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 찾던 이동휘, ‘어린 의뢰인’에서 목격한 신기한 광경

2019-05-19 09:00 유현지 기자

[맥스무비= 유현지 기자] 그동안 이동휘는 작품에 생기를 불어넣고 극을 풍성하게 하는 감초 역할을 해왔다. 아동 학대의 현실을 주목한 ‘어린 의뢰인’에서는 이전보다 진중한 모습이지만 그의 독특한 분위기는 변하지 않았다. 무심한 캐릭터에 인간미를 더한 이동휘의 연기가 영화 속 잔혹한 현실과 관객 사이 거리를 좁힌다.

# 사라졌던 1, 초심을 찾아왔다

사진 이스트드림시노펙스
사진 이스트드림시노펙스

극한직업에 이어 주연작 어린 의뢰인이 개봉합니다. 한동안 극장에서 볼 수 없었기에 더 반갑게 느껴집니다.

계획했던 공백기는 아니고 뜻하지 않게 쉬는 시간이 길어졌어요. 그동안 ‘초심은 무엇인가’ ‘연기를 왜 하는 건가’ ‘어떤 배우가 되어야 하나’ 스스로 질문을 던졌죠. 도전하고 싶은 것이 많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에 대해 고민하다보니 1년이 지났습니다. 그 과정에서 ‘극한직업’ 시나리오를 받게 됐고 그러다 ‘국도극장’ ‘어린 의뢰인’ ‘더 콜’까지 찍게 됐네요.

차기작이 줄줄이 쏟아지네요. 소처럼 일하는 비결은 초심을 찾았기 때문인가요?

‘어린 의뢰인’을 촬영하면서 놀라운 점이 있었어요. 아이들이 연기할 때 순간적으로 몰입하고, 연기에서 빠져나왔을 때는 천진난만하게 어우러지는 거예요. 아이들을 보면서 ‘저게 초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장에 나왔다는 즐거움이나 연기에 대한 설렘이요. 카메라 앞에서 설레고 즐거워하는 모습이 곧 초심이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누구나 일을 하다 보면 잘하고 싶다는 스트레스가 있잖아요. 아이들을 보면서 많이 환기가 됐어요.

사진 이스트드림시노펙스
사진 이스트드림시노펙스

어린 의뢰인은 초심을 찾아준 고마운 작품이네요. 이 작품에 출연하게 된 계기도 궁금합니다. 아동학대라는 무거운 소재도 있지만, 코미디가 중심이었던 그동안의 필모그래피와 결이 다르니까요.

영화의 흥행을 생각하기보다 ‘이런 얘기를 할 기회가 있다면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촬영을 준비하면서도 마음이 많이 안 좋았습니다. 현실은 영화보다 참혹하잖아요. 이런 일을 몰랐다고 할 수도 없고요. 그동안 기사로만 접했던 거죠. 공포스럽고 참담한 심정이 들었습니다.

일종의 책임감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해야 할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걸 마주할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유선 선배님께 감사한 마음이에요. 계모 지숙은 정말 부담스러운 역할이잖아요. 유선 선배님이 출연을 안 해주셨으면 영화 제작이 안 됐을 정도로요. 용기 내서 그 역할을 맡아 연기하시는 과정을 보면서 후배로서 큰 깨달음을 얻었어요.

# 코믹함 위에 평범함을 덧입었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속 정엽(이동휘)은 변호사라는 직업보다 평범한 아저씨의 모습으로 비칩니다. 친숙한 모습 때문에 아동 학대의 방관자가 되는 과정과 죄책감이 더 가깝게 느껴졌어요.

관객이 인물에 공감하려면 특정 직업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람이나 주위에 있는 이웃으로 보여야 했어요. 특정 직업을 가져야 다른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게 아니라 모든 이웃이 좋은 이웃이 되고, 좋은 이웃이 영웅이 되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약속을 지키는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약속을 지키는 어른, 약속이라는 단어를 꾸준히 언급하고 있습니다. 배우에게 이 단어가 큰 의미로 다가온 것 같습니다.

‘어린 의뢰인’에서 정엽의 기폭제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후회와 죄책감이에요. 현실에서도 큰 사건이 벌어졌을 때보다 사소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을 때, 그 일이 일파만파 커지면 후회와 죄책감이 훨씬 커요. 영화에서도 햄버거 먹자는 사소한 약속을 지키지 못해 이런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하니 정말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괴로울 것 같았습니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어린 의뢰인은 배우 개인에게도 많은 영향을 준 영화겠군요. 촬영 이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어린 의뢰인’이 약속에 신경 쓰는 계기가 됐어요. 아이들 말에 귀를 기울이고 약속을 지키는 어른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고요. 큰 것들이 변해서 작은 것이 변하는 게 아니라 작은 것이 변해야 큰 것이 변한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만으로 변화를 시작할 수 있잖아요. 큰 변화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먼저 하자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이번 영화에는 애드리브가 거의 없었죠. 대본대로 연기하는 데도 자신만의 코믹함을 담아냈어요. 천생 배우라는 생각이 듭니다.

천생 배우요?(웃음) 전혀 아닙니다. 학창 시절에 공부 하나도 안 했다고 하면서 잘하는 사람들 있죠? 저는 그 말 하나도 안 믿었어요. 연기도 갑자기 된다고 생각을 안 하는 편이라, 당일에 애드리브를 준비해서 연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대본의 설계를 해칠 수도 있고, 상대 배우에 대한 배려도 해야 하잖아요. 사실 현장에서 갑자기 생각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많아요. 애드리브가 바로 나오는 경우는 정말 가끔 기적처럼 생기는 거죠. ‘어린 의뢰인’에서는 연필깎이 뚜껑이 빠지는 기적 같은 일이 있었어요. 어떻게 그런 기적같은 일이...

# 신기한 인연의 연속, 놀라운 결과를 낳다

사진 화이브라더스코리아
사진 화이브라더스코리아

극한직업으로 무려 1,600만 배우가 됐습니다. 코믹 연기 황제라는 타이틀도 다시 한번 증명하게 됐어요.

정말 감사하지만 저한테 정말 과분한 수식어입니다. 그런 수식어에 얽매이지 않고 늘 궁금한, 호기심이 가는 배우가 되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만 들어요.

어마어마한 타이틀이긴 하지만 본인은 뿌듯할 법도 한데요.(웃음) 보기에는 얼떨떨한 모습입니다.

저는 정말 운이 좋았어요. ‘극한 직업’을 제안해주신 분이 4년 전에 ‘도리화가’(2015)로 인연을 맺은 제작사 대표님이었어요. ‘국도극장’은 친한 형이 출연하려다 못하게 된 작품인데, 제가 대본을 보고 먼저 연락드려서 출연하게 됐고요. ‘더 콜’도 제가 감독님 팬이었는데, 신기하게 감독님이 먼저 연락을 주셨어요. ‘출국심사’라는 작품은 친구가 연출을 하고 싶다고 갑자기 PC 방에서 대본을 출력해왔어요. 다 그렇게 하게 된 작품들이에요.(웃음) 참 신기해요. 2018년에 계획한 것이 아무 것도 없었거든요. ‘극한직업’이 큰 사랑을 받은 것도 마찬가지고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신기한 일들의 연속이었죠.

결과도 과정도 참 좋았던 1년이네요. 그럼 1년간 고민을 거쳐 도출한 결론은 무엇인가요? 지금은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앞으로도 작품 선택의 기준은 변함이 없을 것 같아요. 다가올 작품이 어떤 크기이든 어떤 플랫폼, 어떤 모습이든 제가 도전할 수 있는 목표가 있다면 정말 열심히 해서 잘 하고 싶습니다.

http://news.maxmovie.com/397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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