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스무비= 유현지 기자]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2019년을 살아가는 평범한 여성 김지영()의 이야기다. 공유가 맡은 역할은 김지영의 남편 정대현이다. 상처 입어 아픈 아내를 지켜보고 염려하는 인물로, 극의 중심에서는 살짝 비켜나 있다. 크지 않은 역할임에도 공유는 3년 만에 복귀작으로 이 작품을 택했다. ‘82년생 김지영’이 전하는 위로의 메시지에 깊이 공감한 이유다.
작품에 대한 공유의 확신은 단단했다. 원작 소설이 페미니즘 이슈로 뜨거웠던 만큼, 출연진에 대한 악플, 개봉 전 평점 테러가 이어졌지만 공유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작품과 캐릭터 외에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았다는 그의 말처럼 영화 속 공유는 누군가의 아들이자 남편, 아빠인 정대현에 완전히 녹아든 모습이었다.

Q. 시나리오를 보고 펑펑 울었다고 밝혔다. 어떤 마음이었나.
가장 먼저 엄마가 생각났다. 생각할수록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왜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고민해보니 남자와 여자, 엄마와 아빠를 떠나 사람에 대한 이야기였다. 누구나 관계 속에서 함몰되는 순간이 있는데 그걸 인식하지 못하곤 한다. 그런 마음을 위로해주는 영화 같았다.
Q. 원작의 페미니즘 논란이 부담되지는 않았나.
외부적 상황이 작품 선택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연기를 하는 사람으로서 나 자신이 공감하는 이야기에서 납득할 수 있는 인물을 연기하는 게 우선이었다. ‘82년생 김지영’은 거기에 부합하는 이야기였다. 대현이라는 인물에 대한 동질감이나 이해심, 애정도 충분했다. 다른 생각은 할 필요가 없었다.
Q. 개봉 전부터 평점 테러를 당하기도 했다.
안타깝다. 물론 생각이 다를 수 있고 이해하려 노력한다. 관점과 기준이 다르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일방적 비난은 안타깝다. 개개인의 상황이나 사정을 듣지 않고 한 방향으로만 생각하는 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Q. 촬영하면서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은 없었나.
특별히 이해되지 않은 부분은 없었고, 거짓말 같고 믿기지 않았던 게 하나 있다. ‘맘충’이라는 말을 몰랐다. 뜻을 알고 ‘이런 말을 한다고?’하고 놀랐다. 단어 자체가 충격이었고 이 말을 누군가에게 사용한다는 것도 놀라웠다. 어떻게 생겨난 단어일까 싶었다. 그래서 ‘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못해 애를 쓰냐’는 지영이의 대사가 더 와닿았다. 내가 세상에 외치고 싶던 말 같았다.
Q. 역할이 크지 않아 작품 참여에 의의를 뒀다는 생각도 든다.
나라는 배우의 영향력이나 대의를 생각하고 출연을 결정한 건 아니다. 마음 가는 대로 하는 건데 더 좋게 해석해주시는 것 같다. 큰 생각이 있다기보다는 내가 느꼈던 감정을 전하기 위해 최대한 열심히 연기해야겠다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배우 공유의 어떤 점이 관객들을 이 영화로 이끄는 데에 도움이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좋다.

Q. 이 작품을 통해 새롭게 느낀 점이 있다면.
매일 회사에 출퇴근하는 직업이 아니다 보니 직장에서 일어나는 성차별적 상황을 알지 못했다. 경력 단절에 대해서도 잘 몰랐다. 매체를 통해 보거나 간접적으로 전해 듣기만 했는데 이 작품을 통해 한 발 더 다가간 것 같다.
또 79년생이고 누나 아래 막내아들로 컸다. 영화를 보니 지영의 동생 지석(김성철)과 겹쳐지는 지점이 있더라. 자라면서는 특혜를 받는 줄 모르고 자랐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안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와 비슷한 분들이 이 영화를 보면 좋을 것 같다.
Q. 실제로는 어떤 아들인가.
별로다. 하하. 남들이 효자라고 할 때마다 양심에 찔린다. 밖으로 드러나는 직업이라 어떤 말을 하면 확대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 나에 대한 호감으로 더 후한 점수를 주시는 것 같다. 부모님은 ‘아들이 효자다’라는 말을 많이 들으실 텐데 아니라고 하실 수도 없을 거다. 그럴 때마다 죄송하다. ‘우리 아들이 평범한 아들이었으면 어떨까’라고 하실 때 가장 마음이 아프다.
Q. 영화를 보고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무엇인가.
많은 인물이 나오는데 인물 하나하나가 다 살아있었다. 김도영 감독님과 씨의 역할이 가장 컸다고 본다. 영화를 보니 두 분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믿었던 사람들에게 보답받는 느낌이랄까.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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