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만큼 뜨거웠던 남포동, ‘커뮤니티 비프’가 뭐길래?

2019-10-12 22:01 이필 기자

[맥스무비= 이필 기자] 올해로 24살 부산국제영화제도 벌써 사람으로 치면 한창 청년기다. 해마다 10월이면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이 한데 모여 극장과 광장에서 어우러지던 이 축제의 장은 어느덧 아시아 영화인들의 세계 진출 무대이자 세계 영화인의 관심을 받는 규모로 성장했다.

빠른 성장 속에서도 1회 때부터 영화제를 찾던 단골 팬 입장에선 아쉬움이 있었으니 바로 과거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던 남포동의 쇠락이었다. 2003년 8회 이후 거점이 해운대로 옮겨지고, 2011년 영화의 전당이 개관하며 남포동의 역할은 사라지다시피 했다. 왕가위 감독이든 배우 홍금보든 일반 시민이든 남포동 ‘40계단’ 근처에서 신문지 깔고 함께 술과 안주를 나누던 추억을 영영 기억의 저편으로 간직해야만 하는 걸까.

지난해부터 시작한 ‘커뮤니티 비프’가 바로 영화제 원년 키드에게 반가운 소식이 될 것이다. 뼛속부터 부산 사람인 조원희 감독, 정미 프로그래머 등 1회 영화제 때부터 인연을 맺어온 이들이 주축이 돼 남포동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올해로 두 번째를 맞은 커뮤니티 비프 행사가 지난 4일부터 오는 10일까지 열린다. 첫해가 사실상 이 행사의 가능성을 가늠하는 실험 무대였다면, 이를 바탕으로 보다 체계적으로 다양하게 판을 깔아 놓은 결과물이 남포동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는 것.

“매끈한 영화제 만드는 게 아니라 누구나 채울 수 있는 프로그램 만들고자 한다”라며 해운대 모처에서 만난 조원희 감독이 취지를 설명했다. “부산영화제 메인 행사가 열리는 해운대에서 볼 수 없는 작품을 상영하고, 원도심에서 하는 행사인 만큼 부산영화제의 행사를 떼어오는 식은 지양했다”며 그는 관객의 자율성과 참여성을 강조했다.

행사 첫날인 3일 남포동 비프광장에 300여 명의 시민들이 한데 모여 있었다. 커뮤니티 이벤트 중 하나인 ‘김지미를 아시나요’ 행사를 보기 위한 인파였다. 한국영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배우 김지미가 데뷔 동기인 안성기와 함께 배우의 삶에 대해 이야기 중이었다.

지난 6일엔 롯데시네마 대영에서 올해 커뮤니티 비프의 회심 코너 중 하나인 ‘정듀홍 영화제’가 진행됐다. 영화평론가 정성일, 듀나, 그리고 김홍준 감독이 각각 극장 1관씩 맡아 모객한 뒤 각자가 선정한 영화를 함께 보고 대화하는 자리였다. SNS상에선 이 행사의 후기들이 잇따르고 있었다. 이 밖에 천만 관객 반열에 오른 이병헌 감독이 한창 독립영화로 활동할 때 발표한 <힘내세요 병헌씨>를 주제로 관객과 실시간 리플을 주고받는 시네마 톡 행사, 영화 <피나> 등으로 관객이 직접 무용단과 영화 속 춤을 같이 추는 ‘댄스 이머시브’ 행사가 5일과 6일 진행됐다.

리퀘스트 시네마, 리액션 시네마, 리스펙트 시네마 등 총 3개의 섹션, 음식과 재즈, 원로배우와의 만남 등 총 14개의 커뮤니티 이벤트로 구성된 올해 커뮤니티 비프는 외연 확대와 성장을 외쳤던 부산국제영화제가 다시금 본령을 돌아보고, 내실을 키우게 하는 좋은 자극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남포동’은 곧 부산국제영화제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니 말이다.

“남포동은 곧 영화제의 초심 아닐까?” 올해 커뮤니티 비프의 자문위원 역할을 자처한 손세훈 대표(영화사 진필름)이 말했다.

“언제부턴가 타성적으로 영화제를 찾기 시작했던 분들이 남포동에 오시면 ‘아, 내가 정말 영화를 사랑했구나’ 하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본 영화제 행사는 그 규모대로 잘 운영돼야 하고 영화의 전당 같은 편리한 시설에서 하는 게 맞다. 동시에 남포동도 그곳대로 생명력을 이어가고 발전시키는 게 좋다고 본다. 지난해 작은 실험처럼 시작한 행사지만 전 내년에도, 그 이후에도 충분히 잘 해나 갈 수 있을 것 같다.” (손세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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