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윙키즈’ 강형철 감독 “편견을 벗고 보면 모두가 사랑스럽다”

2018-12-27 16:46 유현지 기자

[맥스무비= 유현지 기자] 한국 전쟁과 탭댄스, 도무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가지가 의외의 앙상블을 이룬다. ‘과속스캔들’(2008) ‘써니’(2011)을 연출한 강형철 감독의 ‘스윙키즈’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레트로풍 분위기에 흥겨운 음악, 젊은 배우들로 싱그러움을 발산하던 ‘스윙키즈’는 때때로 무겁게 마음을 짓누른다. 이념 갈등과 사상 검증이 수용소를 휩쓸며 충격적인 순간이 여러 번 찾아온다. 쉽고 행복할 것 같은 영화에 찾아온 반전에는 인간을 대하는 강형철 감독의 태도가 담겼다.

※ ‘스윙키즈’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관람 후 읽기를 권합니다.

# 50년대 한국 전쟁과 탭댄스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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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써니80년대를 다뤘다면 스윙키즈의 배경은 한국 전쟁이에요. 다시 한 번 과거로 갔습니다. 지나간 시절에 주목하는 이유가 있나요?

본의 아니게 그렇게 됐어요. ‘써니’는 40대 여인들의 고등학교 시절을 그리려다 보니 80년대가 배경이 됐고, ‘스윙키즈’는 한국 전쟁을 다루다 보니 50년대로 가게 됐습니다. 일부러 기획한 것은 아닌데 복고 열풍이 불더라고요.(웃음) 그래도 과거에 대한 낭만은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직접 살아보지 않았던 시절이라, 그 당시에 있었을만한 좋은 순간들을 상상하며 만들었어요.

한국 전쟁에 관심을 가지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스윙키즈가 탄생한 과정이 궁금합니다.

평소 이념 문제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제가 할머니 손에 자랐거든요. 당시 많은 분들이 그랬듯이 제 할머니도 전쟁통에 남편을 잃고 자식을 혼자 기르셨어요. 미모도 출중하시고 재능이 많으셨는데 자식만 건사하면서 사신 거죠. 남자들이 일으킨 전쟁에서 살아남은 여인들이 그 멍에를 지고 살아가는 게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그러다가 ‘신나는 춤 영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창 디스코 음악에 빠져있었는데 들을수록 신나고 페이소스가 많은 장르더라고요. 전혀 다른 두 가지(이념 문제와 디스코 음악)를 떠올리던 중에 뮤지컬 ‘로기수’를 보게 됐어요. ‘택시운전사’(2017) 장훈 감독이 추천해줬죠. 완성도가 높았고, 제가 평소에 가지고 있던 생각을 넣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도경수·박혜수일 수밖에 없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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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큰 규모의 상업 영화는 30-40대 배우들을 기용하는 추세입니다. ‘스윙키즈의 주연은 젊은 배우들이에요. 그중 도경수가 중심이죠. 모험적인 시도라는 생각도 들어요.

캐스팅에는 전혀 부담이 없었습니다. 역할에 맞는 사람을 찾는 게 가장 중요했어요. 물론 30-40대 훌륭한 배우들이 많죠. 하지만 그 배우들이 소년병 연기를 할 수는 없는 거니까요. 처음부터 다른 것은 염두에 두지 않았고 역할에 어울리는 멋진 배우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도경수가 됐고요.

로기수(도경수)스윙키즈의 중심에서 판을 가지고 노는 인물이에요. 그동안 도경수가 해온 역할과는 많이 다릅니다. 영화에서는 주로 조연이었고, 상처받은 인물을 맡아왔죠.

경수도 이제 할 때가 됐다고 봐요. 필모그래피를 봐도 정말 성실합니다. 인기 아이돌이라고 해서 주연부터 연기를 시작한 게 아니라 연기를 공부하고 작은 역할부터 성실하게 해왔어요. 본인이 열심히 쌓아온 것들을 폭발시키는 순간이 운 좋게 ‘스윙키즈’에서 온 거죠.

정말 열심히 했다고 생각되는 게, 삭발까지 자처했어요. 현직 아이돌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저는 외려 말렸어요. (엑소) 공연도 있고, 반항아라고 해서 반드시 삭발일 필요는 없잖아요. 그런데 경수가 ‘대본을 봤는데 빡빡 깎은 머리밖에 생각이 안 난다고’하면서 꼭 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경수가 정말 멋있는 이유는 모험을 주저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뭘 잃을까 전전긍긍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가진 것을 열심히 이용해서 모험하고 도전하려고 하죠. 정말 건강한 젊은이 아닌가요? 이 자리를 빌려 엑소 팬들에게 말씀 전하고 싶어요. 삭발은 제가 하자고 한 게 아닙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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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판래 역의 박혜수도 스크린에서는 낯선 얼굴입니다. 더욱이 스윙키즈오디션 당시에 드라마 내성적인 보스’(tvN, 2017)로 연기력 논란이 일었었죠. 박혜수에 대한 신뢰가 컸던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 얘기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어요. 다른 분들은 혜수를 직접 본 적이 없지만 저는 직접 혜수를 봤고, 혜수가 양판래를 멋지게 보여줄 수 있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멋지게 보여주더라고요. 로기수 역의 주인이 경수인 것처럼 혜수도 양판래의 주인이었어요. 영화를 보신 분들은 혜수를 안 좋아할 수가 없을 거예요.

# 투박한 이야기에 담아낸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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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단 스윙키즈 멤버들은 각자 선명한 개성을 가지고 있어요. 성격부터 국적까지 어느 하나 같은 구석도 없고요. 댄스단을 구상할 때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한게 있다면요?

달라도 너무 다르죠?(웃음) 달라야 했고 다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여기저기서 갑자기 거제도라는 섬에 모이게 됐으니까요. 그들은 처음에는 서로 빨갱이, 양공주, 반동분자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춤이라는 목적으로 하나로 모이게 되면서 선입견이 자연스럽게 벗겨지죠. 다름으로 시작해서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장면 전환도 독특했어요. 리듬감 있게 편집한 장면이 있는가 하면 어떤 장면에서는 다소 끊기는 느낌도 들었어요.

춤 장면에서는 장면 전환을 다양하게 활용했는데 다른 부분에서는 최소화했어요. 옛날 영화처럼 툭툭 끊어지게 하고 싶더라고요. 춤 장면에 강한 음악이 많으니까, (멋 부리는) 요소가 영화 전체에 포진되면 지칠 것 같았고요. 멋 부리는 지점은 따로 있고, 스토리는 투박하게 진행하고 싶었습니다.

철저히 의도된 편집이군요. ‘Sing Sing Sing’ 공연부터 이어지는 엔딩 장면도 절제됐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공연은 더 화려하게, 엔딩은 더 눈물 나게 만들 수도 있었을 것 같고요.

박수 소리와 함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끝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런 영화는 보고 싶지 않았어요. 하고자 하는 말을 하다가 마는 거잖아요. 저는 ‘스윙키즈’가 새드 엔딩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진정한 승리자는 모든 것을 뛰어넘은 댄스단 스윙키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들이 행복했던 순간을 엔딩 크레딧에 넣고 비틀즈의 음악으로 마무리 지었어요. 이 영화는 엔딩 크레딧까지 봐야 다 보신 거예요. 그전에 일어나시면 액션 영화를 보시는데 최종 빌런과 싸우는 액션 신을 안 보고 일어나는 것과 같은 겁니다.(웃음)

# 이념보다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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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국(이다윗)이 등장하면서 극의 분위기가 반전돼요. 공산주의 확장에 앞장서면서 수용소에 피바람을 몰고 오는 캐릭터죠. 불편할 수 있는 캐릭터와 장면들을 꽤 길게 보여주는 점에서 타협하지 않았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타협할 수가 없는 소재였죠. 한국 전쟁을 다룬 거니까요. 당시에 분단이 되고 전쟁이 일어나면서 이념 때문에 사람들이 서로를 죽이게 됐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정말 이념을 알았을까요? 정신도 차리기 전에 갑자기 서로를 죽이게 된 거죠. 영화도 여기에 대한 체험이 되길 바랐습니다. 마냥 평화롭고 재미있었지만, 광국이가 등장하면서 갑자기 이념이 몰아닥치고 수용소가 피바다가 되죠. 실체도 모르는 이념에 휩싸이는 거예요. 우리는 아직도 살얼음판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로기수의 동료, 만철(이규성)의 대사도 기억에 남아요. 공산주의자로 여겨졌던 인물이 이념이 뭐가 중요하냐, 가족이 더 중요하다라고 고백합니다. 만철도 그저 할머니와 함께 살고 싶은 평범한 소년이었던 거죠.

만철이의 대사가 제가 하고 싶던 얘기입니다. 진짜 미친 짓은 사람을 죽이고 나라를 가르는 거고 사실은 할머니가 더 중요하죠. 그게 정상 아닌가요? 뭔지는 알고 목숨을 걸어야 하는데, 그들이 이념을 잘 안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이념이 나와 내 가족의 목숨이나 내 행복을 걸 만큼 중요한 것일까 싶고요. 이념은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고 원만하게 살 수 있는 시스템의 일종이지, 사람들 위에 군림하는 신앙이 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스윙키즈가 꼭 이념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관객들이 어떤 감정을 느꼈으면 하나요?

편견을 벗고 보면 누구든 사랑스러운 사람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어요. 반동분자라느니 빨갱이라느니, 서로 편견을 가지고 있지만 들여다보면 아름다운 사람이잖아요. 그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먹먹하고 아련하게 극장을 나서셨으면 좋겠습니다.

유현지 기자 / jinn8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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