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스무비= 채소라 기자] 윤재호 감독은 ‘뷰티풀 데이즈’를 만들러 간 곳에서 다큐멘터리 ‘마담 B’를 먼저 완성했다. ‘뷰티풀 데이즈’와 ‘마담 B’는 모두 아들과 이별한 조선족의 이야기다. 윤재호 감독은 보이지 않지만 한국 사회에 너무나 견고한 편견을 허물기 위해, 이 두 영화를 만들었다.
# 프랑스 파리, 민박집에서 시작된 이야기

“학생 때 프랑스 파리의 민박집에서 우연히 한인 아주머니를 만났어요. 기러기 엄마였어요. 9년 동안 못 만난 아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죠. 나중에 그 아들이 산다는 중국 청도의 한인 타운을 찾아갔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3부작 영화로 기획했어요. 엄마와 아들의 이별을 테마로 한 ‘뷰티풀 데이즈’가 그 첫 번째 영화입니다.”
# 탈북민 ‘마담 B’가 ‘뷰티풀 데이즈’에 미친 영향
“마담 B와 ‘뷰티풀 데이즈’의 엄마(이나영)는 비슷해 보이긴 하지만 전혀 다른 인물이에요. 그 한인 타운에는 조선족, 미국계 한국인, 탈북민 등 다양한 분들이 모여 살아요. 함께 생활하다 보면, 유사한 상황과 사연을 가진 분들 많습니다. 다큐멘터리 ‘마담 B’ 엔딩을 보시면 씁쓸한 여운이 남을 거예요. 그걸 달랠 수 있는 게 극영화 ‘뷰티풀 데이즈’입니다.”
# 이나영은 왼쪽과 오른쪽이 다른 배우

“회의 중에 이나영이라는 이름이 나왔어요. 시나리오를 드린 후, 반지하에 있는 커피숍에서 이나영 씨와 만났어요. 밖에서 약간 햇빛이 드는데 왼쪽에서도 보고 오른쪽에서도 쳐다봤거든요. 각도에 따라 달라 보였어요. 카메라나 조명 위치에 따라서도 묘한 느낌이 다 나오더라고요. 극 중 엄마는 맞는데 다 달라 보이는 느낌을 주고 싶었거든요. 그 매력 하나로 시작해서 서로 믿으며 촬영한 것 같아요.”
# 장동윤, 이나영과 닮지 않았나요?

“젠첸의 복잡한 심리를, 대사 말고 눈빛, 표정으로 표현할 배우를 찾고 있었어요. 장동윤의 심오한 표정에 블루톤 느낌이 들었습니다. 오디션처럼 첫날 리딩을 했는데, 대사를 미리 준비해 오셨더라고요. 조선족 말투 몇 마디를 자연스럽게 잘하는 거예요. 깜짝 놀랐어요. 그때 ‘젠첸이구나’ 했죠. ‘성깔 있겠다’라는 느낌도 들면서.(웃음) 이나영 배우와 닮아 보였습니다.”
# ‘컬러풀’한 ‘뷰티풀 데이즈’에 영향 준 감독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감독님들은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자비에 돌란, 자크 오디아르 감독님이에요. 박찬욱, 이창동 감독님도 좋아해요. ‘뷰티풀 데이즈’의 레퍼런스라 하면 그런 감독님들의 영화일 거예요. 어두운 소재이지만 분위기는 어두운 블랙이 아니라 블루톤으로 가고 싶었어요. 왕가위 감독도 좋아해요. 분명히 영향을 받았을 겁니다.”
# 당당하게 살아가는 여성이 멋지다

“돌이켜 보면 여성의 이야기이긴 하네요. 의식한 건 아니에요. 단지 항상 엄마에 대한 연민이 있었던 것 같아요. 우리 사회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여성에게 불리한 환경이잖아요. 그런데도 당당하게 살아가는 여성을 보면 멋져 보여요. 환경은 불리할 수밖에 없지만, 본인의 가치를 알고 나아가는 게 중요해요. 그런 분들을 많이 만났죠.”
# 편견 허물고, 함께 할 수 있다는 가능성 찾고 싶다
“청도에 다녀온 이후 경계에 서 있는 사람들이나 시스템을 떠나서 어디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들에 관해 관심이 생겼어요. ‘뷰티풀 데이즈’는 그 이야기에 대해 대중과 소통하고 싶어서 만들었어요. 아마도 관객들은 편견으로 볼 거예요. 한국에서 탈북자를 보시면, 공존하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벽이 있거든요. 그 벽은 허물기 힘들어요. 사람들 사이에는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사람을 사람으로 본다면,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을 거라 생각해요.”
☞ ‘뷰티풀 데이즈’와 ‘마담 B’는 어떤 영화?
11월 21일(수)에 개봉한 ‘뷰티풀 데이즈’는 14년 만에 중국에 두고 온 아들과 재회한 엄마의 이야기다. 이나영의 6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일주일 먼저 개봉한 다큐멘터리 ‘마담 B’는 가난한 중국인 농부에게 팔려간 탈북민 마담 B의 이야기다. 윤재호 감독은 ‘뷰티풀 데이즈’를 준비하러 간 곳에서 마담 B를 만나 다큐멘터리를 완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