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이 뭐예요?” ‘기생충’이 바꿔놓은 배우 최우식의 계획

2019-06-06 18:00 유현지 기자

[맥스무비= 유현지 기자] 최우식은 ‘옥자’(2017)의 개봉 뒤풀이 자리에서 봉준호 감독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들었다. ‘운동을 하지 마라.’ 그 말을 듣고 마른 몸을 유지한 최우식은 얼마 후 ‘기생충’의 기우가 됐다. 말 한마디에서 시작된 놀라운 여정, ‘기생충’은 최우식의 계획을 싹 바꿔놓았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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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이후 기생충에 대한 해석 의견이 분분합니다. 출연 배우로서 이런 현상이 즐겁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기생충’을 보시고 관객들이 많은 이야기를 나누시는 것 같더라고요. 저도 끝나면 여운이 남는 영화, 관객끼리 토론하는 영화를 가장 좋아해요. 저희끼리도 생각하는 게 다 다르고 봉준호 감독님이 ‘이건 뭐다’하고 말씀해주신 게 아니라서 참 재미있습니다. 저는 영화를 세 번 봤는데, 볼 때마다 느낌이 달랐어요. 주변 지인들이 ‘이건 뭐냐’ 물어보면 그냥 알아서 보라고 해요.(웃음)

최우식 배우의 분량도 화제가 됐죠. 제작보고회에서 스스로 분량이 많다고 밝혀서 선배들에게 놀림을 받았잖아요. 당황한 게 느껴졌어요.

아, 그건 정말...(웃음) 눈앞에서 플래시가 터지는데 말은 잘해야 되고, 또 스포일러를 노출하거나 말을 잘못할까 봐 걱정이 되더라고요. ‘‘옥자’ ‘부산행’(2016) 때 왜 칸을 못 갔냐’고 물어보시면 ‘불러주지 않아서’라고 하긴 그렇고, 그게 나을 것 같아서 분량이 많다고 얘기했어요. 그런데 자랑이 돼서 참 난감했습니다.(웃음)

사진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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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탄생했네요. ‘옥자얘기가 나왔으니 캐스팅 이야기를 해볼까요? ‘옥자출연 직후 기생충출연 제의를 받았습니다.

원래 ‘옥자’를 마치고 몸을 좀 만들어보려고 했어요. ‘마녀’(2018)를 준비할 때라서, 되지도 않는 몸이지만 이미지메이킹을 하고 싶었거든요.(웃음) 그런데 봉준호 감독님이 ‘운동을 좀 미뤄라’라고 하셔서, 그렇게 했죠. 감독님이 정말 많은 작품, 많은 배우를 보실 텐데, 그중에서도 저를 선택해주셨다는 게 저는 정말 영광스럽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옥자기생충’, 봉준호 감독의 두 작품에 연달아 출연했습니다. ‘옥자의 최우식과 기생충의 최우식에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오히려 ‘옥자’ 때는 있었지만 지금은 없는 것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생각 없이 더 즐겼던 것 같아요. 정말 순수하게 한 장면 한 장면 찍을 때마다 봉준호 감독님과 ‘호호호’ 웃으면서 촬영했죠. 지금은 당시보다 생각이 더 많아진 것 같아요. 그때는 역할도 작았지만 지금은 봉준호 감독님 작품에 송강호 선배님 아들로 나오다 보니,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부담감도 많아졌어요. 같은 감독님과 작업했지만 느낌이 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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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전 이게 위조나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아요라는 대사가 인상 깊었습니다. 분명히 범죄인데, 묘하게 설득되는 건 왜일까요?

저는 기우가 밉게 보이지 않았어요. 어쨌든 사기를 치는 건 맞지만, 자기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가족을 위해서 노력하는 거니까요. 많은 분이 느끼실 거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기우는 노력을 엄청 많이 한 친구거든요. 기우의 가족들도 전원 백수라는 타이틀이 붙었지만 뭔가 부족한 사람이 아니라, 기회가 없거나 그 기회를 놓친 사람들이에요. 기우가 실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이유죠. 한 번 좋은 기회가 주어져서 기세를 보여줬으면 잘 됐을 사람들인데, 실전에 약했던 거예요.

사진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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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징적이다라는 말도 입버릇처럼 하죠. 웃기기도 하고, 기우의 생각이 궁금해지는 대사였습니다.

뭐 하나를 봐도 그렇게 말하는 걸 보면, 똑똑하고 생각이 많은 친구인 거죠. 민혁(박서준)이 산수경석을 가져왔을 때도 거기에 빠진 걸 보면 기우에게는 그 돌이 뜻하는 게 엄청나게 많았을 거예요. 볼 때마다 의미가 달랐을 거고요.

기우의 또 다른 명대사는 계획이 뭐예요?’입니다. 배우 최우식의 계획도 궁금해지네요.

저는 기우보다 기택(송강호)에 가까워요. 뭐든 보장된 게 없으니까, 주어진 상황에 따라 노력을 많이 하죠. 지금은 다음 작품이나 계획을 생각하기보다 과정을 즐기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기생충’과 ‘사냥의 시간’을 찍는 과정이 정말 즐거웠는데, 그걸 통해서 굉장히 많이 배우고 성장했어요. 그래서 앞으로는 과정도 일도 즐기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사진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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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도 좋았지만 성과까지 좋아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황금종려상 수상에 관객 반응도 좋고, 흥행에도 불이 붙었으니까요.

‘기생충’을 찍는 과정은 정말 놀라움의 연속이었어요. 칸에 진출한 것도 영광스럽고, 그전에 봉준호 감독님 작품에 송강호 선배님 가족으로 참여한 것도 영광스럽고, 그전에 봉준호 감독님의 두 번째 콜을 받았던 것도 영광스러워요. 결과도 좋았지만 과정이 정말로 즐거웠던 작품이라, ‘기생충’을 찍고 과정을 즐기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앞으로 제가 하게 될 영화에도 영향을 줄 것 같습니다.

그 말에서 기분 좋은 기대감이 느껴집니다. ‘기생충은 최우식에게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까요?

영화 속 기우의 타임라인은 와이파이를 찾아다니는 장면부터 마지막 장면의 겨울까지예요. 우리는 기우의 인생 중 그만큼만 봤지만, 기우에게는 평생 기억에 남는 시간이죠. 저에게도 ‘기생충’이 그래요. ‘옥자’ 뒤풀이부터 지금까지, 제 인생에서 이 시간은 손꼽히는 기억 중 하나로 남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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