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오동 전투’ 유해진 “임시정부 100주년, 이름 없는 독립군 기억해주길”

2019-08-11 10:00 유현지 기자

[맥스무비= 유현지 기자] 일제 강점기, 일본 정규군을 상대로 거둔 독립군 첫 승리의 역사가 영화 ‘봉오동 전투’로 재탄생했다. 100년 전 역사를 영화화한 작품이지만 대부분의 캐릭터가 가상의 인물이다. 대략의 숫자는 기록됐지만 독립군의 이름은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 속 독립군의 선봉에서 활약하는 유해진은 이름 없는 이들의 존재를 기억해주길 거듭 당부했다. 진정성에만 무게를 둔 ‘봉오동 전투’의 유해진은 여느 때와 같이 성실하고 믿음직스럽다.

사진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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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전쟁 영화입니다. ‘봉오동 전투시나리오를 봤을 때, 어떤 느낌이었는지 궁금합니다.

통쾌함도 있었고 다 좋았는데, 잘 마칠 수 있을지가 두려웠어요. 글로 읽는 것도 벅찰 정도로 워낙 전투 장면도 많고 글에 ‘산에서 내려온다’ 같은 내용이 많아서 안전하게 완성될 수 있을지 걱정이 있었죠. 무사히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웃음)

영화 속 짧은 머리와 큼직한 흉터가 눈에 띄었습니다. 기존의 수수하고 친숙한 모습과는 다른 느낌이었어요.

아무래도 머리를 짧게 해서 그런 것 같아요. 언제부턴가 짧은 머리를 해보고 싶었는데, 그동안 작품 때문에 머리를 맘대로 할 수가 없었어요. 그러다 ‘봉오동 전투’를 하게 된 건데, 짧은 머리이면 어떨까 했더니 원신연 감독이 너무 좋다고 하더라고요. 다행히 배역과 맞아서 잘한 선택인 것 같습니다.(웃음) 의상과도 잘 어울렸고요. 영화 속 의상이 멋을 위해 만든 옷이 아니라 다 고증에 의한 거래요. 예전에 그런 옷을 입었다고 하더라고요.

사진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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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철은 겉모습부터 행동까지 카리스마가 넘치는 인물입니다. 동시에 독립군 무리가 믿고 따를 수 있는 따뜻함까지 갖췄죠. 인간미 있는 리더의 모습을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

균형을 잘 잡아야겠다고 생각하며 연기했습니다. 전투할 때는 카리스마가 있지만 유연함도 필요할 것 같았어요. 한 무리를 이끄는 우두머리니까요. 그렇지 않아도 다들 힘들 텐데, 강하기만 하면 아래 사람들이 더 힘들었을 거예요. 매일 생사가 오가는 삶에서도 나름의 숨 쉴 구멍이 있었겠죠. 목숨 바쳐서 싸우다가도, 감자라도 쪼개먹으면서 가족 얘기를 하지 않았을까요? 사람들을 달래고 어르는 것도 리더의 덕목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사진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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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면 산을 달리는 장면이 정말 많습니다. 그 와중에 총탄이 오가고 포탄이 떨어지죠. 산을 좋아하기로 유명한 유해진 배우라도 쉽지 않은 촬영 현장이었을 것 같습니다.

산에서 찍는 장면이 많아도 저는 산에 가는 게 일상인 사람이라, 그것 때문에 힘든 적은 없었습니다.(웃음) 하지만 쉬운 날은 없었어요. 전투 장면이 거의 매일 있었고 폭파 촬영도 있었으니까요. 늘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촬영이었습니다.

영화에는 정말 많은 전투 장면이 등장합니다. 그중에서도 황해철에게는 항일 대도가 있죠. 투박하면서도 힘 있는 액션을 완성한 과정이 궁금합니다.

칼을 쓰는 모습이 화려하게 보이지 않았으면 했습니다. 황해철은 살기 위한 액션을 해야 했어요. 그래서 화려한 기교를 부리지 않기로 했죠. 사실 칼을 드는 것 만으로 정말 힘들어요. 칼들 들고 숫자 5까지도 셀 수 없을 정도로요. 기교를 부릴 수도 없고, 힘 있는 액션을 보여줘야 했던 거예요. 그러다 보니 오히려 손에 힘을 키우는 게 목표였습니다. 처음에는 깜짝 놀랐어요. 옛날 사람들은 이걸 어떻게 했을까요?

사진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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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열과는 택시 운전사’(2017) 이후 두 번째 만남이죠. 다시 만난 두 사람의 호흡은 어땠나요?

류준열은 뭐라던가요? 하하. 정말 좋았어요. 작품이 끝난 후에 지낼수록 더 좋아지는 것 같아요. 정이 깊어지는 거죠. 그리고 준열이가 되게 재밌어졌더라고요. 유머가 요즘 느낌이고 입에서 톡톡 튀는 사탕처럼 아주 신선해요. 저는 은단 같고요.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겠습니다.(웃음)

일제에 맞서 우리말을 지켜낸 사람들의 이야기 말모이에 이어서 항일 운동의 역사를 다룬 봉오동 전투에 출연했습니다.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된 올해, 의미 있는 작품을 두 편이나 선보이게 됐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참 뜻깊죠. (작품 선택의 이유가) 사명감 이런 건 아니고요, 그때 그때의 선택인건데 어떤 작품을 통해 좋은 효과가 있다면 그걸로 다행이에요. 웃음을 줄 수 있는 작품도 좋은 작품이고 좋은 의도가 있는 작품도 해야겠다 싶고, 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그것도 의미가 있는 거죠. 끌리는 작품을 찾아가는 게 저의 일인 것 같아요.

사진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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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작품 외에도 택시운전사’ ‘1987’(2017)을 통해 근현대사 속 인물을 연기했습니다. 작품마다 시대의 인물로 자연스럽게 녹아든 모습이 참 놀랍습니다.

전부터 친근한 역할을 많이 맡았어요. 뭔가 부족한 불량배처럼 웃음을 주는 역할이요. 친근한 역할을 많이 해와서 자연스럽게 느끼시는 것 같아요. ‘삼시세끼’(tvN) 때문일 수도 있고, 제 얼굴도 한몫했겠네요. 왠지 그 당시에 있던 사람일 것 같잖아요.(웃음) 어떤 작품이든 독특한 캐릭터를 만드는 것보다 작품에 녹아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숙제겠죠.

봉오동 전투의 개봉 시기가 일본 불매 운동 시국과 맞물리며 애국심에 기댄 영화, 일명 국뽕자극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민감한 부분이죠. 사실 모든 면이 다 날카로워지고 있는 것 같아서, 둥글둥글한 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저희 영화가 그 영역에 속하는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영화를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지겠죠. ‘봉오동 전투’는 이름 없는 분들에 대해 되짚어보자는 이야기예요.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올해, ‘이름도 없이 숫자로만 기록된 분들을 생각해보면 어떨까’라고 묻는 영화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봉오동 전투의 주인공은 이름 없는 독립군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독립군의 일원이 된 일은 배우에게도 남다른 의미일 것 같습니다.

독립군이 숫자로만 남아있다는 사실이 참 안타깝습니다. 영화에서 저, 류준열, 조우진은 숫자 중에서도 1, 2, 3이었고 그 뒤에 계신 분들은 다른 숫자인 거잖아요. ‘봉오동 전투’는 그분들의 이야기입니다. 이런 희생이 있었다는 걸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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