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정민은 요즘 이런 걸 하고 삽니다

2019-09-24 14:42 성선해 기자

[맥스무비= 성선해 기자] 인터뷰어에게 박정민은 흥미로운 배우이자 인간이다. 매니저를 마다하고 홀로 운전대를 잡고 촬영장에 가질 않나, 얼마 전에는 오후에 열어 깊은 밤에 닫는 책방까지 꾸렸다. '쓸 만한 인간'이란 에세이집의 저자이기도 하다. 멀리서 지켜보면 꽤 재미있게 사는데, 가까이서 들어보면 참 치열하다. '타짜: 원 아이드 잭'으로 돌아온 박정민과 최근 그에게 일어난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 롯데컬처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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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짜: 원 아이드 잭' 촬영장을 직접 운전해서 다녔다고요. 로드 매니저가 없나요?

하하. 그건 아닙니다. 그 친구는 본인 할 일을 합니다. 저는 운전만 해요. 혼자 다니는 걸 좋아하거든요. 촬영할 때는 유독 그래요. 당일 촬영 분량이랑 대사도 생각해야 하고요. 누가 운전해주면 뒷좌석에서 자거든요. 현장에 도착해서 분장하는데도 졸린 얼굴이니까. 그게 싫었어요. 아침부터 활기차게 인사하고, 긴장감 있게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운전을 하는 게 촬영을 위한 리듬감 조성에 훨씬 도움이 되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딱 1년 전쯤 '타짜: 원 아이드 잭'이 크랭크인 했었죠.

맞아요. 딱 이맘때였습니다. 현장을 나가는 게 즐거운 영화였어요. '타짜: 원 아이드 잭'은 팀플레이 무비잖아요. 출연진들이 다들 친한 사람들이었거든요. 가까워지는 과정이 생략됐어요. 혼자 찍는 경우도 더러 있었는데, 동료들과 함께하는 날이 행복했습니다. 같이 찍는 순간만 기다렸어요. 촬영 전 "몇 시에 오니?" "언제 와요?" 물어보기도 하고요. 헤어질 때는 아쉬웠습니다. 왜, 너무 쓸쓸할 정도로 좋았던 기억이 있잖아요. 그때의 냄새와 공기가 되새겨지면서요.

사진 롯데컬처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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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아련함이라니, 마치 연인과 결별한 사람 같아요. 촬영이 끝난 뒤 쓸쓸함은 어떻게 메우나요?

으하하. 그런가요. 메울 수 있는 건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긴 하죠. 모든 일정이 끝나고 운전해서 고향집으로 가는데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한 명 한 명 함께 한 얼굴들이 생각났죠.

요즘은 합정 부근에서 책방을 운영 중입니다. 이례적인 행보라서 흥미롭네요.

아휴, 원래 다들 '쉬쉬'하는 분위기였어요. 그런데 기사가 나는 바람에.(웃음) 이젠 다 내려놓기로 했어요.

책방 이름이 왜 '책과 밤 낮'인가요? 운영 시간도 오후 2시부터 자정까지입니다.

많은 분들이 밤늦게까지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이길 바랐어요. 원래 서점 이름은 '책과 밤'이었습니다. 영업시간도 오후 7시부터 밤 12시였어요. 확장 후에 이름을 직관적으로 '책과 밤낮'으로 바꾼 거죠. 저와 함께 운영하는 친구가 직장인이거든요. 걔가 퇴근해서 오면 오후 7시 정도라서요. 그리고 저는 밤늦게 자는 편이니까요. 새벽 3~4시 정도? 자정은 제게 졸리지 않는, '쨍'한 시간이죠.

사진 롯데컬처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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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집 '쓸 만한 인간'의 저자이기도 하잖아요. 본인 서점에서 누군가 그 책을 읽는 걸 보면 기분이 어때요?

아무렇지 않아요. 사람들이 무슨 책을 읽는지 쳐다보지는 않거든요. 제가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가끔 지나가다가 보게 되는 경우가 있긴 해요. 사실 '쓸 만한 인간'보다는 백은하 배우 연구소 소장님이 저에 대해 쓰신 '넥스트 액터 박정민'이 훨씬 더 부담스럽습니다.(웃음) 사진도 있고, 배우로서 조금 더 직접적인 이야기가 나오거든요.

얼마 전 '쓸 만한 인간' 개정판 사인회가 있었죠. 작가 박정민은 매우 행복해 보였어요.

아이고, 사실 전 그런 자리 불편합니다. 팬들이 원하니 해드려야죠. 그냥 저 자신을 놓은 겁니다. 하지만 현실 자각 순간이 오는 건 어쩔 수가 없더군요.

'쓸 만한 인간'은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어요. 왜 개정 증보판을 내게 된 건가요?

사과하고 싶은 일들이 있었어요. '쓸 만한 인간'은 제가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 읽으시는 분들이 웃으시라고 생각 없이 쓴 글들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2011년~2012년 정도였죠. 그때는 사회적 이슈가 아니었던 문제들이 지금은 부각이 됐어요. 많은 분들이 불편해하실 수 있겠더라고요. 제가 그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들이었죠.

그래서 수정할 건 하고, 삭제도 하고, 사과도 해서 책을 다시 내고 싶었습니다. '당분간 글을 쓰지 않겠습니다'라는 선언이랄까요. 작가도 아닌 놈이 글을 써서 누군가에게 상처를 드렸고, 스스로도 내상을 입었으니까요. 제가 그 사실을 인지하고, 반성 중이라는 걸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사진 롯데컬처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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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글을 쓰지 않는다니, 한 사람의 독자로서 서운하네요. 에세이는 비교적 자유도가 보장되는 장르 아닌가요.

그래도 어쨌든 제 직업은 배우니까요. 남에게 보여주는 글인데, 얼굴과 이름이 알려진 사람이 쓴 글이 얼마나 진실되겠어요. 모든 걸 내려놓지 않은 이상 어렵죠. 속마음을 다 털어놓은 글은 아무도 볼 수 없는 제 노트 속에만 있습니다. 제가 철학적 사고를 많이 하거나, 속이 깊은 사람도 아니고요. 에세이로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던진다는 게 부담스럽네요. 요즘도 제가 과연 언제쯤 그런 글을 쓸 수 있을지 고민해요. 당분간은 (책에 관한) 제안은 다 거절할 예정입니다.

이런 고민을 하기에는 이미 너무 많이 팔리지 않았나요?

그렇긴 하죠. 하하. 책방만 해도 그래요. 연예인이 뭘 하는데 '사가세요~'하는 모양새가 싫어요. '책과 밤 낮'으로는 이윤을 남기지 않을 생각입니다. 수익이 날 것 같으면 손님들에게 자꾸 뭔가를 주려고요. 과연 무엇을 드려야 할지 동업하는 친구와 함께 고민 중입니다. 이걸 어떻게 해야하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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