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짜: 원 아이드 잭' 박정민,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9-09-23 12:13 성선해 기자

[맥스무비= 성선해 기자] "이 작품에 왜 출연하셨어요?" 홍보 인터뷰에 응한 배우가 필수로 받는 질문이다. 다소 의례적이지만 꼭 필요한 물음이다. '타짜: 원 아이드 잭'으로 만난 박정민에게는 진심으로 묻고 싶었다. "그런데 왜 이 영화인가요?" 태생부터 시리즈의 출발점인 '타짜'(2006)와의 비교가 예정됐다. 박정민의 답은 이렇다. "어쨌든 이건 다음 세대의 영화이니까요."

# 잘 해야 본전, 못하면 독박을 감수한 까닭

사진 롯데컬처웍스
사진 롯데컬처웍스

박정민은 '그것만이 내 세상'(2018)을 기점으로 상업영화 주연이 됐다. 독립영화 '들개'(2014)의 효민과 '동주'(2016)의 송몽규 선생으로 유망주 타이틀을 얻은 뒤다. 2년 사이 이준익 감독의 '변산'(2018), 장재현 감독의 '사바하'가 박정민의 필모그래피에 추가됐다. 쟁쟁한 이름들 사이에 박정민이란 세 글자를 발견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만 원을 내고 두 시간을 할애할만한 이름인가?' 주연 배우는 이 물음에 대해 언제나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 '그것만이 내 세상' 흥행 이후 박정민의 행보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했던 이유다. 조금이라도 '삐끗'해서는 곤란하다. 그럼에도 박정민은 '타짜'의 세 번째 이야기를 선택했다. 잘해야 본전에, 못하면 독박을 쓸 게 뻔한데.

"전작들보다 훌륭한 영화를 만들겠다는 마음은 없었어요. 저와 권오광 감독님, 출연 배우들 역시 '타짜' 시리즈를 보며 꿈을 키웠습니다. 그럼에도 개봉을 앞두고는 1편과 2편, '타짜: 원 아이드 잭' 간의 대결 구도가 형성되더군요. 의도하지 않았던 수식어들이 붙고요. 마음이 아파요. 최동훈 감독님의 '타짜' 이후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때 관객층과 지금 관객층이 공유하는 사회 이슈가 다르잖아요. 우리는 지금 시대의 관객들에게 영화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 류승범이라는 기둥을 만나다

사진 롯데컬처웍스
사진 롯데컬처웍스

박정민의 마음을 움직인 건 권오광 감독의 시나리오다. 이 시대 청춘들의 이야기를 다채롭게 풀어낸 작품들로 주목받는 창작집단 광화문시네마의 멤버다. 생선 인간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돌연변이'(2015)의 연출자이기도 하다. 띄어쓰기, 맞춤법, 지문 하나도 실수가 없었던 공들인 시나리오는 박정민에게 "이런 분이라면 영화를 허투루 만들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줬다. "첫 미팅 후 집에 갔는데, 그날 밤 메일이 왔어요. 제 출연작을 다 지켜봤다는 내용이었죠. 감동적이어서 눈물이 날 뻔 했어요. '믿고 가도 될 것 같다. 그래 해보자' 싶었습니다."

박정민은 권오광 감독에게 "영화가 엎어지지만 않게 해주세요"라고 부탁했다. 자신만으로는 제작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타짜'라는 이름이 주는 부담감에 다른 배우들 역시 고사할 것이라는 걱정도 앞섰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권오광 감독은 인도네시아까지 날아가, 류승범에게 손을 내밀었다. 박정민이 어릴 때부터 우상으로 여겼던 배우다. 류승범은 '타짜: 원 아이드 잭'에서 든든한 기둥과도 같았다.

"성공한 팬이 된 기분이었죠. 류승범 형 덕분에 영화도 순리대로 착착 진행됐어요. 현장에서 형이 연기를 하고 있으면, 스태프들이 뛰어가서 다 봐요. 어떻게 연기하는지 궁금하니까요. 그 정도로 존재감이 큰 분입니다. 카메라 뒤에서는 저와 많은 대화를 나눴어요. 형은 기운이 평화롭고, 유머러스한 분이거든요. 제가 부족한 부분이죠. 덕분에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 타짜의 핏줄이 되기까지

사진 롯데컬처웍스
사진 롯데컬처웍스

'타짜: 원 아이드 잭'은 전설적인 타짜 짝귀(주진모)의 아들이자 고시생인 일출(박정민)을 중심으로 한 케이퍼 무비다. 박정민의 출연작 중 가장 장르적이다. 좋게 말하자면 익숙해서 친절하고, 나쁘게 말하자면 예측 가능한 지점이 많다. 박정민은 도박꾼의 피가 흐르는 청년 도일출이 되어, 장르의 질서에 편입되기 위해 충실히 움직였다. 딜러에게는 포커판의 규칙을, 마술사에게는 화려한 포커 기술을 배웠다.

"타짜: 원 아이드 잭' 속 도일출은 지금까지 제가 해왔던 연기들과는 확실히 달라요. 장르적이고 확실하죠. 배우가 인물과 아바타처럼 연결되는 순간이 살면서 얼마나 될까요. 그렇기에 계산과 테크닉이 필요합니다. '난 진심으로 연기했어'라고 자부하더라도 관객이 보기에 아니면 '땡'이니까요.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적응이 되면서 조금씩 괜찮아졌어요."

도일출은 '타짜' 고니(조승우)와 '타짜-신의 손'(2014) 함대길(최승현)을 잇는 캐릭터다. 비주얼과 매력은 필수, 보는 사람을 홀리는 아우라는 덤. '타짜의 핏줄'이 가져야 할 덕목이다. 박정민의 도일출 역시 그래야 했다. "멋있게 변신해주세요"라는 말에 피부과도 가고, 체중도 감량했다. 검은색 롱 코트를 휘날리며 걷는 그를 두고 누군가는 '외모 성수기'라고 평했다.

"데뷔 이래 앞으로 없을 비주얼일 수도 있죠. 하하. 초반에는 살을 좀 찌우고 운동을 해서 덩치가 생겼어요. 이후 살을 쭉쭉 뺐죠. 과정이 눈에 보이니 보람차더군요. 사실 잘 생겨지려는 건 아니었어요. 제가 아무리 뭘 해도 미남 배우가 될 수는 없으니까요.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도일출이 버석버석하게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 독립 영화계 유망주, '명절 영화 1번' 되다

사진 롯데컬처웍스
사진 롯데컬처웍스

추석 연휴는 여름 성수기, 연말, 설 연휴와 더불어 극장가 대목이다. 배급사별 회심의 카드가 이 시기에 등장한다. 2019년 추석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선택은 '타짜: 원 아이드 잭'이다. 박정민의 어깨가 무겁다. 독립 영화계의 유망주는 어느새 '명절 영화 1번'이 됐다. 주류에 안착했다는 신호 중 이것만큼 확실한 게 있을까.

"저는 어떤 영화 안에서 묵묵히 내 역할을 하는 게 목표인 사람입니다. 어떻게 하다 보니 명절 개봉작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의미 부여가 되더군요. 부담스러우면서도 기분은 좋습니다. 이 영화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궁금해요. 같이 만든 사람들과 박수치면서 마무리 짓고 싶어요. '타짜'라는 반짝반짝 빛나는 이름이 바래지 않게 정말 최선을 다해 만들었습니다. 그런 마음이 관객들에게도 전달이 되길 바랍니다."

https://news.maxmovie.com/403035

성선해 기자 / ssh@maxmovie.com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 maxpress@maxmovie.com
<저작권자(c) 맥스무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0
0/ 500
      사업자등록번호 211-88-91225 l 통신판매업 신고번호 제2016-서울강남-02630호 l 대표이사 정이은
      ㈜아시아트리뷴 l 06054 서울특별시 강남구 언주로 732, 세종빌딩 3층
      인터넷신문등록번호 서울 아 02730 | 등록일자 2013년 7월 11일 | 제호 맥스무비 닷컴 | 발행인 : 정이은ㅣ편집인 : 이은지

      Copyright ⓒ Asiatribune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