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냅백에서 악의 화신까지, ‘사자’ 우도환이 악역을 마다않는 이유

2019-08-06 17:59 유현지 기자

[맥스무비= 유현지 기자] ‘마스터’(2016) 속 우도환의 모습을 기억하는지. 짧게 깎은 머리에 화려한 셔츠를 입은 우도환은 몇 분도 안 되는 분량으로 관객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3년 후 주연작 ‘사자’를 들고 찾아온 우도환은 이번에도 악역, 분량도 그리 많지 않지만 이전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A4 용지가 가득 차도록 주문을 만들고 매번 7시간이 소요되는 분장을 감당하며 단단히 준비한 그는 악의 화신 지신에 꽤나 큰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멘트
사진 롯데엔터테인멘트

마스터이후 3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왔습니다. 영화에서는 처음으로 주연을 맡게 됐고요. ‘사자와 지신이라는 인물에게 어떤 매력을 느꼈는지 궁금하네요.

색다른 작품이었고, 판타지 장르의 악역이라는 점에서 끌렸어요. 악을 숭배하면서 주문을 외우고, 살이나 머리가 다시 생겨나는 것들이 잘 표현하면 재밌을 것 같더라고요.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는 너무 어려워서 잘 못할 것 같았는데 김주환 감독님을 뵙고 확신이 들었어요. 꼭 한 번 도전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렇다면 김주환 감독은 우도환의 어떤 면에서 지신에 대한 확신을 얻게 됐을까요?

양면성이 확실하게 느껴져서 함께 하고 싶다고 하셨어요. 사실 첫인상에 착해 보이는 인상은 아니에요. 착한 것보다는 날카로운 느낌이 강하죠. 감독님이 이런 면에서 다른 느낌을 발견해주신 것 같아요. 연기할 때도 양면적인 역할이 제일 재밌는 것 같습니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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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면성이야말로 지신을 표현하는 말 같습니다. 웃는 얼굴로 사람들을 현혹하고, 뒤에서는 악마를 섬기고 있죠. 악의 영역을 혼자 표현하며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어려웠어요.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무언가와 교감을 하고 주문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가장 어렵더라고요. “제게 힘을 주소서” 같은 주문들도 원래는 라틴어로 하려다 만들어보자고 마음을 모았습니다. 기도와 손동작도 하나하나 만들어가면서 감독님께 ‘이건 어때요?’ ‘저건 어때요?’하면서 말씀드렸어요. 도전적인 모험이었죠.

기묘한 주문을 만든 과정이 궁금해지네요. 꽤 많은 공이 들어갔을 것 같습니다.

‘한 번 만들어보자’하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도저히 모르겠더라고요. 영화에서처럼 지하 제단이 있는 건 아니니까 집에서 불을 끄고 초를 켜는 것부터 시작했죠. 근데 너무 무서웠어요. 분신사바 같기도 하고요.(웃음) 무의식처럼 그냥 중얼거리다가 조금씩 단어가 구체화됐고, 그걸 녹음했어요. 그리고 제가 악필인데 ‘이 대사는 이렇게 할 거고 단어는 이렇게 해보려 한다’고 정리해서 A4 용지에 가득 채워서 감독님께 보여드렸어요. 한글을 다 섞어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를 다 해본 것 같아요.

기도할 때도 가톨릭 신자처럼 손을 모을 수는 없을 것 같았어요. 성호를 거꾸로 긋는 건 뻔할 것 같고, 다르게 하면 나루토 같더라고요. 그래서 정말 다양하게 준비해 갔는데 현장에 소뿔이 달려있는 걸 보고 손을 거꾸로 겹치는 모습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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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환의 고생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영화의 후반부 굉장한 변신을 하죠. 딱 봐도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 분장이었어요.

분장은 7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다른 사람을 현혹시키는 느낌이라 뱀 같은 파충류 비닐을 입었어요. 분장을 할 때마다 정말 힘들었죠. 저 말고도 많은 분들이 힘든 작업이었어요. 만드는 데도 오래 걸리는데 붙이는 데도 몇 시간이 걸리고 떼는 데도 한 시간이 걸려요. 촬영하면서 계속 보완도 해야 했고요. 다리까지 분장을 했는데, 한 번 달리면 발바닥이 다 찢어져 버렸어요.(웃음)

엄청난 불편을 감수한 만큼 기대감도 컸을 것 같습니다. 변신한 모습을 보니 어땠나요?

일단 무거워요.(웃음) 촬영장에서 완성된 피부를 입어보니까 괴물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성공한 거라는 생각이 들었죠. 몸에는 코 아래부터 피부를 붙였고, 입에는 마우스피스를 낀 상태에서 검은색 물감을 먹어가면서 촬영했어요.

사진 롯데엔터테인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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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사자’, 차기작인 귀수에서도 악역을 맡았습니다. 악역에 유독 매력을 느끼는 이유가 있다면요?

악역은 악역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때 가장 매력적인 것 같아요. 그 인물만의 이야기와 설득력이 있으면 마음이 가더라고요. 그런 악역이라면 언제든 하고 싶어요. ‘사자’의 지신, ‘귀수’의 외톨이라는 캐릭터도 처음부터 악한 사람은 아니었을 거라고 봐요. 이 사람이 악이 될 수밖에 없던 이유를 찾아가는 게 재밌게 느껴집니다. 영화를 보면 악역이 참 짠하게 느껴질 때가 있잖아요. 그게 참 매력적이에요.

연이어 악역을 택하는 것도 우도환에게는 도전일 수 있겠네요. 똑같은 악역이라고 평가받을 수 있으니까요.

새로움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건 거짓말이겠죠? 악역이라는 건 큰 범주라고 할 수 있고, 그 안에 세부적인 요소가 다르다고 생각해요. 착한 역할을 계속하는 것과 악역을 계속하는 게 사실은 비슷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좋은 캐릭터면 무조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관객에게 더 보여드릴 게 많은 캐릭터라면요.

사진 롯데엔터테인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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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영화 사자이어 드라마 나의 나라’(JTBC)로 첫 사극에 도전합니다. 앞으로 또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아직 안 해본 게 정말 많아요. 이제 시작하는 단계이고 해보고 싶은 게 많아서 액션, 로맨스, 청춘물 하나하나 다 해보고 싶습니다. 지금 제가 20대의 끝자락을 보내고 있으니까, 20대만의 느낌을 살릴 수 있는 역할을 해보고 싶네요.

http://news.maxmovie.com/401610

유현지 기자 / jinn8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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