도 있지만 가장인 상훈을 잘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이성민은 상훈을 연기하면서 실제 자신의 집 베란다에서 밖을 내다보기도 했다. 아파트라는 익숙한 공간에서 일어나는 영화를 통해 현실감 있는 공포를 느낀 듯하다. 사진 NEW
이성민은 상훈을 연기하면서 실제 자신의 집 베란다에서 밖을 내다보기도 했다. 아파트라는 익숙한 공간에서 일어나는 영화를 통해 현실감 있는 공포를 느낀 듯하다. 사진 NEW

# 베란다에서 슬쩍 내려다보게 되는 경험

“우리 가족을 대입시켜서 연기하지는 않았지만, 촬영 마치고 우리 집에서 자꾸 내다보게 됐습니다. 밖에서도 집을 올려다보고요. 저희 집은 18층이라서 잘 안 보여요. 더 아랫집에서는 보이거든요. 밖을 내다 보면서 ‘저기가 최적인데 감독한테 사진 찍어서 보여주면 어떨까’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웃음) 극중 상훈이 6층에 살잖아요. 층수가 애매했습니다. 사람 얼굴이 명확하게 보이는 층도 아니고 안 보이는 층도 아니죠. 살인마 태훈(곽시양)도 자기를 봤나 안 봤나 얼마나 궁금했겠어요. 상훈이 4층 정도 살았으면 바로 죽였을 거예요.”

# 부동산 스릴러

“어떤 유투브에서 ‘목격자’를 ‘부동산 스릴러’라고 하시더군요. 너무 촌철살인 같아서 기억에 남았습니다. 상훈은 일반적인 중년 남성의 표본입니다. 열심히 일해서 겨우 아파트를 장만했죠. 대출도 했으니 집값 오르면 팔고 나갈 생각도 있고요. 아이 하나, 강아지도 한 마리 키우는 그런 사람인데 이렇게 안정궤도에 든 사람은 그 안정이 유지되기를 바라게 됩니다.

‘목격자’의 메시지도 그런 거예요. 방관자로 시작했지만 현대사회에 사는 사람들의 이기심을 많이 보여주죠. 경찰 내에서도 이기심 때문에 헛다리를 짚잖아요. 초반에 상훈이 걱정하던 산사태도 사실은 이기심 때문에 방치했다가 일어나는 일입니다. 그렇다고 욕할 수도 없잖어요. 어렵게 꾸려온 집인데 집값 떨어지면 마음 아프잖아요. 안타깝기도 해요.”

이성민은 경찰 재엽을 연기한 김상호의 연기를 우아하다고 극찬했다. 인간미 있는 형사를 보여줘서 고마워하기도 했다. 사진 NEW
이성민은 경찰 재엽을 연기한 김상호의 연기를 우아하다고 극찬했다. 인간미 있는 형사를 보여줘서 고마워하기도 했다. 사진 NEW

# 우아한 상호 씨, 귀여운 시양 씨

“(김)상호 씨에게 고마웠습니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경찰 역을 해줘서 영화도 따뜻하게 유지하는 게 고마웠어요. 김상호가 이렇게 우아하게 연기할 줄 몰랐습니다. 굉장히 우아했어요. 곽시양 씨는 귀여웠습니다. 그 친구는 평소에도 촬영장에서 계속 망치를 들고 다녔는데 캐릭터의 태도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좋은 태도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었어요. 저라면 굳이 그러고 다니지 않았을 것 같거든요.(웃음)”

# 드라마 미생오상식, ‘보안관대호였다면?

“영화 앞부분에 나온 상훈 캐릭터를 보고 ‘너무 ‘미생’(tvN, 2014)이다’라고 했어요. 그런데 이 정도로는 지장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오상식 과장(이성민)은 상훈처럼 대처하지 않았겠죠. 그 인물은 뭐 바로 신고하죠. 어떤 분은 ‘보안관’(2016)의 대호(이성민)였으면 어땠겠냐 물으시더군요. 범인이 죽었죠.(웃음) 동네 아저씨들 다 모아가지고 찾아다녔죠.”

이성민은 컷 사인과 동시에 몰입했던 캐릭터에서 바로 빠져나오는 편이다. 그래도 그 캐릭터가 등 뒤에 붙어 다니는 느낌이라고 그는 말했다. 사진 NEW
이성민은 컷 사인과 동시에 몰입했던 캐릭터에서 바로 빠져나오는 편이다. 그래도 그 캐릭터가 등 뒤에 붙어 다니는 느낌이라고 그는 말했다. 사진 NEW

# 캐릭터에 접신하는 방법

“각자 배우들마다 캐릭터에 접근하는 자기만의 방법이 달라요. ‘접신한다’고 표현하는데 저는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 촬영할 신이 있으면 계속 머릿속으로 많이 생각합니다. 거기서 순간 순간 생기는 어떤 에너지로 연기합니다. ‘목격자’가 특히 그렇게 연기했던 것 같아요. ‘공작’은 그것과 다르게 많은 계산을 했는데 그걸 좀 차갑게 표현했습니다. 더 섬세하게 연기해야 했어요. 순간적으로 나를 몰입시켜서 해야 했으니까 영화마다 약간 달랐죠. 어떤 배우들은 자기를 학대하는 것 같은데 전 그렇게 못 합니다. 저는 ‘컷’ 하면 캐릭터를 빨리 떼 보내주는 편이에요. 공연할 때도 그랬어요. 누가 누가 빨리 나가나. 그럼에도 촬영기간 석 달, 넉 달 이후에 캐릭터가 묻어있는 기분입니다. 내 등에 업혀 다니는 것 같아요. ‘공작’의 리 처장은 끝나는 날 떼 보냈습니다. 빨리.(웃음)”

# 까불지 말아야겠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요새 반성을 많이 해요. 잠들기 전에 오늘 누구에게 말한 것에 대해 반성을 많이 합니다. 생각하다가 전화도 해요.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요.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혹은 일과를 정리하다가 ‘하, 아까 어떤 기자한테 이런 얘기 안 했어야 했는데’ 생각이 들면 꼭 조치를 해야 해요. 심장이 작아진 느낌이 듭니다. 연기할 때도 ‘쓸 데 없이 까불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까불다 보면 자빠질 것 같아요. 20대, 30대 때는 조금 까불었던 것 같아요.”

# 타이틀롤 목격자미스터 주

“지금은 차기작 ‘미스터 주’ 촬영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 중요한 건 ‘목격자’죠. 두 작품 다 손해만 안 끼쳤으면 좋겠습니다. 타이틀롤에 대한 감회요? 그런 건 한 번도 생각 안 해봤습니다. 부담은 많이 되죠. 천근만근. 역할이 커지니까 그만큼 부담도 큽니다. 감당해야지 어떡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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