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돼지 옥자와 인터폰 속 문광, 이정은은 어떻게 해냈을까

2019-06-16 10:10 유현지 기자

[맥스무비= 유현지 기자] 이정은과 봉준호 감독의 인연은 벌써 세 번째다. ‘마더’(2009)와 ‘옥자’(2017), 그다음이 ‘기생충’이다. ‘마더’와 ‘기생충’은 알겠는데 ‘옥자’에 언제 나왔냐고? 슈퍼 돼지 옥자다. 이정은은 CG로 탄생한 슈퍼 돼지 옥자의 목소리를 연기했다. 옥자와 문광, 결코 쉽지 않은 역할을 연기해낸 이정은은 분명 봉준호 감독의 히든카드다.

사진 윌엔터테인먼트
사진 윌엔터테인먼트

봉준호 감독과 벌써 세 번째 작업입니다. ‘마더의 인연이 옥자로 이어지고, ‘기생충까지 왔네요.

봉준호 감독님이 ‘마더’ 이후에 제가 출연한 뮤지컬 ‘빨래’ 공연을 보러 오셨어요. 끝날 때 벌떡 일어나서 기립 박수를 쳐주셨는데 워낙 키도 크시고 덩치도 있으셔서 사람들이 다 따라 일어났어요. 뮤지컬을 하면서 노래할 때와 연기할 때 목소리를 같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는데, 그게 좋게 보이셨나 봐요. 그런데 갑자기 옥자 연기를 하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옥자를 연기하는 이정은 배우의 모습이 상상이 안 갑니다. 옥자 목소리를 어떻게 준비했는지 궁금하네요.

고민이 진짜 많았죠. 상상이 안 되는 슈퍼 돼지고 나름대로 타이틀롤이니까요.(웃음) 큰 짐승, 작은 짐승소리 다 들어보고, 연기할수록 미궁에 빠졌습니다. 숨소리, 울음소리, 심지어 그리워하는 소리를 연기해야 했거든요. 나중에 감독님이 정말 많이 노력했다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그리고 ‘저하고는 말도 안 되는 걸 계속할 겁니다’ 하셨어요.(웃음)

사진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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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돼지를 해냈더니 또 놀라운 역할이 찾아왔네요.(웃음) ‘기생충의 문광도 결코 쉬운 역할이 아니잖아요.

콘티만 먼저 받았는데 벽을 미는 장면이었어요. 그때는 시나리오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몰랐고, 어디 갇혀 있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감독님은 재밌고 이상한, 흥미로운 영화가 될 거라고만 말씀하셨어요. 사실 작업할 때는 그게 되게 묘한 매력이거든요. 신비주의라고 할까요?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이고 그게 뭐든 간에 한 번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아주 나중에 봉준호 감독님한테 문자를 드렸어요. 선택하기를 참 잘했다고요.

한 장면의 콘티만 보고 출연을 결정했군요. 그렇다면 시나리오 전체를 본 후에는 어땠나요? 문광은 반전의 열쇠를 쥔 인물이니까요.

네. 그 이후에 시나리오를 받았죠. 읽으면서 반전에 대한 예상이 안됐고, ‘난 귀염상인데, 이만한 효과가 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서 두려웠어요. 그런데 이야기 구조가 정말 좋더라고요. 부자와 가난한 자, 그 사이에 다른 사람이 모르는 어떤 방이 있는 거잖아요. 전에 지하세계에 사는 사람들 사진을 본 적이 있는데 대수롭지 않게 넘겼었어요. 그걸 다시 찾아봤죠. 여기에 대한 비밀이 밝혀졌을 때의 충격이나 영화의 메시지가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정말 기대가 됐습니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사진 CJ엔터테인먼트

문광의 재등장과 함께 충격적 진실이 밝혀집니다. 인터폰 화면에 문광이 등장했을 때, 극장에서 소리가 들릴 정도였어요.

친한 친구들이 말하길 제가 술 취하면 그 모습이래요.(웃음) 술을 많이 먹으면 착한 사람처럼 보이려고 하거든요. 제 딴에는 되게 귀엽고 예의 바르게 상대방을 안심시키는 건데 남들은 다 무서웠다고 하더라고요. 분장이 있어서 그런가?

인터폰을 보고 한 번 놀라고, 거친 욕설에 한 번 더 놀랐습니다. 기택(송강호) 가족의 정체를 알게 된 문광이 갑자기 욕을 하며 돌변하잖아요.

감독님이 단말마로 (말을) 확 잘라버리라고 하셨어요. 빠른 템포로 빨리 욕을 하고 전세가 역전된 상황을 표현하려고 한 거죠. 그래서 아주 거침없이 욕을 날렸어요.

사진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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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아나운서를 따라 하는 장면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문광 부부가 공유하는 둘만의 유머 코드인가요?

지하실이 전쟁에 대비해 만들어진 곳이잖아요. 감독님이 문광 부부가 어떻게 놀았을지 상상해보셨는데, ‘북한과 관련된 농담을 하면서 놀지 않았을까’하는 상상을 하신 거죠. 그리고 이춘희 아나운서랑 제가 정말 닮았대요.(웃음) 이 장면이 엉뚱하긴 하지만 그 부부의 기이한 행각을 설명해주는 장면이라고도 생각해요.

충숙(장혜진)의 발차기를 맞고 계단으로 떨어지는 일명 짜파구리장면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분위기는 유쾌하지만 웃을 수가 없는 장면이에요.

그 장면을 찍을 때는 스턴트 연기자분들이 가장 수고하셨어요. 굴러떨어지는 분은 스턴트 연기자고, 저는 살짝 넘어지기만 하면 되는 거였거든요. 밑에 저를 받쳐주는 판이 있었는데 소리가 정말 컸어요. 컴컴한 곳으로 큰 소리를 내면서 떨어지니까 다른 사람들은 걱정했는데, 사실 그 판이 침대처럼 정말 편안했습니다. 때리는 역할보다는 맞는 역할이 훨씬 나아요.

사진 윌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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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션샤인’(tvN, 2018) ‘눈이 부시게’(jtbc)에 이어 기생충에서도 강렬한 인상과 수많은 명장면을 남겼습니다. 작품마다 인정받는 비결이 궁금하네요.

주변에서 ‘정말 연기를 잘했다’라고 말씀하시기도 하는데, 이 역할은 이미 두드러질 수 있는 역할이에요. 창작자가 인물을 만들고, 저는 몇 프로의 창의성을 발휘할 뿐이죠. 전적으로 작품의 역량, 동료 배우와 창작자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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